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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12 새벽별이 있는 곳에
작성일 : 19-09-22 20:00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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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새벽별이 있는 곳에

 

 삐요삐요~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소리에 금순은 잠이 깼다.

 

 '아이고, 이번엔 또 어디서 사고가 났을까나... 누가 잡혀가는가?'

 

 나이가 들수록 밤늦게 걸려오는 전화나 사이렌 소리는 거의 공포에 가깝다. 그러잖아도 잠귀가 밝아 평생을 선잠 자듯 살아온 사람인데 요즘은 한번 깨면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못잘 정도로 심신이 약해졌다. 그중 몇 번은 곽노수를 찾으러 온 경찰들이어서 그 트라우마가 아직 씻기지 않은건지도 모른다. 보증인이라고는 금순 하나뿐이니 곽노수가 증발했을 때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이 정가국수였다. 이젠 그 어수선한 발걸음들이 이골이 날만도 하건만 금순은 오늘도 행여 곽노수 때문에 나타난 사람들 아닌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당으로 내려섰다.

 

 삐그덕.

 

 금순이 조심스레 대문을 열었다. 혹시 문밖에 곽노수가 와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어둠속에 아무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금순은 대문 앞 전등을 끄고 막 들어가려다가 다시 등을 켰다.

 

 따각~

 

 다시 사방이 환해졌다.

 

 “잘 계셨어요?”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곽노수 목소리에 금순이 뒤로 멈칫했다. 까치발로 서있어서 비틀거리는걸 곽노수가 잽싸게 붙잡았다.

 

 “지랄! 소리를 내야할거 아녀, 아이고, 깜짝야.”

 “난 나 알아보고 불 켜시는줄 알았지요.”

 “서산댁 여편네가 불도 안 끄고 들어갔네.”

 

 금순은 반가운 마음을 속이고 괜한 핑계를 댔다.

 

 “뭐하다 이제 기어들어와? 삼복에 시커먼 양복은 왜 입고...."

 

 금순이 말하다가 멈칫했다.

 

 "아..이회장 뵙고 오는 길이냐?”

 “예. ”

 “그래.”

 

 금순이 옅은 한숨을 뱉어냈다.

 

 “나 계속 여기 서있을까요?”

 

 금순이 대문을 활짝 열고는 뒤도 안보고 들어간다.

 

 “여전하네. 정가국수”

 “주인이 여전한데.”

 

 휙 돌아선 금순이 곽노수의 등짝을 퍽퍽 때렸다.

 

 “대낮에 뭐하다가 이제 나타나? 응? 언제 나온겨?”

 “며칠됐어요.”

 “그동안 어디서 뭔 지랄을 하다가.”

 “말도 마세요. 오늘도 하루가 참 길었습니다.”

 “주접떠네. 밥은?”

 “한숨 자고 나갈거예요. 가볼데가 있어서.”

 “또 허튼짓하고 다니기만 해봐. 이젠 국물도 읎어!”

 

 금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정가국수 문간방이 곽노수가 어릴 때 썼던 방이다.

 초등학교를 졸업도 못하고 집을 나왔는데 그때 쓰던 책상이며 옷장이 남아있다. 지금은 손님방으로 쓰고 있지만 곽노수는 이곳에 들어오면 고향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옷장문을 열었다. 50년은 됐음직한 자개농에는 얇은 이불 한 채와 곽노수가 입던 옷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있다

 

 방문이 벌컥 열리고 금순이 하얀 두부 한모를 내밀었다.

 

 “나온지 며칠 됐다니까요.”

 “두부도 며칠 된거다. 니 꺼니까 남기지말고 다 처먹어. 먹고 설사나 오지게 하라지.”

 

 곽노수가 손으로 두부를 뜯어 먹으며 옷장을 가리켰다.

 

 “이런 거 이렇게 챙겨놓지 마시라니까. 좀 버려요, 버려.”

 “멀쩡한걸 왜 버려? 보기 싫으면 기어들어오질 말든가.”

 “누가 싫대요. 보고 있으면 구질구질하니까 그렇지.”

 “꼴값하네. 지금 니놈이 제일 구질구질한거 안 봬?”

 “하긴...그렇네요. 훗.”

 

 곽노수가 넥타이를 풀어 놓았다.

 

 “이회장은 그렇게 가서 어쩌냐.”

 “요새 뇌출혈, 심장마비 워낙 많아서요.”

 “나도 장례식장에 한번 가봤음 좋겠구만.”

 “사람들 어마어마하게 올텐데 어딜 가요. 뉴스 보면 다 나올걸 뭐.”

 “내일 아침에 8인회 예약도 있었는데 뭔 일인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요?”

 “낮엔 사람들 많이 오간다고 아침준비 부탁했었는데...”

 

 *****

 

 금순이 김세원의 전화를 받은건 이틀 전이었다.

 

 “저 김실장이에요. 저희 월요일 조찬준비 좀 해주실 수 있어요?”

 “안된다면 안 오려고?”

 “어머, 우리 사장님 목소리가 영 불편하시네? 누가 돈 안내고 진상부리고 갔어요?”

 “여우짓 떨지 말고. 여덟 분?”

 “네, 그냥 간단히 죽정도만 마련해주시면 돼요.”

 “건 내가 알아서 하고.”

 

  금순은 퉁명스레 전화를 끊었다.

 금순의 퉁명과 굳은 얼굴은 어느새 정가국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어느 소설가는 토지의 최참판댁 마님을 닮았다하고 중국에서 온 어느 역사학자는 서태후 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고도 했다, 얼마 전에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된 신교수는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왕비를 닮았다며 사진을 보여줬지만 그들 중에 금순이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그네들도 자기처럼 말없고 잘 웃지 않는 여자들인가 보다 할뿐 금순은 손님상에 앉아 수다를 떨어본 적이 없다.

