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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Plume
작가 : 별하랑
작품등록일 : 2019.9.10

(오후 11시~00시)"신이 되어야만 해." "싫습니다." 단호히 거절한 소녀를 보며 높은 신은 비웃는다. 어차피 소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네가 나고. 내가 너야.]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

"평생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

"너에게 기억을 잊을 수 있는 기회를 줄게." 매혹적인 신은 소녀에게 속닥거렸다.

"자, 어때? 결정은......

네 몫이야."

 
1부- 8회
작성일 : 19-09-28 23:02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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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다짜고짜 뭐라는 거야."

  "말그대로 입니다."

 

  얘 왜 이래, 진짜.

 

  진희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새벽부터 깨워놓고는 갑자기 이상한 말을 늘어놓는 건 무슨 일일까.

 

  "혹시 예전에 능력이 봉인된 적 있습니까."

  "아오, 없다고! 왜 자꾸 봉인, 봉인거려!"

 

  아까부터 자꾸 봉인이니, 뭐니, 아오.

 

  품 속에 이불을 끌어안고 있던 진희가 옆에 놓인 베개를 키미안의 발치로 냅다 던졌다. 고작 그딴 말 하려고 일어나기 3시간 전에 깨운 건가.

 

  "저 지금 진지합니다."

  "진지하고 나발이고, 나 좀 자자. 응?"

 

  가뜩이나 졸려 죽겠는데 왜 그래, 진짜.

 

  누구나 피곤하면 예민해진다는 걸 키미안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지금 이러는 걸까. 혹시 엿 먹으라는 걸까.

 

  굳이 표현하려 하지 않아도 진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가 공간을 채웠다.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것 같은 녹색 눈동자를 마주한 키미안이 잠시 주춤하며 입을 열었다.

 

  "조금 이따는 업무하느라 시간이 없을 테니까...... 그, 그리고 분명 무언가가 있......"

  "헛소리 하지 마, 이것아! 너도 얼른 가서 마저 자!"

 

  한 마디만 더 해 봐, 진짜.

 

  더 이상 듣지 않겠다고 시위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이불을 확 뒤집어 쓴 진희가 나지막이 궁시렁거린다. 이 이상은 저도 무리인듯 제 발치에 떨어진 베개를 다시 올려둔 키미안이 방에서 조용히 나갔다.

 

  ***

 

  "키미안, 어디가?"

  "도서관이요."

  "일은?"

  "제 할당량은 다 끝냈어요. 새벽부터 하고 있었어서."

 

  와. 이 미친 자식.

 

  업무를 시작한 지 두 시간 만에 키미안이 일어났다. 당당히 자신이 한 서류들을 이동 포털에 올려두고 방에서 나갔다.

 

  키미안을 제외한 여섯 명이 전부 입을 떡 벌린 채 그가 사라진 자리만을 응시했다.

 

  ***

 

  "또 오셨네요?"

  "네. 마저 확인해 볼 게 있어서."

  "흐음......"

 

  잘 땋은 보라색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레일리가 어제 줬던 크리스탈 열쇠를 다시 한 번 내밀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열람 시간은 두 시간이고, 나오실 때 반납해주세요."

  "저, 혹시......"

  "네?"

 

  잠시 머뭇거리던 키미안이 열쇠를 손에 쥐며 말을 이어나갔다.

 

  "책을 빌리는 건 안 되나요?"

  "아, 빌리는 거요? 가능해요. 그런데 적어도 일주일 안에는 반납하셔야 하고, 서류 작성 하셔서 저한테 주시면 돼요. 총괄이 리니아 님이셔서 꼭 제출해야 하거든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키미안이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인사하고 방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고 정확한 답을 찾길 바라는 발소리가 큰 도서관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대충 넘어갈 만한 문제가 아니고, 다른 신들은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제 주인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무언가를 짐작하는 건 있어 보였지만 확실치 않아 보였다.

 

  만약 이 문제가 나중에 심각해진다면......

 

  "......"

 

  상상도 하기 싫다.

