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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까칠한 내 이웃사촌
작가 : 류설량
작품등록일 : 2016.8.27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으르렁, 로맨스 작가만 7년째! 모코코의 새 교정 알바, 과격한 나라와 무심? 새침! 옆집 사는 편집장과의 코미디? 아니, 로맨스! "넌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와 그녀의 똘끼충만 엽기발랄 로맨스가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됩니다. /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bluesky7412

 
11. 웃으니까 예쁘네
작성일 : 16-10-02 15:06     조회 : 552     추천 : 0     분량 : 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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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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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환이 한참을 그렇게 속절없이 나라의 곁을 지키고 있는데 문득 주환의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갑자기 울려 퍼진 진동 소리에 혹여나 나라가 잠에서 깨어버릴까 당황한 주환은 얼른 구석진 곳으로 가 전화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

 

 - 온주, 너 지금 어디야? 사무실 비워놓고 어디 갔어? 나라 씨는?

 

 “나라 씨 사고 났어”

 

 나라가 깰 것을 염려하는 듯 주환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뭐!? 어디!? 크게 다쳤어!? 지금 어디야! 내가 갈게!

 

 “목소리 줄여, 나라 씨 방금 잠들었다”

 

 - 어떻게 된 건데!

 

 “점심 먹고 돌아오는 도중에 오토바이에 치일 뻔 했다나봐, 다친 덴 없고, 긴장했나 보더라. 조금 쉬면 나아진다더라고”

 

 주환이 흥분한 우현을 달래듯 그에게 조곤조곤 답했다.

 

 - 아… 나라 씨 괜찮아? 나 안 가도 돼?

 

 “어. 너까지 올 필요 없어”

 

 우현까지 들이닥치면 분명 곤란한 상황이 생길 거라 직감했는지 주환이 얼른 그를 딱 잘라냈다.

 

 - 알았어…

 

 “그럼, 그렇게 알고 끊는다”

 

 - 그래, 내일 보자

 

 서둘러 전화를 끊은 주환이 서둘러 나라의 안색을 살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라의 이마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식은땀이 맺히다 못해 흘러내리려하자 주환이 얼른 제 손수건을 꺼내 나라의 이마를 슬그머니 닦아주었다.

 

 미운 정도 정은 정인건지, 그는 괴로운 표정의 나라가 몹시 안쓰러워보였다.

 

 그 사이 그녀는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쉴 새 없이 흐르는 식은땀은 멈출 줄을 몰랐고, 하얗던 낯빛마저 점점 창백해져갔다. 핑크빛으로 빛나던 그녀의 입술조차 그 고유의 빛깔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멍하니 내려다보던 주환이 곧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그 남자, 조금 위험해보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남자 주위에서 그녀를 떼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그 덕에 이렇게 실수를 해버렸다. 정작 필요한 건 그녀의 옆에 있어주는 거였는데.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지켜보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인데. 그녀의 옆에서…

 

 “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제가 괜한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쓸데없이 그녀의 인생을 참견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 한숨이 났다.

 

 한숨을 또 한 번 폭 내쉰 그는 곧 제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그래, 오지랖이다 이건. 이 여자가 내 여자도 아닌데 어떻게 되든, 뭘 하든 상관없잖아.

 

 주환이 눈을 한 번 깊게 깜빡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든 것 같으니까, 이제 가볼까

 

 흔적 없이 나라의 집을 빠져나가려 주환이 현관 근처로 다가선 순간 갑자기 그의 귓가로 흐느끼는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의아한 듯 주위를 돌아보던 주환이 곧 천천히 나라에게로 돌아갔다. 그는 그렇게 그녀의 앞으로 다시 다가가서야 알았다. 귀신같은 울음소리의 정체가 바로 나라였다는 걸.

 

 나라의 눈가를 타고 굵은 눈물방울들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았는지 주환이 급하게 다시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그녀가 자꾸만 가지 말라고 그를 붙잡는 것만 같아서, 그녀의 눈물을 본 이후로 그는 더 이상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혼자 두지 말라고, 무섭다고 그녀의 눈물이 그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서, 그는 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그녀를 들여다볼 뿐이었다.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나라를 안심시키려는 듯 그가 슬며시 제 손을 들었다. 괜찮다며, 그녀의 머리를 만져주려다가 문득 또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가 그대로 손을 내려버렸다.

