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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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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문학의 선두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유호 작가의 장편소설.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등 국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검은 세력과 한국 정계 고위층의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차승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국 정보기관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 간의 대립을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돈과 권력, 정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와 국제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플롯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흡인력으로 찾아왔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해양경찰, 차가운 이성과 날렵한 몸을 가진 미모의 필드요원, 스마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천재 해커,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여고생. 이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다국적 로비스트의 존재, 그들과 손잡은 정계 고위층의 비리 등 한국 사회 이면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난다.

 
제 8 화
작성일 : 16-07-11 15:48     조회 : 655     추천 : 0     분량 : 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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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요!”

 여자는 결사적으로 악을 쓰면서 순식간에 고물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얼마 뛰지는 못했다.

 급히 뒤따라 나온 놈의 손에 머리채를 잡힌 것, 그런데 여자가 머리채를 잡힌 자리가 하필 그가 기대선 출입구 바로 앞이었다.

 “악!!”

 비명을 지른 여자가 쓰러지고 뒤따라 나온 다른 놈이 그를 보더니 욕설부터 토해냈다.

 지하 복도에서 짜증을 내던 갈색 머리였다.

 “씨발, 이건 또 뭐야.”

 이미 마주쳤는데 그냥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휴…… 곤란하네.”

 “살려주세…… 악!”

 여자는 다른 놈의 우악스러운 손찌검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잠시나마 난처한 표정이던 그의 눈매가 삽시간에 매섭게 변해버렸다.

 기왕 마주쳤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어차피 여자에게 손을 대는 건 용서가 되질 않았다.

 그의 입술이 슬쩍 비틀렸다.

 “거, 애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때리진 맙시다. 잘못한 게 있으면 경찰을 불러야지 폭력을 쓰면 되겠수?”

 “미친놈, 뒈지기 싫으면 꺼져라.”

 갈색 머리가 목소리를 깔자 뒤따라 나온 두 놈이 어깨 너머로 다가서고 여자의 머리채를 잡은 놈은 여자를 질질 끌고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안 꺼져?”

 씹어뱉듯 말꼬리를 올린 갈색 머리가 뒷주머니에서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꺼내 그의 코앞에다 대고 보란 듯이 화려하게 돌려댔다.

 적당히 겁을 줘서 쫓아버리고 싶은 모양, 차승호의 입장에서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짓이지만 놈은 열심이었다.

 그는 멀뚱하게 놈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놈의 눈을 쿡 찔러버렸다.

 “으악! 내 눈!”

 “시끄러, 시키야.”

 그는 가볍게 도약하면서 눈을 감싸 쥔 놈의 안면에다 강력한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손등 위였지만 타격은 고스란히 발등에 전해졌다.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철문에 머리를 박았다.

 놀란 나머지 두 놈이 주섬주섬 연장을 꺼내 들고 여자 머리채를 잡았던 놈도 급히 머리채를 놓고 각목을 집었다.

 “어휴…… 허접한 것들. 새끼들아, 연장 버리면 덜 맞는다. 버려.”

 멀리 골목 끝에 바이크의 외눈 헤드라이트가 보였다. 오지연일 터, 이러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는 바지를 툭툭 털어냈다.

 “이런 씨발놈이!”

 한 놈이 과감하게 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는 어깨를 슬쩍 뒤로 뺐다가 번개같이 자세를 낮추면서 놈의 발목을 후렸다.

 놈은 허공에 붕 떴다가 등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큭!”

 일어서면서 놈의 칼 쥔 손을 찍듯이 밟고 전진, 뒤따라 달려드는 놈의 칼을 머리 위로 흘리고 목 한가운데를 역수도로 부드럽게 타격했다.

 가벼운 타격이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놈은 양다리를 하늘로 번쩍 치켜들고 거꾸로 처박혔다.

 마지막 놈은 놀랐는지 각목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면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나 놈의 바로 뒤에서 브레이크를 잡은 오지연의 바이크 뒤 타이어에 등판을 찍히면서 고꾸라지듯 그의 앞으로 밀려났다.

 허둥대는 놈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틀어잡고 콧잔등에다 정통으로 무릎을 박아버렸다.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놈은 콘크리트 위를 한 바퀴 굴러 박스들 틈바구니로 쓰러졌다.

 상황 끝, 마지막으로 부러진 발목을 잡고 끙끙대는 깡마른 놈의 턱을 걷어차자 오지연이 바이크를 제자리에서 절묘하게 180도 돌려세웠다.