 

  꽉 쥔 주먹에 힘을 천천히 빼고 어제 봤던 책을 다시 한 번 집어 들었다.

 

  "천관 님 다시 오셨네?"

  "......!"

 

  구태여 키미안의 눈동자 앞에 불쑥 나타난 요정이 빙글빙글 돌며 깔깔 웃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이거 참 마음 약한 천관 님이구만."

  "... 저리 가십시오."

 

  귀찮다는 마음이 앞선다. 눈을 꿈뻑이며 자신만 졸졸 따라다니는 저 요정이 귀찮이 짝이 없었다. 노골적으로 발소리를 크게 내며 걸어갔지만, 눈치가 없는 건지, 고의인 건지 모를 요정은 옆에서 조잘조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수피아 궁 3층 가봤어요? 거기 카페 5개가 있는데, 마카롱숲 카페에 엄청 찐한 초코 마카롱이 그렇게 맛있어요."

  "......"

  "아, 그리고 거기 망고 스무디 꼭 마셔보세요!"

 

  시끄러워.

 

  요정이 느낄 수 없을 정도의 미약한 신력으로 고막을 덮었고, 좀 조용해지자 이제야 책에 집중한 키미안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빛바랜 누런 종이 위로 도드라진 글씨들을 한 글자, 한 글자씩 곱씹으며 훑어갔다.

 

  "오호오."

 

  함께 책을 읽어내리던 요정이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쓸고는 키미안의 어깨를 툭툭 건들이지자, 키미안이 경고하는 눈으로 힐끔 쳐다봤다.

 

  "뭡니까."

  "이 황녀. 저 알아요."

  "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키미안에게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자신감을 내뿜을 요정이 말을 전달했다.

 

  "아르멜리사 황녀는 17년 전에 인간계에서 환생했어요. 그것도 전생을 기억한 채로."

  "그게 사실입니까?"

 

  눈을 휘둥그레 뜬 키미안이 잠시 고민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인간계로 내려가봐야 할 것이고, 그저 거짓일 뿐이라면 이 요정을 당장 쳐내야 할 것이었다.

 

  이제야 제 말을 들어주려하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인 요정이 신나서 조잘조잘 말을 늘어놓았다.

 

  "당연히 사실이죠. 거짓이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버르장머리 없다고 해도 천관에게 거짓말을 고했다간 어찌 되는 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런 짓 못 하죠."

  "그 황녀의 더 자세한 정보를 아시나요?"

  "그것까진 모르죠. 인간계에서 찾으셔야 할 거예요. 원래 돌연변이의 환생은 서류로 남지 않거든요."

 

  단호한 말투로 답한 요정이 한 바퀴 빙 덤블링을 하고는 키미안의 손등을 조심스레 토닥였다. 키미안의 손바닥보다 작은 요정이 그 위에 앉아 짙은 녹색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4대 신 님 일이시죠?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천관 님이 염려하시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설령 일어난다 해도 오히려 나중에 좋은 걸과를 낳을 거예요."

  "그게 무슨......"

 

  진희의 관한 얘기는 입밖으로도 꺼내지 않았는데 '4대 신' 이란 단어를 이 요정이 언급했다. 당황스러움과 의심이 파생한 키미안의 표정은 꽤나 봐줄만 했는지, 요정이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손등에서 일어났다.

 

  "가서 진희 님 잘 보살펴주세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진희 님을 떠나진 말아주세요. 이걸 명심하시고 이제 이곳에서 나가주세요."

  "예?"

  "이 이상의 호기심은 독을 부를 거예요. 자, 착한 어린이는 나갑시다."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키미안의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내보낸 요정이 도서관 정중앙으로 향했다. 환한 광망이 쏟아지는 그곳에서,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하더니, 옅은 네이비 색의 빛에 그대로 녹아들어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내 그 빛은 신계의 밖으로, 저 멀리로, 끝을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천천히 비행했다.

