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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혼란한 세상, 이상한 사람
작가 : 토토
작품등록일 : 2016.9.28

 
나, 괴물이야
작성일 : 16-10-04 18:32     조회 : 594     추천 : 0     분량 : 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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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괴물이야

 

  장삼은 며칠간 연차 휴가서를 써서 냈다. 작전 수행과 모종의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 화장실에 갔다가 들어오는데 동장이 부처를 닮은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잠삼씨, 여행이라도 갔다 와요. 기분전환에는 그게 제일이지.

  동장님은 휴가 안 내세요?

  나도 내야지. 요즘 들어 피로감이 생기네..

  장삼은 동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됐다. 평소 주민들이나 지역유지, 단체장들이 그를 찾아와 동네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한다. 그러한 협의 업무를 끝내고 동장은 홀로 있는 시간이 되면 자리에서 서서히 해탈에 든다. 세속의 모든 번뇌를 떨쳐버리고 참 나를 찾아가는 암묵의 수행. 일반인은 해탈에 쉽게 다다를 수 없는 높은 산과도 같다. 공문서를 살펴보고 결제를 하는 가운데, 그는 시선이 없는 휑한 눈길을 보내다가 뒷벽에 걸린 시계 속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맡겨버린다. 시간 속에 하품이 흘러가고 멍한 시선이 돌아가고 회전의자를 좌우로 빙글 돌려보고 하다가, 정자세로 고개가 낚시찌처럼 까딱거리기 시작하면 서서히 열반에 드는 시점이다. 장삼은 이런 평온한 분위기의 나날 속에 오랜 시간 길들여져 갔다. 그러나 아내의 사건 이후 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중생의 무리들 속에서 마구 소리라도 치고 싶은 욕구가 차오르기도 했지만 드러내면 안 되었다. 대한민국은 선진화 되는 사회이며 문화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시민들이고 그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므로, 암묵의 테두리를 깨는 것은 난봉꾼이나 무 개념 인간으로 분류되어 낙인찍힌다. 장삼은 듀티율과 같은 처지가 되기는 싫었다. 벽을 드나드는 능력도 없을 뿐더러, 섣부르고 설익은 시도는 옴짝달싹 못하는 스탠스가 되고 만다는 것.

  장삼은 점심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맑은 날이지만 장삼의 발걸음은 더 이상 뭔가에 구애받지 않았다. 마음에 드리어졌던 그늘은 전보다 드라이하게 표백되었다. 장삼은 이런 초월감이 그림자에서 해탈되는 것일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걸음걸음이 가벼웠다. 저 앞에서 말끔한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장삼의 눈이 일순 휘둥그레졌다. 중년 남자 주위로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장삼은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모두들 제 그림자를 달고 서있거나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는 중이다. 장삼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보는 그림자 없는 사람의 실체. 장삼은 반갑게 소리라도 쳐서 아는 체 하고 싶었다.

  ‘드디어 만났어! 저 사람은 알고 있을까, 모르고 있을까.’

  장삼은 그에게 다가갔다. 몇 발짝 앞두고 머뭇거렸다. 그 남자와 장삼의 눈이 마주쳤다. 장삼이 말했다.

  저, 실례합니다.

  예..

  지금 선생님 그림자가 없군요. 알고 게시겠죠?

  중년 남자는 자기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멀뚱한 눈으로 장삼에게 말했다.

  별 미친 놈 다 보겠네! 쯧쯧..

  남자는 장삼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건물 안으로 휭 들어갔다. 장삼은 멍하니 제 자리에 서있었다. 남자의 대답을 곰곰 생각해보니 그 남자는 제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반면, 있는 그림자를 없다고 하니 그 자신이 미친놈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난 역시 미쳐버린 놈일까?’

  노숙자가 자신에게 말했을 때와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자, 장삼은 수면 아래 잠들었던 혼란이 다시금 피어올랐다. 어딘가에 듀블과 같은 돌팔이 의사라도 있다면 당장에 찾아가 진료를 받고 싶었다. 우울증, 후천적 연애콤플렉스, 의처증, 성적 콤플렉스, 사회적응장애, 세포 물렁증. 그리하여 병명은 가지가지 합병증.

