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용非어천가 - 하늘에 오르지 않는 노래 -
작가 : Namwoo
작품등록일 : 2019.9.3

먼 옛날 사람과 어울려 살았던 이무기, ‘치우’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감정을 봉인하고 깊은 물로 들어가 여의주가 생길 천 번째 해만 기다리게 된다.
인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어두운 물속에서만 지냈건만, 여의주를 얻은 날 마지막으로 옛 마을의 터를 찾았다가 ‘문종’과 마주치고 만다.
‘문종’과의 대화로 얼어붙었던 ‘치우’의 마음이 녹게 되고, 높은 산에 오른 ‘치우’는 승천하려던 순간에 들려온 한 소녀의 비명을 외면하지 못하고 마는데...
‘치우’를 하늘에 오르지 못하게 할 새로운 인연, ‘해랑’과 모종의 사건들이 그를 둘러싼다! <매주 화, 금 업로드>

 
7화. 만남 뒤에 따라오는
작성일 : 19-09-24 22:35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81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등잔이 꺼진 방에서 잠이 든 해랑이 잠꼬대를 했다.

 

 “어머니...”

 

 치우는 그런 해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윤슬이 자신에게 던진 말과 폐오두막에서의 해랑이의 행동이 겹쳐졌다.

 

 -[‘하하... 그저 목숨만 부지한다면 살 수 있는 것이 인간일 것 같습니까?’]

 

 [‘지금 죽고 싶다고 말씀드린다면… 제 생명을 거두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리 당신이 천년을 살았다고 해도, 이무기가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속에서만 사셨지요.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500년을 살아온 저보다. 인간의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왕조가 어떻게 망했는지도 모르는 이가 말입니다.’]

 

 ‘그자를 믿어도 될까...? 눈을 떠도 된다는 내 말에 의심 없이 눈을 뜨다니... 날 잘 알고 나를 믿고 있는 자야... 게다가 눈을 마주쳐도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

 

 치우는 칠흑같이 차고 어두운 윤슬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아냐…. 500년을 살았다면 인간이 아닐 테니 눈은 통하지 않는 게 당연한데...? 그럼 어찌 눈을 감았는가. 나를 잘 아는 게 맞는 것인가.....?’

 

 치우는 잠든 해랑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하아.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이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왔는데도 난 한낱 어린아이의 감정조차 헤아릴 수도 없으니...”

 

 치우는 손을 뻗어 해랑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 주었다.

 

 ‘너도 나처럼 그저 떠나고 싶었던 것이었다면……. 이제 내게 남은 힘도 얼마 없는데.’

 

 해랑이 잠결에 치우의 손을 쥐었다.

 

 “…너를 어찌해야 할까.“

 

 치우는 남은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 딱! 딱! 딱!

 치우는 딱딱한 부리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

 문을 열고 나간 마당 앞엔 윤슬이 서 있었다.

 닭이 울기 전 암흑 같은 새벽에도 그녀의 눈동자는 어둠보다 더 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설마, 잠이 드셨습니까?”

 

 “그래…깜빡 잠에 들었어.”

 

 윤슬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대체 지금 어떤 상태이신 겁니까? 그 모습은 또 무어냔 말입니다…”

 

 “그걸 속 시커먼 네놈에게 바른대로 고할 것으로 생각하고 묻는 것이냐?”

 

 윤슬의 눈썹이 꿈틀댔다.

 

 “인간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해가 밝으면 쉽게 마을을 벗어나긴 어려울 겁니다. 시간이 없단 말입니다. 저와...함께, 가실 겁니까?”

 

 치우는 시선을 떨군 채로 아무 대답이 없었다.

 

 윤슬은 그의 발 앞에 단검을 던졌다.

 

 “함께 가지 않으면, 자결이라도 하라는 거냐? 시커먼 본심을 모르겠군.”

 

 치우는 칼을 집어 들었다.

 

 “해랑이란 아이를 죽이려 했던 소년이 가지고 있던 단검입니다. 눈에 익지 않으십니까?”

 

 치우는 검신과 손잡이에 음각으로 새겨진 용의 형상을 가만히 보다가 손에 꼭 쥐었다.

 그의 손이 떨리며 얼굴엔 분노의 기색이 스쳤다.

 

 “너와 함께 가면 해랑이의 안전을 장담할 수 있느냐. 목숨만 건사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냐.”

 

 치우는 윤슬이 여의주의 기척을 숨길 정도의 결계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윤슬을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당신과 그 소녀가 제게 한 가지씩 협조하신다면, 틀림없이 그럴 것입니다.”

 

 “500년 전부터 날 알고 있었군. 왜 이제서 내게 이 칼을 보여 준 거지?”

 

 “......”

 

 “하. 그래, 좋다 함께 가지. 두 가지 다 아쉬운 건 내 쪽이니까.”

 

 윤슬의 결계와 정보력이 필요해진 시점에서 치우는 더 망설일 여유가 없었다.

 

 “그럼, 아이를 깨워 나오시는 대로 바로 출발하지요.”

