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더럽(The Love)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나, 다른 사람 같이 좋아해도 돼?"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관계와 사랑
그것의 시작,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하여.

#대학생 #캠퍼스물 #악의꽃 #섹슈얼리티 #조별과제 #폴리아모리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쯤 지상엔 마땅히 눈 둘 데가 없기 때문이다(4)
작성일 : 19-09-24 21:41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54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그때 말했던 그 엄청 예쁘다는 여자?”

 

  “어어.”

 

  “스물일곱 대학원생이라고?”

 

  “어.”

 

  “마음에 들었어?”

 

  “뭔 소리야 또. 이제 고작 이름 하나 안 건데.”

 

  “으흠, 마음에 든 것 같은데?”

 

  “참나, 웃기시네.”

 

  그러던 중에 해가 갑작스레 들고 있던 숟가락을 가만히 내려놓더니, 다 먹었다는 듯 허공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다 먹었어?”

 

  “응.”

 

  “많이 남았는데?”

 

  “별로. 배불러.”

 

  “그렇게 카레, 카레 노래를 부르더니?”

 

  “바보. 그건 어제고.”

 

  어쩐지 원망하는 투로 들렸다.

 

  “……어제 저녁엔 네가 갑자기 안 된다고 그랬잖아.”

 

  “급한 약속이었다니까? 그리고 오늘까지도 맛있을 줄 알았어.”

 

  “…….”

 

  무슨 입맛에까지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을 줄이야(그것도 심지어 하루상간으로). 그런 것까지 일일이 따져가며 먹으려면 참으로 피곤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카레가 덕지덕지 묻은 해의 입을 잠시간 쳐다보았다. 작고 오밀조밀한 입이었다. 문득 입가의 카레를 닦아주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때였다.

 

  “있잖아, 나 소개팅 들어왔어.”

 

  해가 느닷없이 말을 꺼냈다.

 

  “어?”

 

  “소개팅 들어왔다고. 것도 두 개나.”

 

  마치 남일 말하듯 무심한 어투였다. 시선은 여전히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갑자기 웬 소개팅?”

 

  “하나는 내 친구가 괜찮은 애 있다고 한 번 만나보라고 한 거고, 또 하나는 나 맘에 든다고 누가 소개시켜 달라고 했대.”

 

  “……누가?”

 

  “잘은 몰라. 나 교양 듣는 것 중에 토론 하는 거 있다고 했잖아, 무슨 의사소통인데…….”

 

  “언어사용과 의사소통?”

 

  “응, 그거. 그거 같이 듣는 혜리가 나한테 말해줬어. 거기에 자기랑 아는 애가 한 명 있는데 걔가 나한테 관심 있다고 소개해달라고 그랬대.”

 

  “오…… 도대체 왜……?”

 

  그러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나는 괜스레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그러니까. 난 얼굴도 몰라.”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은근한 투로 “그래서 한다고 했어?”라고 물었다. 그리고 더 은근한 속내로는 “아니”라는 대답이 나오길 기다렸다.

 

  “아직. 할까?”

 

  어째서일까. 그때 나는 해의 목소리가 붕 떠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잡을 수 없는 구름처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냥. 근데 나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조금 궁금하긴 해.”

 

  그렇게 말한 뒤, 해는 놓았던 숟가락을 재차 집어 들었다.

 

  “네 것 좀 먹어봐도 돼?”

 

  나는 궁금하다고 말하던 해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걸 보았다. 이번엔 반대로 내 쪽에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둘 다 할 거야?”

 

  “몰라. 아직 안 정했다니까?”

 

  “그래도 한 번도 안 해봤으면 뭐…… 한 번 해보는 게 좋을 수도 있지.”

 

  그러자 해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내게 물었다.

 

  “나, 해?”

 

  순간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눈과 마주치자마자 가슴이 옥죄여오듯 갑갑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어쩌면 무엇엔가 겁을 집어먹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찰나의 정적이 흐른 후, 나는 간신히 쥐어짜듯 한 마디를 내뱉을 수 있었다.

 

  “……네 맘대로 하라니까.”

 

  “흠…….”

