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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대망 : 아마쿠사의 신
작가 : 한연화
작품등록일 : 2019.9.20

"제가 원하는 것은 전국을 일통하고 강한 군주가 되어 백성들을 덕으로 교화하는 것입니다. 그 길에는 지독한 피비린내와 가시밭길만이 있겠지요. 이런 저라도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끝없는 전란이 이어지는 전국시대의 일본. 천하를 무로 덮는 운명을 타고났으나 누나에 의해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자, 히닌이 되어 쫓겨난 오와리국의 후계 유죠와 인간들의 전장에서 태어난 전쟁의 여신 아마쿠사미코토의 전국일통을 향한 일대기가 시작된다. 격랑의 역사 속, 그들의 삶과 사랑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

 
아마쿠사의 신(2)
작성일 : 19-09-28 10:07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7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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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후사와 함께 한 날들은 하루하루 행복의 연속이었다. 하루후사와 함께 검을 겨루고 시를 나누고 한 자리에 눕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해서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아마쿠사미코토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후사의 정실이나 측실이 될 수는 없었지만 두 존재에게는 그런 것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다. 두 존재는 서로 손을 꼭 잡고 나고야 성 안을 거닐었고, 가레산스이식(모래와 돌로 연못을 표현한 정원 양식)으로 꾸며진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나누었고, 도코노마(다다미를 높여 만든 장식용 단)에 걸린 족자 아래에 앉아 입을 맞추었다.

 

  “성장한 것은 그때가 처음인가?”

 

  여느 때처럼 같은 이부자리에 누워 하루후사는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담배를 피우고, 아마쿠사미코토는 담뱃대에 담뱃잎을 채워주고 불을 붙여주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후사가 불현듯 아마쿠사미코토의 성장에 대해 물어왔다. 아마쿠사미코토는 대답했다.

 

  “응. 처음이다.”

  “그러면 태어났을 때부터 꽤 많이 자라 있었다는 말인가?”

  “그래. 태어날 때부터 열 살 정도 여자아이의 모습이었으니까.”

  “신들은 정말 빨리 자라나보군.”

  “응. 아무래도 그런가보다.”

  “그대는 같은 신을 죽여야만 자랄 수 있고 말인가?”

  “뭐, 그런가보군.”

 

  아마쿠사미코토는 하루후사의 품을 파고들었다. 담뱃재가 떨어질 수 있다며 놀란 표정을 짓던 하루후사가 담배를 끄고 아마쿠사미코토를 끌어안았다.

 

  “아마쿠사.”

  “응?”

  “어디 가지 마라.”

  “내가 가면 어디를 간다고.”

  “내 옆에 있어주어라.”

  “그야 당연한 일이 아니냐.”

  “그대가 더 성장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그대가 다른 신들을 죽일 수 있도록 이 이마다 하루후사가 도와주겠다.”

  “하? 지금 나 때문에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못 할 것도 없지 않은가. 당 현종은 양귀비를 사랑해 천하를 잃었는데, 이 내가 사랑하는 그대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못할까. 말만 하여라. 전쟁보다 더한 일도 할 것이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면서도 아마쿠사미코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이런 존재와 함께 한다면 이대로 성장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그만큼 아마쿠사미코토는 나고야 성에서의 생활이 마음에 들었고, 하루후사와의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다.

 

  “이곳에 온 뒤로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다행이다.”

 

  하루후사가 아마쿠사미코토의 하얀 뺨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이따금 인심 좋은 인간들이 던져주던, 보리밥에 소금을 넣은 주먹밥만 먹다가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그것도 기름진 하얀 쌀밥에 맑은 장국, 신선한 야채며 죽순, 생선,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먹고, 옷도 낡은 스오이가 아니라 비단으로 만든 가타키누바카마(무로마치시대 후기의 복식 중 하나로, 소매가 없는 등걸이인 가타키누와 하카마가 하나로 된 옷)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아마쿠사미코토는 신수가 무척 훤해져 있었다.

 

  “아참, 이것은 선물이다.”

