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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15. 수상한 나무상자
작성일 : 19-09-25 15:57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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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수상한 나무상자

 

 파주의 한 목공소.

 

 지이이잉.

 

 절단기 톱날 소리가 찢어질 듯 들려왔다. 차에서 내린 양형사는 나무먼지를 헤치면서 공장마당으로 들어섰다. 안쪽으로 다가설수록 쇳소리가 거슬렸지만 입구에 완성된 나무상자 몇개가 쌓여있는걸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양형사는 다가가서 상자를 살폈다. 꽤 좋은 오동나무다.

 

 “무슨 일이십니까?”

 

 절단기 소리가 멈추고 일하던 목수가 양형사쪽으로 다가왔다.

 양형사는 신분증을 내보였다.

 

 “경찰입니다. 이거 성진그룹에서 주문한거 맞습니까?”

 

 목수가 멈칫햇다. 대답할 거리를 찾는 눈치였다.

 

 “무슨 일이신데요?”

 “여기서 성진그룹에 보낼 오동나무 상자를 만든단 얘길 들어서요.”

 “누가 그래요?”

 

 양형사가 씨익 웃었다.

 

 “모두 몇 갭니까?”

 

 목수는 짐짓 모른 체 하며 다시 귀마개를 썼다. 양형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공장안에 완성해놓은 물건들을 살폈다. 밖에 놓여있는 나무와 같은 재질이다.

 

 위이이잉~

 

 톱밥가루가 날려 눈이 시린데도 양형사는 목수가 만들어 놓은 오동나무 상자를 뼘으로 재보며 크기를 가늠해보고 있었다. 못을 박지 않고 일일이 홈을 파서 아귀를 맞춘 수제품이었다.

 

 턱턱.

 

 절단기 소리가 멈췄다. 목수는 자른 나무 크기를 맞춰보면서 톱밥을 털어냈다.

 

 “더운데 급하게 하시느라 힘드시겠네.”

 

 양형사가 슬쩍 넘겨짚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말도 마세요, "

 

 걸렸다!

 

 "내일아침까지 해내라니까 하긴 하는데 어제부터 잠 한 숨 못 자고 이러고 있어요.”

 “기한을 너무 촉박하게 줬구만. 장례 때 쓸거랍니까?”

 “건 모르겠고요. 우린 기한만 지키면 되니까.”

 

 양형사가 뒤쪽에 놓인 조금 큰 상자를 살폈다.

 

 “상자가 크기가 다 다르네요?”

 “네, 어차피 포장할 때 솜이나 뽁뽁이로 싸니까 상자크기야 얼추 맞으면 되는데 이건 38개를 다 다르게 만들랍니다.”

 “38개나요?”

 “네. 나무도 중국산 절대 안 되고 꼭 강원도 오동나무로 제작하라고 계약서에 써있어요.”

 “어이구야. 재료구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안 그래도 재료를 다 못 구해서 대구에 있는 아는 공방에서 꿔다가 쓰는 중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아. 이걸 다 뭐에 쓸건가 궁금해서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우리야 뭐...하하”

 

 양형사가 테이블에 놓여있는 도면을 슬쩍 펼쳐봤다. 가로세로 60cm쯤 되는 정육면체부터 손바닥만 한 납작한 상자까지 크고 작은 상자 38개의 사이즈가 기록되어 있었다. 일련번호를 하나씩 매겨 놓은걸 보니 나중에 내용물과 뒤바뀌지 않도록 손을 써놓는 것 같았다. 양형사는 장례식장에서 본 소장품이 상자에 들어가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정육면체는 달항아리가 될 듯 하고, 술병하나가 들어갈 만 한 크기도 있고, 벼루나 접은 그림을 넣을 만한 납작한 함, 작은 불상이 들어갈 만 한 길쭉한 상자까지. 마치 기하학적 무늬를 완성해가 듯 이필만의 무덤 앞에 차곡차곡 상자가 쌓이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설마 이대로 무덤 앞에? 아니면 무덤 안?’

 

 생각만 해도 아찔할 노릇이었다.

 

 ‘왕의 무덤을 만들려는걸까?’

 

 장례식장의 영정이나 분위기를 봐서 이필만이 자신의 소장품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한다는 것도 무리한 추측은 아니었다.

 

 “근데 여기 들어갈 소장품들 딴 데로 팔아 치우는거래요? 아님 박물관에 기증하나?”

 

 목수도 이 나무상자의 행방이 꽤나 궁금한 듯 했다.

 

 “글쎄요.”

 “선물용으로 가끔 몇 개 씩 주문한 적은 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납품한 적이 없거든요.”

 “선물용으론 가끔 만들었어요?”

 “그럼요. 해외 내보낼 땐 화물용으로 큰 상자도 따로 제작할 때도 있었는걸요.”

 “아...그 상자도 여기서 만든거였어요?”

 “엄청 컸어요. 상자안에 또 상자, 러시아 목각 인형있잖아요. 그렇게 계속요. 뚜껑마다 열쇠까지 달았었는걸요.

 

 사실 양형사는 처음 듣는 얘기다. 하지만 이현민 사건 때를 말하는 듯 해서 넘겨 짚은건데 목수가 단박에 미끼를 물고는 아차 싶었는지 눈치를 봤다.

 

 “아, 이거 내가 다 얘기하면 안 될거 같은데.”

 “뉴스에 나왔잖아요.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얘긴데요 뭐."

 

 목수가 영 찜찜한지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 이거 출고는 언제 하시려고?”

 “다 되면 권대표한테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권오형 대표요?”

 “아.....”

