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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7. 마지막 이야기(6)
작성일 : 19-10-01 23:32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8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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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뛰는 괴물과 그 사이에서 열심히 도망 다니는 아바르와 데미아. 격렬한 싸움이라기보다는 조금은 일방적으로 괴물이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괴물의 팔과 다리가 미친 듯이 그들을 짓뭉개기 위해 열심히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아바르! 내 뒤로!”

 

 “알았어!”

 

 데미아는 녀석의 파상공세를 한번 끊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주변의 물체들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괴물은 그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점점 속도가 주는 팔을 어떻게든 우겨넣으려고 했다.

 

 “크... 크아아아악!”

 

 “휴우.... 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붉은 날개가 펼쳐지면서 그녀는 앞에 모은 힘을 그대로 방출시켰다. 괴물은 순간 그 힘에 밀려나가며 그대로 뒤로 수차례 굴러갔다. 그 사이 데미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살짝 떨리는 팔을 부여잡았다.

 

 ‘흐...... 역시 예전만도 못해졌어. 아니 이제는 예전처럼 쓰지 못하는 건가?’

 

 그날 이후로 겨우 몸을 추슬러낼 정도 만들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옛날의 그 ‘신’이라고 불리던 시절처럼 힘을 쓰지는 못하겠다. 그저 저렇게 공간을 비틀어서 압축하고 팽창 시키는 정도로만.

 

 ‘아니면... 뿔 하나가 없어서 그럴지도.’

 

 그녀의 이마에 잘린 왼쪽 뿔을 어루만지며, 그녀는 살짝 이를 갈았다. 오른쪽 뿔과 비교해봤을 때 상당히 짧아 보이는 왼쪽 뿔은 칼로 반듯하게 잘린 것 같아보였다. 사실 진짜 잘리긴 했지만.

 

 “괘.. 괜찮아?”

 

 아바르는 급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데미아는 그런 그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괜찮아. 그 보다 2차 포격은 언제쯤 올 것 같아?”

 

 “아마 신호를 올리면 금방 쏠 걸? 거기다 애들도 빠져나갔으니 더 격렬하게 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럼 된 거지 뭐. 한 번 더 신호를 올려줘. 이번에는 녀석에게 정통으로 먹여보겠어.”

 

 아바르는 즉시 주머니에서 신호탄을 꺼내 하늘 위로 쏘아올렸다. 동시에 데미아는 바닥에 부러진 검을 꽂고 그대로 무엇인가를 외웠다.

 

 「작은 불씨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들불이여..........」

 

 “크오오오아아아아!”

 

 괴물은 그 모습에 눈살을 크게 찌푸리며 격렬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그 이상한 힘에 다시는 당하지 않기 위해, 녀석은 있는 힘껏 땅을 박차며 그녀에게 뛰어들었다. 물론 그걸 그냥 두고만 볼 그들이 아니었지만.

 

 팡!

 

 “끄아아악!”

 

 “이봐, 날 잊으면 안 돼지?”

 

 아바르의 슬링이 녀석의 눈을 정통으로 맞췄다. 섬뜩하고 초점 없는 눈동자가 돌에 짓뭉개져 검은 피를 쏟아냈다. 그 눈을 제외한 녀석의 다른 눈은 일제히 아바르를 바라보며 부르르 떨어댔다.

 

 “크... 키아아악!”

 

 “시끄럽다고, 이 망할 녀석아!”

 

 팡! 팡! 팡!

 

 슬링으로 열심히 녀석을 견제하며 데미아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녀의 주변이 다시금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떨리는 게 보였다. 괴물은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아바르의 견제가 너무 성가셔서 움직이질 못했다. 정확하게 눈과 입만을 노리는 집요한 공격이 녀석의 발목을 잡았으니까.

 

 “역시 짐승은 짐승인가보군. 단순한 공격에 움직임이 멈추는 걸 보니까.”

 

 “데미아! 얼마만큼 남았어? 곧 포격이 쏟아질 거야!””

 

 “곧,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 방출시킬 거야. 바로 지금!”

 

 슈우우웅! 하늘을 뒤덮은 강철비가 눈에 보였다. 순간 데미아의 손에서 거대한 힘이 방출되며 녀석을 감싸기 시작했다.

 

 “키... 키아아아악!”

 

 “찌그러져라!”

 

 그녀의 힘은 녀석을 움직이지 못하게 꽉 눌러두고, 머리를 하늘 위로 들게 만들었다. 비명을 지르던 입을 닫으려고 애를 쓰지만, 그녀의 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철 우박은 그 입을 향해 맹렬하게 쏟아져내려왔다.

