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교수님은 싫어
작성일 : 19-10-01 03:23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362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공윤은 자기 턱을 꼭 붙잡고 있었다. 아까부터 너무 입을 벌렸던 나머지 빠지진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꽃받침을 한 공윤을, 릴리는 썩은 눈빛으로 봤다.

 어쩌라고, 내 턱 빠지면 네가 수술해줄래?

 하지만 지금만큼은 릴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주변 풍경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방울처럼 생긴 잎사귀를 뜯고 있는 새하얀 사슴을 보고 어쩔 줄 몰랐다. 너무 예쁘다!

 사슴이 우아한 머리를 흔들자 뿔에 얽힌 수정이 반짝였다.

 공윤도 손을 흔들어줬다.

 공윤은 눈토끼와 커다란 판다와 페가수스를 보고, 그들의 은신처를 들렀다. 저택의 방은 그들이 살기 적합한 기후와 형태로 꾸며져 있었다.

 그 모습은 거의 자연에 가까웠다. 그곳을 돌보고 먹이를 보충하는 것도 공윤의 일에 포함되었다.

 공윤이 하숙집이라고 표현했을 때 키론이 웃은 이유를 알 만 했다.

 몇몇 방은 들어가지 않고 지나쳤는데, 공윤은 절대로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이미 앞서의 경험을 통해 충분한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저택의 정원에는 메타세콰이어나 올리브 대신 분홍색 솜사탕 같은 이파리가 풍성한 나무, 금빛 솔들이 촘촘히 맺혀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나무, 별이 피어난 것 같은 꽃과 밟을 때마다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돌조각이 있었다.

 식물 애호가나 생물학자들이 이곳을 본다면 당장 전 세계의 칼럼과 논문에 실릴 것이다.

 “신기하죠?”

 “넵, 너무 예쁘네요.”

 “공윤 씨가 할 일은 하나예요. 제가 얘들을 보살피는 걸 도와주시는 거.”

 키론이 맑게 웃자 눈 밑의 애교살이 접히며 더없이 무해한 인상을 풍겼다.

 공윤은 불안해졌다.

 “돕는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음, 예를 들면 얘는.”

 키론은 구석에 처박혀 있던 통에서 빗을 꺼내더니, 나무에 너울진 얇은 숄처럼 생긴 것을 빗어주었다.

 그러자 그 천은 바다에 산란되는 햇빛조각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것이 그 나무의 잎사귀였다.

 “이렇게 종종 빗어주는 걸 좋아해요. 조금 있으면 잎이 길게 자랄 거고, 그걸 잘라서 다른 아이들의 집에 걸어놓을 거예요. 보냉 효과가 좋거든요.”

 “자른다고요?”

 “안 그러면 답답해하니까. 자, 직접 해보세요.”

 키론은 공윤에게 빗을 건넸다.

 “손으로 몇 번 어루만져주세요. 누군지 알 수 있도록.”

 공윤은 침을 꿀꺽 삼키고 손을 뻗었다.

 첫 번째 촉감은, 마치 고체로 된 바람을 만지는 것 같았다.

 왜 보냉 효과가 있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살을 대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약하게 불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살살 만져주세요. 고양이나 물을 만지는 것처럼.”

 공윤은 그대로 따라했다. 서리의 머리카락을 떠올리고, 그걸 쓰다듬는 것을 떠올렸다.

 천은 손안에서 부드럽게 나부꼈다. 공윤은 감탄했다.

 “얘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살아있어요. 전부 다요. 공윤 씨와 다를 바 없이.”

 “너무 예뻐.”

 “그러게. 예뻐요.”

 공윤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가 키론과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쳤다.

 여태 날 보고 있었나?

 오팔색 눈이 진지했다. 그 주위를 둘러싼 새까만 속눈썹은 그녀를 내려다보느라 아래로 나지막이 깔려 있었다.

 천이 내뿜는 빛깔이 그의 투명한 뺨 위로 투과되었다.

 “공윤 씨, 그렇게 세게 쥐면......”

 “에? 어, 엄마야.”

 공윤은 깜짝 놀라서 얼른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러나 이미 앙심을 품은 나무는 공윤이 빗어주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그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용서받을 수 있었다.

 

 

 11.

 본격적으로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 처리해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키론이 열어준 공간을 통해 학교에 온 공윤은 초조하게 바닥을 캔버스화로 탁탁 두들겼다.

 케네스 S. 하디 교수를 만나기 전에 항상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미국 애틀랜타 주에서 온 금발의 교수는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하디 교수는 항상 친절했고 그녀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공윤은 그와 있으면 뼛속이 간질거렸다.

 혈관 아래로 조그만 게가 기어다니는 기분이랄까.

 도망치지 말자. 공윤은 눈을 질끈 감고 문을 두드렸다.

 답변은 즉각적이었다.

 “들어오세요.”

 ‘아아아......’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기다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공윤은 내심 좌절했다.

 일부러 점심시간에 왔는데. 배고파 죽겠는데.

 문을 열자마자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발이 시신경을 강타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길고 날카로운 눈매 안으로 푸른 눈이 고여 있었다. 공윤은 눈가를 떨었다.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가.

 교수가 입술을 기울이자 무기질적인 광택이 돌던 눈에 웃음기가 스몄다.

 “어서 오세요, 공윤 양. 오랜만이네요.”

 “하하, 일주일 전에도 뵀는걸요.”

 “그러니까.”

