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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조잡한 신과 시간의 파수꾼
작가 : 소테
작품등록일 : 2019.9.10

이육사 시인을 좋아하는 조잡한 신 김말순,
복수에 눈이 먼 조잡한 신의 창조물 엠마,
조선 연산조부터 살아온 시간의 파수꾼 도시직,
파수꾼의 기억을 가진 위탁가정 출신의 비서 차원,
네 사람의 얽히고설킨 인연

 
2. 신들의 만남
작성일 : 19-09-11 18:18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3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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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신들의 만남

 

 

  회고란 것을 해보자면, 신이 나를 살렸다. 신의 피로 살아난 후에 눈을 떴을 때도 신은 내 곁에 있었다. 파란 눈을 보고 처음에는 미국 사람인가, 그런데 붉은색 다른 눈을 보고 그녀가 홍채이색증 즉, 오드 아이란 것을 알아챘다. 그녀의 첫인상은 저승사자 같았다. 하필 블랙수트를 너무 깔끔하게 입고 있었으니까. 바람결에 날리는 머리칼이 색깔이 서로 다른 눈동자만큼이나 신비했다. 나는 상처를 손에 쥔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서워서 달아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처가 아프지 않았다. 상처에서 손을 뗐을 때 그녀가 다가왔다. 어림잡아도 나보다 약 10센티미터는 작았으니까 내가 내려다 봤다. 아마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까. 그 때는 생각을 들여다보는 능력이 발현되기 전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살려준 신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여, 여기 어디야? 너, 장기 밀매꾼이야?"

  상처가 감쪽같이 사라진 게 수상해서 다급하게 물었다. 그런다고 대답할 위인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녀는 어마무시한 힘으로 나를 도로 침대에 눕혔다. 나는 쫄았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찻잔을 들고 마저 읽던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이 아직도 기억난다. 시집이었다. 윤동주 시집. 같은 한국인이란 사실이 묘하게 안심됐다. 원래 해외에서는 동포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는데. 사기 같은 악질범죄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살려달라며. 그래서 살렸어."

  웃옷을 올려 보니 꼬맨 자국도 없이 깨끗했다. 그렇다고 총상의 흔적마저 없는 건 이상했다. 분명히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는데. 꿈이라도 꾼 건가? 그녀는 내게 갑자기 다가와 주사를 놓았다. 뭐냐고 반항을 하기에는 너무 찰나의 시간이었다. 순식간에 눈이 감겼다. 잠결에 키가 작은 여자애가 신이란 사실을 짐작했다. 마지막 기억 속에 나를 살리던 형체와 닮아 있었으니까.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내가 좀 고분고분하게 행동했다. 주는 대로 옥수수 스프를 먹었고, 물도 마셨다. 우리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그녀가 잠시 식료품을 사러가기 위해 안전가옥을 비운 사이, 심심해서 티브이를 켰다. 보통은 재미없는 시집이나 타임지를 읽곤 했다. 원래 미국인 앵커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게 정상인데, 그 날 따라 앵커의 말이 너무 잘 들렸다. 원인불명의 화재사건으로 한국인 유학생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사망자 사진이 화면에 걸렸을 때 꽤 충격적이었다. 화재사건의 피해자는 다름아닌 나였다. 말도 안 돼. 유골은 시애틀 병원에서 가족들에게 인계할 예정이란 내용을 끝으로 다음 뉴스 방탄소년단 이야기로 넘어갔다.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무턱대고 나와 시애틀 병원까지 걸어갔다. 안전가옥-지하벙커도 아닌 평범한 아파트-은 시애틀 병원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푯말을 따라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살인자가 우리 부모님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친구란 안전한 단어 뒤에 숨어 우리 부모님의 눈물에 동참했다. 그 때 처음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읽었다. 살인자의 속내와 나약한 사랑꾼의 속마음을.

  '누가 불태웠는지는 몰라도 일이 고맙게도 잘 풀렸어. 역시 신은 내 편이야.'

  신은 당신 편이 아니야, 소리치고 싶었다.

  '차라리 죽은 게 나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악당에게 발악은 할 줄 알았다. 젊은 우리라면 그릇된 강자에게 맞서 싸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그 사람을 몰랐던 거지. 자식은 부모를 닮는 법.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너무 쉽게 세상과 타협했다. 약해빠진 사랑 같으니라고. 이제, 사랑따위 안 해.

