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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율의 법칙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평범한 소녀인 '율'이 자신의 수호천사라고 믿던 어린 날 환영의 정체 '미카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정통 판타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 뉴드에서의 또 다른 삶.

 
- 수호천사 미카엘
작성일 : 19-09-10 11:27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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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자정이 넘어서 온다던 그의 말처럼 12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본다고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시침이 더 빨리 움직이길 간절히 바라는 것 밖에는 없었다. 한 두 시간이 지나서는 집중력이 떨어져 핸드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그는 모습을 보일 기미가 없었고, 나는 모든 것에 흥미가 떨어져 그저 내 방의 커튼을 젖힌 채 달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가족들도 저마다 잘 준비를 마쳤는지, 방문이 하나, 둘 닫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가만히 누워 적막한 내 방에 감각을 곤두 세웠다. 시골의 밤은 무척이나 고요하다. 짧은 고등학교 시절의 자취로 도시의 밤이 얼마나 화려한지는 알고 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도시로 나가고 싶었는데 난 시골 생활도 그리 불편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유로운 기분이다. 좀 더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곳처럼 느껴졌다. 가장 좋았던 것이 바로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거다. 시골의 밤은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다. 바람 소리와 빗소리, 눈이 쌓이는 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 그리고 아침을 알리는 맑은 새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완벽에 가깝다. 사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그런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밖의 소리에 집중하면 내가 듣지 못한 많은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추측하기 힘들지만 아주 작은 생물의 움직임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그때 내 침대에 누군가 살포시 앉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자정이 넘어갔다는 생각과 함께 그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주 느릿하게 눈을 떴다.

 

 “미카엘?”

 “응.”

 “왔구나.”

 “안 올 줄 알았어?”

 

  내가 몸을 일으켜 그를 마주봤다.

 

 “이게 모두 현실이구나.”

 “그래.”

 “말도 안돼.”

 “이제야 좀 인간적인 반응이 나오는구나?”

 

  미카엘은 피식 웃었다. 그러나 거실에서 작게 흘러나오는 TV소리에 긴장을 한 건지 금방 웃음기를 지워냈다.

 

 “산책 갈래?”

 “지금?”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도 그를 따라 이끌리듯 몸을 일으켰다. 그는 능숙하게 내 옷장을 열어 밤바람을 충분히 막아줄 겉옷을 고르며 말했다.

 

 “컨디션은 어때?”

 “아주 좋아.”

 

  그는 웃음을 참는 듯 미소를 잔잔하게 보였다. 그 미소에 나도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어린 아이를 보살피듯 내게 겉옷을 입혀주었다. 그와 이리 가까이 있다는 것과 문밖에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 긴장감 있게 나를 흥분시켰다.

 

 “마치 불장난 하는 기분이다.”

 “불장난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

 

  우리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위험한 축에 속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우리 둘 다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젠 그도 걱정보다 재미가 조금 더 커진 듯 긍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나와의 시간에 임하는 모습에 그가 날 친구로 받아주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사실 시골 생활을 하며 또래의 친구를 사귀는 것은 조금 힘들어졌다. 내 또래의 친구가 많이 없다는 것도 있고, 딱히 그들과 어울려 놀만한 장소도 없기에 동창들이 있어도 약속이 깨지기 일쑤였다. 그리고 아직 모두가 시골의 한적함보다는 도시의 유흥을 더 즐기고 싶어라 하는 듯 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카엘은 마치 공감대가 같은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난 기분이라 마음이 아주 빠르게 간 것이다.

 

 “준비됐니?”

 “응.”

 

  미카엘이 나를 안아들었다. 오늘은 그의 비현실적인 능력들을 빠짐없이 눈에 담고 싶었는데 조심히 창문을 열고 나를 밖으로 내보냈다. 내 발이 땅에 닿자 그는 날렵한 몸짓으로 가뿐히 창문을 넘어왔다. 내 표정이 말하지 않아도 그에게 묻고 있었다. 창문을 조심히 닫은 그가 나를 보고 말했다.

 

 “가끔은 이렇게 해보고 싶었거든. 생각보다 스릴있다.”

 

  그는 혹여 내 가족들이 방문을 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 긴장감을 즐긴다고 했다. 평범했던 탈출로 조금 아쉬웠지만 그도 잠시 이내 발 돋음을 할 준비를 마친 채 내게 손을 뻗었다.

 

 “종종 산책하는 너를 보고 늘 같이 걷고 싶었어. 저 아래로 내려가서는 같이 걸을까 하는데.”

 “좋아.”

 

  댐을 타고 있는 산책로는 내가 자주 애용하는 곳이었다. 내가 이곳을 걸으며 망상을 펼치고, 생각을 정리하며 위로받는 모습을 그가 모조리 알고 있는 것 같아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그가 딱히 산책하는 내 모습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왜인지 불안한 마음에 나는 그가 날 안아들고 높이 뛰어올라 산책로에 안착하기 전까지 공중에서 수도 없이 그간의 내 모습을 되짚어 봤다. 놀림거리가 될 만한 일이라고는 조금 혼잣말을 한 정도인 것 같았다. 만약 그가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마땅한 변명거리도 있어야 할 것 같아 생각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가 푹신한 잔디밭에 내려앉은 것처럼 아스팔트 도로에 사뿐히 발을 디뎠다.