  ‘이건 분명 몽큐보다 심각한 병이다.’

  장삼은 멍하니 길가를 떠돌아다니다가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로 들어갔다. 그네에 앉아 몸을 앞뒤로 움직였다. 밥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림자 없는 그네가 앞뒤로 삐걱삐걱 움직였다. 앞뒤로 흔들리는 그네 그림자를 보며 장삼은 유령을 떠올렸다.

  장삼은 퇴근 후 상원동 하천 쪽으로 걸어갔다. 하천 변을 따라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포장마차 안은 손님이 뜸했다. 장삼은 안으로 들어가 소주와 안주를 시켰다. 술이 술술 넘어가자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작정하고 자작을 하는 동안 병 네 개가 늘어서 있다. 장삼의 주량은 소주 한 병인데 오늘은 오버하고 싶었고 바닥에 넘어져 코가 깨지고 싶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의 것들이 어지러이 장삼을 휘돌며 지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몸이 휘청하더니 소주병이 쓰러졌다. 주인이 괜찮으시냐고 물어본다. 장삼은 손을 내밀어 답례를 하고 계산을 했다. 장삼은 비틀거리며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장삼은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도착한 버스를 탔다. 버스에 올라 손잡이를 잡고 얼굴을 기댔다. 빈속에 급히 마셔서 그런지 갈수록 버스 안이 빙빙 돌면서 온몸이 울렁울렁 배를 탄 느낌이고 몸이 꽈배기 마냥 베베 꼬이는 통에 제대로 서있기가 힘들었다. 속에서 역류할 것 같은 기운이 슬슬 올라왔다. 장삼은 벨을 누르고 뒤로 가 문기둥을 꽉 부여잡았다.

  ‘날 제발 지탱해주려므나.’

  불편하고 거북한 레벨이 수직 상승하자, 장삼은 수평선이 펼쳐진 파란 바다와 운해가 낮게 깔린 산 정상을 그려보다가, 어둠과 냉기가 확 끼치는 동굴 속을 탐험하는 상상을 했다. 문이 열렸다. 밖으로 뛰쳐나간 장삼은 입을 틀어막은 채 신호등을 황급히 건너 한적한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우웨에엑-. 엄청난 토사물이 터져 나왔다. 콧구멍에서도 줄줄 새나왔다. 장삼은 고통스러워 연신 신음을 내뱉었다. 바닥까지 게워내려는 듯 멀건 물이 계속해서 기어 올라왔다. 쓴 맛에 몸을 비틀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장삼의 등을 탁탁 두드려주고 있었다. 장삼은 한결 기분이 가벼워지면서 고통이 완화된 것 같았다. 장삼이 뒤를 돌아보니 20대 후반 가량의 청년이 서있었다. 선한 인상이고 착해보였다. 장삼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이, 고맙네 친구.

  아니에요.

  자네 맘에 들어.. 나랑 한 잔 하러 가지! 내가 쏠게.

  저를.. 아시나요?

  장삼은 게슴츠레한 눈을 크게 뜨고는 청년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몰라..

  청년은 얌전히 사양을 하며 물러섰다. 장삼은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저 청년은 몸과 마음이 건강할 거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장삼은 제 자리에서 흔들흔들 중심을 찾으려고 했지만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장삼은 큰길가로 나와 걸었다. 여기가 어느 곳 무슨 동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삼은 되는대로 그냥 걸어갔다. 한참을 걷자 더 이상 걷기가 귀찮아졌다. 장삼은 전봇대 옆에 스르르 앉아 몸을 기댔다. 잠의 손길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까무룩 시간이 지나자 누군가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집에 가셔야죠.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장삼은 비몽사몽간에 눈을 겨우 떴다. 어떤 젊은 남자가 자신을 부축해주려 하고 있었다. 장삼은 괜찮다는 시늉을 하며 잠에 혼곤히 잠겨들었다.

