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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9. 아르마니를 입은 도굴꾼
작성일 : 19-09-19 16:20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4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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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아르마니를 입은 도굴꾼

 

  강인병원 장례식장 VVIP실은 아직 한산했다. 부고가 늦게 발표돼서 그런지 회사 관계자인듯한 사람들만 분주히 오갈뿐 아직 일반 문상객들은 많지 않았다.

 

 장례식장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입구에 근조화환과 부조금은 받지 않으며 사진촬영과 취재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분향소에는 흰 국화만 준비되어있었다. 특이하다면 흰 두루마기를 입은 이필만의 영정사진 정도였다.

 

 최근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 속에서 이필만은 근엄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유한 편이라고 소문난 것과 달리 약간 화난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었다. 염색하지 않아서 반쯤 흰머리가 보이는 두상은 둥글고 큰 편인데 일부러 그랬는지 보통의 영정사진 사이즈가 아닌 그보다 좀 더 타이트한 구도로 얼굴이 액자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식당 한쪽에 자리 잡고 앉은 양형사는 쩝쩝거리며 육개장을 비우고 있었지만 김형사는 주변사람들이 신경쓰이는지 조심스레 숟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냥 밖에서 먹고 오자니까요. 눈치 보여서 뭔 맛인지도 모르겠네.”

 “유난떨지 말고 먹어. 부조 안 받는다고 써 붙였잖어.”

 “밖에서 기다릴걸..”

 “에헤이~ 그럼 나가, 공짜 밥 한 두 번인가? 새삼 예의 차릴 일 있어?”

 “쩝.”

 

 양형사가 목을 길게 빼고 입구 쪽을 바라봤다. 상조회사에서 나온 사람 몇 명이 지나갈 뿐이었다.

 

 “영정사진은 좀 의왼데요? 두루마기라니, 좀 튀는거 아닌가?”

 “원래도 좀 튀었잖아. 청문회 때도 노란 나비넥타이 매고 나타나고. 청바지입고 출근하고. 거 뭐지? 공항패션? 요샌 그런 사진도 가끔 뜨던데?”

 “그쵸그쵸. 흑백사진에 허연 두루마기가 폼은 나대요. 옛날 사람들 초상화 보는 느낌도 나고, 국사책에 그런 사진 많이 나오...아하!!!! 노렸구나 그걸! 노렸네, 노렸어.”

 “이제 알겠냐?”

 “누구더라? 딱 그렇게 생긴 사람 있는데. 호랑이상에 수염 시커먼 할아버지...”

 “공재 윤두서. 윤두서 자화상.”

 “맞아요, 맞아. 호랑이 눈썹에 구렛나룻부터 턱수염 살벌하게 뻗은 할아버지.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사진 같다 했어.”

 “죽을거 알고 찍어둔 사진 같어.”

 “근데 분향소 양쪽에 골동품 주욱 늘어 놓은거 말입니다. 그거 계획에 있던걸까요?”

 “사진 저렇게 준비한거 보면 장례식장 차리는 설계도도 미리 그려줬는지도 모르지.”

 “이러다 거의 순장도 할 분위긴데요.”

 “훗, 볼만하겠다!”

 

 웃으며 입을 닦던 양형사가 벌떡 일어서 달려나갔다.

 

 “왔어요? 곽노수 왔어요? 어디어디?”

 

 김형사도 숟가락을 내던지고 양형사를 뒤따라갔다.

 

 곽노수가 분향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마니 검은 슈트에 발리슈즈를 신고, 기다란 나무상자를 든 모습에 사람들 시선이 몰렸다. 뒷모습만 봐서는 30대라 해도 믿을 몸매. 출소한지 얼마 안 돼서인지 예전의 긴 머리는 아니었지만 단정하게 정리를 하고 나선 모양새였다.

 

 “으허허헝..헝헝...꺼이. 꺼억..”

 

 분향소로 들어선 곽노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하는 모양새로 울음을 터뜨렸다. 문상객을 맞던 비서진이 말릴 틈도 없었다.