 교수는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말투가 존대와 하대를 제멋대로 오갔다. 호칭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블라인드를 쳤다.

 우와, 쓰리 피스 슈트. 교수는 그의 체격에 잘 맞는 회색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솔직히, 심미적 관점에서 봤을 때 그가 상당히 우아해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파티라도 가세요?”

 “그건 아니고. 오늘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요.”

 “어머.”

 공윤은 본능적으로 감탄했다. 외국에서도 할 건 다 하는구나.

 “저희 과 애들이 알면 단체로 통곡하겠어요. 교수님 노리는 애들이 많은데.”

 그것은 실로 사실이었다. 교수가 수업을 담당한 이후 조각상이 조각을 가르친다는, 다소 괴담 같은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하디 교수를 실제로 영접한 뒤 소문이 진실임을 확인한 학생들은 그가 평생의 이상형임을 맹세하며 교수의 교양수업이라도 참관하고 싶어 안달을 냈다.

 덕분에 매 학기 초에는 선혈 대신, 수업 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의 눈물이 낭자했다.

 “실망시켜서 미안하다고 전해줄래요?”

 공윤은 그 살벌한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교수가 웃는 걸 보니 그들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좋아, 잘하고 있어. 그의 웃음을 목격한 공윤은 입술을 핥으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 교수님. 제가 휴학하기 전에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아, 그거.”

 웃음기를 약간 잃은 교수의 눈매가 다시 차가워졌다. 그의 이목구비는 섬세함이 지나쳐서, 웃지 않으면 굉장히 날카로워 보였다. 본론을 너무 일찍 꺼냈나?

 “그래요, 휴학...... 휴학을 하고 싶다고요.”

 하디 교수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타다닥, 타다닥. 공윤은 그 소리가 거의 심장을 타고 오르는 것 같았다.

 “네, 교수님. 그냥 좀 쉬고 싶어서요.”

 공윤은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교수는 싸늘하게 웃었다.

 “사실 내가 공윤 양의 학사 사정을 좌우할 권한은 없지. 다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공윤은 타협적인 미소를 지었다.

 “혹시 이곳에서 배우는 게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교환학생으로 추천해줄 수 있어요. 전액 장학금을 옵션으로.”

 공윤은 귀를 의심했다. 미친, 그런 엄청난 지원 제도가 있었던가? 왜 난 몰랐지?

 “학교 홈페이지에는 없던데요?”

 “공식적인 사항이 아니고 내 재량으로 밀어붙이는 거니까. 아무나 내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공윤 양.”

 하디 교수는 미소 지었다. 그가 안경을 벗어 닦는 동안 공윤은 갈등에 빠졌다.

 “왜 저한테 그런 기회를 주시려는 거예요?”

 “난 공윤 양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발전시켜주고 싶고. 그런데 휴학을 하겠다고 하니...... 아까워, 몹시.”

 교수는 안경을 다시 쓰고 깍지를 꼈다. 안경 너머로 눈이 새파랗게 반짝였다.

 “나와 함께 가보지 않을래요? 장담하는데,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작가의 말
 

 교수님이랑 얽히는 거 아니랬어 공유나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3 거짓말쟁이를 사랑하는 등신 2019 / 12 / 3 191 0 4377   
32 The secret makes man man 2019 / 11 / 7 180 0 4431   
31 그는 신을 저주한다 2019 / 10 / 29 219 0 4736   
30 실버 불릿(Silver Bullet) 2019 / 10 / 28 204 0 3219   
29 야밤의 총성 2019 / 10 / 28 201 0 2461   
28 그도 질투를 한다 2019 / 10 / 28 212 0 3549   
27 어떤 뱀의 충고 2019 / 10 / 28 222 0 3972   
26 데이트 신청 2019 / 10 / 24 200 0 3851   
25 그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2019 / 10 / 24 199 0 4387   
24 한 지붕에서 살게 되기까지 2019 / 10 / 21 231 0 4534   
23 그 남자들의 사정 2019 / 10 / 21 207 0 4531   
22 우아한 거짓말 2019 / 10 / 21 213 0 3560   
21 자는 사람을 덮치면 2019 / 10 / 21 212 0 3383   
20 의사 면허 있나요 2019 / 10 / 15 211 0 2707   
19 그 짐승의 울음소리는? 2019 / 10 / 15 201 0 2516   
18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다 2019 / 10 / 15 217 0 3054   
17 주인공은 항상 뒤늦게 각성하는 법 2019 / 10 / 15 200 0 2452   
16 삼보 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 2019 / 10 / 10 209 0 4106   
15 널 어쩌면 좋니 2019 / 10 / 10 207 0 2729   
14 뱀파이어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 2019 / 10 / 7 215 0 3358   
13 상처받은 늑대 2019 / 10 / 7 206 0 3603   
12 교수님은 싫어 2019 / 10 / 1 231 0 3629   
11 선비님이 아니야 2019 / 10 / 1 204 0 2583   
10 용용 죽겠지 2019 / 9 / 29 232 0 3413   
9 잡아먹혔다 2019 / 9 / 29 204 0 2493   
8 남자는 다 늑대라고 했잖아 2019 / 9 / 24 215 0 3628   
7 뱀파이어는 초콜릿을 좋아해 2019 / 9 / 24 221 0 2601   
6 라면 주시려고요? 2019 / 9 / 22 213 0 2963   
5 영원한 서비스직 2019 / 9 / 22 210 0 2803   
4 계약은 신중히 해야지 2019 / 9 / 19 209 0 266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