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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1부- 10회
작성일 : 19-10-01 23:14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7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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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진희 님."

  "으응......?"

 

  인간계에 밤이 찾아오고 둥근 달이 떴다. 어느새 포근한 품에서 잠들어 버린 진희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어 깨운 키미안이 돌아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제 가야죠."

  "응...... 그래야지."

 

  녹색 눈동자가 그리운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깜빡였다.

 

  저 이제 갈게요. 건강해야 해요.

 

  혹여나 잠에서 깰까, 마음 속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외친 진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서류에서 볼 일 없기를......"

 

  둥근 달이 연두색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렌나의 기운이 담긴 달은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기만 했다. 이젠 돌아갈 시간이라는 걸 알리듯이.

 

  ***

 

  신계의 오후는 꽤나 평화로웠다. 인간계가 저녁인 반면, 신계는 아직 인간계로 치면 오후 5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에 환한 광망이 대지를 푸근하게 끌어 안고 있었다.

 

  북부에서부터 중앙까지 걸어오는 동안 많은 것이 보여 눈이 심심하진 않았다. 다양한 곡선으로 휜 나무들, 거리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을 기리는 이들, 신나게 연주하는 악단들, 어딘가로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 꽃에 앉아 잠시 쉬던 요정들, 들판을 뛰어 다니는 짐승들까지, 볼 것들은 참 많았다.

 

  중앙 뿐만 아니라 북부에도 다양한 종족들이 거주하고 있어 신기함에 들뜬 것도 잠시, 거리 골목에서 슬피 우는 이들도 있었기에 조용히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신족이라는 게 무엇인지, 온 몸을 꽁꽁 가려도 모두가 둘을 보며 수군거리기 바빴다. 갑자기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제 자식의 수명을 늘려 달라는 이도 있는가 하면, 지옥에 버려진 제 식구들을 용서해달라는 이도 있었다.

 

  제 4대 신이 생명의 권능을 맡았다는 소식이 이미 전곳에 퍼진 모양이다.

 

  아픈 영혼들의 요구에 지친 진희를 말 없이 지켜보던 키미안이 기척을 숨겨 겨우 거처까지 오게 되었지만, 신들의 거처까지 침입하려던 이들이 대거 적발되면서 재판의 자리에 올랐다.

 

  "후우......"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댄 진희가 잔뜩 쌓인 서류 앞이 아닌, 잔뜩 쌓인 책 앞에 앉았다.

 

  집무실이 아닌 제 방이라는 점 하나는 좋았다만, 산처럼 쌓인 책들을 보며 한숨만 내뱉는다. 앞으로 이 책으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 당분간 서류를 볼 일이 없다는 거 하나는 끝내주게 좋긴 했다.

 

  "책 보시기 전에 이거 먼저 봐요."

 

  가지런히 놓인 책들을 옆으로 잠시 밀어 넣은 키미안이 크고 빛바랜 종이를 책상에 올린다.

 

  "지도야?"

  "네, 신계 지도의 일부예요. 일단 이건 지금 있는 중앙 부분만 그려진 겁니다."

  "이게 일부라고......?"

 

  신계가 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한 불신의 눈빛을 본 키미안이 나머지 지도 네 장을 보여주며 신뢰를 샀다.

 

  "오늘은 중앙 부분만 외우고, 내일부터 북부, 남부, 동부, 서부, 망자들의 도시도 공부할 겁니다."

  "나 차라리 일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난 로봇이 아니야, 이것아.

 

  이 커다란 신계 내부를 다 외우란다. 할 말을 잃어 허탈의 웃음만을 내뱉던 진희가 끝내 울상을 지었지만, 키미안은 얄짤 없다는 듯 바로 지도 설명에 들어갔다.

 

  "진희 님도 아시겠지만, 저희가 머무는 거처는 중앙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좀 멀어진 여기엔 수피아 궁이......"

 

  지칠 줄 모르는 키미안의 계속된 설명에 지루함이 커져간다. 새로운 곳을 알아간다는 건 꽤나 흥미가 있지만, 업무하는 것도 바쁜데 어딜 돌아다니겠는가. 그리 생각하며 따분함에 창밖만 바라보던 진희의 귓가에 달콤한 말이 내려앉았다.

 

  "수피아 궁엔 인간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설들이 모여 있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신족들도 이용할 수 있고, 오히려 가면 특혜를 잔뜩 받을 수 있습니다."

  "진짜?"

 

  그제서야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진희가 기대감에 부풀었다.