 

  눈이 떠졌다. 바닥이 차다. 여기가 어디인가. 나는 왜 바닥에 누워있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일어서니 휘청한다. 사방을 둘러보지만 모든 게 낯설다. 나는 걸음을 옮겼다. 한낮의 태양이 뜨겁게 내려쬔다.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고 있었다. 그 사람은 제 자리에 얼어붙어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사람 앞에 멈춰 섰다. 그 사람은 어, 어 하면서 슬슬 뒤로 내빼기 시작했다.

  별 이상한 사람이군. 내 얼굴에 뭐가 묻은 건가. 아니면 내 몰골이 기괴해서 그런 건가. 상관하지 않고 나는 계속 걸어간다. 어떤 사람은 내 옆을 무심히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동공이 커져 나를 가만히 주시하기도 한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다시 걸어가는데 저기서 여중생으로 보이는 몇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어머, 저거 좀 봐. 그림자야.

  사람 그림자 같은데?

  근데..

  여학생들은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난 의아할 뿐이다.

  가만, 내 그림자가 보인다는 말이가?

  내가 몇 발짝 앞으로 옮겼다. 여학생들이 크게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점점 혼란스럽다. 그림자를 상실해 고민해왔는데 되찾은 그림자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다니.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나는 건물 안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세면대 위의 거울을 보았다. 오장삼의 얼굴.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얼굴과 어제 입었던 옷차림. 나는 찬물로 세수를 했다.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내 그림자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졌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저거 봐. 그림자가 혼자 떠돌아다니잖아!

  그림자가 혼자 떠돌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면 육신이 없는데 그림자만 나타난다는 것인가. 좀 전에 나는 거울 속에 나를 확인했었다. 그런데 내 몸이 없어지고 그림자만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것인가. 상황이 역전 된 것인가. 이럴 바엔 차라리 그림자 없이 사는 게 걱정이 없고 편할지 모른다. 아, 실체 없는 존재의 그림자라니! 신은 끊임없이 나를 테스트 하려는가. 아, 다시 그림자를 내게서 지워주소서. 한 가지 묘안이 떠오른다. 그늘 속으로 들어가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걸어간다. 그림자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 누구라도 당연히 놀랄 일이다. 어떤 사람이 내 그림자를 보더니 놀라서 얼음 덩어리가 되었다. 난 건물이 드리운 그늘 속으로 몇 발짝 옮겨 들어갔다. 그 사람은 어리둥절하더니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 그렇다고 그늘만 찾아 걸어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해의 위치와 건물의 위치에 따라 그늘이 전혀 없는 곳이 있고 그늘이 드리어진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반 투명인간이란 결론에 다다른다. 벽을 뚫는 능력이 생기는 것과 다름없다! 듀티율은 빵과 보석과 돈을 훔쳐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 거리에 뿌려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부패한 권력자의 비밀 서류를 빼내 그를 영원히 매장시켜 버렸다. 가슴이 달아오르고 뭔가 상상의 날개가 돋아난다. 어둠속에서 내가 할 일이 떠오른다.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평소에 불편했던 것들, 이를 테면 지하철에서 큰소리로 전화 통화하는 놈의 스마트 폰을 뺏어 발로 밟아 깨뜨려버릴까? 또 뭐가 있을까. 길거리에 가래침 탁탁 뱉는 놈들? 어깨 부딪치고 그냥 지나가는 놈들? 깜빡이 안 키고 갑자기 끼어드는 족속들? 그건 너무 좀스럽지 않나. 사내라면 통이 커야 한다. 떡볶이 가게 사장의 도량이 되어선 안 된다. 눈을 넓혀 두루 바라보자. 큰 뭔가가 눈에 들어온다. 갑질 하는 기업의 총수를 만나 담판을 져야겠다. 부당한 갑을계약, 불법상속, 세금탈루, 분식회계 등의 자료를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이다. 흉악범죄자에게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린 판사와 휘파람 부는 범죄자를 만나 면담을 하고 싶다. 얘기가 풀리지 않으면 행사에 들어간다. 잘난 검사님은 뭐가 쥐약일까? 또 있다. 권력의 비호 아래 부정을 저지르고 국정을 제 멋대로 농단하는 행정고위 관료와 국회의원을 만날 용의가 있다. 비밀 서류는 물론 영상 녹화나 음성 녹취만으로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다. 이거 상상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폭포수처럼 날려 주체할 수가 없다. 비뚤어진 언론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아, 우선 청와대를 방문하고 싶다. 그 안에서 어떤 비밀스러운 작전과 밀담들이 오고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서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 재세이화, 광명이세. 자고로 크게 실행해야 세상이 바뀌는 시늉이라도 한다. 지금 착수하자. 이제 호외 기사가 길거리에 뿌려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건물 밖 도로에 두 명의 경찰이 서성거리며 주위를 살펴보고 있다. 내게 두려운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자, 이제 내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다. 나는 걸음을 옮겨 건물 밖으로 나왔다. 경찰이 소리쳤다.

