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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조잡한 신과 시간의 파수꾼
작가 : 소테
작품등록일 : 2019.9.10

이육사 시인을 좋아하는 조잡한 신 김말순,
복수에 눈이 먼 조잡한 신의 창조물 엠마,
조선 연산조부터 살아온 시간의 파수꾼 도시직,
파수꾼의 기억을 가진 위탁가정 출신의 비서 차원,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인연

 
6. 헤이즐넛 커피
작성일 : 19-09-18 20:15     조회 : 368     추천 : 0     분량 : 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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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헤이즐넛 커피

 

 

  말했듯이 말순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실명뿐이었다. 그녀의 요리 솜씨는 의외였다. 할머니라 그런지 몰라도 할머니 손맛이 있었다. 김치찌개, 계란말이 그리고 손수 구운 참기름 김은 자다 깬 눈을 눈깔사탕만 하게 만들었다. 갓 지은 쿠쿠 밥도 당연 맛있었다. 아침부터 밥 두 공기를 먹었다. 어차피 배부르게 먹어둘 필요가 있었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약속이 잡혀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만나는 것도 아니니까. 차 한잔 정도 하고, 비즈니스 토킹을 주고받을 정도. 우리를 고용한 사람은 다름 아닌 죽은 J그룹 총수의 장남 장주원이었다. 그는 그룹 계열사 J 건설 사장으로 회사의 지분을 회장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장의 죽음으로 법적 재산 상속 지분은 장주원의 가장 큰 라이벌, 회장의 현재 부인 전윤화의 몫이 될 거란 예견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아무 뉴스를 틀어도 J 그룹 얘기였다. 누가 그룹을 상속받을지 국민들 역시 주목했다. 아직 유언장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부인 몫이 커다랄 확률이 좀 높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회장부인이 그룹총수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다. 회장이 죽기 전에 무조건 장씨 핏줄한테만 회사를 물려줄 거라고 공공연하게 주주회의에서 말했다고 한다. 유언장에도 아마 언급 돼 있을 거라 짐작됐다.

  "김치찌개에 김치랑 참치만 들어갔는데 원래 이렇게 맛있어요?"

  아부를 좀 떨었다.

  "내가 돼지고기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입맛에 맛아 다행이군."

  돼지고기를 안 좋아하는구나. 기호식품에 대해 한 가지 알았네. 그녀는 계란말이랑 김도 맛있다는 말에 보기 드문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웃은 적이 없었다. 그간.

  설거지를 마치고 수건에 손을 닦으며 CCTV를 확인했다. 제이미는 거의 열 시에 집에 들어와 일곱 시가 안 돼 출근했다. 제이미는 지금 부사장 옆에 있었다. 부사장은 형편없는 상복차림으로 구석에 구겨져 있었다. 그래도 효녀였지. 다크서클 6인방-죽은 회장의 자식들-과 전(前)부인, 현(現)부인이 한 공간에 있다니 웃기는 조합이 아닐 수가 없었다. 회장에게는 내연녀를 제외하고 세 명의 부인이 있었다. 첫째 부인과는 사별했고 두 번째 부인과는 이혼했고 셋째 부인이 바로 전윤화였다. JJ 홈쇼핑의 대표인 전윤화는 JJ 푸드 부사장 장주희의 모친이었다. 고로 그녀는 자신의 딸 장 부사장을 그룹 총수로 만들 계획이었다. 든든한 장주희에 비해 첫째부인의 유일한 자식이었던 장주원은 그리 파워가 세지 못했다. 또 두 번째 부인인 그룹 재단의 이사장 안진숙의 자식들도 위협적이었다. 특히 장주리는 장주원에게 실력면으로 따지자면 그를 앞질렀다. JJ 푸드&유통의 사장이자 그룹에서 이미지가 가장 좋은 인물이었다. 그 밑으로 통신사 부사장 장주성이 있는데 그는 처가가 빵빵했다. 언론재벌. 나머지 장주나, 장주영은 혼외자라 그룹 내에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한테 물려받을 계열사 정도는 있겠지.

  "제이미 신분에 대해 더 찾아낸 거는 있니?"

  "아뇨, 운좋게 호주에서 찾아낸 친모의 병원서류 외에는 없어요. 아버지란 사람은 아이 존재도 몰랐던 것 같아요."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시간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다. 얼른 씻고 준비해야지. 신은 소파에 기대 미세먼지가 개인 하늘을 감상 중이셨다. 그래, 나는 이 하늘 아래에서 컸다. 아마 신은 이보다 더 푸르고 맑은 하늘에서 광복을 염원하면 자랐을 테지.

  "저 씻을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도통 시차적응이 힘들어. 나이가 들어선지, 너무 오래 고국을 떠나 있어서 그런지."

  말순도 이만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2층으로 올라갔다. 아마 내가 1층을 쓰고 있어서 1층 화장실을 독점으로 내준 것 같았다. 치약, 칫솔, 샴푸, 타월 등 구비 안 된 게 없었다. 말순의 준비성이란 세월에서 나오는 꼼꼼함이겠지.

