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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루피너스의 축복
작가 : 다락
작품등록일 : 2019.9.1

루피너스 마을의 사랑스러운 소녀, 루루.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 파셔는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데...
그녀의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성장일기.

 
8화. The guardian and some lie
작성일 : 19-09-27 18:51     조회 : 223     추천 : 2     분량 : 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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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님, 준비가 거의 끝난 것 같습니다.”

  “어, 그래? 데이테 베이스는 전부 빠짐없이 정리되어 있겠지?”

  “네. 이제 시범운행 체험자만 모으면 될 것 같은데... 과연 있을까요?”

  “일단 프로모션 걸어뒀으니 누군가는 오겠지.”

  브래디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대로 파셔에게 배운 많은 것들을 혼자 안고 그리워하며 살아가기에는 그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까웠기에, 그는 평소 생각만 해오던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 더 이상 그의 무모한 도전을 안고 책임져줄 컴퍼니는 없었고, 그 또한 회사의 눈치를 보며, 올드시커라는 비난을 받으며 일하는 것에 질렸기에, 그는 연구소를 차렸다. 그는 여태까지 모아둔 자금과 여러 회사들을 옮겨가며 연구해왔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뉴시커들에게 감정을 찾아주는 프로젝트를 차근히 진행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기분이었다.

  프로젝트의 주춧돌은 브래디가 다녀온 타임-백(time-back) 머신을 이용한 기술이었다. 브래디처럼 과거를 자주 오가다가는 역사를 바꾸게 될 가능성이 있고, 수많은 접근자에 의해 그 어느 시절 사람들이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파셔와 같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위해, 브래디는 실제로 타임-백을 실현하지는 않고 가상체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정확하고도 원활한 가상체험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했기에,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시간이 걸렸다. 그 시절로 타임-백을 하여 많은 순간들로부터 저장해온 시각이미지, 청각이미지, 후각이미지 등을 비롯한 많은 자료를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주기적으로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도록 하여 지루한 진행과 반복되는 정보를 막고자 하였다. 그렇게 어떤 시절이 그리워 이 체험을 찾게 될 노년층도, 단순한 호기심에 체험을 신청할 그 누군가도 과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장님! 프로모션 된 사이트에 댓글이 달리고 있어요! 신청하고 싶다는 글들이 가득해요!”

  브래디는 아덴이 띄워주는 홀로그램 창에 끝없이 늘어나는 댓글들을 놀란 표정으로 응시했다. 그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뉴시커들이 주체하여 돌아가도록 만들어진 세계이지만, 그처럼 올드시커라고 불리우는,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으리라.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그런 그리움을 숨기고, 또는 그런 궁금증을 참으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아무래도 브래디 소장님의 커리어가 한몫을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A 컴퍼니에서 근무했다고 하니까 믿음을 갖고 신청하는 모양인데요?”

  “주책 떨지 말게. 그 컴퍼니가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엿같은 회사 중 하나였으니까.”

  그의 목표는 올드시커와 뉴시커를 나누지 않더라도 서로가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꿈을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체험 인원은 많이 받지 않을 거니까, 적정 인원만 선별하고 장난으로 신청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음성 메시지로 한 번 더 확인하도록 해. 이제부터 바빠질거다.”

  “네, 소장님!”

 

  체험에 대해 조금 걱정하고 있었던 브래디는 생각보다 좋은 결과와 많은 체험자의 만족에 안심할 수 있었다. 어떤 노인은 자신이 어릴 적 살던 곳을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눈물을 흘리며 브래디의 손을 잡았고, 브래디가 한창 연구에 목매던 시절쯤의 나잇대의 많은 청년들이 좋은 공부를 하고 간다고 웃고 가기도 했다. 그는 어찌 되었든 이 세계에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어느 한 구석이 답답했다. 사실 그는 마지막으로 루피너스의 마을에 다녀온 이후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걱정되어 한 번도 루피너스 마을에 다시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파셔의 딸, 루루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파셔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브래디는 루루의 행방을 물었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여동생 애나가 루루를 데리고 갔으니 어떻게든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렇지만 가끔 루루를 들여봐달라고 말했었다. 브래디는 파셔의 딸인 만큼 루루가 명석하게 잘 지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한 번쯤은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러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만 몇 달째, 결국 그는 없던 탈모까지 생기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소장님, 얼굴이 좋지 않으세요. 오늘은 여기서 그만할까요?”