 

  하루후사가 아마쿠사미코토의 머리를 빗겨주고 소매에서 머리끈 하나를 꺼내 묶어주었다. 머리를 절반 정도 잡아 높이 올려 말총처럼 만들고 금박으로 매화를 수놓은 붉은 머리끈을 매준 하루후사는 정말 잘 어울린다며 미소를 지었고, 아마쿠사미코토는 하루후사가 직접 매준 머리끈을 한동안 손으로 쓰다듬으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것을 선물해주겠다.”

  “이것도 좋은 것이다.”

  “그대에게는 이런 고급품이 잘 어울린다. 그대가 워낙에 빛나는 존재라 그런가.”

 

  낯 뜨거운 말을 잘도 한다며 웃는 아마쿠사미코토를 한동안 바라보던 하루후사가 그녀를 이부자리 위로 밀어 눕혔다. 하얀 비단이불 위로 눕혀진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고 옷깃을 헤집는 하루후사의 눈에는 욕망과 애정이 뒤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대가 어서 자랐으면 좋겠다.”

  “어째서?”

  “그러면 그대를 조금이라도 더 취할 수 있을 텐데. 그대의 나이가 너무 어려 취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죄책감이 드니 말이다. 그래서 그대를 더 많이 취하지 못해 아쉽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나를 안을 때는 무척 적극적이지 않나. 내가 아프다고 해도 놓아주지도 않고.”

  “그래서 안길 것인가, 안기지 않을 것인가?”

 

  대답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듯이 하루후사가 그대로 아마쿠사미코토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목덜미를 이로 물고 입술로 빨아 진한 자국을 남기고 그대로 입술을 내려 쇄골에 묻어 한 번 더 흔적을 남긴 그가 하카마끈을 풀기 전 아마쿠사미코토를 한 번 바라보았다. 목덜미와 쇄골에 가해진 자극만으로도 충분했는지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루후사는 아마쿠사미코토의 귀에 입술을 대고 물었다.

 

  “전희를 원하나?”

 

  귓가에 와 닿는 자그마한 숨소리 하나에도 아마쿠사미코토는 몸을 잘게 떨며 반응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고개를 저었다. 한시라도 더 빨리 하루후사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버려 잠시 뒤에 닥칠 어마어마한 고통까지도 잊게 하고 있었다.

 

  “아마쿠사.”

  “…….”

  “사랑한다.”

  “나도. 나도 사랑한다.”

  “세상 무엇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그대를 사랑해…….”

 

  옷이 벗겨지고 하루후사의 몸이 아마쿠사미코토의 안을 가르고 들어왔다. 몸이 둘로 나뉠 것만 같은 고통에 아마쿠사미코토는 하루후사의 등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곧 쾌락의 파도가 넘실대며 아마쿠사미코토를 덮쳤고, 아마쿠사미코토는 쾌락에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언제까지고 하루후사와 서로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나 행복은 순간이고, 그 순간이 지나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내 사는 세상 무엇인들 영원할까’라는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영원히 계속될 줄 알았던 행복은 오래지 않아 끝이 났다.

 

  사랑한다는 말은 편지에 써서 말하라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무렵, 하루후사는 육백번가합에 나오는 와카(헤이안시대에 나타난 일본 고유의 시가 양식. 5.7.5.7.7의 31자로 되어 있는 정형시이다.)를 자주 읊었다. 마치 이별을 미리 노래하는 것 같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마쿠사미코토는 그 와카를 읊지 말라고 투정을 부렸고, 그때마다 하루후사는 멋쩍은 듯 웃으며 아마쿠사미코토를 달래주었다.

 

  “그럴 리가 있겠나.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대를 떠날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인가? 정말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인가?”

  “약속한다. 이 이마다 하루후사의 이름을 걸고.”

 

  사무라이에게 가장 중요한 명예를 걸고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하루후사를 보며 아마쿠사미코토는 다소 기분이 풀어져 헤헤 웃어버렸다. 그때마다 하루후사는 아마쿠사미코토의 볼을 잡아당기며 이럴 때는 마치 어린아이 같다고 놀렸고, 아마쿠사미코토는 이래봬도 태어난 지 채 몇 해도 지나지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 내가 대체 몇 살짜리 어린아이와 사랑을 나눈다는 말인가?”

  “글쎄. 그야 나도 모르는 일이다. 애초에 신들에게는 나이라는 게 없으니까.”

  “허허. 여인은 나이가 어릴수록 좋다지만 이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아, 신들에게는 나이가 없다니까 그러는구나!”

