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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7. 마지막 이야기
작성일 : 19-09-12 00:09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7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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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벌부대 지휘관 막사.

 

 

 고로롱... 피용... 고로롱.. 피용....

 

 사각사각.

 

 

 .......... 먼지 낀 날들과 다르게 맑은 하늘이 드리운 황무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시에서든 황무지에서든 볼 수 없던 은하수와 따뜻하게 내려오는 달빛의 모습에 모두들 감탄하며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전야제 전날에 이렇게 맑다는 것은 그저 하나의 기적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달빛 아래에서 작은 등불에 의지해 글을 써내려가던 아델은 오늘 쓰던 글을 마저 적고는 펜대를 내려두었다. 서류를 적을 때도 침침하지 않던 눈이, 꼭 이걸 쓰고 있을 때는 아파왔다. 그는 눈을 천천히 비비며 책장을 넘기려다가, 책의 종이가 한 장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흠, 어느새 적고 있던 작은 일기장도 마지막 한 장이라니.’

 

 마지막 책장을 잡은 그는 피식 웃으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일기를 썼었더라...... 아, 그 망할 영감탱이가 숙제랍시고 시켰었지. 근데 이걸 지금까지 할 줄이야........

 

 아마 관에서 나온 뒤로는 진짜 꾸준히 쓴 것 같았다. 10년이란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뒀으니까. 일기 쓰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졌을 때....... 그러니까 새로 일기를 쓰기 위해 이 두껍고 아무것도 안 적혀있는 종이책을 들고 왔을 때 리엔이 뭐라고 했었더라? 그 책을 다 쓰면, 자기가 식당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밥을 사주겠다고 했었지.

 

 “내가 내기에서 이겼네?”

 

 그는 옆의 해먹에 곤히 잠들어있는 리엔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하루 종일 놀다가 술에 절여지다시피 취한 그녀는 지친 모양인지 고로롱 코까지 골며 잘 자고 있었다.

 

 “마지막 일기장에는 무엇을 적으면 좋을까........”

 

 두 손을 뒤로 넘겨 깍지를 낀 뒤, 그는 손에 머리를 기대며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푸르른 은하수, 그 곳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보석 같은 별빛의 향연. 데미아 녀석, 갑자기 힘을 써서 조금 놀랐다니까. 정말.

 

 “정말이지 그때 깜짝 놀랐었지.”

 

 

 

 잠시 시간을 거슬러가, 대회가 끝나고 저녁식사와 동시에 장기자랑을 같이 했었다. 그때 갑자기 군단장 전원이 놀러올 줄은 아무도 몰랐었다. 아니, 판이 커지다 못해 전 부대가 다 뭉치게 될 줄은. 아마도 데미아 녀석이 저지른 모양이었다.

 

 “어라? 그냥 장기자랑이 아니잖아?!”

 

 소식을 몰랐던 이들은 당황하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를 쳐다보았지만, 그게 중요한 가? 일단 술이 들어가고 놀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어질 뿐인데.

 

 

 한창을 놀면서 구경을 하던 중에, 갑자기 아델의 팔을 붙잡는 일부 대원들의 모습에 그는 깜짝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말했지만, 대원들은 그저 웃으며 그를 무대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관리관님, 오늘 생일이라면서요? 그래서 깜짝 파티를 준비했어요!”

 

 라는 리엔의 말과 함께 대원들이 케이크와 각종 선물들을 들고 와서 그를 놀라게 했었다. 참, 다들 시간을 내서 무엇인가를 잔뜩 준비했던 모양이었다. 사람들도 박수를 치며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럼 이제 다음 공연이 있겠습니다! 우리의 영웅이자 마스코트! 아멜과 스피넬의 공연이!”

 

 잔뜩 술에 취해 한껏 달아오른 리엔이 사회자의 확성기를 뺏어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들 다음 순서에 나올 이들의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토벌부대의 영웅들을 직접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녀들을 직접 보게 되어서, 직접 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공연을 할까에 대해서 말이다.

 

 “아.. 안녕하세요! 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몰랐네요.”

 

 “뭐.. 뭐야! 저 사람들은?!”

 

 “저런 사람이 있었다고?!”

 

 아멜과 스피넬은 저번에 알마지오에게서 받았었던 연회용 드레스도 입고 와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매번 정복 차림이거나 전투복 차림의 아이들의 모습과 다른 새로운 모습은 모두들 말을 잇지 못하며 빠져들게 했으니까. 물론 제일 놀랐던 것은 아이엘이었지만.

