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루피너스의 축복
작가 : 다락
작품등록일 : 2019.9.1

루피너스 마을의 사랑스러운 소녀, 루루.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파셔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녀의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성장일기.

 
9화. The last visitation
작성일 : 19-09-29 19:38     조회 : 238     추천 : 1     분량 : 561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쯤이면 라이가 적어도 9살이려나?”

  브래디는 귀여운 꼬마 도둑 시절인 라이와 헤어진 후 다시 타임-백 머신에 올라탔다.

  -수호신 아저씨, 잘 가요! 우리 마을 꼭 잘 지켜줘야 해요!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 꼬마 라이의 목소리는 브래디의 마음 어딘가를 콕콕 찔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양심에 찔리기라도 하는 듯 브래디는 허허, 혼자 웃고 말았다. 브래디는 이번 타임-백을 시도하기 전 많은 것들을 미리 알아보고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루루와 루루가 사랑하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어쩌면 파셔를 대신해.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타임-백으로 남은 일들을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여러 데이터를 조사한 끝에 파셔가 죽었던 해, 즉 루루가 7살이었던 해 겨울, 루루는 애나와 함께 옆 마을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8살 여름, 루루는 테사 디쉬에서 일하며 살게 된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게 루루와 애나를 위해서 더 나은 길이었으리라, 브래디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브래디는 작지만 강한 조력자가 필요했고, 그렇게 선택하게 된 차선책이 꼬마 라이였다. 라이가 6살일 무렵이면, 루루를 절대 알지 못할 시기였으니까. 브래디는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라이의 작고 빛나는 녹색 눈망울이 떠올랐다. 마치 루루가 갓난아기 시절일 때에 보여준 맑은 루비빛 눈동자처럼. 미안하게도 동심을 이용해 조금 도움을 받게 된 브래디는 라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불쑬불쑥 들었다.

  -입력하신 시간으로의 타임-백 완료 5초 전입니다.

  브래디는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리를 의자에 기대었다. 정말,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마음에 새기고 나면, 다시는 그가 루피너스의 마을로 타임-백을 할 일은 없어야 한다. 브래디는 자꾸만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시 한번 고쳐먹었다. 그렇게 별이 되어버린 파셔를 위해서라도 이게 맞는 일이라고, 딱 이 정도까지가 브래디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옷장요정이 될 시간이군.”

 

  항상 그랬듯, 그가 눈을 뜨면 조금 어둡고 나무냄새가 나는 옷장 안이었다. 처음 타임-백을 실패해서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를 생각하면 가끔 쿡쿡, 웃음이 났다. 기어이 잘못 도착한 곳이 평범한 마을의 평범한 아저씨의 옷장 안이라니. 브래디는 웃으며 아직 걸려있는 파셔의 옷가지를 걷고 옷장 문을 열었다. 아직은 혼자 마을을 옮겨다니기에는 어린 루루는 그렇게 집을 떠난 후 한 번도 다시 돌아와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가 알아보니 이 집은 루루가 10살이 되던 해, 애나에 의해 정리되는 듯했다. 애나도 이 집을 지키고 싶었지만, 남편과 계속해서 다른 곳을 돌아다니다보니 관리할 시간이 없어 결국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브래디는 이 집이 정리되기 전, 루루가 한 번이라도 더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마음대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없었기에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폈다.

  “자네는 어쩌자고 나무밖에 만질 줄 모르는 재미없는 사람을 찾아왔는가?”

  “허허, 기계에 밥을 덜 줬다니까 그러네.”

  파셔는 가끔 농담삼아 자기같이 재미없고 평범한 사람을 찾아온 브래디에게 의문을 표했다. 그럴 때면 브래디는 한탄하는 표정으로 그러게나 말이네, 하고 동조의 표시를 하기도 했고, 퇴근하느라 충전을 제대로 해두지 않았던 본인의 잘못을 몇 번이고 말하곤 했다. 지금에 와서 브래디는 아쉬웠다. 파셔가 그렇게 물어볼 때 한 번쯤은 자네가 어때서 그러는가, 하고 칭찬해줄 걸 그랬지않는가. 그 말이 뭐가 어려워서 항상 웃어넘겼던지,.. 어느새 생각에 잠겨 브래디는 습관적으로 항상 앉던 의자에 앉아 탁자를 손가락 끝으로 쓸고 있었다.

  -청소를 안해서 더럽지?

  곳곳에서 파셔의 목소리가 스며왔다. 브래디는 파셔가 만든 가구들이 좋았다. 만약 가구같은 큰 물체도 타임-백이 되었더라면, 파셔에게 부탁해 브래디의 집에 한 두 개쯤은 들여놓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항상 앉던 의자를, 그리고 마주하던 탁자를, 손가락으로 따라가다보면 나무의 온기가 느껴졌고, 그것이 딱히 피부를 통해 전달되는 통각이 아니더라도 그는 마음까지 데워진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파셔만의 힘이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집에만 오면 가구를 쓰다듬어대는 브래디를 보며 파셔는 걱정서린 목소리로 청소를 안한지 좀 되었다고 이따금 말하곤 했다. 그럴 때면 브래디는 또 한번 너털웃음을 지으며, 먼지가 좀 있네, 라고 말했다.