 

  "방탈출 카페는? VR은? 카페는 있어? PC방도?"

  "네. 다 있습니다."

 

  와. 미쳤다.

 

  감격을 넘어 감동한 진희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린다. 잔뜩 올라간 광대 덕분에 입을 가린 게 쓸모 없어졌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업무에만 찌들어 살아야 할 줄 알았던 신계 라이프가 아닌, 나름대로의 천국이 존재했었던 것이다.

 

  "아! 혹시 PC방 시간 제한 같은 거 있어? 막 몇 시엔 이용 불가능하고 이런 거."

  "그런 건 없습니다. 수피아 궁을 관리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번갈아 가면서 하거든요. 모든 시설이 하루 종일 돌아갑니다."

  "신이시여......"

 

  신 하길 잘했다.

 

  가슴 앞에 두 손을 꼭 모은 채로 감격의 눈물을 삼킨 진희가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인 것도 잠시, 다급한 표정으로 키미안의 팔을 톡톡 두드렸다.

 

  "키미안... 혹시 여기 돈 내고 이런 거 있니?"

  "네? 당연히 있죠."

 

  그럼 그렇지. 세상은 더러웠어.

 

  바로 미소를 거두고 인상을 팍 찌푸린 진희가 한숨을 푹 내쉬자, 키미안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죽은 자들은 인간계에서 쌓은 선행에 따라 신계의 화폐가 주어지고, 그것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신족들은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습니다."

  "오오!"

 

  더럽다는 거 취소.

 

  밤을 새서라도 모든 시설을 이용해주겠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오른다. 죽어라 일하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녹색 눈동자가 부담스러울 만큼 열정에 반짝반짝 빛이 나자, 키미안이 별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이용하시는 것까진 괜찮은데, 업무가 있으니 과한 이용은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어느 정도 잘 시간은 마련해두세요."

  "그럼, 그럼. 날 뭘로 알고."

 

  신뢰할 수 없는 진희가 자신을 믿어보라며 자신감을 뿜어낸다. 제 주인을 알기에 믿을 수 없는 키미안이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시설은 뭐... 다 설명했으니... 여기 보이죠? 거처를 둘러싸고 있는 거."

  "어. 이게 뭔데?"

  "창밖에 바로 보이는 거요. 리니아 님의 정원입니다."

 

  리니아라는 이름에 잠시 흠칫 놀란 진희가 빠르게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써 침착한 척 했다.

 

  "으응. 그렇지. 정원이 있지."

  "...... 정원은 다 아시니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연기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감정을 읽는 키미안이 모를 리 없었다. 잠시 머뭇거린 키미안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책상에 빛가루를 쏟아냈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당황해서 입만 벌리고 있는 진희에게 준비한 것은 초코 조각케이크였다. 어느새 가루가 케이크가 되어 제 앞에 놓이자 소스라치게 놀란 진희가 키미안의 눈동자만 말 없이 쳐다봤다.

 

  "드시면서 들으셔도 좋아요."

  "이거 그거 맛없는 그거 아니지."

  "... 초코케이크입니다."

 

  어이쿠. 당연히 알고 있었지. 모른 척 해 준 거지, 그냥, 이라며 횡설수설 뒷말을 붙인 진희가 행복한 표정으로 케이크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이 세상에서 초코와 녹차가 사라지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까.

 

  만족한 제 주인을 보며 한결 마음이 놓인 키미안이 지도 우측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여긴 신들이 쉬는 쉼터예요. 수피아 궁에 있는 것보다 더 좋은......"

  "더 좋은 PC방?"

  "아뇨. 더 좋은 온천과 수영장이 존재합니다."

 

  그렇군.

 

  딱히 많은 흥미를 보이지 않은 진희가 남은 케이크까지 입에 한가득 집어 넣고 맛을 음미했다. 거처에서 수피아 궁까지는 꽤 거리가 되고, 거기에다가 그 길은 신력이건 마나건 사용할 수 없기에 텔레포트도 불가능하다. 즉, 열심히 걸어야 한다.

 

  그런 것 정도는 감수하고 갈 진희였지만, 신들의 쉼터에 PC방이 있었더라면 그런 수고가 덜어질 테니 나름 기대한 모양이었다.

 

  "너무 실망하시진 마시고, 자, 이제 위쪽을 볼까요?"

  "어어. 그래."

 

  케이크를 모두 먹어치운 진희가 냅킨 한 장을 뽑아다 입을 닦으며 지도를 가리키는 손가락에 집중했다. 저기엔 어떤 시설이 존재할까, 혹시 최신형 컴퓨터가 있는 PC방이 있을까.