 

 “헌데, 떠나기 전에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힘이 부족해서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네놈이 그걸 간단히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치우는 단검을 들고 윤슬에게로 다가갔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윤슬은 검을 건네받기 위해 두 손을 내밀었고 치우는 칼의 날로 그녀의 손바닥을 베었다. 바닥으로 검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치우는 검은 피를 손가락에 묻혀 가만히 바라보았다.

 

 “역시...”

 

 치우의 눈이 커지며 기뻐하는 기색이 스쳤고 윤슬은 한숨을 쉬며 인상을 찡그렸다.

 

 

 **

 닭이 우는 소리에 은오는 잠시 뒤척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곧 다시 이불 위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곧 검은 안개와 함께 미닫이문이 열리며 윤슬이 걸어들어왔다.

 새끼돼지는 공포에 질린 것처럼 머리를 벽 모서리로 자꾸만 들이밀었다.

 

 “넓은데 아주 조용한 집이네? 거기다…마침 붙잡기 편한 자세로 있군.”

 

 윤슬은 이불 위로 엎드려진 은오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돌려 눕혔다.

 

 “으으…단이냐…내가 또…어지럼증이...”

 

 은오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윤슬은 한 손으로 은오의 뺨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으읍….!무슨…읍!”

 

 은오는 발버둥 치며 온몸으로 저항하였지만, 윤슬의 힘을 당해 낼 수 없었다.

 윤슬의 눈에 은오의 피의 흐름이 보였다.

 

 “옅은 피… 하…! 가보면 알 것이라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내게 더러운 인간 사내 따위를…”

 

 윤슬은 은오를 보고 크게 동요하면서도 단도로 자신의 손가락을 베어 은오의 입가로 가져갔다.

 

 “읍…! 우욱!”

 

 은오의 입안으로 검은 피가 흐르다가 입 주변으로 뚝뚝 떨어지자 윤슬이 손을 거두었다.

 

 발버둥을 치던 은오의 몸이 이내 축 늘어지고 윤슬은 검은 피로 물든 손수건을 쥐고 들어왔던 문으로 나섰다.

 새끼 돼지가 덜덜 떨며 윤슬의 발치에 다가왔다.

 

 “어찌 개도 아닌 돼지가 사람을 따르려고 하느냐?”

 

 윤슬은 들고 있던 단도로 돼지를 매놓은 새끼줄을 끊었다.

 줄이 끊어지자마자 새끼 돼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은오는 잠시 후 입안의 비릿한 향과 얼굴이 질척이는 느낌에 눈을 떴다.

 

 “윽…! 어찌 이 안까지 들어온 거야?!”

 

 은오는 침 범벅이 된 얼굴을 소매로 닦아 내리며 새끼 돼지를 밀어냈다.

 

 “악몽은 너 때문이었구나.”

 

 그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떠 있었다.

 

 “단아! 게 아무도 없느냐?”

 

 은오는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던 듯 시무룩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종이 없을 땐 방에 있으라 하셨지만…어쩐지 몸도 가벼운 것이, 어머니께 문안을 드리러 가야겠다! 그렇지? 꿀아!”

 

 은오는 이전과 달리 혈색이 도는 홍조를 띤 얼굴로 새끼돼지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

 은오는 복식을 갖춘 모습으로 별채에서 안채로 걸음을 옮겼다.

 

 ‘해랑이, 꿀이. 벗이 둘이나 생겼으니. 아, 은채에게 이야기해 주면 좋아하겠지?’

 

 가벼운 몸과 들뜬 마음에 유독 조용해진 집안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고 은오는 안채의 문을 열었다.

 

 “어머니, 소자 들어가겠습니다.”

 

 은오의 눈이 커졌다.

 

 “어머니? 은채야?”

 

 방안은 말 그대로 텅 비어있었다.

 

 은오는 다른 방부터 행랑과 부엌까지 다 뒤지고 나서야 이 집에 자기 혼자 남겨졌음을 깨달았다.

 

 “말도 안 돼…말도 안 된다. 하루 사이에.”

 

 은오는 문득 사람의 기척 없이 조용했던 어젯밤이 떠올랐다.

 

 “우욱…! 우우욱!”

 

 은오는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고 대문 밖을 벗어나 냅다 내달렸다.

 

 

 

 *

 쉬지 않고 달려 주막에 다다른 은오는 거친 숨을 고르며 소리쳤다.

 

 “해랑아… 해랑아!”

 

 은오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주모가 은오를 보고 기겁하며 달려 나왔다.

 

 “아이고, 도련님이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어제 먼 곳으로 떠나셨다더니…?”

 

 “어머니께서…. 흐윽. 아니, 아니다. 이곳에 키가 여섯 자쯤 되는 선비와 어린 낭자가 묵고 있지 않은가? 내가 볼일이 있어서 그러니 낭자를 좀 불러주게!”

 

 “두 분께서는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떠나셨습니다.”

 

 은오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윽…. 흑….”

