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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겨우살이 키스
작가 : 시나연
작품등록일 : 2019.9.16

[경고]
여러분은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설령 신성스러울 정도의 미인이어도, 느낌이 이상하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그러지 않으면 신변에 굉장한 위험이 닥칠지도 몰라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표지는 키론입니다

 
계약은 신중히 해야지
작성일 : 19-09-19 02:25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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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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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공윤은 배부르고 따뜻한 나머지 연신 생글거렸다. 그녀는 왼손으로 마늘간장치킨 닭다리를 야무지게 잡고 오른손으로 계약조건을 명시했다.

 남자는 말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줏대라는 게 없어 보일 정도로 그녀의 조건에 선선히 동의했다. 그의 대답은 “네.”, “좋아요.”, “괜찮아요. 마음대로 하세요.”의 반경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이쯤 되면 고용주가 아니라 피고용인이 악덕처럼 보일 것 같았다.

 서리는 치킨무를 깨작거렸다. 닭강정을 시켜줬지만 큰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 대신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들러 쇼콜라 케이크를 사줬더니 굉장히 행복해하며 달려들었다.

 서리는 입가에 초콜릿 크림을 묻힌 채 창 밖으로 개를 빤히 봤다. 개는 묶어두지도 않았는데 가게 밖에 커다란 글레이즈 도넛처럼 몸을 말고 앉아있었다. 가게는 애완동물 출입금지였다.

 쭉 만족스러웠던 공윤은 남자가 제안한 월급이 일반적인 일의 세 배를 뛰어넘는 것을 듣고 약간 불안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시급이 세요?”

 남자는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좀...... 힘들 수도 있거든요.”

 “신체가 절단나거나 정신이 파탄날 것 같은 일이에요?”

 그는 고민하다가 정직하게 대답하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그럴 수도 있어요.”

 공윤은 그다지 충격 받지 않았다. 이렇게 돈을 많이 받는데 안 위험하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돈이 급했다. 가능한 빠른 기간 안에 돈을 벌고 싶었다. 이제 와서 그만둘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굳세어라, 청춘아.

 “걱정하지 마세요. 공윤 씨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당연하죠. 다치면 산재 신청할 거니까.”

 남자는 웃었다. 치킨 집에 천사가 앉아있는 것 같았다. 공윤이 문득 물었다.

 “저기, 혹시 사이비나 다단계는 아니죠? 장기 밀매도?”

 “......”

 “죄송해요. 확인 차.”

 그가 내세운 조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자신이 가르치는 일을 배울 것.

 둘째, 저택의 방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을 것.

 셋째, 호칭에 유의할 것.

 “제 저택에는 상당히 많은...... 으음, 친구들이 살고 있거든요.”

 “어, 하숙집 같은 건가요?”

 남자가 너무 웃어서 공윤은 민망해질 지경이었다. 얌전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엄청 화끈하게 웃네. 그는 한참을 웃더니, 눈물을 닦으며 동의했다.

 “비슷해요. 하숙생...... 중에 까다로운 친구들이 많거든요. 세심하게 대해야 한달까.”

 “네, 조심할게요.”

 공윤은 ‘갑은 을이 이상을 준수하지 않을 시 발생하는 손상, 부상, 사고, 사망 등의 돌이킬 수 없는 실책에 대해 보상할 의무가 없다.’ 라는 항목을 보고 남자를 힐끗 봤지만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남자가 먼저 서명했다.

 그는 공윤이 건네준 캐릭터 볼펜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필기체를 사용했다. 혼혈이라 이름이 영어인가?

 처음에는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공윤은 눈을 찡그려가며 더듬더듬 읽었다.

 

 'Chiron'

 

 “카이...... 론?”

 “키론(Chiron).”

 남자가 정정했다.

 “키론.”

 공윤이 따라했다. 순간 바람이 훅 부는 것 같았다. 공윤은 잠깐 멍해졌다가 눈을 깜박여 먼지를 털어냈다. 공윤이 볼펜을 잡고 이름을 쓰려는 순간, 가게의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졌다.

 

 공윤은 머리가 멍했다. 그녀는 뭔가 단단하고 한편으로 따뜻한 것에 코를 박고 있었다. 그게 키론의 가슴팍이라는 걸 안 건 시간이 좀 지난 뒤였다.

 그녀는 라벤더와 시나몬이 뒤섞인 냄새를 맡고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공윤 씨, 괜찮아요? 내 말 들려요?”

 그는 공윤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공윤은 처참하게 나뒹구는 치킨을 보고 격노한 나머지 정신이 되돌아왔다.

 내 치킨이!

 내 마늘간장치킨이!

 “괜찮아요, 공윤 씨. 고막도 멀쩡하고, 다친 데 없어요.”

 “내 치킨이 다쳤어요!”

 “아니, 안 다쳤...... 뭐라고요?”

 “서리는요?”

 공윤은 서리를 찾아 고개를 내뺐다.

 가게는 초토화 상태였다. 유리창이 온통 깨지고 그 여파로 의자가 나뒹굴고 있어 실제보다 더 비참해보였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시간대여서 다행이었다. 서리는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다리에 유리 파편이 스친 걸 빼면 멀쩡해보였다.

 공윤은 서리를 부르려다 멈칫했다.

 딸랑, 소리가 울렸다. 도어벨 소리는 확실히 아니었다.

 눈으로 보기도 전에 예감하듯 소름이 투두둑 올라왔다. 두껍고 기다란 뭔가가 바닥을 쓰는 소리가 났다. 공윤은 정말 그러기 싫었는데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삐걱삐걱 고개를 돌렸다.

 여자였다. 그녀는 두 눈을 완벽히 덮는 안대를 쓰고 있었는데, 일단 그것만으로도 절대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고딕 풍의 안대는 그 너머로 일말의 무엇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꺼웠다. 안대 아래 드러난 피부는 문지르면 벗겨질 듯 얇고 창백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짙어서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미인이었다.

 다만 냄새가 심했다. 공윤은 인상을 찌푸렸다. 냉동육 직종에 종사하시나? 그녀는 오래 묵은 고기 냄새, 짐승 누린내 같은 것을 풍겼다.

 여자는 마치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다. 오래되고 낡은 원피스 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렸다. 딸랑, 소리가 다시 울렸다. 마치 발걸음 대신 나는 것 같은 소리였다. 공윤은 여자가 좀 더 다가오고 나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비늘로 덮인 굵고 긴 뱀의 몸통...... 방울 소리는 그 끄트머리에서 나고 있었다.

 여자는 두리번거리다가, 냄새를 감지하듯 혀를 몇 번 할짝이더니, 서리에게로 고개를 고정시켰다.

 “여기 있었구나.”

 여신에게 저주받은 뱀 여인, 라미아가 미소 지었다.

 
작가의 말
 

 치킨 좋아하세요? 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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