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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죽지 않는다
작가 : 자료창고
작품등록일 : 2019.9.10

사신도가 있었다.
왕과 화원의 손길만 허용하는 사신도.
그들은 그것이 나라와 생명을 영생케 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사신도를 가만히 놓아두지 않았다.
잃어버린 사신도를 찾아 600년 세월을 떠도는 자.
사신도를 손에 넣어 영생을 꿈꾸는 자.
그들의 싸움은 계속된다.

 
8. 북촌 정가국수
작성일 : 19-09-18 18:37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3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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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북촌 정가국수

 

 북촌 정가국수.

 저녁 무렵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가더니 비가 그치자 공기가 후끈해졌다. 정가국수 대문앞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다.

 

 ‘오늘 장사 끝났음.’

 

 안내문을 걸어놨는데도 전등이 켜져 있어 그런지 혹시나 해서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몇 있었다. 대청마루를 닦던 금순은 그때마다 예의 그 퉁명스런 목소리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장사 끝났다고! 글씨 안보여?”

 

 허탕치고 돌아가는 손님들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금순은 개의치 않았다. 금순의 뻣뻣한 손님응대가 마음에 안 든다면서도 꾸역꾸역 골목끝집까지 찾아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안한건 값싸고 푸짐한 국수를 대접하는 걸로 퉁치면 된다.

 

 “대문앞에 불 끌까요?”

 

 부엌을 정리하고 나오던 서산댁이 기지개를 켰다.

 

 “놔둬.”

 “사람들이 불켜진거 보고 올라오니까.....아하! 조카 오는구나? 그래서 불 켜놓으셨네. 그지?”

 

 금순은 대답대신 수돗가에 내려가 걸레를 빨았다.

 

 “으쩐지. 형님이 까먹고 불 안 끌 리가 없지. 서방님 오시는 것도 아니고 군대 간 아들 오는것도 아닌데 뭘 그리 맨날 불을 밝혀두신대요?”

 “시끄러!”

 “이번엔 얼마만이지? 아차, 두부 있든가?”

 “있어.”

 “헤헤. 내가 별 쓸데없는 걱정 한다 그죠?”

 “알면 됐다.”

 “형님, 그 조카 계속 혼자 산대요? 장가 안가고?”

 “신경 꺼!”

 “하기사 별이 은하순데 누가 믿고 시집을 가겠어.”

 

 금순이 바가지 물을 서산댁에게 뿌렸다.

 

 “아 차거! 내가 틀린 말 했나..”

 

 서산댁이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조카라면 곽노수다.

 어디하나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이름만 조카.

 금순이 곽노수를 처음 만난건 그가 여섯 살 때다. 시장에서 울고 있는걸 데려와 밥을 주고 돌려보내려니 치맛자락을 잡고 놓지를 않았다. 아이를 못 낳아 소박맞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다보니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양자라도 삼을까 고심하던 차에 이웃에 살던 무당을 만났다.

 

 “아서. 당신 사주에는 애 없어.”

 

 금순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무당이 먼저 두 사람을 보고 대뜸 말을 걸었다.

 

 “내 사주를 어찌 아시고?”

 “보여. 두 사람은 전생에 한 이불 아래 살았어. 부부야. 것도 아주 드럽게 꼬인 부부”

 

 금순은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만하고 가요. 정신 사나워.”

 “그놈 참 지긋지긋하게 오래 살았네.”

 “그만 하시라고요. 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저놈 여기서 얼마 못가. 곧 떠날거야. 붙잡을 생각 말고 놔줘. 당신 손엔 안 돼.”

 

 무당 말대로 인연이 아닌 것인지, 곽노수 팔자가 그런 것인지 곽노수는 어려서부터 하지 말라는 짓은 골라서 하며 속을 썩이더니 결국은 열 세살 지나 금순의 주머니를 털어 집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소년원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퇴소후 정착할 주소로 금순의 집을 적은 것이다. 이후에도 곽노수는 교도소에 들어가서야 편지 한번씩 보냈고 퇴소하면 찾아 오는게 여기였다.

 

 북촌에 건물하나를 사도 될 만한 돈을 벌었지만 금순이 집을 옮기지 않는 것도 곽노수 때문이다. 아니, 사실 무당의 말 때문이었다.

 

 “여기가 두 사람 터여. 전생에 터. 만나도 여기서 만나고 헤어져도 여기서 헤어져.”

 “정말로 그놈하고 내가 전생에 연이 있단 말이요?”

 “보인다고. 그놈은 도망치고 당신은 죽자고 쫓아가고.”

 “내가 쫓아간다고? 저놈을?”

 “자넨 그 끈 못 놔. 인연이 그래서 무서운거지.”

 

 재미삼아 물어본 얘기에 무당이 정색하고 말을 이어가자 금순도 혼란스러웠다.

 

 “그럼 저놈이 내 재산 털어가고 뭐 그런건가?”

 “어딜! 그놈 그런거 관심없어. 금은보화에 파묻혀도 기어 나와서 발가벗고 갈 놈이야.”

 “그럼 다행이고. 근데 뭐가 되려고 저러고 다니나?”

 “어디보자....뭘 찾나본데...”

 “뭘?”

 “모르것네. 뭘 찾아 가는지....버선이 닳도록 걷는데...”

