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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23화. 예지야, 네가 왜 거기 있던 거야
작성일 : 19-09-28 00:23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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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 법칙들은 간단하니 그 중 하나가 바로 원인 없이는 결과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도 증거도, 용의자도 없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국과수에서 빠르게 치아 자국이나 지문 여부를 감식했지만 보란듯 데이터 오류를 띄워냈다.

 

 종인이 하은에게 건네받은 USB를 본체에 꽂는다. 하은의 최면으로 이 USB는 다른 형사가 힘들게 찾아다 종인에게 준 게 되었다. USB가 읽히고 파일을 열자 동영상 2개가 들어있다. 첫번째 파일을 연 종인이 잠자코 화면에 집중한다.

 

 첫번째는 사거리와 조금 떨어진 주차 단속 감시 카메라 영상이었다. 아주 늦은 새벽, 해 뜨기 직전 답게 개미 한마리도 지나다니지 않길 몇 분 마우스로 빠르기를 조종한 종인이 스쳐 지나간 인영을 보곤 다시 속도를 조절한다.

 

  " 여자야...? "

 

 저 멀리서부터 혼자 걸어오는 실루엣은 긴 머리를 가진 여자였다. 아직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하얀 블라우스에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 여자는 보통의 걸음으로 점점 다가왔다. 모르는 사람이면 별 감흥이 없었겠지만 종인은 그 여자를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서 봤더라, 누구랑 닮았더라 실루엣이 가까워 질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해져 갔다.

 

 

 " ……! "

 

 이예지?!

 

 가로등 불빛이 닿는 곳에 그 여자가 진입했을 때 딱, 하고 영상을 정지한 종인이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보이지 않았을 이목구비가 종인은 알아볼 수 있는 상태로 비춰지고 있었다. 보니까 입고 있는 옷도 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복이었다. 말도 안돼. 종인이 입을 딱 벌렸다. 아니 이 밤중에, 그녀가 도대체 왜 거기 있단 말인가. 영상 속 시간을 보니 사건 발생 추정시간 범주에 들어와 있다.

 

 " 야, 너 또 뭐하고 있어? "

 

 정수가 벌컥, 강력반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종인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지금 강력반엔 아무도 없었다. 모두 발로 뛰는 액션이라도 보여주려 경찰서에 아무도 남아있지 말라는 서장에 명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 미션도 그의 총애를 받는 정수와 종인에게는 예외, 해당없음이었다.

 

 종인이 빠르게 마우스를 클릭해 영상을 내리고 USB를 숨긴다.

 

 " 너 뭐하냐니까? "

 

 타이밍 좋게 정수가 종인의 책상에 다가온 그녀가 모니터를 힐끗본다. 아무것도 없는 모니터. 그녀는 수상쩍다는 눈빛을 하고 윈도우 배경화면과 종인을 번갈아 쳐다본다. 누가봐도 심각하게 의심가는 상황이었다. 종인은 침을 꼴깍 삼키며 뒷목에 식음땀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뭐라고…?

 

 " 너 설마…. "

 

 

 사실 이렇게 결정적인 증거를 당연히 정수와 공유해야 했지만 영상 속 여자는 정수가 더 잘아는 여자다. 무려 그녀의 여동생이라는 거다. 솔직히 이 영상하나로도 답이 나온거나 마찬가지다. 당장 유력 용의자 명단으로 뽑아 경찰 소환까지 가능할 만한 증거란 것이다. 하지만 절대 말 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 누구한테나 다 말할 수 있었지만 정수한테만은 말할 수 없었다는 게 맞다.

 

 " 너 지금 이 상황에 그런거 본거야? '야'구'동'영상 이런거? "

 

 정수가 입을 막고 클클 웃는다. 다행히 그녀는 종인이 야한 동영상이나 봤는 줄 알고 착각을 한다. 그렇게 몰리는 건 싫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사실 다행이였다. 종인은 잠시 참았던 숨을 후, 하고 내쉬며 으응 하고 얼버무린다.

 

 " 이 시국에, 하… 너란 애 정말 이해할 수 없다. "

 

 정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뒷걸음질을 친다. 아니라고 강한 부정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는다.

 

  " 마저 즐겨. 난 위에 올라가 있을게. "

 

 정수는 손까지 짤랑짤랑 흔들며 사라졌다. 그녀가 바람처럼 사라진 문을 멍하니 보던 종인이 잠시 상황파악을 하며 심호흡을 하였다. 자신이 본걸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상처럼 빼도 박도 못할 게 또 뭐가 있단 말인가.

 

 다시 USB를 꽂고 이번엔 두번째 영상을 재생시킨다. 두 번째는 블랙박스 영상이였다. 사거리에 밤새 불법주차 되어 있던 차에 있던 영상. 영상 상단에 초가 빠르게 흐르고 아무것도 없던 화면에 다섯명의 인영이 잡힌다. 거하게 취한건지 두세명은 몸을 잘 못가누고 있었고 소리가 없었지만 화면만 봐도 시끄러움을 담고 있었다. 시체의 얼굴이 뭉게져 이들이 피해자인지 긴가민가했지만 복장이 정확히 일치했다.

 

 그들이 금방 영상에서 사라지고 이게 끝인가 싶은 종인이 화면을 보지만 아직 10초 가량 영상이 남았다. 그 순간 종인의 초조함을 식혀줄 단 한명의 실루엣이 다시 등장한다. 다시 그녀. 교복을 입은 예지였다. 예지는 그저 아까 영상 속 처럼 멍하니 걸어 그들이 간 방향으로 사라졌다.

