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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더럽(The Love)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나, 다른 사람 같이 좋아해도 돼?"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관계와 사랑
그것의 시작, 그리고 그 너머에 관하여.

#대학생 #캠퍼스물 #악의꽃 #섹슈얼리티 #조별과제 #폴리아모리

 
4. 가을 하늘이 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맘때쯤 지상엔 마땅히 눈 둘 데가 없기 때문이다(4)
작성일 : 19-09-20 20:55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7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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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날 기억하고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나는 잠깐 당황하여 머뭇거리다 “아, 네. 기억하고 계셨네요” 하고 답했다.

 

  “그쪽 사준다고 무려 6천원이나 썼는데요. 물론 옆의 분 것도 포함된 것이지만.”

 

  “그러고 보니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드렸네요. 그땐 잘 마셨습니다.”

 

  “아뇨, 우리 쪽이 먼저 더럽히고 난리였는데 뭘. 교수님이 반말로 막 뭐라 했었죠? 그것도 같이 사과드릴게요. 기분 나빴을 텐데.”

 

  내가 괜찮다고 말하려던 순간, 단상에 있던 교수가 잠깐 주목해 달라며 소리쳤다.

 

  “자기소개가 얼추 끝났으면 잠시만 집중해 주세요. 첫 시간에 말했다시피 우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는 대신 학기말까지 최종작품 하나를 완성해서 발표해야 해요. 중간고사는 중간발표로 대체될 것이고, 그때까진 적어도 트리트먼트(:각본 창작의 가장 초기 단계인 시놉시스에서 발전한 단계)가 모두 완료된 상태여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발표에 있어서 여러분들이 직접 각 조의 점수를 매기게 될 거예요. 그게 다 평가에 반영된다는 거…… 잊지들 마시고. 중간발표 전에 한 번, 그리고 발표 후에 한 번 각 조들은 나와 개별 면담을 가지게 될 텐데, 그 시간은 따로 공지해두겠어요. 조원 전체가 시간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괜찮으니 시간 맞는 사람들만 나오면 됩니다. 조원들 모두가 시간이 안 된다 싶으면 따로 내게 말해주세요. 다른 조와 바꿔볼 테니까. 자, 여기까지 궁금한 거 있는 사람?”

 

  누군가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발표는 하루에 9팀이 다 하는 건가요?

 

  “아, 그걸 얘기 안했네. 질문 고마워요. 중간발표 땐 한 번에 다 몰아서 할 것이고, 기말 땐 2번에 걸쳐서 할 거예요. 그러니까 기말발표의 경우 시험 전 주에 한 번, 그리고 시험주에 한 번 나눠서 한다는 얘기죠. 음…… 발표에 관한 건 그때그때 또 말해주겠어요.”

 

  “네!”

 

  “자, 또?”

 

  “저…… 주제 선정 같은 것은…….”

 

  “아, 그건 지금부터 내가 말해 줄게요. 우선 장르를 좀 나눌 거예요. 장르를 구분한다는 말은 곧 여러분들이 만들어낼 콘텐츠라는 게, 이를테면 영화나 소설, 드라마 같이 이미 충분히 익숙한 형태의 것들로 만들어질 거란 얘기에요. 굳이 우리 조는 그런 것 대신 미래의, 혹은 아무도 만들지 않을 우리들만의 신(新)개념 콘텐츠를 한 번 만들어보겠다 하면 뭐…… 딱히 말리진 않겠지만 어찌됐든 장르구분은 꼭 따라줘야 한다는 거! 그리고 어차피 국문학과 학생들이니 텍스트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게 아무래도 좀 더 편하지 않겠어요?”

 

  “교수님, 혹시 게임 같은 것도 되나요?”

 

  강의실 안의 몇 없는 남학생들 중 하나가 과감하게 손을 들어 질문했다.

 

  “뭐, 다른 조원들이 모두 동의한다면야 그래도 되겠지만 가능하겠어요? 다 여학생들인 것 같은데. 다 좋다고 하면 괜찮아요, 하세요. 다만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건 최종 발표 때엔 그 발표를 듣는 청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또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완성된 작품을 내놓아야 해요. 게임은 글쎄…… 체험 가능한 프로토 타입이라도 제작해 와야 되지 않을까?”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남학생의 말에 강의실이 고음역대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들로 가득 찼다.