  저거다! 잡아!

  경찰 두 명이 달려들어 그림자를 덮쳤다.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경찰은 그림자를 양쪽에서 잡고서 경찰차로 옮겼다. 내 몸이 자꾸만 차안으로 밀려들어간다.

  놔, 이건 그냥 흔적일 뿐야! 이놈들아, 실체를 연행하란 말이다. 실체를! 듀티율! 어디 있나, 듀티율!

 

  듀티율을 불러달라니까. 듀티율을!

  이 사람이 뭐라는 거야? 자꾸.

  경찰이 장삼의 양 팔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벌써 경찰서 안이란 말인가. 장삼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림자 붙잡아서 어떤 죄를 덮어씌우게? 엉?

  정신 차리세요, 아저씨. 참.

  경찰 한 명이 장삼을 흔들었다. 장삼이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니 공간이 파출소 같기도 했고 지구대 같기도 했다.

  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는 거야? 응?

  낯익은 목소리. 장삼이 옆을 돌아보니 영주가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장삼은 어리둥절해서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제가 왜 여기에?...

  경찰이 대답했다.

  아까, 우리가 순찰 돌다가 아저씨를 발견했어요. 깨워도 일어나지도 않고. 그래서 지구대로 모시고 온 겁니다. 신분증을 찾아봤는데 없더라구요. 아저씨 휴대폰 검색해서 집으로 전화했고 아내 분이 달려오신 거예요.

  벽시계가 밤 3시 1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씩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장삼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보았으나 지갑은 나오지 않았다. 어렴풋이 누군가가 자기를 깨우려 하던 모습이 스쳐 지났다.

  ‘아, 그러면 그때...’

  지갑도 잃어버리고 잘 한다. 잘 해.

  영주가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경찰이 말했다.

  자, 아내 분이 오셨으니 댁으로 가시죠.

  네..

  장삼은 목례를 하고서 지구대 밖으로 나왔다. 영주가 차에 올라타고 장삼은 조수석에 앉았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거리. 영주는 아무 말이 없이 전방을 주시했다. 눈에서 레이저 빔이 나오고 있다. 장삼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레이저 빛이 속력을 내며 잠든 도로 위를 갈랐다.

  오전 10시 45분. 집안이 조용하다. 장삼은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제의 일들이 생각났으나 전봇대 이후부터 지구대까지는 다리가 끊어진 철로처럼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난밤에 자다가 깨어 두 번 화장실에 간 기억이 난다. 변기에 머리를 쳐 박고 신물만 겨우 게워내던 고통. 목이 아프고 몸도 무겁고 컨디션이 바닥이다. 평일 시간에 혼자 집에 있으니 어색함이 느껴졌다. 식탁으로 가니 수저와 젓가락이 놓여 있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아무 것도 없다. 장삼은 냉장고를 열어 찌개를 데우고 반찬을 꺼내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그릇을 설거지 했다. 장삼은 오늘 스케줄에 대해 생각을 했다. 영주가 늦게 들어온 날과 의심이 가는 날을 그동안 맞춰보고 통계를 낸 결과 오늘이 그날일 거라는 믿음.

