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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뱀파이어 로망스
작가 : 꽃님발
작품등록일 : 2019.9.3

내가 왔어. 너 찾으러 내가 여기까지 왔다고. 네가 발이 묶여 나한테 못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그 발목을 잘라내서라도 널 다시 내 옆에 둘 거야.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겨 버린 뱀파이어 희선. 마지막 순간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그를 찾으러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뱀파이어계 모든 사건 사고에 관여하는 그가 제발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인간 흡혈을 저지르는데….

영원을 살아가는 저주받은 존재, 뱀파이어와 인간 그리고 뱀파이어 헌터들 간의 엉켜버린 운명과 사랑이야기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20화. 달려오는 차를 손으로 막을 수도 있어요?
작성일 : 19-09-23 00:0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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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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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강력지검 1층은 제복을 입은 순경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귀찮은 사건을 맡고 있는 곳이다. 신입 순경들이 술에 취한 사람이나 사람들 사이에 자잘한 싸움들을 해결해주는 조금은 골치 아픈 곳. 평일 낮이라 한산한 경찰서안의 순경들은 간단히 점심들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장면을 하나씩 들고 있는 그들은 하나같이 다 표정이 굳어있다. 꼭 뭐 씹은 표정처럼 말이다.

 

 " 야, 그게 말이 되냐? 차라리 콩으로 메주를 쓴다 그래라. "

 " 콩으로 메주 쓰거든?! "

 "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

 

 둥그렇게 앉아 자장면을 먹는 순경들 틈 사이에서 열변을 토하던 김순경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좀 전, 교통통제를 나갔던 김순경이 동화가 트럭을 막아 예지를 구하는 걸 목격한 것이다.

 

 요즘 하도 세상이 별 희한하게 돌아가니 어느 정도 이상한 말은 믿어 보겠지만 김순경의 말은 영화가 아닌 이상 믿기 힘든 말이 사실이었다. 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트럭이 치이기 직전 한 남자가 순식간에 뛰어와 차를 막아 세웠다는 것, 그리고 그걸 깨닫기도 전에 어딘가로 사라졌단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다른 순경들의 반응이 이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 에라이- 헛소리나 하지 말고 짬뽕이나 처먹어. "

 " 그래 쨔샤. 니꺼 저기있다. "

 

 한 순경이 김순경에게 휴지곽을 던지고 아슬아슬하게 피한 그는 잔뜩 억울해 있었다. 그때,

 

 " 오셨습니까!! "

 

 경찰서문을 열고 정수가 들어오고 제일먼저 발견한 순경이 경례를 하자 차례로 일어나 인사를 한다. 잔뜩 억울해 있던 김순경도 마찬가지. 살짝의 고갯짓으로 인사를 받던 정수가 김순경의 표정을 보고 의아해 한다.

 

 " 김순경, 표정이 왜그래? 안좋은일 있어? "

 " 그… 그게- "

 " 얘가 글쎄, 슈퍼맨을 만났다네요. "

 " 아 글쎄, 요 앞사거리에서 어떤남자가 달려오는 트럭을 막아냈다는 거예요. "

 

 우물쭈물하던 김순경 대신에 말하던 다른 순경들이 킬킬댄다. 그들을 번갈아 쳐다보던 정수가 고운 미간을 찌푸린다.

 

 " 김순경… 진짜야? "

 " 아, 그… 아, 네. "

 " 손으로 차를 막았다구? 그리고는? "

 " … 사라졌어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빨리요. "

 

 김순경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자신이 말하면서도 말이 안되는 것 같은지 뒷머리를 긁적인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던 정수가 무언가를 퍼뜩 깨닫는다.

 

 '뱀파이어는 인간보다 힘이쎄, 물론 빠르기도 마찬가지지.'

 

 동욱이 자세하게 말해주었던 뱀파이어에 대한 것. 인간이라면 달려오는 트럭을 한손으로 막아재끼는 일을 할 수 없지만 뱀파이어라면 가능하다. 정수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빠르게 뛰어 계단을 오른다.