 “오호라, 바이크도 타시네?”

 그는 흐릿하게 감탄사를 토해내면서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이제 안전해. 집에 데려다줄게.”

 여자는 그의 입에서 집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연방 고맙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발음이 완전히 뭉개져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다.

 잘해야 고등학생쯤 될 것 같은 앳된 얼굴, 말로만 듣던 인신매매 같았다. 그는 점퍼를 벗어 여자의 어깨에 덮어주고 쓰러진 놈들의 상태를 살폈다.

 셋은 완전히 기절했고 한 놈만 목을 움켜쥔 채 숨을 쉬어보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놈에게 다가간 그는 경동맥을 누르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던져놓고 여자를 부축해 바이크 뒤에다 태웠다.

 “먼저 가, 밴 안에 뭐 있나 보고 갈게.”

 오지연은 말없이 헬멧을 툭툭 치고 바이크를 출발시켰다. 그는 기절한 놈들을 고물상 안으로 끌어다 놓고 밴에 실린 박스들을 확인했다.

 얼핏 보기에도 이식할 장기의 수송에 쓰는 고가의 냉동 보관함들이었다.

 전부 네 개인데 보관함마다 번호키가 달려 있어서 그냥 열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공구를 찾아 힘으로 열려다가 생각을 바꿔 차 밑에다 GPS 추적기를 심고 그대로 물러섰다.

 박스 안에 실제로 장기가 보관되어 있다고 해도 어차피 떼어낸 장기들이니 망가뜨리기보다는 밀매 루트를 추적할 단서로 활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물론 기절한 놈들이 각자의 보스에게 즉시 보고하지 못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봉투를 받은 놈의 주머니를 뒤져 봉투를 챙기고 고물상을 빠져나왔다.

 고물상 철문까지 닫고 자금성이 있는 블록을 멀리 우회하면서 한동안 주변을 지켜보았지만 특별한 상황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15분쯤 상황을 살피다 차로 돌아오자 오지연이 대뜸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다 잠수해버릴 수도 있어.”

 “쩝……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어. 여자애가 밖으로 뛰쳐나오는 통에 정통으로 마주쳤거든.”

 오지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멀찌감치 세워둔 자신의 제네시스를 가리켰다.

 “저 아이 어떻게 할 거야?”

 “병원 데려다주고 집에 연락해야지, 뭐.”

 “그게 문제야.”

 “뭐?”

 “집이 없어.”

 “그건 또 뭔 소리래?”

 “횡설수설이라 확실치는 않은데…… 대충 요약하면 고등학교 3학년이고 아버지는 회사를 사채업자에 뺏기고 자살,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어머니도 그 충격으로 돌아가셨단다. 어머니 돌아가신 건 불과 2주 전이야.”

 “헐, 제정신 아니겠네.”

 “그럴 거다. 그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다는데 그저께 잠깐 밖에 나왔다가 사채업자한테 잡혔단다. 남은 빚을 갚아야 한다나 뭐 그랬다네.”

 “젠장, 스토리 대충 감 온다. 환장할 노릇이네. 친척은?”

 “연락되는 친척도 없어. 일단 병원 데려다주는 게 순서 같다. 치료는 좀 받아야겠더라.”

 “애라도 여잔데 내가 하라고? 니가 좀 해.”

 “난 그런 거 잘 못해. 그리고 쟤가 너 찾는다.”

 “야…… 나 여자 다루는 건 꽝이야.”

 “어쨌든 가서 좀 달래봐.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면 우리가 곤란하니까 신고는 못 하게 해.”

 “그럼 어쩌자고.”

 “따로 알아보겠다고 해. 너 검찰청 신분증 있잖아. 그거 들이대고 직접 알아보겠다고 해둬. 생각 좀 해보자.”

 “쩝…… 일단 알았다.”

 “병원비 있어?”

 그는 대답을 보류하고 빼앗은 봉투를 열었다. 내용물은 제법 거액의 고액권 지폐 뭉치, 봉투를 오지연 쪽으로 열어 보이며 말했다.

 “저것들한테서 뺏은 거야. 한 2,000 될 것 같은데 이런 돈은 어떻게 처리하냐?”

 “액수가 크면 큰집에 보고하고 넘기는데 그 정도는 그냥 운영자금으로 써도 돼. 어차피 우리 운영자금 상당액이 그런 부수입을 전용하는 거니까.”

 “그럼 이거 저 아가씨 주지 뭐.”

