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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정체불명연애
작가 : 옛날통닭
작품등록일 : 2019.9.23

수녀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서우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쌍둥이 동생 때문에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언니 미안한데 나대신 내 행세좀 해줄래?" 외모는 똑같으나 성격은 180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꼬이고 꼬이는 위장 연애담.

 
08.도발적인 민우
작성일 : 19-10-01 08:25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3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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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금 민우는 루프탑 식당에서 옥상 경치에 눈을 떼지 못하는 서우를 감상 중이었다. 이 루프탑 층은 건물 컨셉에 맞게 빈티지한 소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색 천의 테이블보와 앤티크 한 촛대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했다.

 

 

 

 오늘은 민우가 의도했던 대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약속을 잡긴 아주 힘들었지만 마치 처음 보는 광경인 것처럼 좋아하는 서우를 쳐다보며 민우는 새삼 작은 뿌듯함을 느꼈다. 더구나 오늘 서우는 평소처럼 진한 화장을 하지 않아서인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그런 모습이 민우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둔 민우는 그만큼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다. 민우는 자신의 노력으로 어찌 될 수 없는 인간관계보다는 자신의 일에 훨씬 집중했다. 그 때문에 인기는 많아도 연애는 순탄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아하는 서우를 쳐다보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감정이 자신의 안쪽에서 서서히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 진실게임이지’

 

 

 

 

 

 

 민우는 잠시 이 일이 아주 거대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사실 처음 서우와 마주칠 때는 그 특유의 딱딱한 모습에 자신도 똑같이 행동할 뻔했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힘들게 얻어낸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민우는 오늘 어떻게서든 서우를 당황시켜서 진실을 고백하게 만들 참이었다. 아무리 서우가 기억상실증을 연기해도 민우가 뻔뻔하게 다가가고 약간은 당황스럽게 만들면 기본적으로 연기에 소질이 없어 보이는 서우는 진실을 얘기해줄 것 같았다.

 

 

 

 

 

 

 ‘분명히 연기를 하는 분위기는 아닌데… 그렇다고 기억상실증이란 황당한 이유도 못 믿겠고..’

 

 

 

 

 

 

 어쨌건 민우는 처음 컨셉은 다정함이었다. 처음으로 다정한 모습을 보여서일까. 민우의 태도에 한층 경계가 누그러진 서우의 모습이 민우에게는 신선했다. 그래서 자신과 친구가 동업하는 루프탑 식당 ‘the Rose’에 서우를 데려온 것이다. 민우는 일단 서우와 단둘이 있고 싶었다. 솔직히 그 마음 한편에 서우에 대한 관심이 아주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민우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서우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음식 나왔습니다.”

 

 

 

 

 

 

 그때, 민우가 미리 주문한 런치 코스가 등장했다. 지금 있는 루프탑 층의 테이블은 딱 한 개였다. 어떤 이유든지 간에 서우를 위해서 민우가 특별히 마련한 자리였다. 눈에 띄게 편안한 서우의 모습을 보며 민우는 내심 기뻤다.

 

 

 

 

 

 

 

 “일단 먹을까?”

 

 

 

 

 

 

 

 “네”

 

 

 

 

 

 

 

 혹시 음식에 까다로울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서우는 잘 먹는 듯했다. 민우는 오물거리는 서우의 모습을 자꾸만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귀여운 모습이 왜 다른 곳에서는 보이지 않을까 민우는 새삼 궁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서우는 여전히 과묵했다. 행동이 살짝 느슨해진 것과는 별개로 민우에게는 거리를 두는 것 같은 눈치였다.

 

 

 

 

 

 

 ‘본능으로 아는 건가.’

 

 

 

 

 

 

 민우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보기로 했다. 일단은 맛있게 먹는 서우의 모습을 감상하며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쳐다보다 보니 어느덧 메인 코스가 끝나고 두 사람을 위한 커피와 디저트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맛은 좀 어때?”

 

 

 

 

 

 

 “아 너무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순수한 칭찬에 민우는 묘하게 기뻐졌다.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지만 사실 먹는 모습이 더 보기 좋네”

 

 

 

 

 

 

 “…네?”