  파셔가 사라진 후, 그대로 방치된 집에는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었다. 브래디는 조금, 씁쓸한 듯 웃었다.

  “그러게 청소는 안하고 어디갔는가.”

  파셔의 집은 정말 작은 나무집이었다. 이 집을 그가 지었는지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집 전체에서 그만의 분위기가 풍겨왔다. 1층짜리 집에는 그나마 조금 크기가 있는 루루의 방과, 그것보다 작은 방인 작업실이 있었다. 루루가 태어나기 전에는 그 방을 파셔와, 그의 아내 메리가 쓴 모양이었지만, 파셔는 이제 루루에게 이 방을 물려줘야 한다며 루루를 재워놓고 나오곤 했다. 부엌과 연결되어있는 파셔의 작업실 에는 다른 곳보다 더 진한 나무향이 났다. 바싹 마른 옷감냄새와 섞여서 느껴지는 나무향. 브래디는 가끔 파셔에게 자네는 난롯불이 참 좋아할 만한 사람이구만, 하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브래디는 천천히 걸어 작업실 안의 책꽂이를 훑었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메시지의 확인을 도와드릴까요?

  “갑자기 왠.. 메시지를 읽어줘, 뉴아이.”

  -명령어가 입력되었습니다. 메시지를 송출합니다.

  「소장님, 부탁하신 메일 서비스를 알아봤습니다. 타임백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생명체에 한해서라고 하네요. 그래도 검수는 통과해야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소장님이 돌아오시는 대로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검수하러 물품을 보내시려면 조금 빨리 돌아오셔야 할 것 같네요.」

  -메시지 송출을 완료했습니다. 메시지 확인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흠... 다행이군. 조금 빨리 움직여볼까.”

  브래디가 찾아야 할 물건은 파셔가 부탁한 편지였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아줘야 한다지만 파셔가 살아있을 적에는 7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는 편지를 써두었다니. 분명 편지를 쓰며 훌쩍거렸을 그의 얼굴이 생각나 브래디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책장에는 두껍고 빳빳한 종이에 펜으로 쓴 글들을 구멍을 뚫고 실로 엮어 만든 책들이 많이 꽂혀있었다. 하나하나 파셔의 손길이 닿았음이 느껴지는 책들이었다. 책뭉치를 조금씩 들어보며 뒤적이자 얼마지나지 않아 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기회가 되어 이 집을 다시 찾아오게 된다면, 내 작업실 책장에 있는 편지를 전해줄 수 있겠나? 나, 원 이렇게 빨리 전해주어야 할지는 몰랐건만.”

  “무슨 편지이기에 그러는가.”

  “그게... 루루가 어른이 되면 주려고 했던 편지네. 생각이 날 때마다 쓰고 있었지.”

  다 스러져가는 목소리로 편지를 전해줄 것을 부탁하던 파셔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수호신에 옷장요정에, 이제는 편지배달부까지 맡게 된 브래디였다. 그는 작업실에서 나와 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보았다. 당장이라도 파셔가 톳밥이 군데군데 묻은 옷차림으로 헐레벌떡 뛰어나오며 벌써 왔는가, 물을 것 같았다.

  “이 나이에 나도 무슨 주책인지. 이제 가겠네, 파셔.”

  아무도 없는 집에 울린 그의 목소리는 나무 벽을 타고 잔잔히 울렸다.

  “이제... 마지막이네. 잘 지내게.”

  그는 눈에 바람이 들어갔다며 중얼거리고는 옷장으로 들어갔다.

 

 -

 

  “너희 고모보고 너 잘 지낸다고 좀 말해줘라.”

  “네?”

  “너 잘 먹고 사는지 그렇게 걱정이 되는지 또 엽서를 보냈잖니. 아주 누가 보면 우리가 널 굶기는 줄 알겠어. 어서 받아.”

  섀넌은 피곤한 듯 미끄러진 안경을 다시 올리며 엽서를 건넸다. 애나는 이따금씩 심심할 때면 엽서를 보내왔다. 규칙적으로 오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생각이 날 때마다 써서 바로 보내는 모양이었다. 섀넌도 그런 애나의 주책이 싫지는 않은지 루루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잊지 않고 엽서를 챙겨주고는 쉬게했다.

  “얼마 전에 생일이었는데 또 엽서를 보내셨네요.”

  “내 말이 그 말이지 않니. 남편이랑 놀러 갔으면 둘이서 알콩달콩할 것이지 무슨 주책이니, 하여간.”

  “고모가 제 생각을 많이 하시나 봐요.”

  섀넌의 퉁명스런 장난에 루루는 살풋 웃고는 엽서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섀넌 아주머니, 아직 할머니 안 주무시죠?”

  “할망구 요즘 뜨개질에 빠졌잖니. 아마 몇 코 빠트렸나, 또 세고 있을 거다.”

  “그럼 들어가 볼게요.”