 “아직 미성년자잖아.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젠장, 일단 병원 데려간다. 밴에다 추적기 심었으니까 움직이면 연락해.”

 “그래, 다 뻗어서 당장 움직이지는 못할 거다.”

 “수고.”

 오지연의 차로 건너간 그는 이민우를 밴으로 돌려보내고 곧장 골목에서 차를 빼냈다.

 차가 대로로 들어서 가속을 시작하자 떨기만 하던 여자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기…… 고맙습니다, 아저씨.”

 많이 진정이 됐는지 떠는 것도 줄어들었고 발음도 제법 명확해져 있었다.

 “고3이랬지? 이름 뭐야?”

 “한……희진이요.”

 “그래, 희진아. 지금 병원 가는 거거든? 아픈 데 있니?”

 “잘 모르겠어요. 아까 맞은 데…… 뺨하고 옆구리…… 무릎하고 발도 좀 아파요. 그보다…… 옷이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뒤늦게 한희진의 행색을 살폈다.

 도망가지 못하게 옷을 전부 벗겼는지 옷이라고는 낡고 더러운 티셔츠 한 장과 그가 덮어준 점퍼가 전부였다.

 더구나 맨발이어서 당장 걷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옷부터 좀 사자.”

 그는 곧장 차를 돌려 목동 로데오로 방향을 잡았다.

 열린 옷가게를 찾아 간단한 옷가지와 운동화를 사고 병원으로 가는 동안, 조금 더 자세하게 전후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사채업자의 사기에 당해 망가진 중소기업의 전형이었다.

 일시적으로 자금 회전이 막힌 회사에 급전을 빌려준 뒤, 폭력배를 동원해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하게 하고 종국에는 가족을 협박해 회사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전형적인 사기였다.

 어떻게든 손을 봐줘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악질들이었다.

 가까운 병원에 한희진을 입원시키고 한숨을 돌린 건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여기저기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지만 심각한 상처가 아니어서 당직 인턴은 하루 정도 경과를 보자는 이야기만 하고 병실을 나가버렸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는 사이, 그는 병실 문에 기대서서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다. 큰 부상이 없는 건 다행이지만 진짜 문제는 퇴원 이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데려다줄 곳이 마땅치 않았다.

 팀이 쓰는 안가로 데려가는 건 말이 안 되고 학교 기숙사는 사채업자들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한참을 고민한 그는 간호사가 나가자 에라 모르겠다 싶어져 침대 옆에 대충 걸터앉아 말을 걸었다.

 “희진아, 너 공부 잘하지?”

 한희진은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다시 말했다.

 “왜?”

 “상관없어요. 등록금 낼 방법도 없는데요, 뭐.”

 “대학?”

 “네, 엄마가 대학은 꼭 가라고 하셔서…… 시립대 넣었는데…… 장학금 받을 성적은 아닌가 봐요.”

 “…….”

 그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더듬대자 한희진이 희미하게 웃었다.

 “처음엔 많이 실망했는데…… 이제 괜찮아요.”

 “괜찮아?”

 “학교는 포기했어요. 대신 그 새끼들한테 복수할 거예요. 집에 와서 아빠 때리던 놈, 엄마 협박하던 놈, 나 납치했던 놈, 전부 똑똑히 기억해요.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을 거예요.”

 느릿느릿 말을 이어가는 한희진의 눈빛은 수시로 변했다.

 처음엔 공허한 노파의 눈빛에서 표독한 중년 여성의 눈빛으로, 마지막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아이의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뀌어갔다.

 길게 한숨을 내쉰 그가 한희진의 손을 잡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놈들은 내가 처리하마. 약속할게.”

 한희진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를 악물면서 그가 아는 온갖 욕설과 저주를 입안에서 쏟아냈다.

 대상은 그를 병원에 보낸 오지연이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시킨 셈, 여자와 아이의 눈물을 보는 건 정말 못할 짓이었다.

 하물며 한희진은 둘 다였다. 그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말했다.

 “젠장, 그거 네가 할 수 있는 일 아니야. 그 개자식들은 내가 책임지고 깜빵에 처넣을 테니까 넌 공부 계속해라. 알았니?”

 “하지만…….”

 “이렇게 하자. 아저씨 누나가 원정동 사는데 딸내미가 내년에 중학교 간다. 일단 누나네 집에서 생활하면서 틈날 때 그 녀석 과외시키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 벌어라. 대신 네 대학 등록금은 아저씨가 낼게. 집이 불편하면 식당에 방 딸렸으니까 거기서 생활해도 되고. 어때?”