 

 

 

 **

 한편 가파른 산길을 걷고 있던 치우와 해랑은 평평해진 길목에서 발을 멈췄다.

 

 “저곳입니까?”

 

 앞쪽으로는 마을의 터와 작은 논, 밭이 보였다.

 

 “그런 것 같구나, 가자.”

 

 해랑은 발걸음을 떼기 전 지나온 방향으로 잠시 몸을 돌렸다.

 

 “네 벗은 건강히 잘 있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해랑은 상냥한 미소를 띤 치우를 올려다보곤 또 웃음을 터뜨렸다.

 

 “내 말투가 그리도 이상하냐.“

 

 “예.”

 

 “이 모습이 되고 나서는 내 말에 대꾸를 아주 잘하는구나. 가자”

 

 치우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해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번 더 뒤를 돌아보며 팔을 흔들었다.

 

 “잘 지내. 윤은오!”

 

 치우는 그런 해랑을 안쓰러운 듯 보더니 걸음을 재촉했다.

 

 “아! 오라버니 같이 갑시다~!”

 

 해랑은 밝게 웃으며 치우를 따라 걸어갔다.

 

 

 **

 한양. 형조정랑 윤영손의 집.

 방안에 발을 치고 앉아있는 윤영손 앞에 두 남자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송구합니다, 어르신. 그날 동이 트는 즉시 분부하신 대로 하였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에잇…헛걸음 하지 않았습니까? 왜 굳이 저까지.”

 

 엎드린 사내 둘은 주막에 있던 자들이었다.

 

 “으흠…시경이가 수고했다. 나이도 어린데 어찌 그리 총명한지. 허허 이제 물러들 가.”

 

 목소리가 날카롭고 앳된 사내, 시경은 윤 정랑에게 물었다.

 

 “소인 의문이 하나 있사온데, 어찌 도움도 안 되는 이놈을 데려가 수상한 자들과 눈을 마주치게끔 하신 것입니까?”

 

 “뭍으로 나온 용의 이야기를 아느냐? 차차 말해주마. 여봐라! 호연이 저놈은 이제 관아에 넘기고 와라!”

 

 호연이 끌려나가고 윤 정랑은 시경에게 술잔을 권했다.

 

 “아무튼, 은오를 데리고 온 것은 천 번도 잘하였다. 그렇게 총명한 아이를... 무관을 시킬 것도 아닌데, 몸이 좀 약하다고 그리 박대를 해댔으니…. 쯧!”

 

 “이씨 부인이 어찌나 정을 주지 않았던 것인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새끼 돼지를 안고 울고 있었습니다... 윤가의 장손을 정랑께 데려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허어... 그래. 고생했다. 당장 예조에 가서 입후(아버지측의 친족을 입양하는 제도) 절차를 밟아야겠어.”

 

 “예? 입후라니요...? 어르신 그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시경을 뒤로하고 윤 정랑은 결연한 눈빛으로 시경의 입을 막았다.

 

 

 *

 늦은 밤, 시경은 윤 정랑의 집 대문 밖을 나서기 무섭게 표정을 굳혔다.

 

 “또...! 또 이런 식이란 말인가.”

 

 그는 종전의 대화를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았다.

 

 “이번엔 내 자리를 지킬 것이야. 아무에게도 내어주지 않겠어.”

 

 시경은 빠른 걸음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화. 끝을 위한 시작 2019 / 11 / 8 227 0 7364   
19 19화. 편련(片戀) 2019 / 11 / 5 228 0 7538   
18 18화. 충돌(2) 2019 / 11 / 1 207 0 8218   
17 17화. 충돌(1) 2019 / 10 / 29 232 0 7454   
16 16화. 재회(2) 2019 / 10 / 25 247 0 8632   
15 15화. 재회(1) 2019 / 10 / 22 224 0 8622   
14 14화. 각자의 사정(4) 2019 / 10 / 18 218 0 7522   
13 13화. 각자의 사정(3) 2019 / 10 / 15 243 0 6368   
12 12화. 각자의 사정(2) 2019 / 10 / 11 224 0 6195   
11 11화. 각자의 사정(1) 2019 / 10 / 8 217 0 6447   
10 10화. 그들의 일 2019 / 10 / 4 220 0 7004   
9 9화. 질투가 품는 소망 2019 / 10 / 1 232 0 8856   
8 8화. 움트다 2019 / 9 / 27 216 0 6616   
7 7화. 만남 뒤에 따라오는 2019 / 9 / 24 233 0 4815   
6 6화. 마음이 기울어지는 곳 2019 / 9 / 20 230 0 5086   
5 5화. 호의와 적의 2019 / 9 / 17 218 0 6886   
4 4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2019 / 9 / 13 238 1 7584   
3 3화. 두 쌍의 오누이 2019 / 9 / 10 227 1 5870   
2 2화. 악몽의 끝, 두번째 이름 2019 / 9 / 6 245 1 6150   
1 1화. 천년, 딱 하루만 더 2019 / 9 / 3 360 1 793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