 

 어찌해야할지 몰라 뒷머리를 긁적이는 주환에게 나라가 울부짖으며 손을 내뻗었다.

 

 “가… 가지마… 가지마… 흑…”

 

 허공을 향해 손을 더듬는 나라의 손을 주환이 꽉 붙잡아 주었다.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그것뿐이었으므로.

 

 걱정하지 마, 내가 옆에 있어줄게.

 

 그녀의 손을 꽉 붙잡은 채로 그가 그녀에게 남몰래 약속해주었다.

 

 짹짹-

 

 빛이 들어오는 건 아니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만으로 충분히 아침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고요하게 눈을 뜬 나라가 울적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간밤에 또 악몽을 꾸었다. 병원에서 꾸었던 꿈과 같은 꿈이었다. 그 꿈이 너무 소름끼치게도 리얼해서 그녀는 밤새 하염없이 울었다. 제 가슴속에 응어리진 눈물들을 끝없이 뱉어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다. 아침이 되었는데도, 어두컴컴하고 적막한 어둠이 그녀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아서 나라는 겁이 났다. 너무 무서웠다.

 

 그녀는 일단 너무 울어서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이마를 짚으려 제 손을 움직였다. 그런데 긴 어둠 속에서 손을 들어올리려는 나라의 팔 위로 뭔가가 묵직하게 짓눌리는 느낌이 들자 그녀의 등 뒤로 섬뜩한 소름이 돋아났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어두운 탓에 자신이 무얼 조금 착각한 것이었겠지 싶어서 나라가 얼른 다른 쪽 팔을 뻗어 스탠드를 켜보았다.

 

 금세 들어온 밝은 빛에 눈이 부셨는지 나라가 힘겹게 눈을 깜빡였다.

 

 “헙!”

 

 빛에 조금 익숙해질 즈음,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시커멓게 그늘진 실루엣을 발견해버렸다. 그제야 무언가를 확신한 그녀가 놀란 듯 제 입을 막아버렸다.

 

 제 눈앞에 있는 건 분명한 남자의 실루엣이었다. 새까만 양복에 숨을 죽이고 자는 모습으로는 제 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낯선 남자라는 것 하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제 손 위에 얹어진 남자의 손을 보자 나라의 등 뒤로 또다시 소름이 돋아났다. 그녀의 손마저도 어느 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윽고 떨리는 제 손을 꽉 붙잡았다.

 

 뭘 어찌해야할지, 머릿속이 새하얘져서는 그저 두려움에 벌벌 떨고만 있자 그 사이에 남자가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듯 스멀스멀 제 몸을 일으켰다.

 

 “꺄!아압…”

 

 남자의 움직임에 놀란 듯 나라가 비명을 내지르려하자 반쯤 눈이 감긴 채로 일어난 남자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납니다! 그렇게 놀라지 말아요. 납니다, 온주환”

 

 놀란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듯 그가 재빨리 제 정체를 실토해내자 그녀가 토끼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빠르게 제 눈을 깜빡거렸다.

 

 “폄집잠님?”

 

 “맞아요. 옆집 남자”

 

 그가 덧붙인 한 마디에 그녀가 왈칵 눈물을 쏟아 내버렸다. 두 눈 안에 가득 찬 눈물방울이 그녀의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편집장님… 흑…”

 

 “또, 또 운다 이 울보”

 

 이걸로만 벌써 세 번째 우는 거야 이 아가씨야,

 

 그녀의 입가에서 손을 떼어낸 주환이 얼른 손수건을 꺼내들어 촉촉하게 젖은 나라의 눈가를 다정스레 닦아주었다.

 

 “밤새 어찌나 붙잡던지, 내가 그렇게 좋습니까? 집에도 못 가게”

 

 “흑… 흡…”

 

 그녀의 눈물이 나 그동안 외로웠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서 주환이 저도 모르게 나라를 끌어안아버렸다.

