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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둘-2
작성일 : 19-09-14 11:10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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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나의 말에 관심이 생긴 듯 자리를 고쳐 앉았다.

 

 나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고, 또 다시 내게 새들이 날라 올 것만 같았다. 순간 공포감 속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손톱으로 손끝을 세게 찔렀다.

 

 “조류 공포증 같은 건 있니?”

 “전혀요. 그 상황이 무서웠던 거 같아요.”

 “나보다 네가 너에 대한 증상을 더 잘 아네.”

 “이것만이죠. 그게 정말 끔찍한 순간이었거든요.”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담기록지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분명 이렇게 적히게 될 것이다. ‘한심한 조류 공포증’

 

 “큼큼”

 

 잭은 목을 가다듬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거 같다.

 

 “그럼, 다른 질문으로 넘어갈게. 네가 이상행동을 처음 보였던 날로 가보자.”

 

 잭이 말했다.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잭의 질문을 피하고 싶었고, 피해야만 했다.

 잭이 내게 질문을 할수록 내게 커다란 새들이 날라 오고 나는 그 새들을 피하기 위해 더 깊숙한 웅덩이로 도망가는 기분이었다.

 잭이 나를 위협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잭은 고개만 올린 채로 나를 보았다.

 

 “이제 가야겠어요. 밖에서 엄마가 기다려요.”

 

 사실 기다리지 않았다. 내가 잭에게 상담 받기 전 엄마는 내게 긴장을 풀어주는 듯 천천히 상담 받고 나오라고 말을 했었다. 잭도 엄마의 말을 들어서 엄마가 기다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잭은 시선을 거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잭이 원하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잭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상담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문 앞으로 걸어갔다. 잭의 시선이 뒤통수에서 느껴졌고, 뒤통수에 구멍이 뚫리는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도망자였고 범죄자였다.

 

 나는 문 앞에 다가가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잭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기죽을 필요 없어. 네 엄마는 네가 제이슨을 죽인 거 때문에 내게 상담을 받으라고 널 데려왔지만, 나는 세상의 많은 사이코패스를 만났어. 너는 아니야. 아직까진.”

 

 

 

 집으로 가는 내내 잭의 마지막 말에 대해 곱씹어 생각했다. ‘아직까진’ 그럼 내가 언젠가는 진짜 사이코패스가 된다는 소리일까? 나는 정말 사이코패스가 될까? 아니면 잭처럼 사이코패스로 ‘의심’ 받는 성공한 의사가 될까? 하지만 나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았고 성공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말했던 그대로의 단순한 삶을 살고 싶었다. 사이코패스가 누릴 수 없는 감정은 나는 아주 잘 누리고 있다.

 

 엄마는 운전하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주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처럼 보였다. 혹시 잭이 내게 했던 말들을 들은 게 아닐까? 아직까진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했던 말을? 설마 아닐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잭을 죽일 것이다. 그럼 잭은 제이슨이고 나는 나 자신이 되겠지?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엄마는 곧이어 내게 말을 건넬 것이다. 상담 어땠어?

 

 “상담 어땠어?”

 

 내 말이 맞았다. 엄마는 내게 상담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대답할 것이다.

 

 “좋았어요. 잭이 아주 재미있게 상담해줬어요.”

 

 나는 엄마에게 사랑받을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제이슨을 죽인 걸 엄마가 봤지만 그 부분만 빼면 엄마는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엄마는 나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지만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그래? 역시 그 사람이 상담으로는 되게 유명하더라.”

 

 어떤 상담으로 유명할까? 미친놈 상담? 사이코패스 상담? 당연하지. 엄마는 나를 미친 사이코패스로 생각하고 잭에게 데려다 준 거니까 하지만 엄마는 나를 좋은 취지로 잭과 상담을 하게 했다. 그 부분에선 나는 너그럽게 엄마를 용서해줄 수 있다.

 

 “집에 가면 라자냐가 있을 거야.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했잖아.”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늘 내가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었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만들어줬고 내가 먹고 싶은 걸 사줬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줬고 내가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는 주말부터 라자냐가 먹고 싶다고 했고 엄마는 집에 가면 내가 라자냐를 먹을 수 있게 해 놨다. 비록 엄마가 만든 라자냐가 아닌 빅 스토어 마켓에서 폐기처분용으로 받은 라자냐이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만족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라자냐를 기다렸다. 엄마는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내게 라자냐를 주려고 했으나 나의 행동 때문에 모든 계획이 엎어져 버렸다. 하지만 엄마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냉장고에서 라자냐를 꺼내 오븐에 넣었다.

 아주 쉬웠다.

 오븐 예열 시간만 빼면 5분도 걸리지 않는 노동이었다. 라자냐가 구워질 동안 엄마는 방으로 갔고 자신의 계획들을 실현해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그렇기에 테이블 의자에 앉아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라자냐를 기다리기만 했다.

 

 오븐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또 다시 시작됐다. 그 경쾌했던 소리는 내 몸 어딘가의 신경 세포 하나를 건드렸다. 아마 그 세포는 아주 중요한 세포였고 그 소리는 그 세포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괴성을 질렀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두 무릎을 꿇었다.