 

  "가운데로 보이는 길은 북부로 가는 길이고, 여긴 수피아 궁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시설이 갖춰진 하일하스 마을이 있어요. 인간의 생을 살며 가장 많은 선행을 쌓은 이들이 거주하기도 하죠."

  "그래, 다음."

 

  하일하스도 나중에 한 번 가 봐야겠네.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다음 설명을 기다리던 진희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흥미를 보였다.

 

  "키미안."

  "네."

  "여기, 여긴 뭐야?"

 

  하일하스 마을의 우측 상단에 위치한 무언가. 알 수 없는 구불구불한 그림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내뱉자, 키미안이 바로 입을 열었다.

 

  "여긴 가장 거대한 폭포와 강이 있습니다. 그것 외엔 없어요."

  "아항."

 

  오케이, 저긴 보류.

 

  빠른 차단과 함께 진희의 입에 아무것도 안 꽂힌 포크가 물려졌다. 입이 많이 심심한 지 포크를 입에 문 채 쩝쩝 소리를 내는 걸 보던 키미안이 한숨을 푹 내쉬며 또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오옹. 센스있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따 저녁도 드셔야죠. 군것질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너 진짜 우리 엄마 같아."

 

  포크를 내려놓고 키미안이 내려준 쿠키를 오독오독 씹으며 짙은 녹색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머니 마냥 하나하나 신경 쓰며 챙기는 걸 보고 뱉은 말에 키미안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럴 리가요. 진희님의 어머님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요. 자식을 진심으로 아끼는 부모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겁니다."

  "그건 그래."

  "자, 그럼 이제 하단을 봅시다."

 

  조금의 잡담도 허용할 수 없는지 빠르게 진도나가는 키미안을 보며 쿠키만 오독오독 씹는다. 아래는 정말 볼 게 없었다. 요정들의 거주지라고 하는데, 자신과는 상관 없으므로 온 신경을 수피아 궁에 집중시켰다.

 

  밤을 새서 일을 하더라도 미리 다 끝내고 저기서 하루 종일 놀 계획을 세우는데, 키미안이 중앙 지도를 치우고 북부 지도를 올렸다.

 

  "이제 북부를 봅시다."

  "엥. 이것밖에 없어?"

 

  북부의 지도를 눈동자에 담은 진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까 걸어올 때부터 느꼈지만 정말 휑했다. 여러가지 포털이 있는 숲과 작은 마을, 그뿐이었다.

 

  "네. 이게 다예요. 하지만......"

 

  키미안이 숲에 여기저기 적힌 글씨들을 보란듯이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는 포털이 있는지 정도는 외워야지요."

  "... 차라리 죽여줘."

 

  먹던 쿠키를 접시에 내려놓던 진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표시되어 있는 포털만 해도 서른 개가 넘어갔다. 거기에다 알 수 없는 꼬부랑 글씨로 길게 적힌 문자들은 자동적으로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신은 죽지 못 합니다. 여기 있는 포털들은 다 중요한 역할들을 맡아요. 여긴 인간계. 여긴 우주. 여긴 필르야티엘. 여긴 또다른 세계들이 있죠."

  "오, 야, 잠깐만."

 

  다른 세계라니.

 

  타 세계에 흥미가 돋은 진희가 눈쌀을 찌푸리고 글씨를 노려보았지만, 글씨가 읽힐 리 없었다.

 

  "이거 다 다른 세계야?"

  "네. 일단 하나는 진희 님도 아시는 필르야티엘, 그리고 여긴 다양한 종족들이 사는 하울링이...... 여기는......"

 

  설명을 집중해서 듣던 진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듣다 보니 참 이상했다.

 

  "키미안, 근데 왜 내가 있던 세계의 생물들만 서류로 올라와?"

  "아, 유독 그곳이 짧은 수명을 지녔습니다. 다른 세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거든요. 동식물도 꽤 오랜 세월을 살아가죠. 조만간 다른 세계의 생물들도 서류로 올라올 것입니다."

 

  녹색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 다른 세계 생물들의 생김새를 볼 수 있다는 걸까. 허나 그 기대는 오래 가지 못 했다.

 

  이게 뭐람... 빨리 죽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한심함을 탓하며 뼈저리게 반성한 진희가 다시 한 번 쿠키를 집어 들었다.

 

  "이건 숙제로 낼게요. 포털 다음주까지 다 외워오실 수 있죠?"

