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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장미와 달 그리고 황제를 위해
작가 : 크한
작품등록일 : 2019.9.1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 로즈. 운명의 사랑을 믿는 저주 받은 마법사 크리센트. 소설에 빙의해 최애님을 행복하게 하겠다 말하는 황녀 프리지아.
각기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진, '사랑'이라는 것으로 묶인 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애달프고, 때로는 귀여운 이들의 사랑으로 가기 위한 복잡한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얽힌 가벼운 소설입니다.:)
[연하 남주/똑똑한 여주/삽질 많이/조금의 수위?/짜증은 가끔/아가씨/주인님/최애님/빙의/황좌 다툼]
가볍게 쓰는 습작입니다./작가 메일-bori_0415@naver.com

 
9장
작성일 : 19-09-29 01:24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5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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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장 - 공작저에 입성하다(2)

 

 

 

 

 성큼 여름으로 들어선 날씨에, 나는 오랜만에 야외에 책상을 피고 앉아 점심을 즐겼다. 정확히는 크리센트와 함께.

 

 내 옆에 앉은 크리센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 위의 고기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맛은 어때?”

 

  “...훌륭합니다.”

 

 포크를 입에 문 채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우리 디아니아 공작가의 주방장이 만든 음식은 제국 내에서 손에 꼽을 만큼 맛있으니까.

 

 내가 먹어본 바로는 황궁의 요리와 비등할 정도로 우리 공작가의 주방장이 만드는 요리는 맛이 좋았다.

 

 나는 맛있다는 듯 손을 놀리는 그를 보며 느긋하게 고기를 잘라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입에서 녹는 고기가 참 맛있었다.

 

 “그런데 크리센트. 싸울 수 있기는 한 거에요?”

 

 갑작스럽게 떠오른 의문이었다.

 

 내가 먼저 그를 호위기사로 들이기로 정하기는 했다. 그편이 내 주위를 마음껏 돌아다녀도 아무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을 위치였으니까.

 

 그러니 호위기사로 그를 들이기로 정했으니까 그가 검은 차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지금 그는 고기를 써는 칼조차도 어울리지 않은 생김새였다.

 

 그가 너무 아름다워서, 선이 너무 곱고 얇아서일까. 어딘가 그라면 지금껏 평생 놀기만 했을 것 같은 방탕한 이미지라고 해야 할까, 검을 쓰는 것과 같이 몸을 움직이는 것 하고는 인연이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마법사라고 하니 체력도 없을 것 같달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를 잘 알지도 못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덤으로 검을 들어올려야 호위기사라고 해도 믿어줄 것 같은데, 라는 걱정도 들었다.

 

 크리센트에게는 무척이나 실례이지만…. 제법 진지한 고민이었다.

 

 “주인님 혹시, 제가 검 하나도 제대로 들지 못할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정확하게 핵심을 찔러오는 그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표정을 보니 맞나 보네요….”

 

 섭섭하다는 듯 그가 시선을 내렸다.

 

 일렬의 그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행해졌다. 연기나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주인님을 지키겠다고. 설마 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런 자신감 넘치는 말을 했을까요.”

 

 솔직히 그의 그 말을 믿지 않았기에 든 의구심이었지만, 방금 보았던 그의 상처받은 얼굴이 떠올라서 나는 입을 꾹 닫았다.

 

 “제가 좀 멋있는 사람이어서 말이죠. 검술이면 검술, 마법이면 마법, 얼굴이면 얼굴. 다 잘합니다.”

 

 가만히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을 잘 듣고 있다고, 그가 섭섭하지 않도록 반응을 해준 것인데, 중간의 그의 말이 조금 이상했다.

 

 얼굴을 잘한다고?

 

 내가 고기를 썰던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자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기를 입에 넣으면 `역시 맛있네`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그냥 웃어 보이고 나도 마저 밥을 먹으려 했다.

 

 그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말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의 백금발이 몇 가닥 흘러내려 그의 얼굴을 가렸고, 그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예쁘게 휘었다.