 

 곽노수의 통곡을 지켜보던 양형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르긴 해도 지금 곽노수는 패닉 상태일 것이다. 주 거래선이라 할 수 있는 이필만이 죽었으니 수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필만 라인임을 강조하며 몸값을 올리던 영업질도 이제 약발을 다했다. 무엇보다도 곽노수가 정신적 지주를 잃고 상실감에 빠졌을거라는 것은 양형사만이 알고 있는 곽노수의 본성이다.

 

 “꺼억...흐흐흑..”

 

 곽노수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혈육도 아닌 사람이 정신을 놓을 듯 울어대는걸 보며 김형사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돌리는 시늉을 했다.

 

 “저건 좀 오버 아니에요?”

 “정신적 지주를 잃었는데.”

 “밥줄이겠죠. 비빌 언덕이 무너졌으니 어데 가서 손을 벌리려나?”

 “곽노수한테 손 내밀 사람 널렸어. 그동안 이회장 눈치 보느라 참고 산거지.”

 “형님은 곽노수 잡을 맘이 있긴 한 겁니까? 가끔 보면 거의 신으로 모시는거 같어요.”

 “신 맞지, 도굴의 신. ”

 

 양형사가 담배를 꺼내며 입구 쪽으로 나갔다.

 

 분향소.

 영정 앞에서 두 번 절하는 곽노수의 뒤태는 근사했다. 태생이 골격도 좋고 훤칠한 편인데다 수 십 년 동안 등산과 도보, 삽질로 다져진 몸매는 청년처럼 탄탄했다. 거기에 자연스러운 반백의 곱슬머리와 구리 빛 피부는 마치 지중해 연안을 돌고 온 여행가쯤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행동 하나 눈빛 하나도 범상치 않은 이 문상객을 누가 도굴꾼이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접견실에서 일하던 고인의 일가친척들도 슬그머니 분향소까지 나와 구경을 할 정도였으니 오늘 곽노수의 데뷔무대는 대성공이었다.

 

 영정 앞에서 절을 하던 곽노수는 등 뒤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와 시선을 느꼈다. 그 수상한 기운이 자신을 향한게 아닐지라도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최대한 품위 있고 믿음직스럽게 보여야한다. 그것이 주군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줄 수 있는 길이다.

 

 상주들과 맞절한 후 곽노수가 나무 상자를 이필만의 비서실장 앞에 내놓았다.

 

 “뭡니까 이게?”

 “정조 때 도화서 화원이던 김진문이 그린 몽유도원도의 모사화입니다.”

 “아...이걸 왜?”

 “몽유도원도는 회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셨죠.”

 “말씀 들은 적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그렇게나 찾아오고 싶어 하셨는데 그 꿈을 못 이루고 가셨네요. 이게 비록 진품은 아니지만 저승에서라도 보시라고 서둘러 구해왔습니다.”

 

 말하자면 모사화의 모사화인데 곽노수는 그걸 신주단지 모시듯 조심스레 영정 옆에 놓았다.

 

 “가족 분들이 상의하셔서 입관 때 같이 넣으시는 방법도 고려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겨우 모사화 한 점을 너무도 진지하고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에 비서실장은 어이가 없었다.

 

 곽노수와 비서실장이 나누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지만 양형사는 곽노수의 손짓 하나하나를 보며 그가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간파했다. 그렇다! 그렇게 뻔뻔하지 않으면 곽노수가 아니다.

 

  양형사는 곽노수의 등장에 안심하면서도 앞으로 닥칠 일들이 걱정이다.

 형사생활 30년을 곽노수를 쫓고 수갑을 채우는데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직도 그와 풀지 못한 앙금들이 있으니 퇴직 전에 매듭을 지어야한다.

 

 '그래, 얼마든지 즐겨라. 너 또한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 수는 없을테니...남의 무덤 파다가 흙에 깔려죽거나 풍이라도 맞아 자리보전이라도 하게 되면 그런 널 잡아넣은들 무슨 보람이 있을 것이냐? '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사지 멀쩡한 곽노수를 잡아 넣어야한다.

 그 전에 해야 할 일.

