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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10. 아버지와 아들
작성일 : 19-09-20 17:44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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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버지와 아들

 

 이현민이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은 것은 다섯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온몸이 하얗게 질리면서 저릿해지는 느낌은 처음 마약을 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이내 비실비실 웃음이 새나왔다. 술에 취해 정신이 반쯤 나가있던 탓도 있겠지만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에 묘한 희열마저 느끼고 있었다.

 

 “유배가 끝났어. 끝났다고!”

 

 반쯤 남은 술을 머리에 쏟아부으며 날뛰는걸 보고 박경일이 의자에 앉혔다

 

 “야! 정신차려! 이럴 때가 아냐, 얼른 가봐야지.”

 

 이내 박경일의 핸드폰도 정신없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회사전화다. 나 먼저 나간다. 영준아 너 얘 좀 집에 데려다 줘.”

 “오토바이로?”

 

 박경일이 한심한 듯 바라봤다.

 

 이현민은 잠이 든건지, 생각에 잠겨있는지 30분이 지나도록 소파에 파묻혀 말이 없었다.

 아랑곳 않고 서류작업을 계속 하던 안영준이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야, 집에 안가? 나도 거래처에 약속 있어서 일어나야 하는데.”

 “니까짓게 무슨 거래처.”

 

 이현민이 눈을 뜨고 술을 찾자 안영준이 얼른 생수병을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는 준비해온 서류를 흔들어 보이며 억울한 듯 말했다.

 

 “봐봐. 여기 투자자 명단 있는거, 이 사람들 다 내가 컨텍 해봐야지. 아님 니가 할래?”

 “알았어. 가. 난 좀 있다 갈테니.”

 

 띠리리링

 

 안영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아직 여깄어. 왜 나한테 성질이냐? 내가 알어? 일어날 생각을 안 해. 야, 박변이다 받아봐.”

 “없다 그래.”

 “우쒸, 이것들이 나를 놀리나? 야, 끊어. 나 얘 버리고 간다.”

 

 안영준은 툴툴거리면서 짐을 챙겨 나갔다.

 

 아버지가 죽었다.

 예순 아홉.

 그래, 천하의 아버지라도 아홉수를 조심했어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속 편히 사는 사람처럼 보이던 사람.

 지인 소개로 빌라사업을 시작했고 아랫사람 잘 둬 승승장구했지만 모든게 본인이 잘해서인줄 알고 자서전에 경영철학서까지 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현민이 보기엔 그저 좋은거 먹고 보러 다니며 평생을 보낸 운좋은 사내일 뿐.

 

 성진그룹은 지방 소규모 건설회사가 모태가 되어 지금은 7개의 계열사로 가지를 뻗은 중견기업이다. 회장인 이필만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국내 각종 행사에 소리없이 후원을 하고 있다는게 밝혀지면서 젊은 층에도 인기가 많아졌고 특히 골동품에는 전문가 이상의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 수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어딜 가나 앞에 서는거 좋아하고 배포 두둑한 사업가 흉내를 내는걸 보고 어머니가 말했었다.

 

 “네 아버지가 왕의 사주를 가졌댄다, 니 할머니가 늘 그 소릴 하셨어. 왕이라고. 왕으로 모시라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아니 아버지와 가족을 떠올려보면 왕처럼 군림한게 맞긴 하다.

 

 어머니는 이필만이 건설회사를 시작할 때부터 인부들 밥해주는 일도 마다않고 아버지를 보필했다. 십 오년 전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어머니는 자기 소유의 집 한 채 가져보지 못했다. 재벌 사모님 소리를 들으면서도 집안 일에서 손을 떼지 않았고 아버지는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반면 아들 일에는 무심했다. 자신과 성격이 달리 뭘 하든 집요하게 매달려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정확한 데이터에 의한 자료가 아니면 신뢰하지 않는 아들과는 여러모로 상극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들의 성공도 실패도 이필만에겐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단지, 주변사람들의 눈총과 잔소리가 듣기 싫어 몇 가지 제스처를 취했을 뿐이다. 하지만 문화재 밀반출을 아들에게 들켰을 때만큼은 이필만도 아들앞에서 자존심이 무너졌다. 그래서 더 이현민을 사이판에 묶어두려고 했는지 모른다.

 

 드르르륵.

 

 박상일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 지금?”

 “계속 여기지.”

 “미쳤어? 아직도 거깄음 어떡해? 가족들 너 한국 들어온거 다 아셔. 회장님도 알고 계셨대”

 “그래서, 아버지가 나 기다렸대?”

 “현민아.”

 “갈거야. 갈건데 옷이 없다, 나. 하하.”

 

 부고전화를 받고 술주정부리는걸 보다못한 안영준이 이현민을 욕실에 처박았다. 그 바람에 속옷까지 모두 젖어버렸다.

 

 “휴...기다려. 상복 보낼 테니까 입고 바로 나가. 내 차 보낼테니까 그걸로 가.”

 “알았다. 씻을게”

 “근데 너 혹시 권오형이란 사람 알아?”

 “권오형? 들어본거 같긴 한데.”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한 시민들의 모임 대표.”

 “하하하하!”

 

 이현민이 탁자를 두드리며 웃었다.

 

 “기억난다. 왜? 그 사람이 아버지 고소라도 한 대?”

