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뱀파이어는 초콜릿을 좋아해
작성일 : 19-09-24 03:07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26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너무 당황스러운 소리였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처음 만난 남자 집에 있다는 건가?

 공윤은 약간의 충격과 일말의 분노를 동시에 겪었다.

 그녀는 주춤거리다 굉장히 비싸 보이는 화병이 손에 닿는 바람에 식겁하며 백스텝을 전개했다.

 나한테서 떨어져, 비싼 것아!

 그러고 보니 여기는 사방이 고액의 물품 투성이였다.

 터키식 카펫에 놓인 보랏빛 자수는 그녀의 발가락에 밟히기에는 너무 우아해보였다.

 “여기서 나가야겠어요.”

 공윤은 목 졸린 소리를 냈다.

 키론은 나지막이 웃었다.

 “여기 있는 걸 다 망가뜨려도 상관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것부터 마셔요.”

 공윤은 멍하니 키론이 내민 차를 받았다.

 공윤은 찻잔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몸을 떨었다.

 달콤하고 톡 쏘는 냄새가 났다.

 “좀 나아질 거예요.”

 “석류는 아니죠?”

 공윤이 중얼거리자 키론은 웃었다.

 “계피를 우린 거예요. 그러니까, 계피차 같은 거죠.”

 키론의 말이 맞았다. 갈색의 반투명한 액체는 삼키자마자 괜찮은 효력을 발휘했다.

 식도를 타고 온기가 퍼지면서 손끝과 발끝이 따뜻해졌다.

 공윤이 벌컥거리며 마저 마시려는데 키론이 붙잡았다.

 공윤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찻잔을 키론의 슬리퍼 위로 엎을 뻔했다.

 키론의 손은 공윤보다 약간 따뜻했다.

 “천천히...... 한 번에 다 마시지 마세요.”

 냉수에 버들잎 뿌려주는 처녀도 아니고.

 그가 양갓집 규수 뺨치는 자태를 자랑하긴 했다.

 공윤은 좀 더 천천히 차를 마셨다.

 입안에 남은 계피 맛을 되새기던 공윤이 문득 물었다.

 “서리는요?”

 키론은 찻잔을 가져가려다말고 멈칫했다.

 그의 미소가 한층 조심스러워졌다.

 “서리도 여기 있어요. 무사하고, 안전해요. 조금 불안해하기는 하지만.”

 “불안해해요? 왜요?”

 “당신을 물어버렸으니까요. 서리도 많이 당황했을 거예요. 내가 미리 막았어야 했는데.”

 그의 손안에서 찻잔이 달그락거렸다.

 공윤은 목을 긁었다. 거즈가 붙어있었다.

 “당신이 무슨 수로 그걸 미리 막아요? 이상한 죄책감가지지 마요. 애초에 애가 깨문 걸로 기절하는 게 이상한 거지.”

 키론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고백하듯 말했다.

 “그 앤 뱀파이어에요.”

 그 뒤 공윤의 반응은 생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뱀파이어.

 유구한 역사와 수많은 매체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흡혈하는 존재.

 그녀도 안다. 하지만 친하게 지냈던 귀여운 꼬맹이가 그 중 하나라는 건 좀 다른 문제가 아닐까.

 뱀 여자와 거대늑대를 목격한 것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서리는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의 혼혈입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특성은 전혀 없는, 완전한 뱀파이어예요. 아마 뱀파이어들의 체계가 잡히지 않은 혼란기 때 태어난 것 같은데, 떠돌아다니던 서리를 라미아가 거뒀고......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 살아온 것 같아요.”

 공윤은 다소 회복했던 핏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난 몰랐어요. 걔가 내 앞에서 먹은 거라고는 초콜릿밖에 없는데!”

 “그들은 피가 필수적이자 유일한 영양소예요. 다른 음식은 기호식품에 불과하죠.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뱀파이어가 흡혈 욕구를 자제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인데...... 서리가 당신에게 가진 애착이 대단해요.”

 흡혈이라. 공윤은 괜스레 목이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왜 이름을 지어줬나요?”

 키론이 조용히 물었다.

 “그냥.”

 

 

 그때 공윤은 취해있었다.

 작품을 지적받고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진상 손님까지 감당하고 나서 마신 술은 감성을 도취시켰다.

 공원 벤치에 주저앉아 소주 두 병과 맥주 세 병을 모조리 까놓고 병나발을 불던 차에 서리가 보였다.

 알코올이 울렁거리는 시야로 아이가 접근했다.

 제대로 취한 그녀는 그 애를 꼭 끌어안았다. 거미줄이 앉은 머리칼을 쓰다듬고 웃었다.