 

  신음 같은 해의 콧소리를 끝으로 우리는 더 이상 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이후 금요일 저녁부터 다음 주 화요일 아침까지 해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해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

 

 

 

  하늘이 맑았다. 그것은 옅은 파랑색에 조그마한 양떼구름을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듯한, 어제와 마찬가지의 하늘이었지만 어째선지 유독 더 가을하늘 같이 느껴지는 가을하늘이었다.

 

  화요일엔 생각만 해도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수업이 연달아 두 개가 있는 날이라 특히 더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했다. 두 과목 모두 수업이 시작되기 전 지난시간 배웠던 것에 대하여 쪽지시험을 봤기 때문이다. 시험의 답안지가 곧 출석의 대신이었다. 문제지를 받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훑어봐야 했으므로, 나는 이른 아침부터 죽어라 강의실을 향해 뛰어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눈에 들어온 구름이 그렇게도 새하얘서, 그리고 하늘이 또 그렇게도 푸르러서, 나는 긴박함도 잊은 채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봤던 것이다. 참으로 맑디맑은 가을 하늘이었다.

 

  “그냥 전날 복습을 해서 오면 될 거 아냐.”

 

  쪽지시험은 여지없이 망했고, 내가 늦은 이유를 대며 안타까움을 토로하자 진수가 내게 답답하다는 듯 말을 건넸다.

 

  “그게 쉽냐? 그건 마치 ‘그렇게 답답하면 네가 대통령을 하면 될 것 아냐?’ 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아니, 그렇게 치면 세상에 못할 게 뭐가 있어? 그래, 너도 그렇게 키 때문에 괴로워할 바엔 그냥 좀 더 크면 될 것 아냐, 한 5cm정도만 더.”

 

  하도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라 조금 뜨끔해하고 있을 참이었다. 진수가 갑작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야, 근데 너 정휘 소개팅 한 것 들었냐?”

 

  “정휘? 진짜? 언제?”

 

  “저번 주 토요일.”

 

  “어…… 몰랐는데? 왜 말 안했지?”

 

  “아무한테도 말 안했대. 결국 들켜서 소문 다 나긴 했지만. 근데 이번엔 좀 잘된 것 같다는데?”

 

  “에이…… 그럴 리가.”

 

  “나도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심지어 상대도 예쁘대.”

 

  “그럼 백퍼센트 거짓말이네. 누구한테 들은 건데?”

 

  “성훈이. 정휘 저기 있네. 야, 이정휘!”

 

  정휘는 웬일인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괜스레 짜증과 신경질을 유발하는 미소였다.

 

  “너 소개팅 했다고?”

 

  다행히 미소는 금방 사그라졌다.

 

  “하…… 씨. 어떻게 다 아냐…….”

 

  “우리가 괜히 신방과냐. 예뻐?”

 

  “어? 어…… 어.”

 

  “얘 또 거짓말하네. 사진보자 사진.”

 

  “사진 없어. 그리고 이제 한 번 만난 건데 뭘.”

 

  “그래도 잘 됐나보네?”

 

  내가 은근하게 묻자, 정휘가 슬쩍 다시 웃음을 내비쳤다.

 

  “조금?”

 

  정휘는 키도 훤칠하고 얼굴도 꽤나 준수해서 대학 입학당시에는 동기나 선배들 사이에서도 제법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그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는데, 워낙에 개념과 눈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화를 원활히 이어가는 것에도 서툴렀고, 다른 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혹은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할 만큼 둔했다.

 

  한번은, 입학 초 그에게 밥을 사준 여자 선배가 “다음엔 네가 사줘야 돼”라고 한 마디 한 걸 가지고 며칠을 고민하더니,

 

 

  ‘선배님, 죄송한데 제가 밥을 사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요. 선배들이 후배에게 밥을 사주면 후배는 당장은 후식을 사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꼭 다시 되갚아야 하는 건가요? 그때도 아이스크림은 제가 샀었는데…… 죄송한데 제가 용돈을 달에 30만원을 받는데 핸드폰비와 관리비를 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어서요. 요즘 모임도 많고 동기들끼리 걷는 돈도 많아서 당분간은 밥을 사지 못할 것 같거든요?’