 

  올해 일흔 여덟. 서산댁과 둘이서 일이백 명 손님을 치르기에 금순은 이제 늙었다. 그 핑계까지 더해서 일거리를 늘이는 일이 없었는데 김비서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가 없다. 그건 바로 김세원이 모셔올 정회장 때문이었다.

 

  간혹 전국의 유명 맛집 주인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기들 가게서 대통령이 몇 명이 나왔다느니 외국에서도 찾아온다느니 하는 소리들이 많았지만 금순은 일절 그런 자랑을 한 적이 없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안보고 살다 보니 유명인이 와도 누가 누군지 알지 못해서 상대방이 더 무안해한 적도 많았는데 정회장과 그의 일행도 예외가 아니었다. 음식을 들여갈 때 슬쩍 본 인상들로 그들의 신분을 대충 짐작할 뿐 금순은 그들의 명함 따윈 관심 없었다. 매번 똑같은 얼굴들이 자릴 잡고 그 인원이 항상 8명이길래 ‘8인회’라 이름을 지었을 뿐 뭐하는 사람들인지도 몰랐다. 그저 국수그릇 싹 비워 주는게 고마웠고 김실장이 예약을 잡고 계산을 하길래 정회장이 모임대표쯤 되나보다 생각했을 뿐이다.

 

  김세원의 말로는 정회장이 입이 짧기로 소문났다는데 정가국수의 전복죽만큼은 아무 말 없이 한 그릇을 다 비운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갑부라는 사람이 인정했다니 금순은 내심 뿌듯하기는 했지만 마주쳐도 인사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 도도한 모습은 영 못마땅했다. 반면 이필만은 신소리도 잘하고 유쾌한 사람이라 만나면 동기간을 본 것 같아 반갑기도 했는데 노리개 선물까지 받았으니 그저 황송할 뿐이었다.

 

 *****

 

 노리개를 선물받은지 며칠 지나서 곽노수가 출소해 찾아왔다. 그는 방에 걸린 노리개를 보며 화들짝 놀란체를 했다. 사실 그 노리개도 곽노수가 부여 어느 종택에서 훔쳐온 것이었다.

 

 “이모, 이회장님 국수엔 금가루 뿌려 넣었소? 이게 보통 노리개가 아닌데?”

 “보통이 아니믄?”

 “여기 이 봉황 새겨 넣은거 보이죠? 이게 왕가에서나 쓸 수 있는 거잖아요.”

 “진짜로?”

 “그리고 이 나비문양은요. 봄이에요 봄. 봄이라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나비문양은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는거라구요. 건강해라, 번창해라 뭐 그런 뜻이 담겨있는거지.”

 “꿈보다 해몽 아녀?”

 “에헤이~ 나 곽노수요. 대학교수들도 내 앞에선 껌뻑 죽어 있는거 못 봤어요?”

 “꼴값 한다. 그이들이 드러워서 입 다물고 있는거지 니깟 놈 무서워서 그러것냐?”

 “하~ 이모만 날 허접한 인간 취급하시지. 내가 이 집에 데려온 사람들, 어떤 사람인줄 모르겠어요? 보통사람은 얼굴한번 보기 힘든 사람들하고 호형호제하는게 이 곽노수라고.

 "그래, 너 잘났다."

 "이모가 제일 좋아하는 이회장 소개해준게 누군데? 나 아니었음 이모는 이런거 구경도 못해요.”

 

 곽노수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금순 앞에서는 주절주절 말이 많고 철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금순에게서 욕바가지를 얻어 먹는게 금순을 위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었고 금순은 곽노수가 그저 자신과 이집을 떠나지 않기만을 바랐다.

 

 *****

 

 “그럼 이모, 일어난 김에 새벽시장 가실래요? 내가 짐꾼 해드릴게.”

 “넌 자빠져 자. 전과자새끼 뭐 이쁘다고 주렁주렁 달고 다니냐?”

 “옛날에는 나 잘 생겨서 데리고 다닌다더니.”

 “꼴을 좀 보라고. 썩을 놈아. 중늙은이 다된 걸 뭐한다고 끼고 다녀?”

 

 금순이 방문을 쾅 닫고 나갔다

 

 곽노수는 작은 창문을 열었다. 습한 바람이 불어온다.

 문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장례식장에서부터 자신을 따라온 새벽별이 반짝 신호를 보내온다.

 하나의 왕이 떠나고 세상 어딘가로 12번째 왕이 내려왔다는 증표다.

 

 ‘내가 살아온 날동안 쉬지 않고 걸었더라면 지금쯤 저 별에 닿았을텐데...’

 

 곽노수는 그 별을 향해 다시 절을 올렸다.

 

 ‘현무도만 찾는다면. 현무도를 손에 넣는다면 이 길고 끔찍한 여정을 멈출 수 있다.’

 

 곽노수가 갑자기 옷장에 넣어둔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도둑질하러 다닐 때 쓰던 도구들을 금순은 버리지 않고 보관해두었다. 경찰이 와서 몇 번을 뒤집어 봤을텐데 용케도 무사하다. 곽노수가 그 안에서 작은 칩을 하나 찾아냈다.

 

 도청장치다.

 

 내일 8인회, 아니 7인회가 모이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현무도의 행방을 가장 먼저 알아낼 사람은 이필만과 정순호회장 뿐이다. 어떻게든 정회장편에 서야한다.

 곽노수는 오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새벽별이 자신을 인도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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