  말순은 클래식했다. 자동차도 TM에서 나온 클래식 세단을 구매했다. 운전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전석에는 그녀가 앉았다. 운전을 잘했다. 역시 몇 십 년 운전대를 잡은, 그녀는 속도을 올리지 못했다. 이유는 한국의 도로 상황을 거의 60년 만에 경험하는 거라 초보운전자나 마찬가지였던 거였다. 결국 10분 만에 운전석에는 내가 앉게 됐다.

  "근데 미국 이름으로 불러드려요?"

  "그래야겠지. 앨런이라고 불러. 우린 서류상 내 언니니까 네가 나를 뭐라고 부르던지 상관없겠다. 리틀 걸도 괜찮고."

  리틀 걸? 촌스러운 안목에 입꼬리가 실룩댔다. 하긴 김말순, 그렇게 부르면 완전 웃기겠네. 입술을 오므리며 깨물었다. 웃음이 튀어나오면 안되는데. 리틀 걸.

  "어느 맥락이 웃긴 거지? 리틀 걸?"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말순은 고개를 젓고는 창문을 내렸다. 바람이 폭풍처럼 휘날렸다. 봄이라 약간 쌀쌀한 바람이었는데 가슴은 뻥 뚫린 것 같이 시원했다. 이 맛에 도로를 질주하나 보다. 그런데 곧 속도를 줄였다. 서울 비좁은 도로에서 사람보다 차가 더 많아 보였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진 않지만.

  "복수가 성공하려면 다 지나간 감정이어야 하는데 엠마, 네 감정은 끝났니?"

  신호가 바뀌었다. 핸들을 부드럽게 꺾었다.

  "감정이 남아서 하는 복수예요."

  "그래?"

  이번에는 횡단보도 신호에 걸렸다.

  "좋은 감정은 아니니까 염려마세요."

  "배신감 때문이니? 네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닐 수 있어."

  "...제가 죽은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궁금해요.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사는지. 물론 안 만날 거예요. 망가뜨리고 그냥 떠날 거예요."

  "후회하는 선택이 되지 않길 바라마."

  횡단보도 그린 라이트가 레드로 바뀌었다. 엑셀을 밟았다. 서울집에서 그룹 본사까지 차로 10분 거리를 3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정문에서 내리자 비서가 인사를 했다. 그녀는 직원에게 차를 주차시키라고 명령했고, 우리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했다. 사원증을 얼핏 확인해 보니까 이름은 이영진이었다. 나중에 뒤 좀 캐봐야지. 원래 해커들이, 특히 나처럼 호기심도 많고 뭐든지 주변부터 캐는 성격이 많다.

  "차 비서, 방금 터진 기사 출처부터 확인해."

  장 부사장이었다. 본사에서 스칠 줄이야. 나는 제이미가 나를 발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퍽퍽 눌렀다. 문 닫혔다.

  "...."

  "사장님이 기다리실 것 같아서요. 이 비서님, 사장님 시간 관념 있으신 분이시죠?"

  "네."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네. 내 옆에 말순도 말없이 이어폰을 낀 채 있었다. 답답한 조용함이 열리자 나는 밖으로 튀어나갔다. 사장실은 몇 발자국 앞이었다. 이 비서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열어줬다. 검은 양복을 입은, 맨인블랙을 떠올리게 하는 남자가 책상에서 일어나 회사용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엠마 스미스입니다."

  "장주원입니다. 앉으시죠."

  이 비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따뜻한 헤이즐넛 커피 한 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나는 목이 마르지 않았고, 말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젊은 분이 탐정 스미스 대표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보이는 것과 다릅니다."

  나는 말순에게 잠깐 시선을 옮겼다. 그녀의 눈빛은 어쩌라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는 커피를 마시기 전에 서류를 꺼내 우리 앞에 놓았다. 그녀가 서류를 들고 먼저 읽는 동안 사무실을 둘러 보았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재채기를 하면서 천장에 미니 카메라를 확인했다. 잘 부착 돼 있었다.

  "Gesundheit."

  장 사장이 말했다. 은근 유머가 있네.

  "Danke."

  "독일어를 좀 하시나봐요. 독일 유학한 동생한테 오가며 주워들은 정도라 변변치 않습니다."

  "저도 아는 사람한테 몇 마디 배운 게 전부입니다."

  "그러시군요. 이제 비즈니스 얘기 시작해볼까요?"

  "그 전에 마음에 드셨나 모르겠습니다. 전 대표 친정, 안 이사장 형제들 이번에 사이좋게 뇌물죄로 감옥살이 할 수도 있겠어요."

  "따로 얘기가 필요 없을 정도군요. 당분간이라도 검찰에 불려가면 좋겠네요. 뭐, 구린 돈 먹은 영감들이 곧 풀어주겠지만요."

  "원하시는 정보, 값은 선불입니다."

  그는 도넛박스에 현금을 확인시켜줬다. 그러고 나서 원하는 바를 말했다.

  "전윤화, 안진숙,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패를 하나씩만 찾아주세요. 사생활 쪽으로. 남자 문제든 뭐든 다 좋습니다. 법적으로 문제 있는 건 제외하세요. 법망이야 언제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위인들이니까."

  말순은 돈을 챙겨 들고 걱정말라며 소파에서 엉덩이를 뗐다. 싱겁게 장 사장과의 미팅은 끝났다. 나오면서 비서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 역시 따뜻한 헤이즐넛을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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