 

 

  하는 이따위의 톡을 보낸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정휘가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내게 보여주며 “선배한테서 답장이 안 오는데 혹시 많이 무례하게 보이냐”라고 물어왔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그 선배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애가 많이 모자라니 너그럽게 봐 달라’고 해 그냥저냥 넘어갔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저 녀석은 이미 오래전에 과에서 매장되어 홀로 학교를 다녀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착각하는 건 아니지?”

 

  “아니야. 다음 약속도 잡았어.”

 

  “진짜? 언제?”

 

  “내일. 영화보기로 했어.”

 

  “오…… 진짜 잘 되가나 본데?”

 

  정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진수의 감탄어린 반응을 즐기는가 싶더니, 갑작스레 정색을 하고 물었다.

 

  “야, 근데 궁금한 게…… 내가 먼저 영화표를 예매해놔야 되냐, 아니면 예매는 각자 따로 하고 내가 팝콘을 사는 게 낫냐? 이거 예매를 할까 하고 보니까 좌석번호를 선택해야 되더라고. 어디가 좋겠냐고 물어봐야 될 것 같긴 한데, 그럼 또 내가 먼저 예매해 놓으려는 걸 알 것 아냐. 그렇다고 대충 아무데나 앉기도 좀 그렇고. 아, 중간자리는 꽉 차있었어.”

 

  “아…… 얘 또 시작이네…….”

 

  “근데 또 하나하나 묻는 건 싫어할 것 같아서……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별 생각 없이 이것저것 물었는데 표정이 좀 안 좋더라고. 그러지 말걸…… 그냥 일단 예매를 하고 혹시나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으면 그때 가서 취소를 할까? 근데 그러면 팝콘은 그쪽에서 사겠지? 둘 다 내 돈으로 하면 타격이 큰데…… 아씨, 계속 고민하게 되네.”

 

  “그만해 이 새끼야, 우리도 잘 몰라…….”

 

  나는 급격히 시무룩해지는 둘을 보며 잠깐 웃음이 났지만 나 또한 그렇게 웃을만한 입장이 아니란 걸 깨닫곤 금방 함께 표정을 굳히게 되었다.

 

  “근데 무슨 과야? 우리 학교는 맞지?”

 

  “어, 경영학과.”

 

  정휘의 대답에 진수가 호들갑을 떨며 물었다.

 

  “어!? 경영학과야? 나 거기 친구 있는데! 혹시 동갑?”

 

  “어…… 어. 스물세 살.”

 

  정휘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작스레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에이, 설마…… 나 역시 그쪽에 아는 친구가 하나 있었던 것이다. 나이는 동갑에, 이름은 해였다.

 

  “이름이 뭔데?”

 

  그 순간 진수의 입에서 튀어나온 물음이 마치 내 심장을 쥐어 잡고 아래위로 흔드는 것만 같았다. 나는 숨 쉬는 것도 잊은 채 정휘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1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10 262 0 8659   
40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10 279 0 7552   
39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9 252 0 8133   
38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9 242 0 7541   
37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8 255 0 6602   
36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8 251 0 8190   
35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7 259 0 6794   
34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7 234 0 6385   
33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6 264 0 6340   
32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6 243 0 5894   
31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5 246 0 5859   
30 6. 가을이여, 그대 열매가 봄에 피는 시시한 … 2019 / 11 / 4 247 0 7133   
29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9) 2019 / 10 / 31 236 0 4383   
28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8) 2019 / 10 / 25 260 0 5389   
27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7) 2019 / 10 / 22 245 0 6577   
26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6) 2019 / 10 / 18 239 0 6998   
25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5) 2019 / 10 / 16 246 0 6729   
24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4) 2019 / 10 / 14 239 0 5475   
23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3) 2019 / 10 / 10 227 0 5692   
22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2) 2019 / 10 / 7 236 0 4448   
21 5. 그리고 해가 대답했다(1) 2019 / 10 / 4 250 0 5937   
20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10 / 3 231 0 3888   
19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10 / 1 244 0 5003   
18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9 / 26 236 0 4897   
17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9 / 25 227 0 6668   
16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9 / 24 214 0 4546   
15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9 / 20 249 0 7204   
14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9 / 19 252 0 6106   
13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 2019 / 9 / 18 229 0 7412   
12 3. 시간을 돌리는 마법의 주문, 워프(4) 2019 / 9 / 17 250 0 7547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겨우살이왕
지놓
세자마마의 은밀
지놓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