  “이제 보니 정인이 아니라 양녀로 삼았어야 했나. 그리 나이가 어리다면…….”

  “시끄럽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 와카나 읊지 마라.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할 거니까.”

 

  그러나 그것은 아마쿠사미코토가 신들의 세계에 대해 잘 몰랐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신들의 세계에 대해 잘 몰랐다. 전장에서 태어나 피와 죽음의 냄새를 달고 다니는 어린아이라 아무도 받아들여주지 않았으니 신들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결국 크나큰 불행을 낳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시다 단조노추 사이조노스케 마사토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군.”

 

  오와리국의 다이묘인 이시다 단조노추 사이조노스케 마사토부가 규슈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하루후사와 아마쿠사미코토의 보금자리인 나고야 성을 침공하기 전날, 하루후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아마쿠사미코토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무거운 갑주를 걸치고 술 달린 지휘봉을 든 그는 굵은 눈물을 툼벙툼벙 쏟았다.

 

  “아마쿠사.”

  “하루후사?”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그대는 나를 영원히 기억해줬으면 한다. 비록 우리의 만남이 그대의 기나긴 생에서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이다.”

  “하루후사.”

  “…….”

  “그런 말 하지 마라.”

  “…….”

  “왜 우리가 곧 헤어질 것처럼 말을 하는가.”

  “나도 그대와 헤어지는 것이 싫다. 하지만…….”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하루후사의 눈동자에는 투명한 이슬방울들이 맺혀 마치 거울처럼 아마쿠사미코토를 온전히 비추고 있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그의 눈꼬리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싫으면 그런 말 하지 마라.”

  “…….”

  “전장에서 헤어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그대가 더 잘 알 터.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이제는 ‘너’에서 ‘그대’로 바뀐 호칭을 듣는 하루후사의 얼굴에는 더할 나위없는 애틋함이 떠올라 있었다. 신이 인간을 향해 ‘그대’라고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그를 사랑할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후사는 아마쿠사미코토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내가 그대를 지켜줄 것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그대가 이기게 해줄 것이다. 그러니 죽지 마라, 하루후사.”

 

  그때까지도 아마쿠사미코토는 자신과 하루후사에게 닥칠 불행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자신은 신이고 이미 한 번 다른 신을 죽여본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다른 신을 죽임으로써 하루후사의 승리를 돕고 그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앞으로 다가올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신들의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선대가 있다는 것도, 자신이 누군가의 후대라는 것도 알 수 없었고, 신들의 세대교체와 선대와 후대의 지독한 은원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다음 대 전쟁의 신은 정해진 것 같군.”

 

  그녀가 태어난 날, 그녀의 선대에게는 노화가 찾아왔다. 주름살 하나 없이 얄쌍하게 잘 빠진 눈꼬리에는 물결 같은 주름이 그려졌고, 입가에도 팔자주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그의 모습은 서서히 추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그보다 상위에 속하는 존재들은 그를 비웃었고, 그는 자신이 젊음을 되찾고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 태어난 전쟁의 신, 다시 말해 자신의 후대를 죽여야 함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러나 아마쿠사미코토가 성장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녀의 선대는 자신의 후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그녀를 찾지 못해 허송세월을 보내다 그녀가 나고야 성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일을 꾸민 것이었다.

 

  “이시다가의 조상신인 그대를 먹으면 최소 몇 달간은 노화의 진행을 막을 수 있겠지.”

 

  그날로 아마쿠사미코토의 선대는 이마다가를 반드시 무너뜨려야 하는 다이묘가 중 세력이 강한 다이묘가를 두루 살펴보기 시작했다. 누가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이마다가를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후대의 죽음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살피던 그는 이시다가를 선택했고, 자신이 이시다가의 조상신 행세를 하며 이시다가의 당주 마사토부를 움직이기 위해 이시다가의 조상신을 죽이고 그를 흡수했다.

 

  “지금이 이마다가를 칠 적기다. 이마다가의 주요 거점인 나고야 성의 성주인 하루후사는 어린 계집아이에게 빠져 정무를 태만히 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군사들의 기강도 해이해졌다. 그러니 지금 이 기회를 틈 타 나고야 성을 함락시키고 이마다가를 멸망시켜야 한다.”