 현무도를 찾아야 한다.

 

 “옷 좋네.”

 

 한손에 자판기커피 한잔을 들고 나서는 곽노수를 양형사가 막아섰다.

 곽노수는 흘끗 보더니 커피를 홀짝 마셨다.

 

 “일찍 왔네? 많이 기다렸어?”

 “좀. 우리 일곱 달 만인가?”

 “그쯤 됐지. 청주교도소로 옮기기 전에 춘천서 봤으니.”

 “고생했나? 좀 마른 것 같은데?”

 “교도소 간 놈이 살쪄서 나오면 욕먹어. ”

 “안 그래도 욕먹고 사는 사람. 크큭.”

 

 양형사는 자기 말이 실없다 생각한듯 헛기침을 했다.

 

 “아까 전화해도 없드만.”

 “천상우 잡으러 갔다 오느라. "

 “잡혔어?”

 

 곽노수는 놀랍지도 않은듯 조용히 커피만 마셨다.

 

 “그 얼치기, 나대더니 결국...”

 “당신이 설계한 거 아니지?”

 “그냥 묻는 거 대답만 해줬어. 나 이제 그런 거 안 해.”

 “알지 나야. 근데 상황이 그러네. 서에 있는 사람들 다 당신이 주범이라 확신해"

 "칫. 나오자마자 귀찮게 생겼네."

 

 양형사가 슬쩍 곽노수의 눈치를 살폈다.

 

 “저기 놓고 나온 그림은 어디서 났어? 나몰래 벌써 한건 한건가?”

 “이천 심선생. 아까 통화도 했었다며.”

 

 양형사는 내심 마음이 놓였다.

 김형사가 양손에 커피를 들고 와서 양형사에게 건넸다.

 

 “거봐요! 내가 심선생 믿지 말라고 했잖아요.”

 

 김형사가 곽노수를 노려보며 분을 터뜨렸지만 양형사는 느긋했다.

 

 “심선생작품이면 돈 좀 썼겠는데?”

 “돈이 문제가 아냐. ”

 “그럼?”

 “휴...회장님 저렇게 뵈니 내 심장이 떨어져나간 거 같다.”

 

 김형사가 커피를 마시다가 켁켁 거렸다.

 누가 들어도 닭살 돋는 소리였다. 게다가 도굴꾼 입에서 나온 소리라니...

 

 양형사가 곽노수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최첨단 수사가 이뤄지는 시대에 양형사는 아직도 과학수사보다는 자신의 머리와 감을 믿는 사람이다. 물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 곽노수의 눈빛만은 진실이다. 아니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게 양형사의 마음이다.

 

 “또 보자고.”

 

 곽노수가 양형사의 어깨를 툭 치더니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졌다.

 

 “어어어? 저 인간 그냥 가네? 선배님, 안 잡아요? 천상우 사주한 죄로 잡아넣어야지!”

 “시끄러, 남의 상가에 와서 나 형사요 광고할거냐?”

 “아니, 저 인간 기다리느라 우리 딸 생파도 못 갔는데 이렇게 끝내자고요? 보고서 뭐라고 써요?

 

 양형사는 대답 없이 차에 올랐다. 그때 고급승용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대리기사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내리더니 뒷문을 열었다. 상복 입은 사내가 비틀거리며 내렸다. 대리 기사가 얼른 남자를 부축했다.

 

 “어라? 이현민인데요? 쟤 뭐야? 이제 들어온거야?”

 “것도 취해서?”

 

 장례식장 앞에서 서성이던 그룹 직원들이 이현민을 알아보고 달려왔다.

 

 “아까 우리가 공항에서 봤을 때요. 짐도 없이 혼자 온거 같던데 말입니다. 뉴스에선 심장마비로 갑자기라고 했는데 뭘 알고 온 건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건가.”

 

 양형사가 차를 휙 돌렸다.

 

 “좀 보고 가지, 그냥 가게요?”

 “딸내미 생파 한다며?”

 “아, 좋은 구경 할 뻔 했는데.”

 

 차안 시계는 열한시 사십 오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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