  매일 회원제로 진행되는 체험은 당일 사정에 따라 체험을 중단할 수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시 되었기 때문에 생긴 규칙이었다. 브래디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그래야겠군. 오늘은 더 집중하기가 힘들어.”

  “그럼 바로 정리하겠습니다.”

  브래디의 말에 뒤를 돌았던 아덴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브래디를 보았다.

  “소장님,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힘들어 하실거면 다녀오시죠.”

  브래디는 토끼눈을 한 채 아덴을 쳐다본 후 다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타임-백 시스템에도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간접체험의 경우에는 상관이 없었지만, 브래디는 직접 그 시대로 돌아가는 머신을 타야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미래의, 또는 과거의 브래디를 마주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브래디도 알지 못했다. 다만 정해진 시간과 많은 정해진 것들이 틀어질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브래디는 신중하게 시간을 골랐다. 브래디는 이번에 총 두 번의 타임-백을 할 생각이었다. 조력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래디는 머신에 숫자를 입력한 후 눈을 감았다. 원래 시공간을 이동할 때에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그는 뭔가 몸이 근질거린다고 생각했다.

 

 -

 

  “네가 라이니?”

  라이는 끼니를 때울만한 음식이 다 떨어져서 고민하는 중이었다. 또 섀넌에게 갔다가는 빗자루로 얻어맞으며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치고 있는데, 왠 처음보는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누구신데요?”

  라이는 마치 낯선 사람을 대하는 고양이마냥 날이 선 눈빛으로 이름 모를 나그네를 올려다 보았다. 나그네라기에는 행색이 초라하지는 않았지만, 희끄무리하고 짧은 머리칼에 듬성듬성 잿빛 머리가 나 있었고, 얼굴색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나그네는 경계심으로 가득찬 눈빛을 한 라이의 옆에 털썩 앉았다.

  “난 브래디라고 한단다.”

  “그렇군요. 전 라이에요.”

  라이는 방금 잔디에 앉느라 풀물이 묻은 손을 바지에 슥슥 닦고 악수를 청했다. 왠지는 모르지만 마을 어른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식으로 악수를 했고, 라이는 이 행동이 꽤나 어른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해서 가끔 써먹고 있었다. 그런 라이의 똘망한 눈빛에 브래디는 허허, 웃으며 악수를 받아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니?”

  “먹을 게 없어서 오늘은 어디서 먹을 걸 구할지 고민중이었어요.”

  라이는 이내 풀이 죽은 목소리로 고개를 떨구었다. 배에서는 작게나마 꼬르륵 소리가 났고, 라이는 부끄러워할 생각도 없이 한숨만 쉬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다 라이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낯선 이방인에게 아직 경계를 풀지 않았다는 듯 질문을 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죠? 제가 유명할 정도로 좀도둑이지는 않는데...”

  “허허허, 그래서가 아니라, 내가 라이에게 부탁이 있어서 그런단다.”

  “부탁이요?”

  “그래.”

  라이의 조금 날카로운 눈매가 호기심으로 동그래지자 브래디는 말을 이어나갔다.

  “라이는 혹시 저기에 있는 테사 디쉬라는 가게를 아니?”

  브래디는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초록지붕집을 가리키며 물었다.

  “당연히 알죠. 이 마을에 테사 디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할 말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가 좋은 것을 선물해주마.”

  “좋은 것이요?”

  어린 라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배고픔과 하루하루 싸우며 살아가는 라이에게는 그 어떤 것도 좋은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대신, 정말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된단다. 왜냐하면 나는 이 마을의 수호신이거든.”

