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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잭 앤 블랑 Jack & Blanc
작가 : 힛쥐
작품등록일 : 2019.9.6

갈수록 부패해져만 가는 귀족사회. 상류층은 하류층을 억압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들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세상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살인귀. 그들의 이름은 잭과 블랑이라고 한다.

 
11. 황금과 선혈의 도박장 (上)
작성일 : 19-09-27 21:50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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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베일이 암살되었던 그날의 밤.

 

  다음 경기가 진행되기 전의 쉬는시간. 귀족들의 열기는 식을줄을 몰랐다. 이미 달아오를만큼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귀족들은 본인들이 경기라도 한 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뚱뚱한 귀족, '골리앗 베르나도'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시원한 와인으로 뜨거워진 속을 식히려 하였으나 그리 쉽게 식지는 않는 듯 하였다.

 

  이 투기장은 승자를 맞춰 돈을 따내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경기에서 그는 절반의 승률을 갖고있었다. 이대로 물러나면 기껏해야 본전. 그는 이번 경기에서 승부수를 띄우기로 결정했다.

 

  "오… 올인?"

 

  골리앗은 겉으로 보기에는 침착한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긴장한 탓에 흐르는 땀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의 올인 소식은 곧바로 다른 귀족들의 귀로 흘러 들어갔다. 귀족들은 순식간에 감탄사를 내뱉는 귀족, 그를 말리는 귀족, 긴장하는 귀족 등등 여러 유형으로 나뉘었다.

 

  물론 이 돈을 잃는다고 해서 그가 파산을 한다거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올인한 금액은 몇 년은 놀고먹을 수 있는 정도의 금액. 만약에 자신이 건 쪽이 승리를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일확천금이다.

 

  골리앗은 반사적으로 다리를 떨며 다음 시작될 경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던가?"

  "그러게요. 꽤 지난 것 같은데…."

 

  평소보다 긴 경기 준비시간 때문에 귀족들의 목소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베일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의아함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술렁이는 관객석. 술을 따르고 다니던 집사들도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모두 모여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구석에서 보이기도 하였다.

 

  참지 못한 골리앗이 직접 일어나 집사들에게 가서 그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뭐하는거야. 빨리 가서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라고!"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골리앗에 집사들이 몸을 살짝 움츠렸으나 그것도 잠시였고 곧바로 베일이 있는 중계실로 몇몇의 집사가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베일이 중계실에서 머리를 잃은 채 쓰러져있다는 소식이 투기장에 알려졌다.

 

 

 ※ ※ ※

 

 

  투기장에서의 사건이 일어난지 며칠이 지난 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귀족들은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곧바로 각자의 저택으로 복귀하였다.

 

  투기장의 실체는 밝혀졌지만 큰 이슈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베일이 죽은 이후로 귀족들은 놀음판 하나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귀족들은 그것에 대헤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대귀족까지는 아니지만 베일은 포트리아에서 손꼽히는 귀족이다. 그런 귀족이 쥐도새도 모르게 암살당했다. 이것으로 인해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귀족들에게 공포가 심어졌다.

 

  자신이 목표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무서움. 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하나로 합쳐진 여러개의 부정적인 생각이 칼날이 되어 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골리앗 베르나도만은 달랐다.

 

  투기장이 열릴 때마다 꾸준히 참석했던 그는 공포가 심어졌음이 분명할텐데도 오히려 투기장같은 곳을 가고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마치 금단현상이라도 온 것 마냥 온몸이 계속해서 떨고 있었다.

 

  "주인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부울편? 그래, 내 마음이 불편하다! 투기장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 삶의 낙도 사라져버렸다. 이런데 내 마음이 편하게 생겼을 것 같나?"

 

  분노한 골리앗이 침을 마구 튀기며 집사를 몰아붙였다. 집사는 한껏 겁먹은 표정으로 자신의 주인에게 거듭 사과를 하였으나 골리앗의 화는 식을줄을 몰랐다.

 

  골리앗은 의자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책상을 세게 내려쳤다. 부서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소리가 저택에 울려퍼졌고 업무를 보던 다른 집사들도 모여 골리앗의 상태를 살펴보고갔다.

 

  벌벌 떨고있던 집사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화색을 띈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골리앗에게 말하였다.

 

  "결국 주인님은 투기장처럼 돈이 오가는 '도박'을 원하시는 것 아닙니까?"

  "도박…?"

 

  집사의 말에 호기심을 느낀 골리앗이 의자를 돌려 집사를 마주봤다. 고개를 까딱여 이야기 할 것을 허락하자 집사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투기장은 마치 도박과 같지요. 누가 이길지도 모르는 확률게임에 돈을 걸어, 이기면 돈을 따고 지면 돈을 잃는 것이 마치 도박장에서 하는 게임과 비슷하다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골리앗은 집사의 말을 귀기울여 들었다. 평소에는 집사들의 말을 딱히 귀담아 듣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진심으로 곱씹어보며 그의 말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머릿속에서 유명한 도박장 하나를 떠올렸다.

 

  왕국에서 인정한 공식 도박장. 자신이 살고있는 도시, 문 라이트에 있는 '골든 카지노'이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도박장. 골리앗은 딱히 관심을 주지 않았던 곳이다. 투기장을 알기 전까지는 도박이란 것에 큰 흥미도 못 느꼈고 투기장을 알게 된 이후. 그는 투기장이 도박이라고 생각도 못 해봤었다.