 

  이 일을 알 리 없는 키미안이 도서관 문 앞에 주저앉아 멍 때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지도 모르겠고, 혹시 여기가 꿈일까,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니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혹여나 무슨 문제가 있을까, 염려하여 걱정되는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 본 레일리가 머뭇거렸다. 레일리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제서야 정신를 차린 키미안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자, 진짜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의심한 레일리가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아뇨... 별 거 아니긴 한데......"

  "......?"

 

  말 끝을 천천히 흐린 키미안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 보자,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 고개를 갸웃거린 레일리가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죠? 말 해주세요. 도서관과 관련 있다면 제 책임이니까요."

  "아니... 그...... 요정이......"

  "요정이요?"

 

  요정이란 말에 레일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정들의 거처엔 이미 카시오페이아 정도 크기인 도서관이 존재해서 여기 올 일이 없었다.

 

  "그, 이 안에 도서 관리하는 요정 있잖아요."

  "... 그런 거 없는데요?"

 

  술이라도 마시고 온 건가. 레일리가 의문을 품었다. 그럴 리 없다는 듯한 키미안의 표정에, 레일리가 다시 한 번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이 도서관을 관리하는 건 저뿐입니다."

  "분명 요정이 있었어요."

  "잘 못 보신 거겠죠."

 

  레일리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분명 두 눈으로 목격했고, 대화도 나눴었기에 계속 있었다고 얘기하는 키미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도서관에 출입한 요정은 역사상 없습니다. 그리고 침입자라면 제가 못 느꼈을 리가 없잖아요? 키미안 님 외에 다른 기척을 느낀 적이 없어요."

  "그럴 리...... 아?"

 

  진지하게 생각하던 키미안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흔들린다. 왜 몰랐을까. 늘 불쑥불쑥 나타나던 요정이었다. 그렇다면 저에게 다가올 때의 기척을 느꼈을 텐데, 기척은 커녕 그 무엇도 느끼지 못 했었다.

 

  일 하느라 지쳐서 헛것을 봤구나, 라고 믿는 레일리가 당황하는 그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눈동자가 이리저리 정신없이 굴러갈까.

 

  "얼른 돌아가셔서 쉬세요. 열쇠는 저한테 주시고."

  "아, 아... 네. 여기 있습니다."

 

  레일리가 내민 손에 열쇠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옮기는 발걸음은 꽤나 무거웠다.

 

  ***

 

  마음을 추스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오히려 빨랐다. 이건 어찌 보면 기회였고, 신의 개입이 있을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아르멜리사, 미쳐버린 황녀.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인간계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뭐 해, 키미안?"

  "아, 뭐 좀 찾고 있었습니다."

  "...? 이거 완전 옛날 자룐데?"

 

  키미안의 어깨 너머로 슬쩍 본 녹색 눈동자가 의문을 품고 지나갔다. 누렇게 변한 오래된 종이를 이리저리 파헤쳐 보는 키미안을 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찾아야 하는 거겠지, 하는 마음으로 신경 끈 진희가 다시 제 업무를 보자, 키미안도 안심하고 자료를 찾았다.

 

  "아! 찾았다."

 

  빛바랜 종이에 써진 글씨가 키미안의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아르멜리사 실라몬 크리아딕스》

 

  익숙한 이름의 등장에 마음을 쓸어내린 키미안이 자세한 사항들을 천천히 머릿속에 주입했다. 인간계로 내려가서 확인하기 수월할 것이라 굳게 믿으며 눈동자를 굴렸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금발에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 고양이 같은 눈매를 지녀서 아르멜리사의 친구는 그녀를 냐옹이라 부르기도 함, 정을 많이 베풀던 사람이었음, 그 때문인지 많이 이용 당하기도 했음......

 

  흰 종이에 받아 적던 키미안의 손이 멈췄다.

 

  <사망일 : 확인 불가>

 

  "... ...?"

 

  키미안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굳었다. 갑작스레 입꼬리를 내리고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키미안을 힐끔 본 녹색 눈동자엔 다시금 의문이 생겨났다.

 

  왜 저렇게 진지해, 쟤는.