 

 아직 입에 넣은 고기를 미처 넘기지 못한 것인지, 살짝 부푼 볼 위로 길게 찢어진 입꼬리가 부드럽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

 

 얼굴을 잘한다.

 

 그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말이 기억 속에 있던 그의 또 다른 모습들과 겹쳐지면서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되게 했다.

 

 “그 말. 맞는 것 같네요.”

 

 내가 얼굴을 잘한다는 그의 말을 가볍게 인정하자 오히려 크리센트는 그럴 줄 몰랐다는 듯 자신이 더 놀라며 두 눈을 똥그랗게 떠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로 눈을 예쁘게 휜 그는 마저 접시에 남은 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그의 양 볼과 귀 끝이 불게 변해있었다.

 

 가림막을 해두었는데도, 공기 중으로도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탓인 듯싶었다.

 

 나는 시녀에게 손짓해 그의 잔에 시원한 물과 음료를 채우게 시킨 뒤,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여름 특유의 시끄러운 벌레 소리가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조차도 집어삼켜 시끄러운 적막을 만들어냈다.

 

 

 -

 

 

 식사가 끝난 후, 나와 크리센트는 소화를 시킬 겸 해서 정원을 걸었다.

 

 그 잠시 동안 나와 크리센트는 조금 더 친해졌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크리센트가 어찌 생각할지는 몰랐지만, 이제 크리센트에게 말을 놓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저택으로 돌아오셨을 때는 점심을 끝내고 크리센트와 저택을 가볍게 한 번 더 둘러보고 난 후였다.

 

 내가 퇴궁하는 시간에 맞춰 아버지를 배웅하러 홀까지 나간 적은 없었기 때문인지, 나를 본 아버지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으나, 이내 아버지는 나의 뒤에 서 있던 크리센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특유의 유한 표정으로 인사를 올리는 크리센트와 마치 외국의 재상과 회담을 하듯,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뜯어 살피는 아버지의 모습이 대조되어 보였다.

 

 서로 달랐지만, 둘 다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꽤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느껴졌다.

 

 “우선, 응접실로 자리를 옮길까요? 계속 서있으시는 건 힘드시잖아요.”

 

 내가 중간에 나서서 그 둘을 가까운 응접실로 끌고 갔다.

 

 아버지는 나의 앞에 앉으셨고, 크리센트는 나의 오른쪽에 앉았다.

 

 나와 아버지의 왼편에 자리한 문으로 시녀 한 명이 들어와 간단하게 다과를 준비해주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고개를 숙인 채 사라졌다.

 

 “이번 쿠키가 무척이나 맛있어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시녀가 가져다준 쿠키를 하나 입에 넣으며 얘기를 해보았지만, 아버지는 크리센트를 조용히 바라보고 계실 뿐이었다.

 

 한 나라의 공작이자, 외국의 대신들을 상대하는 것을 일로 하는 아버지이기에 크리센트를 살피는 그 모습은 특유의 ‘기’ 같은 것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랄까, 아버지 특유의 분위기를 크리센트의 옆에 앉은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낯선 존재인 크리센트를 반갑게 여기시지 않는다는 것쯤은 나도 진즉에 눈치채고 있어서 더는 시간을 끄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아, 나는 아버지가 물어보시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제 옆에 앉은 이의 이름은 크리센트라고해요. 저의 호위기사가 되어주기로 했어요.”

 

 거두절미하고 빠르게 지금의 상황을 전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그의 이름과 그가 앞으로 나의 사람이 되리라는 것.

 

 이 두 개를 확실히 전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알고 싶으신 것은 그것이 아닌 것 같았다.

 

 “굳이, 가문의 기사들을 두고 누군지도 모를 이를 데리고 왔느냐. 네가 말을 했다면 너의 호위기사가 되겠다고 누구든 나서기 바빴을 거다.”

 

 아버지의 말을 요약하자면, 가문의 기사도 아닌 녀석에게 내 곁을 믿고 맡길 수 있냐는 의미인 듯싶었다. 그 정도의 신뢰가 있는 것이냐고.

 

 크리센트와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와 신뢰관계가 쌓였을까….