 

  자신도 어느새 도박에 미쳐버렸다는 것을 방금 알게된 그는 기괴한 웃음을 띄웠다.

 

  "당장 내 옷 가져와."

 

 

 ※ ※ ※

 

 

  골리앗은 마차를 탄 채 문 라이트의 도로를 나아갔다.

 

  달빛의 도시의 이름에 걸맞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이 도시는 도로마저도 세련되고 아름다워보였다.

 

  골리앗은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마차 안으로 들여왔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정면을 보았다.

 

  정면에는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건물이 아닌, 스스로 빛을 내고있는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이곳이 오늘 밤 골리앗의 목적지, 골든 카지노다.

 

  골든 카지노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은 황금빛을 내고 있었으며 눈에 번쩍 뜨일만한 장식들이 놓여있었다. 골리앗은 고개를 집어넣고 마차의 푹신한 의자에 몸을 넣었다.

 

  그는 치밀어오르는 흥분을 최대한 감춘 채 얌전히 가까워지는 골든 카지노를 응시했다. 오래간만에 즐길 수 있는 도박이라는 사실이 그를 계속 흥분시키고 있었다.

 

  분명 가까워 보이는데, 기대감 때문인지 골든 카지노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부를 계속 재촉할 수는 없는 법.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드디어, 카지노에 도착했다. 골리앗은 그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곧바로 마차에서 내린 후 옷을 정리하더니 당당한 걸음으로 입구로 걸어갔다.

 

  "환영합니다. 골든 카지노입니다."

 

  입구에 다다르자 경호원 같이 생긴 사람이 손님을 향해 인사를 하였다.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어서 어딘가 위압감이 느껴졌으나 이런 경호원을 평소에 많이 봐오던 골리앗은 딱히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골든 카지노에는 처음이신지요?"

  "그렇다만."

 

  고개를 끄덕이는 골리앗. 경호원은 자신이 안내해 주겠다며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골리앗도 그의 뒤를 쫓아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카지노의 압도적인 분위기가 골리앗을 짓눌렀다. 실내는 마치 정원과 맞먹는 듯한 넓이였고 그를 빼곡히 채운 도박게임들이 들어서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즐기고있었다.

 

  어디에서는 기쁨의 함성소리가, 어디에서는 탄식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러 사람들의 희비가 한순간에 교차하는 곳. 이곳이 바로 골든 카지노.

 

  골리앗은 뱃살을 출렁이며 열심히 안내해주는 경호원의 뒤를 쫓아갔다. 도착한 곳은 카지노의 안내데스크.

 

  경호원은 이곳에서 간단한 신분조사 후에 회원가입을 하고나면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데스크에 있는 안경 쓴 여자 직원이 골리앗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골리앗 베르나도."

  "아, 귀족님이셨군요."

 

  자신의 앞에 있는 상대가 귀족이라는 사실에 직원은 뭐 대수라는 듯한 반응을 보여 골리앗은 눈을 크게 떴다. 하긴, 카지노에는 다른 귀족들도 들락날락 할테니 그들은 귀족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다른 곳이었다면 자신이 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VIP등급까지 단숨에 올라갔을텐데 이곳에서는 소용이 없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골리앗의 이름이 쓰여있는 황금색의 회원카드가 만들어졌다. 카드를 건네받은 골리앗은 그것을 곧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환전은 얼마나 하실건가요?"

  "환전이라."

 

  골리앗은 뒤쪽에 적혀있는 칩들의 가격을 보았다. 레드칩은 1만골드, 블루칩은 5만골드, 화이트칩은 10만골드, 블랙칩은 50만골드, 마지막으로 골드칩은 100만골드의 가치를 가지고있었다.

 

  그는 생각하는 시간을 거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천만골드 환전해주게."

 

  그의 말에 뒤에 서있던 경호원과 안내데스크의 직원이 순간 숨을 멈추었다. 이제 막 카지노에 온 신입이 시작부터 천만골드를 환전한다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다.

 

  데스크의 직원은 안경을 고쳐올리며 재차 골리앗에게 물었다.

 

  "천만골드…. 맞으신지요?"

  "그렇다니까."

 

  망설임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그의 말에 직원은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서랍에서 칩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골드칩 세개, 블랙칩 여섯개, 화이트칩 서른개, 블루칩 스무개를 꺼낸 후 지갑같은 것에 칩들을 넣고는 정중하게 골리앗에게 건네주었다.

 

  칩으로 두둑하게 차인 지갑을 받은 골리앗은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게임장으로 향하였다.

 

  "골든 카지노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골리앗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할 게임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룰렛, 블랙잭, 포커, 바카라 등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이 즐비해있었다. 잠시 후, 마음에 드는 게임을 찾았는지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 옆에서 달리던 소년 한 명이 골리앗의 풍만한 배에 몸을 부딪혔다.

 

  "으어앗!"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나는 골리앗. 다행히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웬 소년이 자신과 부딪혔다는 사실에 화가난 그는 그를 향해 소리를질렀다.

 

  "이게 미쳐가지고! 눈 똑바로 뜨고다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검은 머리의 소년은 연거푸 골리앗을 향해 몸을 숙여가며 사과를했다. 원래같으면 자신의 주먹을 이용해 그 소년을 직접 때려줬을테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게임을 즐기는 것이 더 급한 모양인지 골리앗은 소년을 강하게 밀쳐내곤 앞으로 나아갔다.

 

  소년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몸을 돌리더니 아무일 없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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