 -춥니?

 아이는 훌쩍였고 공윤은 코를 풀어줬다.

 -야, 넌 이렇게 살지 마라. 응? 엄청, 진짜, 정말, 완전 세고 대단해져서, 아무도 너 못 건드리게 하고, 네 맘대로 살아.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돼.......

 그녀는 쓰러질 듯 고개를 푹 숙였다가 발딱 일어났다.

 -망할 진상, 개떡 같은 사장, 거지같은 이모부, 우웩...... 두고 봐. 내가 한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라도 내려버린다!

 그녀는 아이의 입에 주머니에 있던 반쯤 녹은 초콜릿을 넣어줬다.

 아이는 큰 눈을 껌벅이며 초콜릿을 빨았다.

 그날 이후, 서리는 불규칙적인 간격으로 찾아왔다.

 위장에 들이부었던 어마어마한 알코올의 양에도 용케 기억을 잃지 않은 공윤이 얼떨결에 서리라고 부르자 가까이 다가왔다.

 공윤은 서리를 만날 때마다 초콜릿을 까줬다.

 

 

 “그냥......”

 키론은 가늠하기 힘든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에게 언뜻 스친 표정이 무엇이었는지 공윤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서리는 나이에 비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어요. 그럴 만한 토대를 갖추지 못했죠. 공윤 씨는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그 애에게 발판을 마련해준 거예요. 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시작을.”

 키론의 목소리는 낮아서, 정말로 스며드는 듯 했고, 그래서 실감이 났다.

 “당신은 이제 서리의 아비이자 어미이며 근원의 일부에요.”

 공윤은 마지막으로 저항하듯이 말했다.

 “난 단지, 서리처럼 살라고...... 상처입지 말라고.”

 아플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하얗게 얼려버리라고.

 그때 보였던 네가 너무 작고 더러워서, 마치 나처럼 보였기에, 너라도 아프지 않았으면 했는데.

 “공윤 씨, 그것만으로 충분하진 않지만.”

 키론은 거의 무섭지 않게, 부드럽게 웃었다.

 “그게 중요한 거예요.”

 
작가의 말
 

 chocolate love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3 거짓말쟁이를 사랑하는 등신 2019 / 12 / 3 197 0 4377   
32 The secret makes man man 2019 / 11 / 7 181 0 4431   
31 그는 신을 저주한다 2019 / 10 / 29 222 0 4736   
30 실버 불릿(Silver Bullet) 2019 / 10 / 28 207 0 3219   
29 야밤의 총성 2019 / 10 / 28 206 0 2461   
28 그도 질투를 한다 2019 / 10 / 28 217 0 3549   
27 어떤 뱀의 충고 2019 / 10 / 28 227 0 3972   
26 데이트 신청 2019 / 10 / 24 208 0 3851   
25 그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2019 / 10 / 24 201 0 4387   
24 한 지붕에서 살게 되기까지 2019 / 10 / 21 235 0 4534   
23 그 남자들의 사정 2019 / 10 / 21 210 0 4531   
22 우아한 거짓말 2019 / 10 / 21 216 0 3560   
21 자는 사람을 덮치면 2019 / 10 / 21 215 0 3383   
20 의사 면허 있나요 2019 / 10 / 15 217 0 2707   
19 그 짐승의 울음소리는? 2019 / 10 / 15 204 0 2516   
18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다 2019 / 10 / 15 219 0 3054   
17 주인공은 항상 뒤늦게 각성하는 법 2019 / 10 / 15 201 0 2452   
16 삼보 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 2019 / 10 / 10 212 0 4106   
15 널 어쩌면 좋니 2019 / 10 / 10 209 0 2729   
14 뱀파이어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 2019 / 10 / 7 218 0 3358   
13 상처받은 늑대 2019 / 10 / 7 211 0 3603   
12 교수님은 싫어 2019 / 10 / 1 232 0 3629   
11 선비님이 아니야 2019 / 10 / 1 205 0 2583   
10 용용 죽겠지 2019 / 9 / 29 233 0 3413   
9 잡아먹혔다 2019 / 9 / 29 207 0 2493   
8 남자는 다 늑대라고 했잖아 2019 / 9 / 24 216 0 3628   
7 뱀파이어는 초콜릿을 좋아해 2019 / 9 / 24 225 0 2601   
6 라면 주시려고요? 2019 / 9 / 22 216 0 2963   
5 영원한 서비스직 2019 / 9 / 22 212 0 2803   
4 계약은 신중히 해야지 2019 / 9 / 19 214 0 2662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