 

 “마치....... 여신의 모습과도 같네.”

 

 “같다 라니, 무슨. 진짜 여신이지.”

 

 아바르의 말에 리즌이 피식 웃으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특히 아멜이 입고 있는 하늘색 드레스는 마치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던 날이 떠오를 정도였다. 덕분에 데미아는 울컥 가슴에 무엇인가 올라왔는지 고개를 돌려 무엇인가를 닦고 있었다.

 

 “그럼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멜은 뒤에서 올라온 보조원이 건네준 악기를 받아들었다. 악기를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녀가 받아든 ‘바엘린’이라는 작은 현악기는 상당한 연습이 없이는 연주가 불가능한 악기였다. 이 싸움 틈에서 그녀가 연습을 한 것을 전혀 본적이 없었는데........

 

 “오... 오오오!”

 

 그녀가 쥐고 있는 활이 가볍게 줄을 한번 그었는데, 수준급은 아니어도 깔끔한 화음 소리가 났다. 모두들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뒤 그녀는 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깔끔하네.”

 

 “정말이지. 역시 아멜이네.”

 

 데미아 녀석 겉은 멀쩡해보여도, 속으로는 기쁘다 못해 실신 할 것 같아보였다. 다른 이들 역시 그녀의 연주에 넋을 놓고 그저 감탄사만 내뱉고 바라만 보았다.

 

 “관리관님. 이 노래 아시죠?”

 

 열심히 구경하고 있던 그에게 리엔은 빨갛게 취한 얼굴을 들이밀며 말을 했다. 아델은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응? 그건 왜?”

 

 “관리관님이 그때 공연을 못 보셨잖아요. 중간에 일이 있다고 나가신 거요.”

 

 아, 에테레아에 갔을 때 일인가? 그때 거리에 숨어들어온 녀석들을 잡느라고 공연을 못 보긴 했었지.

 

 “그래서 그 마지막에 나온 가수 분의 노래를 스피넬이 직접 부른다고 했어요옷! 관리관님에게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욧....”

 

 “그.. 그래? 알았어. 일단 여기에 앉아있으렴.”

 

 아델은 비틀거리며 혀가 꼬여가는 리엔을 부축해 옆에 의자에 앉혀두었다. 마지막에 나온 노래? 스피넬이 너무나도 자랑하던 그 노래인 건가 싶었다. 그래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토벌부대의 대원으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과도 같아보였다. 스피넬이 이루고 싶다는 꿈의 모습이, 검이 아닌 다른 것을 들고 있는 아멜의 모습이 그저 보기가 좋았다.

 

 “아.. 아....”

 

 스피넬이 천천히 목을 풀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멜은 천천히 곡조를 바꾸어, 본격적인 연주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스피넬이 입을 열어 아름다운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당신을 잊더라도, 상냥하게 강하게 이야기하는 그대를 잊을 수 없어요.

 제 꿈속에 당신이 없더라도, 제 곁에는 당신이 있죠.

 그러니 전 길고 긴 꿈에서 깨어나, 진실 된 두 손으로 당신을 맞이하러 갈게요.

 

 당신이 절 기다려준 만큼, 이제는 제가 당신을 기다릴게요.

 당신이 지켜준 만큼, 이제는 제가 지켜줄게요.

 그동안 제 곁에 있어준 당신에게, 이제 제가 힘이 되어드릴게요.

 

 아무리 힘들어 쓰러진다고 해도, 난 다시 일어날 거예요.

 이 세상 어디라도 끝까지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걸어서

 당신 하나만 마음으로 간직해 온, 저이기 때문에

 

 당신을 언제나 영원히 지켜줄 겁니다.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사람. 약속의 사람.

 언제나 당신을, 영원히 지켜줄 겁니다.

 

 

 마치 한 마리의 아름다운 새소리가 울려 퍼지듯 그녀의 노랫소리도 무대를 넘어 관객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었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저 그녀의 노랫소리와 바엘린 연주소리만이 회장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정말이지. 이 녀석들 참 대단하단 말이야.”

 

 마지막 장을 다 쓴 그는 책을 자연스럽게 덮어두고는 가방 속에 넣어두었다. 밖에다 나두면 도둑고양이처럼 누군가가 훔쳐서 볼 것이 뻔하니까. 그렇게 되면 엄청 놀리겠지. 참.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후 하는 소리와 함께 밝게 빛나던 등불이 꺼졌다. 그가 침대에 누우면서 막사 안에는 그저 달빛이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그를 덮어주는 따뜻한 손길처럼,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만이 천막 안에 드리울 뿐이었다.