 

  “겁주려는 건 아니었는데…… 참, 그리고 어떤 작품을 기획하건 간에 그에 쓰인 모든 텍스트들도 같이 제출해주어야 해요. 연극을 하건, 영화를 하건 발표와 더불어 최종시나리오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다들 이해가죠?”

 

  “네!”

 

  “그럼 지금부터 장르를 나눠볼게요. 내가 칠판에 쓰고 있을 테니까 보면서 조원들이랑 계속 상의해 봐요. 지금 당장 정할 거니까.”

 

  교수는 칠판에다가 ‘멜로’, ‘코미디’, ‘스릴러’, ‘액션’, ‘그로테스크’, ‘드라마’, ‘느와르’, ‘미스테리’, ‘판타지’를 적었다.

 

  “아, 9개 팀이니까 하나 더 추가해볼까?”

 

  그러곤 ‘로맨틱 코미디’를 옆에다 추가했다.

 

  “자, 여기까지가 장르예요. 굳이 장르를 나눠놓고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혹 궁금한 사람 있나요?”

 

  교수의 말에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그중엔 우리 조원도 한 명 껴있었다. 이름이 김소혜였던가.

 

  “이에 대해선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간단히만 말하자면, 그 편이 더 낫기 때문이에요. 제작과정의 편의성에 있어서나, 결과물의 질적인 측면에서나. 또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장르적 제약이 여러분의 창의적 사고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 논리력과 더불어서 말이죠. 그리고 ‘타깃’과 ‘팔리는 작품’의 이해라는 측면에서도 장르적 구분은 대단히 중요해요. 이와 관련해선 아마도 다음 수업시간 때 더욱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럼 차차 더 얘기하기로 하고 다음은…….”

 

  그러고 교수는 다시금 칠판에다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외계인’, ‘괴물’, ‘백치’, ‘절세가인’, ‘10명의 형제자매들’, ‘초능력자’, ‘다중인격’, ‘재벌2세’, ‘욕쟁이’ 그리고 ’소시민‘ 이었다.

 

  “감이 오나요? 이건 주인공의 특성 또는 정체성을 적어 놓은 것이에요. 자, 지금부터 조별로 상의해 칠판에 적혀진 것들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세요. 장르와 주인공 특성, 각각 하나씩이요. 원하는 게 겹칠 경우엔 조장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하는 걸로.”

 

  “교수님, 하나씩 남는 거는요?”

 

  “좋은 질문이에요. 9개 조가 하나씩 다 가져간다고 치면 마지막 하나가 남죠? 이를테면 장르에서 스릴러가 남았다고 쳐요.”

 

  교수가 ‘스릴러’에다 동그라미를 쳤다.

 

  “이걸 버리느냐? 아니에요. 이건 모두가 가지게 되는 거예요. 가령 멜로를 고른 조는 멜로 스릴러를, 코미디를 고른 조는 코미디 스릴러를, 그리고 액션은 액션 스릴러…… 아, 이건 좀 쉽겠네. 다들 무슨 말인지 알겠죠?”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다들 조금씩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인공도 마찬가지.”

 

  “교수님! 예를 들어 소시민이 남았는데 저희 조가 재벌 2세면 어떡해요?”

 

  오른쪽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던 한 여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나름 일리 있는 질문이라 나도 모르게 귀가 기울여졌다.

 

  그러나 교수는 피식 하고 웃더니,

 

  “우리 강의 이름이 뭐죠?”

 

  “스토리텔링 창작실습이요!”

 

  “그럼 최선을 다해 스토리로 풀어야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가령 재벌가였던 주인공의 집안이 한순간에 쫄딱 망해버린다던가, 아니면…… 소시민이었던 주인공의 아버지가 피땀 흘려 노력한 끝에 가문을 일으켜 세운다던가. 그럴 경우엔 주인공을 투 탑으로 세우는 게 낫겠죠? 뭐든지 냉소적이고 비난만 일삼는 아들과 언제나 긍정적이며 밝은 모습의 아버지. 물론 반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완전 재밌겠다!”