  장삼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을 했다. 개설해놓은 카페로 들어가니 게시판에 여러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광고 글들과 악플도 여전히 달려 있다.

  -인터넷 바카라, 대박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지금 접속!

  - 빨간 그림자 줄까?.. 파란 그림자 줄까?... 흐흐흐

  -제가 님께 정중히 말씀드립니다. 정신과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십시오. 요즘은 정신과 약물이 많이 좋아져서 부작용도 줄어들었고 꾸준히 복용하면서 상담 치료를 받으면 완치 될 수 있습니다. 정신 질환은 절대 숨기면 안 되는 병입니다. 방치할 경우 본인과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님을 위해 드리는 말씀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지 마시고 꼭 진료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정신병자들 때문에 문제야 문제. 대형사고 쳐놓고 정신 질환 있다고 하면 법 처벌이 관대해지고 병원에서 공짜로 치료 받잖아? 이런 놈들은 군사정권 때처럼 싸그리 잡아 수용소로 보내야 하는데. 칵, 퉷!

  -몽큐 바이러스에 정신병자에 세상 참 자알 돌아간다. 이제 좀 있으면 좀비가 나타나겠는 걸?

  장삼은 이런 글들을 삭제하고 강퇴 처리를 했다. 계속 게시 글을 검색하던 중 하나를 클릭했다.

  -저기요.. 저도 사실은 그림자를 잃어버려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같은 사람을 만나다니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님과 얘기하고 싶습니다. 쪽지 부탁 드려요.

  장삼의 눈이 커졌다. 내용으로 봐서는 장난으로 쓴 글 같지가 않았다. 그림자 없는 사람이 있기는 있구나, 라는 반가움과 내가 괴물은 아니었구나, 라는 안도감이 동시에 생겼다. 장삼은 다른 게시 글들을 열어보고 삭제해가며 떨리는 손으로 검색해 나갔다. 또 다른 글이 눈에 들어와 클릭을 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님 글이 장난이 아니기를 진정 바랍니다. 나도 요즘 그림자를 잃어버려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르는데 나 혼자만 괴물이 되어가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나요? 난 지금 지푸라기 하나를 잡은 심정입니다. 당장 연락합시다. 한번 만나 봅시다!

  이글은 확신에 차있었다. 그리고 장삼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례를 말했으므로 진정성에 확신이 들었다. 장삼은 계속 검색해 내려갔다. 또 하나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전 요 근래에 자살하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구세주를 만난 느낌입니다. 연락주세요.

  이 글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긴가민가했으나 자살이라는 단어에서 고통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장삼은 세 명에게 쪽지를 보냈다.

  -안녕들 하세요. 방장입니다. 여러분들만큼이나 저도 눈물 나게 반갑습니다. 드디어 귀한 동지를 얻게 되었군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선 이번 주 일요일 저녁 5시에 모임을 갖도록 합시다. 모두 참석해주리라 믿습니다. 장소와 위치는 조만간 공지사항에 띄워놓도록 하겠습니다. 파이팅!

  장삼의 마음 한 구석에 비로소 가느다란 빛 한 줄기가 새어 들었다. 기나 긴 한밤중을 지나 푸르스름한 여명이 밝아오는 느낌. 장삼은 오늘 일과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윤주는 저녁 학원이 없는 날이고 유주는 오후에 유치원 차가 데려다줄 것이다. 차를 구해 현장으로 가면 된다. 장삼은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TV를 켜자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오늘은 바이러스 환자 열 두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어서 국민들이 큰 불안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염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 하는 비관론도 퍼지고 있습니다.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저도 우려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감염되어서 잠복기에 있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겁니다. 이런 추세라면 당분간 감염 확산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만, 면역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만큼 어느 시점에서 감염자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겠죠.

 

  그렇군요, 다행스러운 점 하나는 아직 바이러스 환자 중에 사망자가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몽큐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질병이 아닌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인 일입니다. MQH1 바이러스가 인간의 면역 체계와 신경계를 파괴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다만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어떤 변이를 일으켜 탈모와 가려움 증세를 유발하는지 아직 연구 중에 있습니다.