 

 “또 생각에 빠져 있구나?”

 “어?”

 

  그는 자신의 품에 안긴 나를 한번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내 발이 지면에 닿자 나는 슬그머니 그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우린 발을 맞춰 천천히 걸었다. 나는 혹여 누군가 보고 있을까 우리 집과 건너 마을을 두리번거리며 주시했다.

 

 “다 자고 있어.”

 “어떻게 알아?”

 “이렇게 걷고 싶어서 이 주변 일대 사람들이 자는지 살펴봤거든.”

 “그럼 마음 편히 걸으면 되겠구나?”

 “응.”

 

  사실 어둠 속을 거닌다는 것은 조금 무서운 일이다. 엄마는 해가 지면 홀로 산책 나가는 것을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혹시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나, 야생 동물들을 만나면 여자인 난 꼼짝없이 해를 당할 것이니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가 옆에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어둠 속을 걷는 것이 그리 두렵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도 점점 시야가 확보되니 내가 걷는 곳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었고 익숙한 길들이 익숙하지 않은 신비로운 풍경과 분위기를 내고 있어 색다른 산책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어제 질문 시간을 이어보자.”

 

  그가 먼저 말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에 조금의외라고 생각했다.

 

 “내가 궁금해 하는 모든 궁금증은 네가 답하기 곤란해서 불편해 할 줄 알았어.”

 “사실 곤란한 문제이긴 하지.”

 “그런데 네가 먼저 말했다는 게 의외다.”

 “곤란한데 나름 재미있었어. 네가 나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우리 세상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거든.”

 

  그가 손을 비비며 준비된 듯 내가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

 

 “어제와 같이 어느 정도의 노코멘트는 인정 되는 거지?”

 “그래.”

 

  나는 신이 났다. 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고 그와의 대화 시간이 흥미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싱글벙글 웃음을 띠우자 그의 입술도 반듯하게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갑자기 하려니까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천천히 해. 시간 많으니까.”

 

  머리가 복잡한 나와는 달리 그는 여유로웠다.

 

 “어떻게 그렇게 한국말을 잘하니?”

 

  그는 어제의 나이 질문만큼이나 이 질문이 싱거운 질문이었는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배우는 속도가 조금 빨라. 뉴지너는 뭐든 보통의 기준에서 조금 위에 있다고 보면 돼.”

 

  그는 뒤를 돌아 나를 보며 걸었다. 어둠속에서 그가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가 넘어질 확률과 앞을 보고 가는 내가 넘어질 확률 중 내 확률이 월등히 높을 거란 건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에는 어떻게 온 거야? 네 고향은 어딘데?”

 “일단 내 고향은 뉴드야.”

 “뉴드에서 태어난 거야?”

 “응. 어렸을 때 미국과 영국에서 잠깐 살았어. 각성의 시간 없이 뉴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정신 구조가 뚜렷하게 잡히기 전에 인간세상을 비교적 자유롭게 갈 수 있어. 물론 보호자 동행 하에 말이야.”

 

  나는 그의 세상이 궁금해졌다.

 

 “각성이라는 건 뭔데?”

 “어제 말했지. 독특한 정신구조를 가진 일부 인간들에게서 발견된 뉴진이라는 변형된 유전자에 대해서.”

 

  내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그는 살풋 웃어주곤 말을 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공상과학보다도 더 신기한 원리들이었기에 내 귀를 단숨에 홀려버렸다.

 

 “그 유전자 형태가 활성화되면서 제각각의 잠재 능력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시기를 각성이라고 해. 대부분 혼란스러운 시기지. 내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고, 내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되게 찝찝한 기분이 들거든.”

 “어떻게 낫을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자기 능력을 조절할 수 있게 돼. 어떻게 해야 빨리 갈 수 있다던가, 누군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던가 하는 것들을 자신이 원할 때 할 수 있는 루트를 찾을 수 있거든. 정신이 안정기로 접어들면 각성이 끝났다고들 하는데 내가 봤을 땐 그냥 상대적인 것 같아.”

 “너는 언제 네 능력을 조절 할 수 있었어?”

 “초창기 뉴지너들과 뒤늦게 합류하는 뉴지너들을 제외하곤 나와 같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뉴지너 부모를 가진 뉴드 토박이들이야. 우린 뉴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능력을 감추거나 숨길 필요가 없어. 학교에서 자신의 능력을 찾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니까. 그러니까 자연스레 혼란스러운 찝찝한 기분을 덜 느끼지. 그래서 각성이라고 볼 게 없어.”

 

  우린 어느덧 아스팔트의 끝자락에 왔다. 포장도로가 끝난 뒤 이어지는 곳은 우리 지역의 잘 알려지지 않는 자작나무 숲길로 이어진 비포장 산책길이다. 난 숲길을 좋아하기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자작나무가 반가웠다. 내가 숲 안 쪽으로 발을 들이려 하자 그가 내 팔을 잡아 세웠다.

 

 “갈 데가 있어.”

 “어디?”

 “일단 안겨.”

 

  그가 나를 안고선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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