 

  뒤에서 들려온 어마어마한 목청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나의 반응에 저도 놀란 모양인지, 행정학과 여자애가 창피하다는 듯 고개를 픽 숙였다.

 

  “그러게요. 재밌는 캐릭터도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전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주제랑 캐릭터가 고정된 상태로 시작하는 거라 원하는 걸 얻지 못했을 경우엔 답답할 것 같기도 해요.”

 

  광고홍보학과 학생인 김소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의견은 나 역시 일정부분 동의하는 것이었다.

 

  “그럼 어느 걸 가져올지 먼저 정해보는 게 어떨까요?”

 

  이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며 생각에 잠길 즈음이었다. 교수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여러분, 다른 하나의 장르가 무조건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탄생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기도 해요. 말인즉슨, 특출난 몇몇 조가 학점을 독식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되겠죠.”

 

  교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긴급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조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다른 조들의 동태를 살피는 이들도 있었다.

 

  “또 무엇이 마지막에 남아 여러분의 장르와 결합되느냐에 따라 최종 발표 날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로맨틱코미디가 남는다면 어쩌면 다들 때 아닌 봄날을 맞아 설렘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고, 스릴러나 느와르가 남는다면 왠지 모를 긴박함에 젖어들 수도 있겠죠. 자, 그럼 지금부터 이십 분 뒤에 주제선정과 주인공 특성 선정에 들어가겠어요. 열심히들 회의해보세요.”

 

  교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곧장 머리를 맞대었다.

 

  “음, 그럼 모두들 하고 싶은 거 하나씩만 이야기 해볼까요?”

 

  “저는 로맨틱코미디요!”

 

  강진희에 이어 이해인은 멜로를, 김소혜는 스릴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용은 “전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라며 줄곧 무심한 기색을 내비쳤고, 이설은 판타지가 끌린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로테스크가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의 경우엔 쉽게 의견이 모아졌다. 다들 하고 싶은 건 없었으나 하고 싶지 않은 건 많았기에, 이것저것 쳐내고 나니 몇 개 남지 않았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다중인격’과 ‘욕쟁이’가 남았는데, 둘 중에선 상황을 봐가며 가능한 걸 택하자고 합의를 보았다.

 

  우리는 주제 역시 두 가지만 남기고 하기 싫은 것부터 쳐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제일 먼저 강진희가 “그로테스크는 좀……” 하고 싫은 티를 낸 것에 이어, 친구인 이해인 역시 “저도 그건 좀……” 하며 살을 붙이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내 의견이 첫 번째로 내쳐지고 말았다. 다음엔 너무 식상하다는 이유로 로맨틱 코미디가 날아갔으며(이 때문에 강진희가 조금 침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어 멜로도 비슷한 이유로 날아갔다. 결국 남은 것은 이설의 판타지 하나뿐이었다. 그것을 1지망으로 두고 다른 하나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고 있을 무렵, 느닷없이 최용이 훅 치고 들어왔다.

 

  “혹시 느와르는 어떠세요?”

 

  “아…… 느와르…….”

 

  “전 괜찮아요.”

 

  “저도.”

 

  행정학과 두 여학생의 얼굴이 한순간 구겨진 듯 보이긴 했으나 나와 김소혜 쪽의 의견이 꽤나 긍정적이었던 덕에 결국 느와르가 최종 2지망에 오르게 되었다. 최용은 아닌 척 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이 통과된 것이 못내 기쁜 듯 보였다.

 

  잠시 뒤 교수가 박수를 치며 주의를 모았다.

 

  “자, 그럼 주제부터 먼저 선정해볼까요?”

 

  주제선정은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멜로’, ‘코미디’, ‘액션’, ‘스릴러’까지는 희망한 조가 하나씩뿐이어서 별 다툼 없이 지나갔으며, 그로테스크는 어떠한 조도 희망하지 않았고(이때 나는 왜?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드라마에서 2개 조, 느와르에서 2개 조가 맞붙었다. 우리 조도 느와르 때 약간 고민하긴 했으나 판타지를 희망하는 쪽이 없는 것 같아 그냥 판타지로 선택을 굳혔다. 결국 드라마에서 진 쪽이 로맨틱 코미디를, 느와르에서 진 쪽이 미스테리를 선택하게 되었다.