 

 “힉!”

 

 “울지 마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여자가 우는 겁니다. 꼭 귀신이 곡소리 내는 것처럼, 흑, 흑…”

 

 달래는 방법도 꼭 이렇게 무드가 없어요.

 

 주환의 품에 안긴 채로 나라가 입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그가 밉다는 듯 그녀가 주먹을 쥔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때리자 그가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그렇게 때려서 아프겠어요?”

 

 장난치듯 비아냥거리는 주환의 모습에 나라가 속상한 듯 입을 비죽거렸다.

 

 “말을… 그렇게 밖에 못해요…?”

 

 물기가 가득 어린 목소리로 가냘프게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환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 나빠…”

 

 그가 이렇게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 사람도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나라는 겉으로 툴툴대면서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울지 마요, 오지랖이란 거 알지만 자꾸 이렇게 우는 나라 씨 모습이 걱정돼서 내가 집에를 못 가잖아요…”

 

 주환이 나라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밤새 무슨 꿈을 그렇게 꾼 건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눈물까지 흘리면서 가지마, 가지마… 하는데 발걸음이 차마 안 떨어집디다. 나 너무 힘들어요. 옆에 있어주세요.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서 차마 움직이질 못했습니다.”

 

 주환이 간밤에 전해 받은 나라의 메시지를 전해 받았던 그대로 나라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듣고 싶어서 밤새 있어준 거 아닙니다. 그런 말 안 들어도 되니까 빨리 나아요. 나아서 일하러 갑시다. 나 바쁜 사람이에요”

 

 바쁜 척하는 주환이 웃기다는 듯 나라가 별안간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웃으라고 한 말 아닌데…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나는 거 알죠?”

 

 주환이 나라를 제 품에서 살며시 떼어내고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얗게 그려진 눈물 자국을 제 손으로 따스하게 닦아주었다.

 

 “웃으니까 예쁘네”

 

 주환이 그녀에게 슬쩍 미소를 건넸다.

 

 웃으니까 예쁘다니…

 

 갑작스런 그의 말에 그녀가 당황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그러자 그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헝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먼저 출근합니다.”

 

 그가 그녀의 집을 나서며 잊지 않고 방의 불을 켜주었다. 방안을 환하게 켜준 그는 곧 미련 없이 돌아서서 그녀의 집을 나섰다.

 

 그렇게 그가 나가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잠깐의 시간동안 멍하니 주환이 나간 자리를 바라보던 나라는 이윽고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잡은 채로 그녀가 약상자를 찾았다. 뒤적뒤적 약을 찾던 그녀는 이내 두통약을 찾아냈고, 금세 약 한 알을 꿀꺽, 삼켰다.

 

 꼬르륵-

 

 배고파…

 

 약을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녀의 속이 마구 쓰려왔다. 나라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전 날 점심을 먹은 이후부터 내내 쓰러져 있었으니까.

 

 쓰린 속을 부여잡은 채로 나라가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거울을 들여다보던 나라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못 생겨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여자의 마음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가 서둘러 출근 준비를 끝냈다.

 

 괜한 걱정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지각할 것을 염려하며 나라가 현관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그녀와 꽤 가까운 거리에 서 있던 주환이 그녀에게로 휙 고개를 돌렸다.

 

 그는 제 집 문 앞에 저번과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아직, 안 가셨어요?”

 

 그녀의 물음에 팔짱을 끼고 있던 주환이 나라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얼른 제 팔을 풀어 내렸다.

 

 “아무래도 걱정돼서 말입니다”

 

 “아, 저 괜찮…”

 

 괜찮다는 나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환이 나라에게 손을 뻗었다. 어리둥절한 나라에게 주환이 무심하게 내뱉었다.

 

 “손”

 

 “네?”

 

 그가 내민 손을 보며 멀뚱히 서 있는 나라의 손을 주환이 덥석 잡아서 끌었다.

 

 “잔말 말고, 출근합시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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