 

 

 

 

 - 전진 기지, 제 5 전투지역 외곽 -

 

 

 “하아....”

 

 추운 새벽 공기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을 시간에 혼자서 우두커니 밖을 바라보고 있다.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오늘 만큼은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제일 좋은 언덕 위에서 불게 타오르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슬슬 밝아오네.’

 

 이렇게 타오를 듯 떠오르는 태양은 오랜만이다. 아니, 어쩌면 새해가 밝아서 더욱더 빛나 보이는 거일수도 있었다. 마치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붉게 빛나는 태양이 말이다. 새로운 느낌의.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낡고 희미해진 그림 한 장을 꺼내들었다. 그 안에는 여러 인물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앳된 모습의 검은 머리 사람과 푸른 머리의 사람, 수인과 선조, 아르가드등 다양한 종족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 검은 머리 사람과 손을 잡고 있는 붉은 머리의 그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언니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제의 모습을 잊지 못하겠다. 그 모습을 그녀가 살아서 꼭 봤으면 했는데 말이다.

 

 “이야. 그렇게 술을 마셔놓고는 이렇게 돌아다닌다고?”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쪽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아델일 줄 알았는데, 너였냐?”

 

 “데미아, 그거 엄청난 차별이라고.”

 

 툴툴대며 그녀 옆으로 온 리즌은 작은 동전 하나를 꺼내 손가락으로 튕겨 언덕 너머로 던졌다. 그가 동전은 바퀴가 굴러가듯 옆면으로 힘차게 구르며 언덕 아래로 쭉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그러고 보니, 그거 아직도 가지고 다니고 있었어?”

 

 리즌은 데미아가 손에 쥐고 있는 그림을 보며 말을 했다. 그러자 데미아는 사진을 다시 자신의 주머니로 집어넣으며 대답했다.

 

 “응. 나한테는 무엇보다 소중한 거니까. 아니, 우리 모두에게는 소중한 거니까. 안 그래?”

 

 “그러네. 역시 너한테 주는 게 정답이었네.”

 

 그날 억지로 싸우던 녀석들을 말리고 만든 그림. 바보 아르가드가 수인 녀석의 털 때문에 기침을 계속해서 워낙 만들기 힘들었던 그림이다. 그것도 모두가 다 함께 웃고 있는 그런 그림이.

 

 “그립네. 모두들.”

 

 “그러게. 같이 있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야.”

 

 수인과 아르가드는 열심히 자신들의 종족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다 임종에 들었다. 하만과 하이앤더는 서로의 기사단을 이끌고 장렬하게 괴수들과 싸우다 사라져갔고, 선주들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힘을 쓰다가 사라져갔다. 이제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그와 그녀, 하나뿐인 선조와 오래 사는 레프레아 뿐.

 

 “이제 남은 사람은 3명뿐인가?”

 

 “아니지. 5명이나 되는 걸?”

 

 “하하하. 그러네. 다섯 명이나..... 응? 다섯 명이라고?”

 

 데미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다섯 명이라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리즌은 피식 웃으며 아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자 데미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라고?! 그럼 그 마지막 선조가 아냐였어?”

 

 “매번 회의를 아이엘한테 맡기니 그런 거잖아. 너도 나중에 참석하라고. 좀.”

 

 “으... 젠장,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해가 솟아오르니 점점 어두웠던 하늘도 점차 맑게 변해가는 게 보였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은 마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맹렬하게 태양빛을 상대로 빛나고 있었다.

 

 “후. 참, 그건 그렇고 어제는 엄청 났어. 그렇게 큰 유성 쇼를 보여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고.”

 

 아멜과 스피넬이 공연을 하는 마지막 순간 마치 하늘에 수를 놓듯 별들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한 폭의 그림처럼, 무수히 많은 별들의 행진에 모두들 넋을 놓고 그것들을 바라보았었다. 아름다운 공연에 걸 맞는, 아름다운 무대를 말이다. 데미아가 멋진 걸 보여주겠다고 말을 하던 게 아마 그것이었던 모양이었다.

 

 “유성은 무슨, 아이들이 노래를 잘 불러 서지.”

 

 데미아는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맞다. 그녀의 말처럼, 그 아이들이 부른 노래는 아마 어떤 이가 들어도 감동을 할 만한, 그런 노래였다. 그 감정이 메말랐다고 소문난 샤미드족들도 감동에 눈물을 흘렸으니까.