 

 목수가 다시 눈치를 보며 말을 더듬었다.

 

 “이름은 모르고요. 그냥 권대표랬나 김대표랬나..”

 “아..예.”

 

 목수가 서둘러 귀마개를 찾아 끼며 시선을 피했다.

 양형사는 그 속내를 알 것 같아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공방을 나섰다.

 

 위이이잉

 

 등뒤에서 다시 절단기 소리가 들려왔다.

 

 양형사는 문득 소장품 38개의 기준이 뭘까 궁금해졌다.

 연대, 작가, 가격, 희소성.

 이필만이 가지고 있는 골동품 중에 가짜도 많다 하지만 저 기준으로 볼 때 정순호회장 못지않을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 작업이 어떻게 이필만회장의 죽음과 동시에 이루어졌을까. 누구의 기획아래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인지, 아니면 생전에 이필만의 지휘아래 준비된 장례식인지, 양형사는 죽은 자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곽노수라면 어떤 답을 내놓을지도 알고 싶어졌다.

 

 까악까악!

 

 공방 문을 막 나서는데 까마귀 떼가 머리 위를 헤집고 날아갔다. 몇 마리는 공방 울타리 너머지붕에 앉아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느이들이 저것들을 무덤으로 인도하겠다고?’

 

 양형사는 애써 시선을 피하면서 차에 올랐다.

 

 *****

 

 “곽노수님, 검사 끝났습니다. 일어나세요. 곽노수님!!”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은 곽노수는 비몽사몽간에 눈을 떴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희미하게 불빛이 보였다.

 

 ‘꿈인가. 난 살아있는건가. ’

 

 곽노수가 몸을 일으켰다. 팔다리가 내 것이 아닌 듯 흔들리는걸 간신히 참고 사방을 둘러봤다.

 

 디지털시계에 2019년 8월 28일 16시 45분이라고 찍혀있다. 그리고 자신은 인성병원 마크가 새겨진 환자복을 입고 있다.

 

 ‘아. 아직 살아있구나.’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 감정은 생명의 연장 때문이 아니다. 이 생에 아직 사신도를 찾아낼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곽노수는 출소 얼마 전 부터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입이 짧은 탓도 있지만 교도소 식사가 입에 맞을 리가 없으니 먹는 것도 고역이었다. 가끔 교도소장이나 직원들이 들고 오는 골동품도 감정해주고 도굴무용담도 풀어놓고 나면 사식을 얻어먹기도 했지만 먹는 대로 체하거나 토하는 탓에 되려 교도소장이 더 안쓰러워하며 곽노수를 챙겼다.

 

 *****

 

 “3219번. 이제 남의 무덤 파거나 오래된 물건에 손대거나 하지 말어.”

 “네, 알겠습니다.”

 

 의례적인 대답이다.

 

 “그게 다 당신 명줄 갉아먹는 일이라고. 동티난단 말 있잖어. 남의 물건에 잘못 손댔다가 패가망신 당하는거 봤을텐데?”

 “한번만 더 하고요.”

 “곽도사, 그렇게 해먹고도 아직도 배가 고픈가?”

 “네, 아직 찾을게 하나 남았습니다.”

 “뭐?”

 “현무도요.”

 “아하. 당신이 30년 전엔가 잃어버렸다던?”

 “예.”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얘길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곽노수의 허세라고 생각하거나 미쳤다고 말한다. 교도소장은 전자였다.

 

 “3219번 곽노수. 지금 교도소장 앞에서 범죄예고 한거네?”

 “여기 더 묶어 두셔도 할 말 없습니다.”

 “그러고 싶은데 당신 병원가보래. 의무실장이.”

 “저요?”

 “응. 사진 찍은게 좀 안 좋대. ”

 

 교도소장이 의사명함 한장을 내밀었다.

 

 “여기 내 친구가 하는 병원인데 한번 가봐. 병원비 걱정말고.”

 “괜찮습니다.”

 “한건 더 할려면 당신이 먼저 살아야지.”

 

 *****

 

 진료실로 들어가자 의사가 심드렁한 얼굴로 소견서를 쓰고 있었다

 

 “진단서와 소견서 써 드릴테니 큰 병원으로 가서 조직검사를 다시 한 번 받아보세요.”

 “얼마나 남은 것 같습니까?”

 

 자판을 치던 의사의 손이 멈췄다.

 

 “종양의 크기도 그렇고 다른 장기에도 전이가 된 것 같습니다.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않으면요?”

 “위험합니다.”

 

 곽노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희망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는지 의사는 위험하다는 말 외에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았다.

 

 후후.

 

 곽노수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자 의사가 자리를 고쳐앉으며 말했다.

 

 “인정하기 힘드시겠지만 빨리 가족들과 상의하시고 검사를 받아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영혼없는 대답에 의사가 간호사에게 눈짓을 했다.

 

 “수납하시고 처방전 받아 가시면 됩니다. 이 진단서하고 소견서는 3차병원에 가실 때 꼭 가지고 가시고요.”

 

 간호사가 주는 종이들을 받아 나오긴 했지만 곽노수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다하다 암이란다.

 구차하다. 삶이.

 병자가 되어 삶을 연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빨리 다음 생으로 가는 게 나을거 같지만...두렵다.

 

 곽노수는 소견서를 구겼다.

 

 드르르륵.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양형사였다.

 곽노수는 가라앉은 목소리를 가다듬느라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어, 양형사, 나무상자 알아봤어? 그렇지? 내말 맞지? 38개라.....글세...뭘까.....”

 

 곽노수는 말끝을 흐리며 병원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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