 

 " 박형사님?! "

 

 김순경을 비롯한 당황한 여러 순경들이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랑곳 않고 올라간다. 숨이 차는 것도 무시한 채 계단도 두세칸 씩 밟아 오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벌컥- 끝 방의 문을 열 수 있었다.

 

 " 무슨 일… "

 " 뱀파이어요!! 뱀파이어가 힘이 엄청 세다고 했죠?! "

 

 다급히 들어온 정수가 동욱이 뭐라 하기도 전에 그의 어깨를 세게 쥐고 묻는다. 조금 당황한 동욱이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그럼 달려오는 차를 손으로 막을 수도 있어요? "

 " 뭐? "

 " 한손으로 차도 막을 수 있냐구요! "

 

 잠시 상황을 파악하려고 눈을 굴리던 동욱이 정말 급해보이는 정수의 표정에 대꾸도 접어둔 채 끄덕인다.

 

 

 " 진짜 뱀파이어… 네요. "

 

 후으. 조금은 미뤄두었던 사태의 심각성이 갑자기 밀려닥치는 것 같다.

 

 어쩌면, 혹시, 만약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다가왔을 때의 그 허망함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근본적인 모든 게 이제야 퍼즐처럼 맞춰지며 명쾌한 소리를 낸다. 물론 그 기분이 그렇게 명쾌하지만은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사실 동욱이 헌터이고 뱀파이어가 범인이라는 건 그냥 인지하고만 있던 사실이다. 무언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도 입 밖으로 내면 더 사실처럼 다가오는데, 지금이 그 경우였다.

 

 " 누가, 차를 막았어? 누가 한손으로 차를 막은거야? "

 " … 그랬다네요. "

 " 가만히 있으면 안돼.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

 

 동욱이 가만히 다짐하며 정수의 말을 곱씹는다. 이제는 깔리고 깔릴 목격자조차 처리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렇게 대놓고 사건을 벌리고 다닌 다는 건가. 대담해진 뱀파이어들의 행동에 나려던 짜증조차 귀찮다.

 

 자신의 친구를 한순간에 빼앗아간 종족. 친구 뿐 아니라 소중했던 사람들은 모두 가져가버린 종족. 동욱의 삶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걸림돌이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도 화를 돋우는 생물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빌어먹을 운명으로 살아가게 만든 근본적 원인.

 

 뱀파이어라는 존재 자체에 신물이 난 동욱이 바득바득 이를 간다. 반드시, 반드시 죽여버릴꺼야. 내손으로 니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가장 고통스럽게. 그렇게 죽여버릴 거야.

 

 

 

 

 

 

 

 * * *

 

 

 

 

 

 

 

 종인이 또 창밖에 시선을 빼앗긴 채 앉아있다. 그대로 조각이 되어버린 것처럼 미동도 없는 종인이었지만 머릿속만큼은 정신이 없다. 정수에게서 동욱의 이야기는 충분히 전해 들었다. 그는 뱀파이어 헌터라고 했다. 뱀파이어 헌터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확인한 이상 이 짓이 뱀파이어의 짓이라는 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언제나 그게 누구냐는 거지.

 

 " 바빠 죽겠는데, 누군 멍이나 때리고- "

 

 바쁘게 서류를 옮기며 움직이던 정수가 멍을 때리던 종인을 발견하곤 조금 큰 소리로 말한다.

 

 " 박형사! 지금, 누가 멍을 때리고 있나? "

 " 저기- 종인이라고는 말 못해요 반장님! "

 

 큰 듯한 목소리로 말해서 못 들을리 없는 반장이 소리를 지르고, 정수가 보란 듯 일러바친다. 얄미운 짓말 골라서 하는 정수를 매섭게 쏘아본 종인이 잡생각을 다 집어 치운 채 서류로 눈을 돌린다.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빽빽한 서류를 보자니 관자놀이가 지끈해와 잠시 주무른다.

