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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율의 법칙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평범한 소녀인 '율'이 자신의 수호천사라고 믿던 어린 날 환영의 정체 '미카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정통 판타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 뉴드에서의 또 다른 삶.

 
- 연리지 홀
작성일 : 19-09-20 15:4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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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안녕.”

 

  그 아이는 마치 내가 인사를 할 줄 알았단 것처럼 받아주었다. 그 덕에 내 마음이 한결 놓이면서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겼다.

 

 “신기하지?”

 

  그 아이가 내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보편적인 한국인의 건강한 피부색이었다. 짧게 자른 머리가 동글동글한 얼굴형을 더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눈은 쌍꺼풀이 없이 눈 꼬리가 길게 빠진 순한 눈이었다. 코는 얼굴에 비해 조금 오똑하게 솟아 있었고, 입술은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가늘게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나 잘 다듬은 듯 짙고, 깨끗한 눈썹이 그의 외모를 더 반듯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연리지 홀 말이야.”

 “홀?”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정체를 밝혀버려 당황했다. 왜인지 그는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 숨길 생각도 못하고 뱉어버렸다.

 

 “그냥... 난 그렇게 불러.”

 “그렇구나.”

 

  은은하게 미소를 띠우고 있는 모습이 미카엘만큼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대화는 끊겼지만,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우린 똑같이 멍하니 홀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바람이 약하게 수면을 스치고 지나가서 작은 일렁거림이 있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응?”

 

  그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예상하지 못해 당황했다.

 

 “저기로 말이야.”

 

  나는 그가 뉴지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그의 정체를 안다는 듯한 낌새를 보이면 미카엘과의 일까지 들킬 것 같아 신중하게 대답했다.

 

 “글세? 건너 마을에서는 갈 수 있겠지만, 우린 반대편에 있으니까. 헤엄쳐 갈 수도 없잖아? 딱히 갈 이유도 없고 말이야. 여기서도 잘 보이는데 뭐 하러 가. 저게 문화재도 아니고..”

 

  나는 조금 부산스럽게 말한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아이는 계속 은은한 미소를 띠웠다.

 

 “그렇구나.”

 

  이젠 그 미소가 어딘가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그 미소에는 그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어쩌면 미카엘에 대한 마음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여전히 그 작은 실날 같은 희망을 잡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디서 왔니?”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 질문이면서도 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이름이 뭐야?”

 

  그때 빵 하는 클락셴 소리가 들렸다. 언제 온 건지 우리 뒤에 검은 세단이 하나 있었다.

 

 “가봐야겠다.”

 

  짙은 썬팅으로 안이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이니?”

 “친구. 그럼 안녕.”

 

  그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띠운 채 느릿하게 등을 보였다. 문득 그의 미소가 그의 부드러운 인상을 한껏 돋보이는 듯 했다. 몇 걸음 안가 그가 뒤를 돌았다.

 

 “내 생각에는 한번 시도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뭘?”

 “뭐든.”

 

  자켓에 손을 넣은 채 어깨를 들썩이던 아이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 표정이 멍청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그를 주시했다. 아주 평범하게 걸었고, 차 문을 열었다. 차에 다리 하나를 올리곤 다시 나를 본 그는 아주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곤 차에 올랐다. 문이 닫히자 세단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나를 지나치는 차를 따라 몸을 틀어 그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멍하니 걸음을 옮겼다.

 

  마치 혼자였던 듯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 아이가 한 말이 중얼거렸다.

 

 “한번 시도해 봐도 나쁘지 않아... ”

 

  나는 그 아이가 말하는 시도가 어떤 것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하지 않았다. 어디 사는지도 이름도 모르는 이가 대뜸 한 말을 엄청난 진리인양 되새기고 있는 나도 우스꽝스러웠다. 괜히 막연한 상상만 커졌다. 그는 미카엘의 친구가 아닐까하는 상상이다. 그게 맞다면 내가 방금 본 아이가 문이란 아이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라기엔 참 신선한 등장이었고, 뉴지너라기엔 평범한 퇴장이었다. 난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잠시 뒤를 돌았다. 그가 탄 차는 벌써 사라진 후였지만, 괜히 나온 행동이었다. 다시 앞을 향해 걸으며 나는 내가 무엇을 시도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내 생각에는 한번 시도해 봐도 나쁜지 않을 것 같아.’

 

  의문의 남자에게 들은 그 말이 꽤 오랫동안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분면 내게 숨기고 있는 의미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찾아낼 수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미카엘의 문제가 간신히 정리되고 있는 와중에 스쳐가는 바람이 모든 걸 헛수고로 만들었다.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 이현이 주문한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냥. 이런저런.”

 “싱겁긴.”

 

  나는 어색하게 웃곤 주문한 허브티를 한잔 마셨다. 달랑 티백이 하나 들어있는 내 잔과는 달리 이현의 잔에는 보송보송한 휘핑크림이 높게 쌓여 있었다. 대비되는 진한 초콜릿도 군데군데 꽂혀있었다. 그 모습이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는지 끝이 스푼으로 되어있는 빨대를 들고선 크림을 입 안에 가득 넣어 오물거린다.

 

 “맛있어?”

 “응.”

 

  괜히 내 입이 설탕으로 가득 들어찬 기분이어서 서둘러 시원한 허브티를 머금었다. 뭘 시켰는지 잊어버렸지만 만족스러웠다.

 

 “그나저나 시골에서 지낼 만 해?”

