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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세자마마의 은밀한 기녀생활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9.9.3

잘생긴 왕자?
아니, 이젠 예쁜 세자마마의 시대!

자신의 예악스승을 뵈러 기방을 방문한 세자 이안에게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겨버렸다?

3개월 남짓 펼쳐지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세자마마의
기이하고도 은밀한 기녀(妓女)생활!!

PS)
복장도착증(x)
성정체성혼란(x)
그냥변태(x)
아닙니다.

 
11. 떠오르는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작성일 : 19-09-18 01:51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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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눈가에 자리 잡은 자글자글한 주름과는 몹시도 상반되는 높고 매끄러운 목소리를 가진 한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닷새마다 자네의 기방을 찾아가시기로 약조하셨다…… 이 말이로군. 그래, 무려 3개월 동안이나.”

 

  여옥은 죄스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자초지종을 들려주어서 고맙네. 마마께서는 별 말씀 안하셨거든. 그저 기방에서 자그마한 일이 생겼다고만…….”

 

  “……아직 무슨 일이 터지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냥 모른 척 기방에 다시 나오지 않으시면 해결될…….”

 

  “그런가? 그럼 자네는 괜찮고? 그 서리에게 밉보일 수밖에 없을 텐데?”

 

  늙은 내시, 상악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그에 대해선…… 사실 제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니 제가 책임지는 게 맞을 듯합니다.”

 

  “호오, 그 부분은 마마와 조금 생각이 다른 모양이군. 그래, 그럼 어떻게?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지? 자네에게 버젓이 존재하던 기녀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재주라도 있다는 겐가?”

 

  “그, 그건…….”

 

  이상환의 집요함은 이미 여러 방주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상태였다. 눈여겨본 기녀가 갑작스레 사라진다? 곧이곧대로 받아 드릴리가 없다.

 

  ‘죽어라 들쑤시고 다닐지도…….’

 

  여옥은 갑작스레 오한이 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시 오지 말라니…… 저하에게 자네와 그 기방은 결코 지울 수 없는 추억과 같다네. 그 말을 들으면 속상해 하실지도 모르겠구먼.”

 

  “그, 그런 뜻이 아니오라…….”

 

  여옥 또한 두리번두리번 좌우를 살피며 기방 안으로 들어오던 소년의 첫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리도 장난기 넘치고, 또 초롱초롱히 빛나던 두 눈. 꾀꼬리와도 같은 목소리로 자신의 노래를 칭찬하던 그 모습…… 그녀에게도 역시 추억이었다.

 

  “그리고 이미 내가 먼저 말씀드려도 봤네만…… 그러니까 이왕 나를 판 것, 그냥 계속 팔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일세.”

 

  “그 말씀은?”

 

  “어차피 내게 소속된 미화라고 했다지 않았나. 내가 마음이 바뀌어 그냥 자네에게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하면 되지 않겠냐고. 설마 그 서리가 나에게까지 찾아와 따지거나 하진 않을 테니 말일세.”

 

  상악의 말에 여옥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여옥으로서도 그것이 최선이라 여기고 있던 차였다. 책임소재를 온전히 상악에게로 넘겨버리는 것. 물론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이상환의 보복과 괴롭힘을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그녀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다만, 눈앞에 있는 이에게 너무나도 불경스럽고 죄스러운 일이라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허면…….”

 

  “그런데 마마께서 거절하셨네.”

 

  여옥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어찌?”

 

  “조금이라도 자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싫다고 하시더군. 그리고…….”

 

  잠시간 말을 멈춘 늙은 내시의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이 새어나왔다.

 

  “나름 기대하고 계신 모양이야.”

 

  “……예?”

 

  그러나 더는 말하지 않겠다는 듯 상악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흠흠, 어쨌거나 그렇게 됐으니 자네가 잘 좀 도와줘야겠네.”

 

  여옥은 상악의 말을 당최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움이라 하시면?”

 

  “무얼 또 묻는 겐가? 당연지사 세자마마의 기녀생활 말이지.”

 

 

  …….

 

 

  여옥은 자신의 입이 떡 벌어졌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아, 아니…… 어르신…… 지,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을…… 저, 정녕 이대로 그냥 두시겠다는……?”

 

  여옥의 물음에 상악은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누가 그냥 두겠다고 하였나? 보다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 아닌가.”

 

  “…….”

 

  여옥은 눈앞의 늙은 내시가 드디어 노망이 나고 말았다는, 무엄한 생각을 품기에 이르렀다. 세자마마의 뭐? 무슨 생활?

 

  “허, 허나…… 이 어찌 가당키나 한…….”

 

  “마마께서 결정하신 일. 왈가왈부할 순 없는 법이지.”

 

  “허, 허나!”

 

  그러나 여옥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상악의 엄한 눈길이 자신을 향해 쏘아져왔기 때문이다.

 

  “자네는 맡은 바에만 충실히 하면 될 것이야.”

 

  “……예.”

 

  “해서, 지금부터 자네가 준비해줘야 할 것이 있네.”

 

  “……말씀하시지요.”

 

  “세자마마께서 기방에 가는 것과 별개로, 자네가 궁을 좀 드나들어 줘야겠네.”

 

  “제, 제가 궁을 말입니까?”

 

  “매주 두 차례, 세자마마를 뵈러 와주게.”

 

  일반백성이, 그것도 한낱 관비에 불과한 기생이 궁을 드나드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신분증명과 방문목적이 확실해야 한다. 홀로 다녀서도 안 되고, 제한시간 내에 용무를 마치지 못하면 쫓겨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그 목적지가 왕손의 거처라면…….

 

  “……어째서인지?”

 

  여옥의 물음에 상악은 도리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기녀행세를 하려면 조금이라도 기녀수업을 받아둬야 할 것이 아닌가?

 

  “…….”

 

  상악의 말은 황당함을 넘어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세자의 거처로 찾아와 그에게 기녀수업을 행하라?

 

  여옥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또 자네 혼자서 모든 걸 가르치고 수발까지 들 순 없을 터이니, 믿을만한 자와 함께 동행해주게.”

 

  “믿을만한 자…….”

 

  자신조차도 현재의 상황이 믿겨지지가 않는데 어디서 이 상황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나아가 함께 세자마마를 가르칠 사람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여옥은 상악이 요구한 ‘믿을만한 자’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곰곰이 따져보았다.

 

  ‘일단 입이 무거워야 할 것이고…… 기녀생활에 밝은 자…… 세자마마를 대하는 일이니 상식과 교양을 겸비해야 하고…….’

 

  “찾을 수 있겠는가?”

 

  상식 밖의 요구를 해온 당사자인 주제에 저러고 능청스레 묻다니. 여옥으로선 상악의 뻔뻔함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글쎄 확답을 드리기가 조금…… 사안이 사안인지라.”

 

  또한 결코 남에게 들켜선 안 되는 일이니 조심성 있는 행동거지가 필수이나, 그와 별개로 세자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대범함과 적절한 임기응변까지 갖추어야할 것. 여간 까다로운 조건들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가만…….’

 

  문득 여옥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왜, 누가 있는가?”

 

  상악 역시 여옥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을 보곤 은근히 물었다.

 

  “떠오르는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아이? 호오, 그래 어떤 아이인가?”

 

  “미화는 아니옵고, 기적에 올라있는 정식기녀이온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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