 

 " 뭘 그렇게 생각했어? 혹시~ 여자? "

 " ……. "

 " 흠 그 얼굴로 여친은 무리고, 하은이? "

 

 종인이 자신에게 칼을 갈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정수가 옆자리에 안착해 쫑알댄다. 쏘아주고는 싶었으나 그러다가는 자신의 정신머리가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 조용히 계속 관자놀이를 주무른다. 아까부터 계속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고 잡념이 끓는다. 정신없이 바쁜 머릿속과는 달리 한가하고 한적 하기 만한 느릿하고 힘없는 몸.

 

 " 진짜, 왜 그런 건데? 무슨 일 있어? "

 

 아까부터 수상쩍다 하다가 별일 아니겠지 하고 장난을 걸던 정수가 종인을 빤히 쳐다본다. 서류에 집중하고 있는 거 같긴 해도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계속 대답이 없는 그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박수를 친다.

 

 " 딸기나 먹을래? "

 

 냉장고에 넣어둔 딸기생각에 그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임을 깨닫고 기분 좀 풀어주려 벌떡 일어난다. 딸기! 딸기란 단어에 움찔한 종인은 머릿속을 스치는 장면을 꺼내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왜 갑자기 집에 갔던거지? 이것저것 쓸데없는 걱정에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던 거다. 아까부터 계속 괴롭혔던 잡념들이 순식간에 정리된 듯 머릿속이 시원해진다.

 

 " 이상 했어…. "

 

 딱 한 가지만 제외하곤. 아직도 자신이 왜 그렇게 집으로 달려갔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핸드폰을 꺼내 통화기록을 살펴보니 그 시각에 하은과 통화한 기록이 있다. 그럼 하은의 연락으로 인해서 집에 갔다는 건데. 하지만 그 생각을 하기 무섭게 누군가 머릿속 기억을 중간에 잘라 먹은 것처럼 생각의 조각이 비어있다.

 

 잠시는 스치는 찰나의 기억. 그것은 자신이 하은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중요한건 그 시각은 하은이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 였다는 거다, 그렇다면 하은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것.

 

 " 뭐가 문젠데? "

 

 정수가 보기만 해도 달콤해 보이는 딸기를 한가득 씻어 종인에게 내민다. 딸기가 눈에 들어오기 무섭게 더 짜증나는 잔해 속 기억들이 자꾸 겹쳐온다. 날 듯 말 듯 자꾸 애를 태우며 머리 이곳저곳을 쑤셔 통증을 느끼게 한다.

 

 " …뭐에 홀린거 같단 말이지. "

 

 왜? 그의 머릿속에 또 의문이 떠오르지만 그의 마음이 먼저 입을 열게 한다. 종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얼거린다. 그말을 들은 정수가 무슨소리냐고 반문하지만 종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불현 듯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 그건 비단 이번 한번 뿐이 아니였다. 분명 화장실을 가는 중이였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니 현장을 나가고 있고, 강력반에 있었는데 집에 가 있던 게 몇 번 째 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하은의 예상대로 별거아닌 듯 치부해 버렸고 그게 이제서야 중요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는 것 같아. "

 

 어딘가에 빠진 듯, 꼭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중얼거리는 종인을 본 정수가 입을 다문다. 무슨 일인 줄 모르겠지만 진지한 걸로 봐선 사태는 심각한 것 같았다. 자신이 끼어들어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 같아 잠자코 그를 본다.

 

 " 조종 당하고 있어…. "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신이 아닌 이상 아무리 뱀파이어 일지라도 능력을 써도 문제가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마도 별거 아니라 치부해 버릴 종인을 믿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막 사용한 하은에게 그 잘못이 있으리라. 종인에게 걸어놓은 하은의 조종이 서서히 풀어져 갈 기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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