 

  신에게 있어 인간에게 몇 마디 생각을 흘려 넣는 일은 무척 쉬운 일이었다. 그는 이시다가의 조상신 행세를 하며 매일 아침 마사토부가 가미다나(조상신을 모시기 위한 신단)에 예를 올릴 때마다 나고야 성을 치라며 부추겼고, 조상신을 믿는 일본인답게 마사토부는 그가 흘려 넣은 생각대로 나고야 성을 칠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 지나 나고야 성을 치기에 충분한 군사와 무기, 그리고 군량이 갖춰졌다고 생각하자 마사토부는 출진을 명했고, 2만의 이시다군은 나고야 성을 향해 진군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마쿠사미코토의 선대가 은밀히 뒤따르고 있었다.

 

  “이곳 나고야 성은 뒤로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성 뒤로 협공을 당할 염려는 없습니다.”

  “다만…….”

  “다만?”

  “이곳에서 농성을 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배수의 진을 치게 되는 것입니다. 패배한다면 후퇴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이시다가와의 전쟁에 임하기 전, 하루후사는 제장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열었다. 제장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근심이 서려 있었다. 아마쿠사미코토는 하루후사의 옆에서 차를 따르다 밖으로 나가 활을 들었다. 하루후사가 활을 선물해준 이후로 활에 재미를 붙여 틈만 나면 새나 작은 짐승을 쏘며 놀고 했던지라 활에는 자신이 있는 그녀였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신중하게 시위에 화살을 걸며 아마쿠사미코토는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배수의 진이든 뭐든 상관없다. 하루후사는 내가 지키면 된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시위를 당기며 아마쿠사미코토는 중얼거렸다. 하루후사는 내가 지키면 된다고. 그러니 배수의 진이든 뭐든 상관없다고. 거듭 중얼거리며 아마쿠사미코토는 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드디어 오늘인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시다 단조노추 사이조노스케 마사토부의 군대가 나고야 성 앞에 당도한 날, 하루후사는 아마쿠사미코토에게도 갑주를 권했다. 언제 만들어둔 것인지 자신의 몸에 맞는 갑주를 건네는 하루후사의 성의를 애써 거절하며 아마쿠사미코토는 요로이히타타레(소맷부리와 하카마 끝단을 끈으로 오므릴 수 있도록 만든 히타타레로, 주로 갑옷의 받침옷으로 많이 입었다.)의 소맷부리를 여몄다.

 

  “그대는 내가 지킬 것이다. 그러니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하루후사.”

 

  두 존재는 서로를 한 번 끌어안고 성벽 위로 올랐다. 성벽 위에 선 아마쿠사미코토는 문득,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이시다군의 뒤에는 이시다가의 조상신급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체 뭐지, 저건.”

 

  아마쿠사미코토는 최대한 자신의 기운을 검에 끌어 모으고 칼등 위를 한 번 쓸었다. 기운에 실린 신력이 붉은 꽃잎의 형태로 변해 신을 향해 날아가 덮쳤다. 그러나 신은 아주 여유롭게 아마쿠사미코토의 공격을 막아냈다.

 

  “……!”

 

  제길. 아마쿠사미코토는 이를 까득, 소리가 나게 갈았다. 이시다가의 조상신만 되어도 상대하기 까다로울 텐데 저런 강한 신이 오다니. 아마쿠사미코토는 그를 노려보다 문득 든 생각에 화들짝 놀라 온몸을 가늘게 떨었다.

 

  “서, 설마…….”

 

  저 신이 이시다 단조노추 사이조노스케 마사토부를 충동질했다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지금의 정황으로 미루어보건대 분명히 이시다가의 조상신을 잡아먹고 그의 행세를 하며 마사토부를 충동질해 전쟁준비를 하게 했을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말고 아마쿠사미코토는 고개를 잠시 갸웃거렸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대체 이런 짓을 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라고? 그러나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마쿠사미코토는 곧 고개를 털어내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하루후사.”

  “…….”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 것이다. 내가 반드시 그대가 이기게 해주마.”

 

  말을 마치며 아마쿠사미코토는 성벽 아래로 펼쳐진 적진을 노려보았다. 지금은 저 신을 죽이고 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작가의 말
 

 사랑이란 가장 행복한 불행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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