  테사는 루루가 일을 시작하게 되던 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이 모두 마치고 난 후면 쉬러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자기 방에 들러 손톱을 보여주라고 당부했다. 테사는 본인의 음식과 일에 자부심이 있었고, 자부심을 부리는 만큼 작은 것에도 신경쓰는 편이었다. 루루도 테사가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아직 루루는 어려서 손톱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편이었기에 자칫하다 손님이 먹을 음식에 손해를 끼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똑똑

  루루는 테사의 방문을 작게 두드렸다. 방 안에서는 돌아오는 소리가 없었다.

  “할머니, 저 루루에요. 들어갈게요.”

  혹여나 테사가 잠이 들었을까 봐 소리가 나지 않게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자, 열심히 코를 세고 있는 테사가 보였다. 섀넌의 예상이 들어 맞아버려서 루루는 소리가 나지 않게 풋, 웃어버렸다.

  “잠깐 여기 앉아 기다려라.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원.”

  “네, 할머니.”

  잠시 루루에게 말을 하는가 싶더니 테사는 다시 웅얼거리며 바늘에 매달린 실 가닥을 하나씩 세어보았다. 아무래도 테사는 아랫단에서 코늘림을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루루는 그렇게 테사가 바늘에 걸린 실고리를 다 세고, 또 한 번 더 셀 때까지 기다렸다. 그제야 그녀는 잘못된 부분을 알았는지 고개를 들고서 웅얼거리며 한 단의 실을 풀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마무리가 금방 끝나서 빨리 올 수 있었어요.”

  “음, 그러냐.”

  테사는 자신의 눈보다 조금 더 작고 얇은 안경을 고쳐쓰며 루루가 내민 손을 들여다봤다.

  “어릴 때는 지저분하기도 하더니, 이제는 곧잘 관리하는구나.”

  “내년이면 저도 15살인걸요.”

  “그래, 수고했다. 올라가 쉬거라.”

  “할머니도 푹 쉬세요.”

  루루는 금세 뜨개질에 집중해 대답이 없는 테사를 뒤로하고 조심히, 문을 닫았다.

  “저 양반 또 몇 코 빠뜨렸지?”

  “코늘림을 안하셨더라고요.”

  “매번 가르쳐줘도 매번 까먹어대니. 어쨌든 들어가서 쉬거라.”

  “아, 그런데 섀넌 아주머니. 올해는 언제부터 가게를 쉬나요?”

  “글쎄다. 저 할망구가 매번 두리뭉실 말을 해줘서 말이다.”

  테사 디쉬는 매년 한여름에 가까워지면 재료의 신선도를 위해 가게를 며칠간 쉰다. 매일 테사 디쉬를 찾아오는 손님들께는 죄송한 일이었지만 테사의 고집과 고집으로 인해 이어지는 더 맛있고 신선한 샌드위치에 손님들도 인정하고는 했다. 여름이 들어서고 벌써 보름달을 3번이나 보았다. 다음 보름달이 뜨기 전에는 테사 디쉬의 문을 잠시 닫아야 할텐데, 하고 루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자 섀넌이 웃었다.

  “너는 이제 일한지 좀 되어서 그런지 가게 걱정을 다 하는구나. 테사가 후계자로 삼아야겠어.”

  “아, 그런 건 아니에요. 포장하면서 채소들을 봤는데 금방 숨이 죽기 시작했더라고요.”

  “하긴 그렇긴 하더라. 내가 곧 결판을 내마.”

  “네, 아주머니. 편안한 밤 되세요.”

  섀넌은 총총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루루를 보며 다시한번 피식 웃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연재일 공지 2019 / 9 / 1 495 0 -
20 20화. Continuing their,and someone's story (1) 2019 / 10 / 31 297 1 4158   
19 19화. Intended meet 2019 / 10 / 31 232 1 5764   
18 18화. The present 2019 / 10 / 31 211 1 5314   
17 17화. To someone, hazy and to someone, clear 2019 / 10 / 31 211 1 4714   
16 16화. First and last forgive 2019 / 10 / 31 211 1 5701   
15 15화. Back to the home 2019 / 10 / 31 227 1 5540   
14 14화. Forever farewell 2019 / 10 / 31 210 1 5747   
13 13화. The pizza song 2019 / 10 / 18 248 1 5718   
12 12화. Unexpected visitors 2019 / 10 / 11 220 1 5497   
11 11화. The rain and the train 2019 / 10 / 6 235 1 5702   
10 10화. Beginning of the real story 2019 / 10 / 4 245 1 5725   
9 9화. The last visitation 2019 / 9 / 29 239 1 5611   
8 8화. The guardian and some lie 2019 / 9 / 27 223 2 5650   
7 7화. The Ugly Duckling 2019 / 9 / 22 239 3 5557   
6 6화. Mother's instinctive love 2019 / 9 / 20 224 3 6019   
5 5화. Last scene 2019 / 9 / 15 253 3 6038   
4 4화. Old friend 2019 / 9 / 13 248 4 5868   
3 3화. Unexpected 2019 / 9 / 8 231 4 5985   
2 2화. Dream (2) 2019 / 9 / 6 275 6 5677   
1 1화. Brave (2) 2019 / 9 / 1 456 6 611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