 

  박사님, 근데 왜 유독 이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국지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입니까?

 

  저도.. 그게 참 미스터리합니다만... 원숭이와 한국인의 유전자 관계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이 병이 우리 풍토에 정착했다는 것 이외에 아직 의학적으로 밝혀진 게 없습니다. 지금 연구 중에 있으니...

 

  근데, 훈네 섬은 우기가 많은 아열대 지역이고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인데 풍토에 정착했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살고 있지 않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지요. 한국에 낙타가 살지 않지만 호흡기 증후군이 전국에 퍼진 것처럼. 제 말은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풍토에 정착했다고 해서 토착화된 된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메르스처럼 일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 일반인들이 발병 환자들의 증상을 보고서 웃거나 조소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이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이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병에 걸린 사람을 비웃고 조롱할 수 있습니까? 우리 부모 형제 자식이 그 병에 걸려도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정말로 아쉽습니다.

 

  TV에서 발병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흐릿하게 처리를 했다. 환자는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를 반복해서 긁어댔다. 병실 침대를 오르내리며 발작 비슷한 증세도 보였다.

  장삼은 TV를 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뭐야. 무슨 질병이 저래? 저거 전염병 맞아? 하하,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으하하.

  소식을 전하는 기자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말하는 도중 코가 벌름벌름 하면서 짧은 콧숨이 새나왔다. 그러다 입을 앙 다물고 숨을 고르고 나서 겨우 멘트를 이어갔다.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간신히 참고 있는 기자의 모습.

  너도 참 곤혹스럽겠다. 터지는 순간 징계를 받거나 지방 방송사로 전보 조치될 거야. 근데, 웃기긴 웃기다. 하하하.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아니지만 이건 타인에게 웃음을 전염시키는 바이러스로 보였다. ‘웃프다’에 잘 들어맞는 참 요상한 상황.

  학교 끝나고 윤주가 왔다.

  어? 아빠 회사 안 갔어?

  응, 아빠 휴가 내서 며칠 쉬는 거야.

  아빠, 어제 밤에 술 많이 마셨어?

  아니 조금.

  거짓말.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가 떡이 됐대. 떡!

  윤주야, 바이러스 위험하니까 마스크 쓰고 꼭 손 씻어야 해.

  아빠, 그거 걸리면 원숭이 된대.

  아니야, 증상이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너는 웃고 그러면 안 돼.

  장삼은 만 원 한 장을 꺼내 윤주에게 내밀었다.

  자, 용돈. 엄마한테는 비밀.

  와아.

  이따 아빠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밖에 나가야 돼. 엄마도 늦게 오니까 윤주가 반찬 꺼내서 유주랑 밥 먹을 수 있지?

  응.

  그래, 유주 오면 아빠가 치킨 시켜줄게.

  장삼은 시간에 맞춰 동 현관 밖으로 나갔다. 유치원 차가 오고 선생님이 유주를 내려주며 인사를 했다. 유주는 마중 나온 아빠를 보자 좋아서 달려들었다. 장삼은 치킨과 콜라를 주문했다. 배달된 치킨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다. 시간이 되자 장삼은 윤주에게 다시 일러주며 나갈 준비를 했다. 유주가 울먹울먹 하자 장삼은 겨우 어르고 집을 나섰다.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렌터카 업체가 있었다. 장삼은 렌터카 업체에 가서 저렴한 소형 자동차 한 대를 렌트했다. 장삼은 차를 운전해 목적지로 향했다.