 

 

 

 

 

 

 방심했던 걸까, 서우의 얼굴이 빨갛게 변한다. 민우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오늘은 왠지 함께 있는 모습이 편안해 보여서 보기 좋다는 소리야”

 

 

 

 

 

 

 민우는 당황해하는 서우의 모습에 웃으며 대답했다. 자신이 유도한 분위기였지만 이상하게 민우는 서우를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아.. 감사합니다…”

 

 

 

 

 

 

 “자꾸 감사하다는 말만 하니 좀 그렇네. 나도 감사해.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민우는 이 순간만은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자신을 느끼며 서우에게 진심으로 말했다. 민우에게도 이런 휴식은 오랜만이었다. 목적이 어쨌든 지금 이 순간은 민우에게는 오랜만에 데이트 같았다. 그래서 맘이 계속 풀어졌다.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는 민우에게 서우의 말소리가 들렸다.

 

 

 

 

 

 

 

 “저도 이런 풍경은 처음이에요. 대표님도…. 민우 오빠도 오늘 더 멋지시네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놀란 민우는 서우의 표정이 궁금해서 서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서우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의 그 딱딱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순간 민우는 잠시 자신이 너무 역할극에 빠져들었음을 느꼈다. 마치 갑작스러운 찬물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나마 또 이 여자의 연기에 넘어갔구나’

 

 

 

 

 

 

 민우는 눈앞의 여자가 너무 예측이 가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에는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행동하는 것 같았고 둘만 있을 때 수시로 태도가 바뀌었다. 이쯤 되면 기억상실증이 아니라 다중인격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꿈에서 깬 것 같은 기분이 든 민우는 지금이야말로 서우에게 좀 더 다가가야 할 것 같다고 느꼈다.

 

 

 

 

 생각에 빠진 듯 얌전히 앉아있는 서우의 옆자리로 민우는 자리를 옮겼다. 둘이 있는 테이블 의자는 푹신하고 널찍한 소파 같아서 민우가 서우 옆에 앉았을 때는 금세 서우를 감싸는 형태가 되었다. 서우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당황하는 것이 이렇게 티 나는데 티 내지 않으려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민우는 서우가 어디까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건지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시간을 내준 만큼.. 난 우리 예전 관계를 다시 되찾고 싶어”

 

 

 

 

 

 

 민우는 서우에게 다가가며 끈적하게 속삭였다. 서우의 향기가 확 풍겨왔다. 민우는 서우의 향기를 좀 더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졌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서우는 민우에게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다만 그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는 건 실례라고 생각했는지 소파 손잡이 쪽으로 점점 멀어질 뿐이었다.

 

 

 

 

 

 

 “…제가 지금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서요.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실 수 없을까요”

 

 

 

 

 

 

 

 하지만 민우는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렇게 하기 싫었다. 민우는 도망치는 서우를 좀 더 감싸며 서우의 눈을 쳐다보았다. 딱딱한 표정과 말투와는 다르게 서우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보다 몸이 기억나게 하는 편이 빠르지 않을까? 이렇게 가깝게 붙어있는 일이 아무하고나 하는 일은 아니니까”

 

 

 

 

 

 

 

 연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민우는 사실 감정 제어가 잘되지 않았다. 서우의 향기를 맡은 순간부터 민우는 서우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 가까이서 본 서우의 눈은 밝은 갈색이었다. 그 색이 너무 예뻤다. 계속 더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하.. 하지만 전 당황스럽네요. 일단 회사 대표님이시기도 하고.. 곤란해지실 거 같아요"

 

 

 

 

 

 

 민우는 잠시 멈칫했다. 분위기에 빠져 잠시나마 착각을 하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새삼스레 서우의 이 모든 행동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 여자의 연기는 내가 좋아서도 아니고 자신의 쇼핑몰을 위해서였지.’

 

 

 

 

 

 

 민우는 갑자기 오기가 들었다. 자신도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확실히 인식만 하면 될 문제를 괜히 복잡하게 끌고 나갈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말하니 다시 네가 얼마나 쇼핑몰을 신경 쓰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네. 지금 당장 앞에 있는 나보다도 훨씬 더”

 

 

 

 

 

 

 말을 마친 민우는 서우에게 가까이 밀착된 자세로 서우를 쳐다보았다. 서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말을 깨달은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민우를 응시했다. 민우는 아무런 변명도 없는 서우의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다. 흔들리면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서우의 가면을 어떻게서든 무너져내리게 하고 싶어졌다.

 

 

 

 

 

 

 “의도는 알겠지만 난 이렇게 해도 곤란해지지 않아”

 

 

 

 

 

 

 

 말을 마친 민우는 서우에게 입을 맞추었다. 놀란 서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작가의 말
 

 데이트가 이어져서 그대로 올립니다. 민우의 도발이 시작됐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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