 

 “키.. 키아아악!”

 

 “너구리! 가만히 있어!”

 

 데미아는 아바르를 푹 끌어안고 자세를 낮추었다. 아무리 녀석을 조준했다지만, 수백, 수천 발이 모두 녀석에게 갈 일은 없으니까. 새빨갛게 달궈진 불덩이들은 그렇게 그들 모두를 집어 삼키며 일대를 모조리 부수기 시작했다.

 

 콰과광! 쾅! 쾅!

 

 “키아아악! 키아아악!”

 

 아까보다 더 많은 탄환을 일제히 쏟아 부은 덕분인지, 일대의 지형이 바뀌어버렸다. 언덕길은 온통 갈려나가 하나의 절벽과도 같이 깎여버렸고, 솟아있던 바위들도 가루가 되어 날아다녔다.

 

 “으으윽....... 괜..... 찮아?”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갑자기 끌어안아서 놀랐다고!”

 

 파편이 스치긴 했어도 그들 쪽에는 포탄이 빗겨서 떨어진 게 많았다. 파편에 살짝 스친 상처들을 제외하고는 다친 데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정확히는 아마도 그녀가 막아준 것 같았지만 말이다.

 

 “하아.. 하아......”

 

 “분명 무리 했지! 그렇지?! 아까 힘을 사용했을 때 팔 떠는 걸 봤었다고!”

 

 “하아..... 야... 근데.... 너 되게 푹신하다......”

 

 “야이씨! 이 상황에도 농담이 나오... 우욱! 우와왁!”

 

 “푹신해......”

 

 데미아는 아바를 다시 끌어안으며 잠시 바닥에 누웠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데미아를 바라보며 마구 몸부림치며 말했다.

 

 “야이씨! 난 애완동물 같은 게 아니라고! 그리고 너 진짜 데미아 맞아? 모습도 변하니 정신도 맛 갔어!”

 

 “나... 정상이거든? 어쨌든... 푹신해.”

 

 “아아악! 그만하라고!”

 

 아바르가 기를 쓰고 그녀의 품에서 탈출 하려고 했지만, 상상 이상의 힘에 의해 손에서 벗어날 수 가 없었다. 괜히 그녀가 최연소(?) 군단장이 된 게 아니다. 그 숱한 기사들을 이기고 정점에 선 사람이니까.

 

 “근데.... 아마 이게 다가 아니겠지?”

 

 아바르의 말에 데미아는 잠시 쓰다듬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괴물 쪽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까의 포격도 그냥 견디던 녀석인데, 순간 녀석의 주변에서 포탄들의 속도를 올려본다고 해서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오히려 화만 돋우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겠지. 끝판왕은 저런 먼지 속에서 툭툭 몸을 털며 등장하길 마련이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래먼지들이 걷어지며 천천히 녀석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피부와 살점들이 찢기고, 입 주변은 그대로 뭉개져버렸지만, 녀석은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동시에 녀석의 이마에서 솟아난 보석은 녀석의 눈동자만큼이나 섬뜩한 붉은 기운을 내뿜었다. 마치 녀석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 붉은 기운은 녀석의 몸 구석구석을 감돌며 상처들을 하나하나 치료하기 시작했다.

 

 “상처가 치료될 때 까지 얼마나 걸릴까?”

 

 “아마 금방이겠지.”

 

 아바르와 데미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녀석이 아무리 짐승이고 머리가 없다고 해서, 다시금 이 공격을 받아줄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거기다 데미아의 힘도 쓸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사실상 마지막 공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짝! 짝! 짝!

 

 “하하하.... 그 정도 가지고 녀석을 쓰러뜨리려고 했습니까? 아크토리아님? 괜히 걱정한 것 같군요.”

 

 낯선 목소리에 깜짝 놀란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언제 왔는지 모를 붉은 로브의 남자가 박수를 치며 서있었다. 마치 괴물과도 같은 붉은 기운을 전신에서 내뿜으며, 기분 나쁜 웃음일 지으며 말이다.

 

 “참, 그 성으로 부르지 말라고. 이 망할 자식아.”

 

 “그래도 아직 본 손님이 오지 않았.... 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터벅터벅 걸어오는, 부스스한 검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퀭한 눈을 뜬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데미아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 너어! 왜 여기에 왔어!! 아프다는 녀석이!”

 

 그녀가 말을 하든 말든, 그는 어깨에 그의 검을 걸치며 뻐근한 듯 목을 풀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하.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라고.”