 내 소리에 놀란 엄마가 주방으로 달려왔고 엄마는 나를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아주 놀라있었고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내 세포를 죽이던 소리가 잠잠해졌고 나는 엄마 품에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엄마”

 

 내 목소리에 엄마는 놀라 내 얼굴을 보니 엄마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돼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머리가 미친 듯이 아플 뿐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난 이렇게 생각했다. 아픈 건 난데. 왜 우는 건 엄마일까. 나도 울지 않는데 왜 엄마가 우는 거야.

 

 나는 라자냐를 먹지 못한 채로 방으로 올라갔다. 배고픔은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지만 라자냐가 먹고 싶다고 말하기는 싫었다. 입 밖으로 내뱉는 나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았다.

 

 탄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코를 불에 처박는 느낌이었다. 그 냄새를 맡은 엄마는 오븐 안에 있는 라자냐가 떠올라 급히 주방으로 내려갔다. 사실 나는 오븐 안에 라자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해주지 않았다. 모르겠다. 다 귀찮았기 때문일까? 나는 정말 이상한 사람인가? 모르겠다.

 

 “배고프다.”

 

 그 짧은 생각을 하고나니 배가 고파졌다. 타버린 라자냐가 먹고 싶었고 위드 타코에 가고 싶었다. 폴 아저씨가 만든 양고기 타코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불을 발로 차고 침대에서 나왔다.

 

 침대 밑에 아무렇게나 널린 신발을 신고 방에서 빠져나온 뒤 타버린 라자냐와 냄새나는 오븐에 정신이 팔린 엄마의 방에 들어갔다. 다행히 엄마의 가방은 침대 위에 있었고 나는 엄마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낼 수 있었다. 지갑 안에는 신용카드 한 개와 정확히 28달러 36센트가 있었다.

 

 나는 그 중 8달러 5센트를 꺼내 주머니 안에 넣었다. 그리고 집을 나왔다.

 집을 빠져나오는 건 아주 쉬웠다.

 

 엄마는 오븐의 냄새를 빼기 위해 창문을 열고 있었고 집 안에는 나를 감시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집에서 빠져나온 나는 버스나 택시를 타지 않았다. 그냥 걸어갔다. 시간을 끌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냥 걷고 싶었고 차 안에 있다면 토를 할 거 같았다.

 

 나는 3블록을 걸었을 때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있는 톰을 만났다.

 

 “어디가?”

 

 톰이 말했다.

 

 “위드 타코.”

 “거긴 왜?”

 “배고파.”

 

 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다. 톰은 지금 배가 고프지 않은가 보다. 톰은 손을 흔들었고 나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인 후에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인도 위를 걷지 않고 보도 위를 걸었다. 도로 위에 쌩쌩 달리는 차들은 없었고 나는 아무도 없는 길 한 가운데를 걸었다. 뒤에서 차가 달려와 나를 밟고 갈까 하는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위드 타코에 도착할 때까지 이곳의 차들은 절대 펠트3/4가를 달리지 않을 것이다.

 

 저 멀리 위드 타코가 보였다. 순간 위드 타코에 행성이라도 떨어진 마냥 반짝였다. 그 불빛은 행성이 아니었고 번개도 아니었고 잠시 동안의 환각이었다.

 나는 위드 타코 앞에 서서 가게 안을 살펴봤다. 배리가 있었다. 배리의 머리는 파란색이었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보일 정도로 튄다. 폴 아저씨의 산처럼 큰 배 보다 배리의 파란 머리가 더 눈에 띈다.

 하지만 나는 배리처럼 파란 머리로 염색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오렌지색 머리가 너무 싫지만 배리의 파란 머리 보다는 마음에 든다.

 

 나는 위드 타코 안으로 들어가 저기 보이는 맨 구석 자리에 가 앉았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좋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도로에 차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배리가 날 향해 다가왔다.

 배리는 원래 이름이 아니다. 이름표에 적힌 이름이다. 배리는 절대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배리의 이름을 알고 있다.

 

 “뭐 먹을래?”

 

 배리가 말했다.

 

 “양고기 타코 하나랑 감자튀김…… 그리고 초코 셰이크.”

 

 내 말에 배리는 메뉴를 체크했고,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곤 폴 아저씨에게 메뉴가 체크 된 종이를 건네줬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양고기 타코를 기다렸다. 폴 아저씨는 양고기를 볶기 시작했고 맛있는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주방 안의 열기가 식당을 가득 메웠다.

 

 두 팔의 팔꿈치는 테이블 위에 닿은 채로 창밖의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 수를 세웠다. 아흔 일곱 대의 차량이 지나갔고 스물 한 명의 사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정확히 8분 36초가 지난 후에 배리가 내게 양고기 타코와 감자튀김 그리고 초코 셰이크를 건네줬다. 배리는 내게 ‘맛있게 먹어.’라는 말을 건넸지만 나는 배고픔에 지쳐있기 때문에 배리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타코에 얼굴을 파묻고 먹는 다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8분 36초를 기다렸지만 내가 양고기 타코와 감자튀김 그리고 초코 셰이크를 다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7분 24초 밖에 되지 않았다.

 천천히 먹을 수 있었지만 나는 마녀에게 쫓기던 나그네가 먹음직스러운 마녀의 음식을 몰래 먹어야 하는 거처럼 아주 빠르게 먹었다. 만약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사형수의 최후의 만찬처럼 천천히 먹었겠지.

 

 내가 사형수가 된다면 최후의 만찬으로 무엇을 먹을까.

 

 위드 타코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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