 “응. 괜찮아.”

 “난 시골에 있으면 답답해.”

 

  이현이는 내 좁은 인간관계에서 유일한 친구로 꼽을 수 있는 아이였다. 드문 연락에도 늘 함께인 것처럼 어색함이 없다. 나와는 반대인 성향으로 사람이 적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사람이 북적북적한 젊음의 활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심심하잖아.”

 

  이현이의 말에 부정하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새로운 세상의 존재를 알고,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만났다면 믿을까? 그녀도 상상력이 있는 편이지만 여기까지 미치진 않았을 거다. 거기에 더불어 근래에 있었던 미스테리한 남자의 말까지 더해진다면 지금 내 삶이 그 어떤 삶보다도 흥미진진한지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런가?”

 

  그녀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나는 동조도 반박도 아닌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늘 그렇듯 또래 여자 아이들이 모이면 늘 하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물론 나는 해당사항이 없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거나, 간간히 추임새를 넣어주는 게 전부이다. 대부분 우리 대화의 주제는 이현의 남자친구 문제나, 학업 문제가 주를 이룬다. 예전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반가웠고, 재미있었지만 오늘따라 이현이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입에 시선을 고정하면 멋대로 변형이 되었다.

 

 “내 생각에는..”

 ‘한번 시도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젠 그녀의 입에서까지 나오는 그 말에 컵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컵 손잡이에 힘을 주어 지근지근 눌렀다.

 

 “어?”

 “응?”

 

  순간적으로 잠시 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졌는지 테이블을 두드리는 이현의 손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미안. 뭐라고 했지?”

 “이제 곧 시험이라고. 넌 좋겠다고.”

 “아, 어. 그렇지.”

 

  딱딱한 내 반응에 이현이 팔짱을 끼고 허리를 뒤로 젖힌다. 가늘게 뜬 눈이 내게서 수상한 점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너 요새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시골에서 뭔 일이 있을게 있나.”

 “이상한데.”

 “뭐가?”

 

  난 태연하게 말하며 두 손으로 잔을 들고 머금었다.

 

 “그냥 넋이 빠진 사람 같아. 틈만 나면 멍 때리고.”

 “내가?”

 “응. 눈에 초점이 없어져. 다른 생각하고 있었지?”

 

  이현이 나를 장난스레 흘기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내가 말을 끝맺지 못하자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번엔 뭔가 내게 실수를 한 듯한 얼굴이었다.

 

 “왜 그래?”

 

  불안한 듯 입술을 물어뜯더니 애꿎은 머리끝을 만지며 말한다.

 

 “미안.”

 “응?”

 “내가 너무 내 얘기만 했지? 학교 얘기 불편할 텐데.”

 

  난 그제야 알았다. 친구들과는 다르게 집에 있는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불편해 할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딱히 불편하진 않았지만, 이것을 부정하면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으니 애매한 답이 좋을 듯 했다.

 

 “아니야. 너무 신경 쓰지마.”

 

  이현이 내 눈치를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가자.”

 “어딜?”

 

  그녀를 따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쇼핑을 하기도 하고, 새로 생긴 노래방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다. 내 기분을 낳아지게 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 차마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못했다.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것을 해보면 뭔가 충족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때 그 남자 아이의 말이 아직까지 나를 따라 다니는 기분에 어떻게든 해결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와는 맞지 않은 노래방이나, 게임방에도 가보았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해가 느긋하게 들어갈 준비를 했을 때 나는 버스를 타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우리 마을은 종점이었기에 늘 버스를 전세 낸 것처럼 마지막엔 홀로 남는다. 일찍 퇴근하고 싶은 기사님의 급한 마음처럼 버스가 꽤 거칠게 운행되고 있었다. 이젠 이런 운전이 익숙해졌다. 급할 땐 조금 더 빨리 가줬으면 싶을 정도다. 마을로 가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탁 트인 산과 물과 하늘이 만나는 장관이 펼쳐진다. 오늘은 특히나 조명이 좋았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엄마가 노을 아래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반갑게 엄마에게 달려가자 엄마도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댐의 강변을 따라 있는 산책로 초입에는 샛길이 있다. 종종 그 샛길에 차를 받히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가던 길 멋진 풍경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홀에 눈이 갔다. 속도가 점점 줄었고, 그 작은 샛길로 들어서는 중간에 나는 우뚝 멈춰 섰다. 가만히 먼 곳을 보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만도 하지만 엄마도 노을이 지는 풍경에 취해있었다. 그때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치고 지나갔다.

 

 ‘내 생각에는 한번 시도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무엇을? 이라고 속으로 물었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노을빛에 물든 연리지 홀뿐이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저기로 말이야.’

 

  홀에 갈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미카엘에게도 견습생 이야기를 하면서 넌지시 그 가능성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금방 마음을 접었다면 그것도 아니다. 산책을 하며 몇 번이나 나를 붙들어놓는 홀 때문에 미친 척 하고 한번 가볼까 하기도 했다. 정작 용기는 부족했다. 용기란 말을 이런 마음에 적용하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장님이 아니기에 늘 홀을 보던 곳에서 고개만 살짝 틀면 보이는 안내판을 보지 못한 것도 아니다. 떡하니 써있는 수영금지를 어길 만큼 난 철없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몸에 차가운 물기가 느껴졌다. 내 몸을 내려다보았을 땐 이미 명치까지 잠겨있었다.

 

 “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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