 

 그 아이가 들고 있던 검을 짊어진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며 괴물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마치 무엇인가 많이 화가 난 표정으로. 괴물 역시 그런 그를 보면서 매우 격렬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크.. 크아아아아아!”

 

 격렬한 외침과 함께 달려드는 녀석과, 녀석에게 달려드는 그. 괴물과 그가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폭풍의 눈에서 아바르와 데미아는 그저 그 둘의 싸움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싸움에서..... 두 사람이 끼어들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한편.

 

 .......

 .........

 

 으으........

 

 분명 스피넬을 업고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엇인가가 다가와 그녀들을 덮쳤었다. 매우 낯익은 모습의 어떤 형체가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 업혀있던 스피넬을 어디론 가로 데리고 가.......

 

 “으...... 스피넬? 스피넬!”

 

 급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놀란 리엔이 급히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멜! 괜찮아?!”

 

 “리.. 리엔 언니?! 스피넬은 어디 있어요?”

 

 “지금 치료 받고 있어. 그나저나 너희 둘 다 괜찮아? 심한 부상을 입고 왔던데?”

 

 리엔은 방금 전 병사들이 두 사람을 업고 온 얘기에 대해 얘기했다. 처음 보는 검은 머리의 남자가 두 사람을 양 어깨에 업고 나타난 것과 그리고는 순식간에 사라진 것에 대해.

 

 “근데.... 엄청 젊은 남자라고 했어. 갑옷도 3군단 갑옷을 입고 있었다고 했고. 난 또 관리관님인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리엔은 순간 아멜이 뛰어나가려는 것을 보고 급히 그녀를 잡고 말을 했다. 아멜은 괜찮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옆구리에는 이미 크게 베인 상처가 있었다. 아까 아바르에게도 숨기며 싸우고 있었는데, 리엔의 눈은 못 속인 모양이었다.

 

 “근데... 제 검이 없어요!”

 

 “뭐?! 뭐라고?”

 

 그러고 보니 스피넬의 창도 없는 게 보였다. 무구 적합자의 무기는 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무기인데...... 그걸 갑자기 가져갔다고?

 

 “서.. 설마? 녀석들이?!”

 

 리엔은 급히 권총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아멜 역시 아픈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천막 앞에서 아이엘이 그들을 가로 막으며 두 사람을 붙잡았다.

 

 “거기 두 사람. 가만히 있으세요.”

 

 “아이엘씨! 지금 큰일 났다고요! 무구가 없으면.... 녀석들을 상대하기가....”

 

 “괜찮아요. 그 무기 들고 간 사람이 누군지 아니까요.”

 

 아이엘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멜은 아픈 통증을 참아가며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이엘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2군단장님이 급하게 쓸 일이 있다고 가져갔어요. 근데 그분도 그걸 못 쓸 텐데, 왜 가져갔는지는 모르겠어요.”

 

 “2군단장님이요? 갑자기 이 순간에?”

 

 가끔씩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그인데, 왜 이 순간에 그걸 가져갔을까 의문이 들었다. 거기다 분명 그는 지금 반대편에 설치된 간이 지휘소에 있어서 이곳까지 오려면 적어도 30분은 넘게 걸릴 테니......

 

 ‘분명 쓰러졌을 때와 여기 도착한 시간이..... 겨우 10분 조금 흘렀잖아.’

 

 쾅!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지는 게 느껴졌다. 다른 이들이야 갑자기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거나, 아까 떨어진 대포격의 여파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 이건.......”

 

 “안 돼. 일단 상처를 치료 받아야 해!”

 

 아멜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이걸 못 알아차리는 게 이상한 것이지.

 

 “상처만 치료 받으면 나갈 수 있는 거죠?”

 

 “그.. 그래. 그 다음에 안정을 취하고.....”

 

 “그럼 빨리 해주세요.”

 

 그녀는 급히 갑옷을 벗고, 상처가 난 부위 쪽의 옷자락을 찢어냈다. 성급하게 움직이다보니 손이 떨린 것도 있고, 옷에 피가 많이 묻어서 인지 계속해서 미끄러져서 화가 날 정도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옷을 찢자마자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곧장 붕대와 소독약을 가져왔다.

 

 “으.. 으이익!”

 

 아멜은 급히 상처에 소독약을 붓고, 연고를 바르며 붕대를 묶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소독약도 반이나 흘리고, 붕대는 엉성하게 묶였다. 오히려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상처가 더 벌어지는 느낌만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엔은 급히 다가와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무리 급해도 천천히 하렴. 그래야 빨리 움직일 수 있다고.”