 

 이 관계는 신뢰라기보다는….

 

 “레이먼드 황자님께 버림받은 저를 원하신다고 했습니다.”

 

 최상의 이익을 위해 선택한 방법.

 

 이것이 더 옳은 말이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

 

  “프리지아 황녀님이세요.”

 

 나의 대답에 아버지께서 끙, 하는 앓는 소리를 내셨다.

 

 황위 다툼에 한번 뛰어들어 유력한 황제 후보의 약혼자가 되었던 가문이, 다시금 그 싸움에 끼어든다는 것은 별로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로즈, 굳이 네가 누군가를 황제로 만들 필요는 없다. 만약 안 되면, 아버지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도 되지 않느냐.”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외국으로 간다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입에 담으실 정도로 아버지는 황권의 다툼에 더는 우리 공작가가 관여하지 않기를 원하시는 듯했다.

 

 “크리센트는 프리지아 황녀님께서 보내준 호위입니다.”

 

  “언제 그렇게 황녀님과 친해진 것이냐….”

 

 푹푹 아버지께서 내뱉으시는 한숨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여러 가지를 따져보아도 프리지아 전하를 황제로 만드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우리 가문을 좋지 않게 보던 이들은, 나와 레이먼드의 관계가 틀어진 것을 계기로 이 틈에 우리 가문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안달이 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황제를 굳건히 지지해온 우리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레이먼드가 황제가 된다면 나를 포함한 가문의 대부분은 영지로 쫓겨날 신세일 것이 뻔했다.

 

 우리 가문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려면, 프리지아 전하를 우리 가문이 황제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아버지, 결국 황제는 프리지아 황녀께서 되실 겁니다. 지금 루니아 영애에게 푹 빠져버린 레이먼드를 치고 올라가 황제가 될 사람은 프리지아 황녀님이 유일하십니다.”

 

 내 말에 아버지께서는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께서 생각하시기에도 우리 가문이 지금까지와 같은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일방적으로 파혼당한 입장이지만, 황녀님께서 황제가 되신다면 아무리 저희 가문에 호의를 갖고 있어도 황녀님을 지지하는 다른 가문들은 저희를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저희가 황녀님께 붙지 않는다면, 분명 나중 큰 화를 입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너를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황자에게 버림받은 공작 영애가 질투심에 못 이겨 프리지아 황녀의 편으로 붙어버렸다는 소문들 말이다.”

 

 아버지는 가문에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보다도 뒤에서 나를 욕하는 말을 내가 듣게 되는 것이 더 걱정되시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항상 이러셨다.

 

 내가 가장 우선순위였고,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게 해주셨다.

 

 레이먼드와의 약혼도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었으니, 그때 나는 더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도박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성공이 보장되어있는 도박으로.

 

 “거짓말이 아닌걸요.”

 

  “그렇다면 안 된다.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반대야.”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제가 가장 힘들 때 프리지아 황녀님께서 제게 자신의 편이 되어달라 제안을 하신 것은 맞아요. 하지만 결국 그 제안은 제가 선택한 거에요. 그분께서는 제왕이 되실 분이시니까요.”

 

 되는 말 안 되는 말 닥치는 대로 떠들어보는 느낌이었다.

 

 그냥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나를 믿고 프리지아 전하의 편을 들어주었으면 했다.

 

 “아직 확실히는 정하지 못하겠다. 현재로써 공작가는 중립이야. 하지만 황녀님께서 앞으로의 행보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우리 공작가의 입장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

 

 아버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엔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거라 믿고, 기다려 보겠다.”

 

 나에게 한번 황녀님을 도와 좋은 소식이 들리게 만들어 보란 소리였다.

 

 공작가의 미래는 나에게 달렸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함께였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나도 아버지를 보며 마주 웃어 보였다.

 

 당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품을 파고들어 안기고 싶었지만, 크리센트가 있으니 공작 영애로서의 체면을 보이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조금 섭섭하신 듯 눈썹을 축 늘어트리셨지만, 나는 애써 밝은 척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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