 

 " ……. "

 

 살인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 사거리를 비춰줄 모든 카메라 및 영상기기는 그 순간 동작을 정지했거나 고장나있었다. 하지만 겨우 건진 두 영상 속에 정확한 증거는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99% 정도 유력 증거로 작용할 화면이 나왔다.

 

 종인이 끝난 영상을 두고 머리를 싸맸다. 하. 범인을 못잡을 때. 증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 때 보다 답답했다. 속에 돌덩어리가 꽉차서 누르는 것 같았다. 머리가 빙빙도는 느낌이었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예지야, 네가 왜 거기 있던 거야.

 

 

 

 

 

 

 

 * * *

 

 

 

 

 

 

 

 같은 시각.

 

 정수가 올라오는 줄은 까마득하게 모르는 동욱은 추리에 빠져있다. 시체에 왼쪽 팔 안쪽에서 나온 목걸이를 감상하듯이 천천히 매만진다. 자세히 보니 목걸이 뒷면에는 Y.J 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그냥 십자가 목걸이만 나왔어도 이에 대한 범인 속출이 되었을 텐데 이니셜까지 새겨있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Y.J가 흔한 이니셜이였지만 어느 정도 필터를 거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였다.

 

 무언가라도 먼저 알아내려 했지만 도통 떠오르는 것도 없고 짱구를 굴려도 답이 없었다. 사실 아예 오픈을 하고 경찰 정보망을 쓰는게 나았다. 하지만 뭔가가 있을 것 같아서, 자신이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아 오픈 하기 싫었다. 침대에 앉은 동욱은 허벅지 위에 팔꿈치를 대고 목걸이를 빤히 쳐다본다.

 

 

 벌컥, 단숨에 몇층이나 되는 계단을 뛰어올라온 정수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화들짝 놀란 동욱이 급히 목걸이를 등 뒤로 감춘다.

 

 " 뭐예요? "

 

 정수는 아까 종인에게 나타났던 반응과 매우 비슷한 상황에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따라 이 지붕아래 있는 남자들이 왜이래? 다 나몰래 무슨 꿍꿍이야. 뭐 기껏해야 뭘 숨겼겠지, 까지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정수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동욱은 뒤에 돌린 손을 이용해 빠르게 목걸이를 바지 뒷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정수가 그를 빤히 쳐다보는데 그는 답지 않게 당황하다 금방 포커페이스로 갈아 끼운다. 하지만 정수는 그게 더 수상쩍었다. 이미 당황한 모습을 보았고 대체 뭐기에 그런 표정을 짓냐는 말이다.

 

 " 뒤에 감춘 거 뭐냐구요. "

 

 이 일을 함께하고 있는 사이 혹은 이미 둘이 껴안았을 때부터 둘러싸고 있던 묘한 분위기. 정수는 동욱을 조여들고 있었다. 아주 차분하고 다정하게, 말그대로 그녀 답게. 동욱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 일어나봐요. "

 " 아무것도 아니야. "

 " 아무것도 아니니까 일어나 보라구요. "

 

 동욱이 두 손을 내저어 보아도 정수는 한치의 물러섬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까전 웃음을 머금었던 그 표정까지 굳혀버리고 단호하게 말을 내뱉는다. 동욱이 잠시 눈을 내리깔더니 다시 정수를 쳐다본다. 그녀는 여전하게 변함이 없다. 짧은 시간 엄청난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어차피 목걸이는 언젠간 알려야 될 존재였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고 두 손을 머리 높이로 든다.

 

 " 나한테 숨기는 게 없다면 뒤돌아 볼수 있죠? "

 

 그녀의 말투에서 배려심이 묻어나온다. 그녀도 이상황이 달갑지않은 것이다.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 정수가 형사 일을 할 때 자주 나타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욱을 쳐다본다. 그렇지만 최대한 동욱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끝에도 신경을 쓴다. 동욱이 천천히 뒤를 돈다. 빠르게 그의 뒷모습을 살핀다. 바지 뒷주머니 위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아주 조금 튀어나와 있다.

 

 슥,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져가 그것을 잡아 빼낸다.

 

 " 잠깐…!! "

 

 동욱이 재빨리 뒤를 돌아 정수의 손을 저지 시킨다. 변명을 먼저 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정수의 눈엔 익숙한 십자가 목걸이가 담겨진다.

 

 " ……!! "

 

 정수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힘으로 동욱의 손을 뿌리친다. 차마 건들일 수 없는 분위기가 단숨에 정수를 감싸고 돌고 그녀의 동공이 무자비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보아서는 안될 무언가를 본 것처럼 그 차가운 금속의 느낌을 느끼며 마구 혼란스러움에 빠진다.

 

 " 저기… "

 " 예…지…! "

 

 정수가 줄을 쫘악 빼든 후 정확한 팬던트, 그 십자가를 빤히 쳐다본다. 무난한 은색의 십자가의 매끄러운 뒷면에는 익숙한 이니셜이 박혀져 있었다. 처음 이니셜을 보는 사람은 이니셜에 맞는 이름을 하나씩 대입해 봤겠지만 그녀는 아니였다. 그 목걸이는 자신이 직접 골라 선물한 것이였기 때문이다.

 

 예지의 열세번째 생일날 정수 자신이 직접 디자인 하고 주문에서 만든 십자가 목걸이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고 할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하나뿐일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그 십자가 목걸이.

 

 눈 앞에는 그것이 떡하니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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