 

 곽노수가 도굴꾼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금순은 그제야 무당의 말을 이해했다.

 

 “너는 왜 그렇게 남의 무덤, 남의 집을 파고 다니냐, 대체 뭘 찾아낼려 그러는겨?”

 “그림요.”

 “뭔 그림? 뭐 그렇게 대단한 그림이길래 젊은 놈이 인생 망쳐가면서 찾는데?”

 “나중에요, 나중에 얘기합시다.”

 

 곽노수가 현무도를 훔쳤다가 잡혔다는 얘길 듣고서야 금순은 곽노수가 찾는 그림이 사신도라는걸 알게 됐다.

 

 “전에 얘기하던 그림이 그거였냐?”

 

 교도소로 면회 갔던 금순이 물었다.

 

 “예.”

 “사람들은 다 니가 빼돌렸을거라던데, 정말 아니야?”

 “네, 아니에요.”

 “기어이 찾아야겠냐?”

 “원래 자리로 갖다놔야죠.”

 “원래 자리?”

 “개성.”

 

 금순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개, 개성? 이북?”

 “예.”

 “미친놈. 하다하다 이제 빨갱이 짓까지 하려고?”

 

 곽노수가 피식 웃었다.

 

 “이모두 참. 뭘 그리 놀라요. 걱정마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후로 30년을 금순은 곽노수 옥바라지를 하러 다녔다.

 무당말대로 곽노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사식이라도 넣어줘야 마음이 편했다. 금순의 괴팍한 성격을 아는 사람들은 친조카도 아닌 곽노수를 살뜰히 돌보는걸 보고 어린 놈한테 단단히 코가 꿰었다며 수근거렸지만 금순은 귀를 막았다. 대신 꿈에 곽노수가 보일 때 마다 무당을 찾아갔다

 

 “오고 있네.”

 “아이구, 지겨워.”

 “왜? 기다렸잖아.”

 “기다리긴 누가. 서방도 아니고. 새끼도 아니고.”

 

 금순이 입을 삐죽이며 핀잔을 줬다.

 

 “쌀밥 해놓고 기다리네. 멀리 산 너머 바라보며 밤으로 낮으로 기다리고 있어.”

 “그만해요.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놈 기다려 뭐한다고.”

 “자네 팔자가 그렇다고 몇 번을 말해?”

 “그놈하고 내가 정말로 전생에 연이 있었다고?”

 “둘 중 하나 죽기 전엔 이 연 안 끝나. 이 살을 안 풀면 다음 생까지 가.”

 “그러니까 지금 나더러 굿을 하라고? 그렇지. 굿판 벌이자고 전생이니 뭐니 사람 헷갈리게 한거네, 그지?”

 “그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 저 사람도 그거 알아.”

 “키워준 은혜모르면 사람 아니지.”

 “답답한 사람. 자네가 저놈 덕분에 살아 있다는거나 아셔.”

 “내가요? 내가 왜?”

 “저놈 어떻게 되면 자네도 끝이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인연이고 운명이었다.

 

 “이모, 나 그만 찾아 다녀요.”

 

 십 몇년 전 연락이 끊긴 곽노수를 수소문해서 진주교도소로 찾아갔을 때 곽노수가 처음 한 말이다.

 

 “오고 싶어 왔냐? 니놈이 이런데 있으니까 오지.”

 “꿈에 내가 보여도 오지 말아요.”

 

 순간 금순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꿈에 자기가 어떤 남자를 쫓아 가느라 버선발에 피가 맺힌걸 봤는데...손이 닿을 듯 말 듯 잡히지 않아 울다 잠이 깨서 나선 길인데...

 

 “미안해요. 내가. 오래오래 이모 애닲게 한거.”

 

 금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혈육 간에도 이런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었다. 금순은 당황스러웠다. 그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걸 들켰을까봐 정신이 없었다.

 

 그날 이후 금순은 무당의 말을 믿기로 했다. 전생의 인연이 어디까지였는지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한 곽노수를 버리지 않겠노라고. 그가 있는 곳 어디든 찾아갈거라는 약속까지 했다.

 

 *****

 

 “형님 형님. 이거 좀 봐요.”

 

 금순이 걸레를 헹구고 있는데 방에 들어갔던 서산댁이 호들갑을 떨며 나왔다.

 

 “뭐가 또?”

 “이회장이 죽었대요.”

 “이회장?”

 “성진그룹 이회장!”

 

 금순이 걸레를 내던지고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이필만회장 사망.’

 

 "심장마비래요. 세상에나 그렇게 건강해 뵈더니."

 

  지난주에도 운전기사와 비서 동행해서 칼국수와 만두를 맛있게 먹고 간 그였다. 올 때 마다 군것질거리 한봉지씩 건네며 곰살을 떨던 사람이 죽었다고 하니 일가의 부고라도 들은 듯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회장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곽노수의 소개였다. 이후 이회장이 주축이 된 8인회 회동에서 국내 최고 재벌인 정순호 회장과 인사를 하게 된 것도 정가국수에서였다. 정가국수가 정재계 인사들의 비밀아지트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부터였다.

 

 "맞다! 내일 오전에 8인회 예약 잡혀있잖아요? 준비 해 말아?"

 

 금순이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벽에 걸린 노란색 노리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필만 회장이 금순의 칠순생일 때 선물한 귀한 노리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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