  “그럼 아저씨가 루피너스의 신이에요?”

  “아니아니, 그건 아니야. 루피너스의 신은 내 친구지.”

  브래디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호신은 비밀스러운 존재라서 아무에게나 알려지면 마을을 지켜줄 수 없어. 그래서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이렇게 착하고 어린 소년 소녀를 찾아다니지. 믿을 수 있으니까.”

  라이는 브래디의 말에 마치 영웅이라도 된 마냥 어깨를 피며 당당하게 말했다.

  “좋아요. 약속을 지킬테니 뭔지 말해보세요.”

  라이는 결의를 다지는 듯 벗어두었던 오래된 헌팅캡을 고쳐썼다. 브래디는 오래된 옛날 이야기라도 시작할 것처럼 조용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라이, 나는 수호신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이 이야기를 라이가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내가 말해줄게.”

  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테사 디쉬에 새로운 직원이 생길 게다. 태양빛을 받으면 적색으로 빛나는 머리칼을 가진 소녀인데, 라이와 비슷한 나이일거야. 그 소녀에게 이 호루라기를 전해주겠니?”

  브래디는 코트 주머니에서 금빛 호루라기를 꺼냈다. 호루라기에는 용기[brave]라는 단어와 라이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다.

  “우와! 아저씨 호루라기에 제 이름이 새겨져 있어요! 아저씨 정말 마술사에요?”

  “마술사가 아니라 수호신이란다.”

  “아, 맞아. 수호신. 그런데 전 아직 그런 아이를 본 적이 없는걸요?”

  라이는 이마에 주먹을 콩, 하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브래디에게 의문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거란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꽤 긴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 부디 이 호루라기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너의 이름을 새겨두었단다.”

  “와! 그렇구나!”

  브래디는 라이의 작은 손바닥에 호루라기를 내려놓았다.

  “저 아직 6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약속은 정말 잘 지켜요! 전 약속을 잘 지키는 소년이거든요!”

  “허허허,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구나. 만약 라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 비밀을 말한다면 이 수호신아저씨는 좀 슬플 것 같으니, 라이가 꼭 약속을 지켜주길 바래.”

  라이는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입술을 꾹 물더니, 주먹을 꼭 쥐었다.

  “당연하죠! 아저씨와 저 사이의 비밀! 꼭 지킬게요!”

  라이는 받아든 호루라기를 줄에 끼워 목에 걸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수호신이라면서 직접 전해주지않고 왜 저에게 부탁하시는 거예요?”

  라이의 질문에 브래디는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게 말이다. 내가 전해줄 수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라이같은 소년이 전해주게 된다면 더 좋은 기운이 닿을 것 같구나.”

  “그건 그럴지도 몰라요!”

  라이는 배시시 웃었다.

  “라이, 배고프다고 했지? 이 수호신 아저씨가 며칠 간 빵을 사먹을 수 있을 만큼의 용돈을 주마.”

  브래디는 라이에게 두툼한 손을 뻗었다. 라이가 손바닥을 내밀자 라이가 일주일을 배불리 먹고도 남을만큼의 은화가 떨어졌다. 라이가 놀란눈으로 브래디를 바라보자 브래디는 웃으며 말했다.

  “이 돈은 수호신이 주는 돈이기 때문에 못된 곳에 쓰면 정말 큰 벌을 받는단다.”

  라이는 여전히 놀란 눈으로 침을 꿀떡, 삼키며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다.

  “아저씨는 정말 수호신인가봐요.”

  “당연하지. 라이가 배고플 때마다 도와줄 수는 없지만, 이번만큼은 라이도 나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나도 도와주는 거란다.”

  브래딘은 따스하게 웃으며 라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부디, 건강하게 잘 크거라.”

  두 사람이 앉은 언덕에는 어느새 노을이 기울었고, 가을의 쌀쌀한 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흔들었다. 신선한 풀의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그런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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