 

  “자, 왠지 이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었는데…… 모두가 피하려고 했던 그로테스크가 모두에게 돌아가게 되었네요! 여러분 괜찮겠어요?”

 

  “안돼요!”

 

  “다시해요!”

 

  학생들의 우는 소리에 교수는 짐짓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까 그럼? 다시 할까요? 그럼 혹시 자신들이 대신 그로테스크 독박 쓰겠다고 하는 팀 있나요?”

 

  그러나 모두들 눈치만 보며 어물쩍거리는 바람에 결국 그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확실히 잘 팔리는 장르라고 보긴 힘드니까…… 어쩌면 기괴하기 짝이 없는 발표 날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말과는 달리, 교수의 입가엔 웃음이 한가득 떠올라 있었다.

 

  “자, 그럼 다음은 주인공! 빠르게, 빠르게 진행해봅시다.”

 

  주인공 선정은 처음부터 박 터지게 시작됐다. ‘외계인’에서 3개 조가 맞붙었으며, ‘괴물’에서 4개 조, ‘백치’에서 다시 3개 조, 그리고 ‘절세가인’에서는 무려 6개 조가 치열하게 다퉜다. 처음에 외계인과 괴물을 희망했던 조가 둘 모두를 놓치는 바람에 그 조는 그 이후부턴 매번 경합에 참여해서 경쟁률을 높이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희망했던 ‘다중인격’의 차례가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조장을 안 뽑았네요. 지금 가위바위보 하러 나가야 되는데…….”

 

  이미 다른 조 조장들이 속속 앞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들 서로의 얼굴만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요즘 좀 시간 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

 

  최용이 먼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자 김소혜가 곧바로 “저는 국문학과도 아니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서” 하며 재빨리 그 뒤를 이었다.

 

  나 역시 국문학과가 아니긴 했지만 딱히 뭘 준비한다거나 하진 않아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이설과 행정학과의 여학생들이 나를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나는 대학원생이라 조금 그렇고, 여기 둘도 타과에다 아직 어리니까…….”

 

  이설이 먼저 운을 띄우자,

 

  “앞에 나가기에도 제일 가까운 곳에 앉으셨네요.”

 

  “잘할 것 같으셔 왠지…….”

 

  둘이서 그냥 짝짜꿍으로 받아 넘기는 것이었다.

 

  나는 그 가증스런 눈빛들에 떠밀려 ‘이번학기에 21학점을 신청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러버린 탓에 열심히 하는 조장 따윈 될 수 없을 것’이라 말할 기회조차 갖질 못했다. 심지어는 별 수 없이 나간 자리에서 가위바위보를 무려 3번이나 연달아 이기는 바람에 초장부터 조장의 권위를 세우고야 말았다.

 

  “우와, 조장님 짱!”

 

  “…….”

 

  “가위바위보 엄청 잘하시네요!”

 

  “……진짜 저로 정해진 거예요? 조장?”

 

  “그럼요!”

 

  순간 허탈함에 이은 막연한 부담감이 적잖은 무게로 가슴을 압박해오긴 했으나 그럼에도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렇게나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이설이 내게 눈을 맞춰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 부탁해요. 조장님.”

 

  모두가 공통으로 포함하게 된 주인공 특성은 ‘소시민’이었다. 우리는 ‘10명의 형제자매’가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중인격 주인공에 또 새로이 10개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했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괴물과 외계인을 희망했던 조를 제외한다면, 다른 조들도 결과에 큰 불만은 없어보였다.

 

  “자, 이제 다 정해졌죠? 물론 불만이 있는 조들도 있을 거예요. 벌써부터 침체된 학생들도 몇 보이네요.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물론 창작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직 뭔가를 만들어본 적이 없을 거예요. 그것도 다른 이들과 힘을 합쳐서는 말이죠. 지금 내 머릿속에 뭔가 떠오르는 게 없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다른 이의 아이디어를 듣다보면 자기 머릿속에서도 번쩍하고 연상되는 게 금방 생길 테니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발히 토론을 진행하다보면…… 물론 싸우기도 많이 싸우겠지만, 분명 얻어가는 게 많을 거예요. 그리고 정 힘들고 진도가 안 나간다 싶으면 나를 활용하세요. 함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볼 테니까. 그럼, 모두들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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