  장삼의 차가 사회 교육원 뒤편 주차장에 주차해 있다. 두 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나고 주위가 어둑해졌다. 옆 출입문을 통해 두 명의 남녀가 나와 주차장으로 오고 있었다. 영주와 어떤 남자였다. 장삼은 저 자가 윤 선생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작자라는 걸 직감했다. 미남형의 얼굴에 훤칠하고 건장한 체격. 남자가 무슨 말인가를 하자 영주가 손을 가리고 웃어보였다. 운전대를 잡은 장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은 영주의 차가 아닌 남자의 차에 올라탔다. 외국산 SUV 차량이었다. 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가자 장삼의 차가 거리를 두고 따라 붙었다. 차가 한강 다리를 건너더니 올림픽 대로로 들어섰다. 장삼도 집중을 하며 앞 차를 따라갔다. 한참을 달리자 미사리 표지판이 나왔다. 더 달리고 나서 앞 차가 어느 라이브 카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장삼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조금 더 대기하다가 카페 주차장 한 구석에 차를 댔다. 카페 안에서 가수의 노래 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전 발라드 곡이다. 감미롭게 잘 부르는 걸로 보니 한가락 했던 흘러간 가수인 것 같다. 강이 내다보이고 고급 음식이 나오고 음악이 흐르니 분위기 잡기로는 최적의 장소이다. 한 시간 여 지나자 두 사람이 나왔다. 장삼은 카메라 셔터를 몇 번 눌렀다. SUV 차가 주차장을 나오더니 더 위 쪽으로 향해 나아갔다. 장삼은 거리를 충분히 두고 앞 차를 따라갔다. 다행히 차는 속도를 내지 않고 느긋하게 주행을 하고 있다. 아마도 차안에서 달콤한 얘기들이 오고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달린 끝에 차는 뉴캐슬 모텔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한적한 곳에 세워진 유럽 양식의 건물이었다. 갓길에서도 주차장은 훤히 보였다. 장삼은 카메라의 줌을 펼쳐 확대 비율을 조정했다. 영주가 남자의 팔짱을 끼고서 걸어갔다. 줌을 펼치니 두 사람의 얼굴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윤곽이 잡혔다. 장삼은 연속해서 셔터를 눌렀다. 장삼은 모텔 맞은 편 차도 옆 공간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 저 성안에서 열락의 파티가 열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장삼의 가슴이 불규칙하게 방망이질을 해대고 있었다. 장삼은 문을 따고 들어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런 건 몇 십 년 전 드센 사모님들이 자행했던 수법이다. 쌍욕과 함께 여자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남편은 벌거벗은 몸으로 주요 부위를 가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 이제는 문화적으로 이성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 했다. 전봇대에 걸린 플랜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몽큐 바이러스는 접촉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입니다-

  장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몽큐는 섹스를 좋아합니다.’

  한 시간 반쯤 지나자 두 사람이 나왔다. 영주는 그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다. 장삼은 셔터를 눌렀다. 이제 뒤꽁무니 쫓는 좀스런 짓은 여기서 끝이다. 장삼은 주행 기어를 넣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장삼은 렌터카를 반납하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섰다. 윤주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고 유주는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윤주야, 저녁 밥 잘 챙겨 먹었니?

  응.

  윤주는 게임을 하면서 대답했다. 오늘은 게임을 그만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장삼은 유주를 안아 방 침대에 누이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장삼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렸다. 볼만한 프로가 없다. 장삼은 소파에 옆으로 누워 초점 없는 눈으로 화면을 보았다. 시간이 더 흐르자 영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 회식이 있어서 좀 늦었네.

  응.

  애들 밥은 먹었어?

  응.

  자기, 안 먹던 술을 마시고 요즘 무슨 일 있어?

  응.. 아니.

  영주는 윤주 유주의 잠자리를 살펴보고는 안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TV에는 셰프들이 나와서 요리 프로를 진행하고 있었다. 외모도 좋고 말 빨과 끼가 있는 팔방미인의 셰프들. 현란하고 능숙한 손놀림을 거쳐 때깔 좋은 음식들이 접시 위에 탄생한다. 출연자들이 맛을 보고는 천국에 오른 표정을 짓는다. 요리 한 접시가 뭇사람들을 요리하고 있었다. 장삼은 오늘 건진 좋은 재료와 소스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를 할까 곰곰이 생각하고 생각했다. 최상의 재료와 소스가 있다 하더라도 손길이 서투르면 형편없는 음식으로 전락해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장삼의 머릿속에서 일류급 셰프들의 손길이 경연 대회 치르듯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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