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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둘-3
작성일 : 19-09-16 13:4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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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몇 발자국 걸었을 때 내 위장 속에서 섞여버린 양고기와 초코 셰이크를 게워내고 싶었다. 하지만 길가에 토를 하고 싶지 않았다. 얼른 집에 가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버스를 타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난 멈췄던 발걸음을 떼고 집이 아닌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나는 좀비처럼 벤치에 앉아있었고 곧 오게 될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하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너무 심심했다.

 톰이 지나가줬으면 좋겠다. 나를 발견하고 내게 다가와 내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정확히 1분 26초가 지났고 짧은 파마머리를 한 아줌마가 내 옆에 앉았다. 그 아줌마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독한 화장품 냄새하며 껌 씹는 소리가 굉장히 거슬렸다. 그 냄새가 너무 역했다.

  난 그 아줌마의 얼굴에 토를 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줌마는 껌을 씹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 소리는 칼을 들고 있는 기사가 돼서 내 뇌에 조금씩 흠집을 내고 있었다. 칼을 서른다섯 번 맞았다. 이젠 뇌에서 피가 흐른다. 열다섯 번 더 맞으면 뇌에 구멍이 날 거 같다.

 

 아줌마가 나를 쳐다봤다. 눈빛이 아주 무서웠다. 아줌마가 동물이었다면 아마 뱀일 것이다. 뱀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살모사와 비슷했다. 나를 한 번 물면 내 모든 곳까지 독으로 물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뭘 보니?”

 

 아줌마가 말했다. 껌을 쩍쩍 씹고 있어서 발음이 갈라졌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더러운 껌을 뱉어내게 하고 싶었다.

 

 “얘, 말 못 하니? 뭘 보냐니까?”

 

 나는 계속해서 쳐다봤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그 아줌마의 살모사 같은 두 눈만 쳐다봤다.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광선을 쏠 것만 같았다. 며칠 전에 했던 게임 속 악당이 떠올랐다.

 

 “미쳤나봐. 너 미친 애니?”

 

 아줌마는 내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지만 나는 게임 속 악당만 떠오를 뿐이었다.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게임에서 주로 기사 캐릭터를 선택했었다. 가녀린 요정처럼 보이는 마법사는 현실성이 없었고 덩치 큰 대장장이처럼 보이는 도끼나 방망이를 사용하는 남자는 멋있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기다란 칼을 사용하는 멋진 어른처럼 보이는 기사를 선택했었다. 나는 그 기사가 된 마냥 칼로 괴물들을 무찌르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보스의 강력한 마법으로 인해 결국 죽게 됐지만 정확히 일곱 번의 도전 만에 보스를 무찌를 수가 있었다. 나는 세 번째 단계의 보스를 무찌르고 난 후에 엑스칼리버를 획득했다.

 그리고 그 엑스칼리버로 더 강한 괴물들을 무찔렀고 그 이후로 세 번 정도 보스를 만나고 난 후에는 눈에서 광선을 쏘아대는 악당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때 내가 뭘 했지? 엑스칼리버를 들고 악당을 찔렀다. 정확히 말하자면 엑스칼리버로 악당의 눈을 찔렀다.

 그리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벤치 위로 올라탔고 아줌마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저 오렌지 머리의 소년이 무엇을 하려고 벤치 위에 올라탄 거지? 미친 건가? 날 왜 저런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야? 정말 미친놈인가? 얼른 자리를 피해야겠어. 마주친 두 눈을 통해 보이는 아줌마의 생각이었다.

 난 칼을 꺼냈고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을 하는 아줌마의 목을 찔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히 목 가운데. 기사가 되어 악당의 눈을 찔렀을 때처럼 명중을 했다. 아줌마의 목구멍은 피를 뿜어냈다.

  이런 피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내 앞에서 피를 뿜어내는 피사체를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나는 환희에 차오른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 몸에는 아름다운 피가 묻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 저 피들이 내 몸에 기름처럼 튀기고 있는데 피가 묻어나지 않다니. 그때 나는 알 수 있었다.

 

 상상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만들어 낸 상상이었다. 나는 엄마의 지갑을 들고 집을 빠져나간 적도 없고 사람 없는 인도와 차 없는 보도를 걸은 적도 없다. 톰을 본 적도 없고 나는 톰이라는 친구가 없다.

 그리고 위드 타코에 들어가 배리라는 웨이트리스를 만난 적도 없고 배리가 내게 양고기 타코를 건네준 적도 없다. 파란 머리의 배리는 위드 타코에 일을 하지도 않는다.

 내 위장 속에서 양고기와 초코 셰이크가 춤을 춘 적도 없다. 버스정류장으로 간 적도 없고 화장품 냄새와 껌을 씹는 아줌마를 만난 적도 없다.

 그리고 나는 그 아줌마의 목구멍을 칼로 찌른 적도 없다. 마지막으로 지금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다. 모든 건 나의 상상이었고 상상치곤 너무 생생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나는 며칠 전에 게임을 했다. 내 캐릭터는 엑스칼리버를 든 기사였고 나는 마법사를 물리쳤으며 눈에서 광선이 나오는 악당을 죽였다.

 

 모든 게 내 상상이었지만 놀라운 게 있었다.

 

 내 배는 음식물이 들어간 거 마냥 불러있었고 나는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다. 또 다시 피를 마주했던 거처럼 내 심장은 쿵쾅 뛰었다. 마치 거인의 발걸음처럼 내 심장에서 이상한 진동이 느껴졌고 내 몸은 편안해졌다. 마침내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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