 

 그녀의 말에 아멜은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바닥에 떨어진 소독약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과, 연고도 제대로 발려지지 않아 한쪽은 떡이 지고 한쪽은 너무 얇게 펴져있었다. 붕대도 허둥지둥 거리다보니 제대로 풀지도 못했다.

 

 “아.. 아앗....”

 

 “천천히. 그리고 마음을 비우렴. 그래야 뜻대로 할 수 있으니까.”

 

 리엔은 그녀의 상처를 봐주며 소독약을 부어 주변을 닦은 뒤, 연고를 발라두고 그녀에게서 붕대를 뺏어 천천히 감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작은 손이 아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초조해 하는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나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고. 근데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참.”

 

 그녀는 아이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아이엘은 잠시 고개를 돌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능청스럽게 말을 하기에,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아멜은 볼을 한껏 부풀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니, 언니도 저를 속이고 있었던 거예요?”

 

 “그... 그게.....”

 

 “아저씨가 위험한 걸 뻔히 알면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너희 둘 다 상처가 크게 벌어져 있잖니! 너희들이 무리한다고 관리관님이 좋아할 것 같니?!”

 

 리엔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누군가가 다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니까. 무엇보다 그녀들이 다치는 것을 싫어하니까. 아마 그녀들의 상태를 보고 뛰어간 게 분명했다.

 

 그 괴물을 찢어버리기 위해서.

 

 쾅! 콰과광!

 

 거대한 충격음이 두 차례 더 울려 퍼졌다. 포격보다도 더 큰 충격에 병사들 사이에서의 동요도 더 커져만 갔다. 리엔은 급하게 그녀를 나두고 밖으로 나가 큰소리로 외치며 동요하는 병사들을 다독였다. 그저 토벌부대 부관으로 있던 그녀는 어느새 다른 소속의 병사들도 다독일 정도로 빠르게 녹아들어가 있었다. 참, 어디에 가든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하던 그의 말이 떠올라서인지, 아멜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후... 아멜, 진짜 대단하지? 저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가 아니라 리엔씨가 이곳 부관이었으면 한다니까?”

 

 아이엘 역시 그녀의 친화력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뭐, 덕분에 조급해 하던 그녀가 어느새 안정을 찾아서, 차분하게 있을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아이엘은 천천히 그녀에게 새로운 갑옷과 검을 쥐어주며 말을 이었다.

 

 “뭐, 일단은 말이야. 너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긴 했었어. 하지만 말이야. 널 보니 그러질 못하겠네.”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맞아. 그만큼 너희들을 사랑하니까.”

 

 특히 너를 말이야 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 말은 차마 말을 하진 않았다. 그것은 그와 그녀와의 한 가지 약속이었으니까.

 

 ‘절대로 그 아이에게 내 얘기를 하지 말아줬으면 해. 부탁할게.’

 

 “그런 사랑 따위는 필요 없는데...... 차라리 같이 싸워달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알아. 누군가에게 부탁 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우리 군단장님도, 아델씨도 말이야.”

 

 그녀는 주머니에서 천천히 작은 물약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약을 본 아멜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그건......”

 

 가끔씩 전설로만 들려오던, 모든 상처를 순식간에 낫게 하는 약. 에테레아의 귀족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가지고 있다고 전해져 오는 비약이.... 아, 참 그녀가 에테레아의 귀족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지!

 

 “어차피 우리 집에 몇 개 더 남아있는 걸. 그리고 아버님도 이런 일에 쓰인다면 마음껏 쓰라고 하실 거야.”

 

 빙그레 웃으며 그녀는 천천히 약을 아멜에게 넘겨주었다. 약을 넘겨받은 아멜은 잠시 그 약을 바라만 보다가.... 마음을 다잡고 병뚜껑을 열고 그대로 한 번에 들이켰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 나 있던 상처가 천천히 아무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엘은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조심히 갔다 오렴.”

 

 “네. 알겠습니다.”

 

 아멜은 언제나 그렇듯 검을 등에 매고, 천천히 천막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엘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서로를 바라보려고 하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그 둘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너무나도 슬플 뿐이었으니까.

 

 ‘그저.... 다치지만 않았으면.....’

 

 그저 그런 바람만을 뒤로 한 채, 그녀는 곧장 병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작가의 말
 

 10월 첫날이 되었네요! 우와... 벌써...... 올해까지 3달 밖에 안남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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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13. 벌집(4) 2019 / 7 / 2 313 0 7817   
72 #13. 벌집(3) 2019 / 6 / 19 272 0 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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