  "뭐야? 키미안, 잘 들어."

 

  입으로 넣으려던 쿠키가 다시 접시로 돌아가고 진희의 표정도 사납게 돌아갔다. 사뭇 진지하면서도 사나운 표정에 키미안이 긴장하며 진희를 응시했다.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뭔 줄 알아?"

  "뭐... 뭔데요?"

  "숙제야."

 

  말 하나하나 곱씹으며 또박또박 내뱉은 진희가 다시 한 번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을 해 봐. 학교가 끝났어. 오후가 됐지. 그러고 이제 집에 가니? 아니지. 학원을 가지. 학원이 끝났네? 이제 집에 가서 뭐 해. 숙제 해야지. 숙제 다 하니까, 어이쿠 잘 시간이 됐네?"

  "진희 님은 학원 다니신 적 없잖......"

  "쓰읍, 조용히 해."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곤 진희가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한 번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학원이 없다 해도, 어? 집에 와서 숙제는 해야 돼. 학교 쉬는 시간이랑 점심 시간에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지? 집에서 해야 돼.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 학교에서 실컷 공부 했으면 집에선 쉬어야지!"

 

  가면 갈수록 언성이 높아지는 진희를 보며 입을 벌린 채 눈만 꿈뻑이던 그가 저절로 바르게 앉게 되었다. 어쩐지 잔소리 같아 자세를 고치고 경청하게 된 키미안이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학생이 공부만 하는 벌레야, 뭐야. 뭐, 다들 네 미래를 위한 거다, 하는데, 웃기지 말라, 그래. 여기 인생은 노력이 아니라 빽이야. 노력한다고 다 되면 전부 잘 먹고 잘 살겠다."

  "저... 알겠으니 이제 남부를......"

 

  가면 갈수록 주제와 벗어난 말에 키미안이 입을 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진희가 머쓱거리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동시에 뻘쭘해진 키미안은 가벼이 목을 풀며 남부 지도를 책상에 올렸다.

 

  "남부엔 들를 일이 거의 없을 겁니다. 지옥이 아니라 신계,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는 천국에서 살게 된 영혼들의 거주지거든요."

  "거주지 치고는 작아 보이는데?"

 

  이 안에 몇 십억의 생명들이 산다고?

 

  그 의문은 키미안의 대답으로 꽤나 쉽게 풀렸다. 너무나도 단순한 기본 지식이었다.

 

  "그야 매일 환생하는 이들이 있으니까요."

  "아, 그러네."

 

  환생... 이 망할 환생......

 

  환생, 그래, 정말 좋다. 정말 좋은데, 서류 작성이 매우 복잡하고 힘들었다. 병아리 신한테 닭들이 어려운 난이도의 권능을 쥐어주다니.

 

  어디로 환생할 지는 랜덤이라 정할 수 없지만, 현생의 자료 내용을 다 옮기고 그가 원했던 것이나, 한으로 남은 것들을 조사해 되도록이면 그쪽으로 갈 수 있게끔 적어서 두 번의 전달을 마쳐야 한다.

 

  처음에 리니아에게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르레이스비에게 확인 받아야 서류가 통과되어 정상 처리가 되는데, 강도 높은 업무와 많은 시간은 다 이 서류 때문이다.

 

  사망자의 경우 사인만 하면 끝나지만, 환생자의 경우 여러 번의 일이 반복되었다.

 

  "너무 표정 구기지 마세요. 환생을 해야 그 생물의 한을 풀어주죠."

  "그래... 다 좋은데... 좀 방식이 쉬워졌으면 좋겠어......"

 

  그 말만은 공감하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키미안이 빠르게 서부 지역의 지도를 올렸다.

 

  "키미안......"

  "네?"

  "이제 그만... 조금만 쉬고 하자, 응?"

 

  키미안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창문엔 어두움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키미안이 미안한듯 지도를 치우자, 자리에서 일어난 진희가 그를 잡아 이끌었다.

 

  "저녁 먹으러 가자."

  "네."

 

  키미안이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도 좋지만, 음식하면 수피아 궁이 최고였다. 전생에 실력 있는 요리사였던 이들이 이곳에 취직해 일하면서 다음 생의 질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계의 일은 강도가 높지만, 이곳에서 일정 기간동안 일할 때마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 더 가까운 다음 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키미안에게 들은 바로는, 현재 인간계에 있는 고위 간부들은 다 신계에서 청소부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이번에 죽으면 웬만한 이들은 다 신계에 발도 못 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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