 

 “그래. 아이들도 대단했지.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연습했을 줄은 몰랐다고.”

 

 아직도 그 아이들의 노랫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슬픈 사랑을 노래하는 그 마지막 노래. 아이들이 부른 그 노래는 공연의 마지막 순간에, 기억을 되찾은 기사가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공주를 보며 부르는 노래였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녀를 위해서 영원의 맹세를 맺는 그런 노래를.

 

 .........

 

 ..........

 

 두 사람은 환하게 비추는 태양을 마주보며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이젠 어두운 장막이 걷혀지고 밝은 하늘이 머리 위를 덮었다. 타오르는 태양도 벌써 반이나 떠오른 모습이 보였다.

 

 “정말이지. 그런 힘이 없었다면,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그 아이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

 

 “그러게. 만약 괴수들이 없는 세상에, 평범한 세상이었다면 어땠을까?”

 

 정말이지 오랫동안 있으면서, 오랜 악연만큼이나마 그녀를 봐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겨나기 이전부터 서로를 봐왔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어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등을 맞대고, 공동의 적을 상대로 싸운 적도.

 

 “분명 우리들은 서로 반대 성격 아니었냐?”

 

 “그러게. 너는 항상 고지식하고 틀에 박혀있었잖아.”

 

 “이게! 항상 고지식한 건 아니거든! 나도 도리 정도는 있다고!”

 

 “도리는 무슨, 장도리 깨먹는 소리 하고 있... 쿠엑!”

 

 “이상한 농담이나 늘다니. 역시 아델이랑 꼭 붙어 다녀서 그렇다니까. 예네프를 보라고. 꽤 괜찮잖아? 안 그래?”

 

 데미아의 말에 리즌은 삐졌는지 팔짱을 낀 채,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렸다. 어지간히 아델이랑 붙어 다니면서도, 그와 같은 취급은 받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참, 누가 누굴 나무랄 상황은 아닌데 말이다. 뭐, 그가 삐진다고 해서 거들떠 볼 그녀는 아니지만.

 

 ........

 

 ..........

 

 이렇게 서 있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들을 이젠 다시 볼 수 없는 게 그저 마음이 아파왔다.

 

 ........

 

 ..........

 

 “만약에 말이야.”

 

 한참을 삐져있던 그가 다시 팔짱을 풀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데미아는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 아이를 꺼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어떤 우연으로, 그녀와 그의 아이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와 같이 관속에 갇혀있는 그 아이를. 아니, 자신의 손으로 집어넣었던 그 아이를.

 

 “아니야. 잘 한 거야. 어쩌면 덕분에 그도 힘을 낼 수 있었을 지도 몰라.”

 

 그 아이를 보면 볼수록, 데미아의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가슴 한편이 아려오고,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아이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건가? 내 선택은 잘못 되지 않은 거겠지?」

 

 「그래, 잘못 되지 않았어. 그저 잘못 된 건 녀석들이 부리는 횡포일 뿐이야.」

 

 ..............

 

 ...............

 

 다시 말 없이 두 사람은 언덕 너머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햇빛이 언덕 모두를 비출 만큼 환하게 떠오르는 게 보였다. 동시에 황무지의 찬바람도 거세지며 먼지 낀 것처럼 뿌옇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데미아가 뒤를 돌아 언덕을 내려갈 준비를 하며 말했다.

 

 “그래. 이 일이 끝나면, 다 같이 술이나 마시자.”

 

 “다같이?”

 

 리즌은 그녀를 따라 몸을 돌리며 말을 했다. 데미아는 그런 그를 보며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같이. 예네프도, 너도, 아델도 같이...... 아, 아냐도 같이!”

 

 그래 다 같이 술을 마시자. 그녀의 말대로, 그날의 약속처럼.

 

 “그래. 다같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은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로는, 어느새 그들이 올라왔던 곳에서도 보일정도로 태양이 높게 떠있었다. 불게 타오르는 태양은 먼지 속에 가려졌지만, 환한 빛은 뿌옇게 낀 먼지를 뚫고, 오히려 사방을 밝게 비추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마치 그들이 내려가는 길이 어둡지 않게, 그들의 뒤를 비추기 위해서. 그들의 뒤를 봐주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의 말
 

 추석이 왔네요! 후! 저는 일때문에 잠시 남아있어서 오늘 집에 가게 되었지만요!

 

 .... 버스표 없어서 한참 돌아가야 하는 것만 뺀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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