 

  너무 궁금해서 계속 지켜보고 싶지만 옆에 쌓인 서류로 아파트 1층은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한숨을 쉬며 업무를 다시 손에 쥐었다.

 

  하웰 역시 계속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잠깐씩 키미안을 살펴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꽤나 심각한 표정에 걱정이 되면서도, 호기심이 계속 치솟았다.

 

  "후우......"

 

  키미안의 한숨에 몰래 힐끔힐끔 보던 이들이 모두 시야를 거두었다. 혹여나 제 행동이 그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을까, 걱정하며 서류에 집중하는 척 했지만, 아쉽게도 키미안은 주변의 시선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열심히 적은 종이를 꼬깃꼬깃하게 접어 주머니 속에 쏙 집어 넣은 키미안이 잔뜩 뒤졌던 서류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저... 도와드릴까요?"

  "응? 아니. 괜찮아."

 

  조심스레 눈치 보던 세디나의 호의를 단호히 거절한 키미안이 낡은 종이들을 포털에 넣고 가장 높은 자리로 뚜벅뚜벅 올라갔다.

 

  사락-.

 

  진희의 옆에 쌓여 있던 서류 몇 장을 집어 들어 제 책상으로 가져간 키미안이 녹색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왜?"

  "이거 다 끝나고 저랑 어디 좀 갑시다."

 

  고개를 갸웃거린 진희가 다음 말을 기다리며 마저 사인을 해 나가자, 키미안이 다른 이들이 듣지 못 하도록 나지막이 속삭였다.

 

  "인간계. 같이 가요."

  "어... 그래... 인간계...... 잠깐만, 뭐라고?"

 

  대충 첫 말을 중얼거린 진희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더니 언성을 높였다. 지금 자신이 똑바로 들은 걸까, 의심하면서도 들뜬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입을 틀어막았다.

 

  "제가 그 케이크 다 먹으면 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었잖아요."

  "아, 그러네."

 

  케이크는 나름대로의 변명이었지만 감쪽같이 속은 진희가 배시시 웃으며 기분 좋게 사인을 휘갈겼다.

 

  ***

 

  "... 키미안이 그랬다고?"

  "네. 분명히 그랬어요."

 

  정원 한 가운데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던 리니아가 레일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의심스럽다, 라고 말하는 듯한 레일리의 남보라색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던 다양한 색이 섞인 사계절의 눈동자가 꿈뻑였다.

 

  "그 말 사실이야."

  "네에?!"

 

  난 또 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무심한 반응을 보인 리니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에 비해 당황한 레일리가 어쩔 줄 몰라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누가 그 같잖은 거에 신력으로 주술을 걸어 기척을 감췄더군. 그래봤자 미숙해서 옅은 기척을 흘렸지만. 추적해 보니까 신경 안 써도 될 정도의 파리였다. 그게 요정이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야."

  "주술... 이요?"

  "넌 몰라도 된다. 물러가라."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은 리니아가 흐드러지게 핀 정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 중 하나였음으로 레일리는 호기심을 잠시 접어두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기척이 멀어지자 리니아가 평화로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 이번엔 좀 바뀔 수 있으려나."

 

  ***

 

  "...... 뭡니까, 그건."

  "뭐긴 뭐야, 짐이지."

 

  양손에 들린 캐리어를 본 키미안이 눈을 의심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진희의 표정에 한숨을 꾹 삼켰다.

 

  "안 챙기셔도 됩니다."

  "왜 안 챙겨! 고작 하루 갔다 올 거야?"

  "네."

 

  울상이 되어버린 진희의 표정은 참으로 웃겼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과 함께 축 쳐진 입꼬리하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힐 것 같은 녹색 눈동자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정작 진희는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마음에 제 표정을 보지 못 하고 시야를 바닥으로 내렸다.

 

  나름대로 기대했건만 고작 하루라는 사실에 원망하면서도, 하루라도 가는 게 어디냐는 감사한 마음이 계속해서 오고 갔다.

 

  그래, 여행을 기대한 내가 바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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