 “아니, 그 사람이 회장님 장례준비위원장이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

 

 부고 소식을 듣고 박상일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법무팀에서는 벌써 이회장의 유언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필만회장은 장례식과 관련된 유언장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의 장례식은 권오형대표를 위원장으로 한다. 장례식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권오형대표에게 위임한다.’

 

 *****

 

 “그런데 권오형이라는 사람이 너를 만나야겠대. 회장님의 유언장이 있다고.”

 “뭔 소리야, 또? 유언장이 왜 이렇게 많아?”

 “휴..우리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사람 전화번호 보낼 테니까 연락해봐. 나 필요하면 바로 전화하고.”

 “..............”

 “현민아, 듣고 있지?”

 

 이현민이 팔을 올리고 의자에 기댔다.

 

 “아버지는 왜 돌아가셨대?”

 “심장마비. 집에서.”

 “일요일에 집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암튼, 빨리 가라. 삼십분 후에도 아직 거기면 비서실에 연락한다.”

 

 박상일은 걱정이 되는지 이현민이 호텔을 나설 때 까지 계속 전화를 해왔지만 현민은 받지 않았다.

 

 10시가 다 되갈 무렵

 이현민은 한강변에 앉아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시간이지만 이현민은 권오형을 먼저 만나볼 생각이었다.

 

 “오셨습니까.”

 

 권오형이 이현민 앞에 90도로 고개숙여 인사를 건넸다. 전 공주박물관 관장이었고 몇 년전 약탈문화재 반환시민협의회를 만들고 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재야사학자이며 아버지의 골동품을 관리해주는 고문.

 

 신문이나 방송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권오형은 공명심에 불타는 시민운동가였고 시니컬한 말투와 표정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도 되는 양 남발하는 50대 꼰대였다. 안경너머로 보이는 권오형의 눈빛은 여전히 비열해보였다. 그가 아버지와 같이 사이판에 왔을 때 한참 아래인 자신에게도 극존칭을 쓰고 아버지에게는 역겨울 만큼 살갑게 구는 걸 보고 처음으로 아버지의 사람보는 눈을 의심했었다. 그런데 간신배나 다름없어 보이는 저 인간이 아버지의 유언장 대리인이라니 짜증이 밀려온다. 저 인간의 손에 자신의 인생이 달려있다는 불쾌감마저 생긴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유언장부터 봅시다.”

 

 이필만은 끊임없이 유언장을 바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결혼을 두 번 했고 자식도 셋이나 늘었으니 경영권이나 유산문제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성진그룹의 고문변호사인 박상일의 말에 따르면 이현민이 또 다시 사업을 벌이면 현민의 전처가 키우고 있는 자식들도 스무 살까지만 지원을 해주겠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게 불과 6개월 전인데 이번엔 또 뭘 가지고 꼬투리를 잡았을까. 아마 보물선 인양에 참여할 경우를 대비해 독소조항이라도 하나 심어놨을 거다.

 

 “복사본입니다. 저도 이 유언장을 오늘 본거라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권대표를 지목하셨던게 아니라고요?”

 “네, 장례식을 축제처럼 할테니까 아이디어를 달라는 말씀을 하신적은 있지만 그냥 농담이신줄 알았지요.”

 “하신적은 있으시다...”

 “네, 회장님과 어울리시는 분 중에 문화예술계 쪽 인사가 많으니 술자리에서 다들 그런 얘기 오갑니다. 누구는 상여소리를 해라, 누구는 진혼굿을 해라, 묘비명을 써 달라...서로 품앗이 하듯 그런 얘기들 한 적은 있습니다.”

 “이렇게 유언장으로 남긴 사람이 있습니까?”

 “없을 겁니다. 다들 분위기에 취해서 한 소리들일 테니까요.”

 

 권오형이 내놓은 두툼한 유언장의 앞부분은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들 명단과 식순, 장례식장 시설물과 참가자들을 그린 그림이었다.

 

 “뭡니까, 이 그림은?”

 “아, 그게 그러니까 조선시대 의궤라고 들어보셨지요?”

 “왕실 행사를 설명한 책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걸 본 따서 그리신 듯 합니다. 회장님 장례의 형식과 절차까지 자세히 설명해놓으셨어요.”

 “누가 그린 겁니까, 이걸?”

 “글쎄요, 그거까지는 저도..다만 보통 솜씨는 아닌 듯 합니다.”

 

 이현민은 끝까지 볼 필요도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서류를 접었다.

 

 “그럼 이제 제가 뭘 더 하면 되는겁니까?”

 “흠흠. 끝까지 더 보시지요.”

 

  이현민이 권오형을 흘끗 봤다. 조금 전까지와는 사뭇 달라진 말투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거래를 하러 온 사람 같다. 어쩌면 자신이 이필만의 오른팔이라도 된다고 착각하고 선수를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휙, 휙, 휙.

 

 이현민은 다섯 장이나 더 남아있는 그림을 넘기다가 멈췄다. 이현민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앞의 내용으로 장례식이 치러지지 않을 경우 상주인 이현민은 성진그룹의 모든 경영과 상속에서 배제된다.’

 

 이현민은 무서운 기세로 유언장을 박박 찢어 날려버렸다.

 

 '이거였어? 이렇게 해야 내가 살 수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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