 

  신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바에 가서 맥주 한 병을 더 부탁했다. 바텐더는 예스 맴이라고 대답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섰다. 누굴 놀리나.

  "헬로?"

  다른 사람을 부를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내게 추근거리던 남자는 하품을 한 채로 얼어 있었고, 스튜어디스가 따르던 와인은 흐름을 멈췄다. 모든 게 스톱됐다. 시간이 정지됐다!

  "시간의 파수꾼."

  신이 불쑥 말했다.

  "이제야 제 소환에 응답하시는 거요?"

 어느 공간에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한 존재는 진짜 저승사자 같았다. 그는 갓을 쓰고 갓끈을 여맨 조선의 선비였다. 검은 도포차림의 젊은 외모는 추측하건대 나의 신보다도 늙었을 거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 기다렸소. 하늘 위에 이곳만큼 또 밀폐된 곳은 없으니까."

  한가로이 카페거리의 한 카페를 골라 우아하게 커피 한 잔씩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있는데. 신들은 참 스케일이 커. 내 죽음을 은폐한다고 나의 신은 공장 하나를 태웠고, 다른 신은 비행기 한 대를 통째로 빌려 시간까지 멈췄으니 말이다.

  "나이 지긋하신 양반나리인 줄 알았는데."

  신이 먼저 쏘아붙였다.

  "나이 지긋한 할멈 얼굴일 줄 알았는데."

  그는 밀리지 않았다. 묘한 조화였다.

  "꼭 닮은 것을 만들어냈구려."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썩 기분 좋게 들리는 말은 아니었다. 뉘앙스가. 왜 이런 말도 있지 않나?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김가 말순입니다."

  신이 말했다. 무슨 이름이 50년대 스타일이었다. 여태껏 본명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촌스러운 이름이라서,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말순, 우리 할머니 이름보다 더 촌스러워. 우리 할머니 이름은 소화자였다. 김말순보다는 덜 촌스럽지 않나?

  "도시직이라오. 어느 김씨요?"

  저쪽도 만만치 않네. 도시의 직선이란 뜻은 아니겠지.

  "청이 있어서 소환한 것입니다."

  역시. 신은 고분고분히 물음에 답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시간 파수꾼을 사사로이 쓰면 쓰나."

  "그런데도 친히 왕림하셨네. 파수꾼."

  자기소개가 얼추 끝난 듯했다.

  "서두가 길었네. 거절일세."

  두 신이 짧은 본론을 끝냈다. 신, 그러니까 말순의 부탁을 시파-시간 파수꾼의 줄임말-는 들어 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아마 부탁이 뭔지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시파-시간 파수꾼-의 머릿속을 엿봤다.

  '이미 어긋난 인연에 저리 목을 매다니. 시간을 되돌린다고 그 인연이 돌아오지 않거늘. 신의 탈을 쓴 어리석은 존재여.'

  어긋난 인연? 촉이 발동했다. 여자들이 또, 촉을 한번 발휘하면 무섭지. 분명 연인 얘기 같았다. 사랑만큼 매력적이고, 무모한 도전정신은 없었다.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고? 아마 연인을 살리려는 게 아닐까? 정황상. 말순의 해바라기 사랑에 감탄했다. 아이러니 했다. 신은 스틱스강을 건넜을지도 모르는 나를 살려냈다. 신의 피, 그 몇 방울에 죽어가던 내가 살았났는 걸.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고? 그렇다면 신이 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걸까? 슬쩍 시선을 이동해 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려 했지만 벽에 막혔다. 정말 방심하는 법이 없다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살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리가. 그럼, 뭐하러 시파-시간 파수꾼-를 소환한 거야?

  "어떤 방식이로든 다시 만나는 것은 무의미하오."

  "파수꾼, 그 좋은 재주 묵혀서 뭐 합니까?"

  "시간법칙의 금기를 아는 자가 이리 억지를 부리면 쓰나. 마음 접으시오. 그 인연은 끝이 났소."

  말순은 특유의 조소로 껄껄댔다.

  "시간의 파수꾼, 그 거창한 명칭으로 하는 소리가 복색만큼이나 고리타분하네. 정작 자신의 시간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적잖게 설득력 있어."

  마지막 말은 반어법이었다. 갓끈이 흔들렸다. 처음부터 도발할 생각이었던 건가? 시파에게서 얻어내려는 게 도대체 뭐길래.

  "딜을 합시다. 시간의 수호자, 파수꾼나리."

 

 
작가의 말
 

 많은 관심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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