 빼앗은 돈을 누나 차인숙에게 넘겨주고 한희진을 맡길 생각,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시립대의 등록금이 서울 지역 사립대학교의 반의반 수준으로 떨어진 터라 1년에 두 번 내는 등록금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당장 어려운 차인숙의 가계를 도울 핑곗거리도 될 것 같았다.

 더불어 아직 공부에 관심이 없는 조카에게도 자극이 되리라는 판단이었다. 차인숙과 합의부터 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의 대안일 것 같았다.

 그러나 한희진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신은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막 구출된 형편, 솔직히 차승호 자신이 그녀의 입장이라도 당장 대답은 어려웠다.

 그는 더 고민하지 말라는 뜻으로 못을 박았다.

 “퇴원하면 당장 있을 데도 필요하잖아. 며칠 거기 지내면서 생각해봐. 부모님 일은 본청에서 즉시 수사에 들어가도록 조치해두마.”

 “고……맙습니다, 아저씨.”

 어렵게 대답한 한희진은 돌아누워 무릎을 끌어안더니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는 한희진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 다독거리고 일어섰다.

 나가서 여기저기 전화질을 할 생각, 병실 문을 닫은 뒤에는 오지연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애는 어때?

 “상처는 별거 아니래. 문제는 뒷일이지. 누나한테 부탁할까 싶다.”

 -누나?

 “그래. 누나한테 이 돈 주고 애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돌봐달라고 사정할 생각이야. 괜찮겠지?”

 -알아서 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와.

 “무슨 일 있어?”

 -박춘배한테 전화야. 모레 새벽 01시, 송도 골프장 해안도로, 어딘지 알아?

 “대충 감은 온다. 골프장에 쓰는 정수펌프장 건물부터 인천대학교 사이의 해안도로일 거야. 골프장하고 도로 사이는 낮은 철제 담장이고 키 높이보다 조금 높은 둔덕으로 막혀 있을걸? 개방된 공간이라 엄한 짓 하긴 좀 어려울 건데?”

 -일단 여긴 조커에게 맡기고 난 현장 상황 확인하러 뜬다. 일 끝내는 대로 건너와.

 “원하시는 대로, 수고.”

 전화를 끊은 그는 곧바로 전화번호부를 뒤져 김채문이라는 이름을 찾아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방황하던 어린 시절 잠시 어울렸던 후배로 지금은 신동기획이라는 이름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데 이름이 좋아 컨설팅 회사지 사실 흥신소가 정확한 명칭이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뒷골목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눈치 빠르고 입도 무거워서 잠깐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구였다.

 김채문은 신호가 몇 번 가기도 전에 전화를 받았다.

 -어, 형님. 이 밤중에 어쩐 일이십니까?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요즘 바쁘냐?”

 -별로요. 바람난 마누라 찾아달라고 목매는 놈 하나뿐입니다. 죽겠어요.

 “잘됐네. 일 하나 맡아라.”

 -어라? 돈이라도 떼이셨습니까?

 “니 애인 아직도 일 같이하지?”

 -물론입죠. 갸는 이 몸의 튼실한 물건에 길들여져서 절대 도망 못 갑니다. 흐흐.

 “미친넘. 지금 목동으로 좀 넘어와. 며칠 고3짜리 여학생 경호 좀 해야겠다.”

 -에? 여학생이요? 형님, 혹시 그…… 뭐냐 로리…… 쪽이셨습니까?

 “시끄러, 인마.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내가 여기 붙어 있을 수가 없다. 한 열흘 경호 겸해서 간병인 노릇 해라.”

 -우리 일당 비쌉니다, 알죠?

 “어쭈, 나하고 돈 계산하자는 거냐?”

 -에이, 형님, 신세 진 거야 많지만 돈하고 그건 다른 거죠. 크크.

 “짜식, 알았다. 하루 10만 원씩 쳐주마.”

 -에이, 사람이 둘인데 스무 개는 줘야죠. 요즘 사람 찾는 거도 일주일에 200은 나옵니다.

 “15, 토 달지 마라.”

 김채문은 툴툴거리면서도 토는 달지 않았다.

 -어이 씨, 알았어요. 하면 될 거 아닙니까. 어디예요?

 “목동 제일병원.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

 -지금 건너가죠.

 전화를 끊은 그는 바로 이어 단축번호 1번을 누르면서 길게 심호흡을 했다. 가장 어려운 마지막 단계, 차인숙의 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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