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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몬스터클럽
작가 : 쇼센
작품등록일 : 2019.9.5

대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뇌신경정신과학자 데이빗 한 박사는 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뇌스캔을 통한 잠정적 사이코패스 범죄용의자 테스트(몬스터 테스트)의 개발을 종용받는다. 마침 그때 한 프로파일러가 사이코패스테스트의 의무실시를 주장해 대중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야당 대선후보 이중필은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몬스터 감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표심을 얻기 시작한다.

한 편 데이빗 한의 장남이자 천재 사이코패스 고등학생인 한명석은 여당 대선후보와 결탁해 전략적으로 소년범죄를 저지르는 <몬스터 클럽>을 비밀리에 조직하고, 군중의 세뇌에 효과가 있는 약물 ‘마리오네트’를 은밀히 유포하는데, 사건성을 의심한 한수형 경위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3. 어린 몬스터들의 아지트-2
작성일 : 19-09-09 21:44     조회 : 258     추천 : 4     분량 : 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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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의 이름은 한동안 붙여지지 않아서 한때 ‘장도리’로 불렸는데 본인이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우아한 자신의 패션에 어울리지 않는다든가 하면서 새로운 이름을 내놓으라고 독촉했다. ‘메리’라는 이름을 생각해낸 건 지킬이었다. 오림이 교양을 쌓으라며 선물해준 세계사 관련 책에 나온 ‘메리 여왕’에서 따온 것이었다. 피의 여왕 ‘블러드 메리’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잔혹했던 여왕. 피칠갑을 한 채로 발견되었다는 녀석이 피를 보면 안정이 된다며 유독 잔혹한 처형방식을 즐겼다는 메리여왕의 모습과 그대로 닮은 듯했기 때문이었다. ‘메리’라는 이름을 대자 녀석은 비로소 만족했다. 여왕의 이름이라고 하자 더욱 좋아했다. 지킬은 그 여왕의 화려한 업적까지는 구태여 말해주지 않았다.

  지킬은 평소에는 온순했다. 아니 고요하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학교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감이 흐릿하게 공간의 일부를 자연스레 메울 뿐인 그런 부류의 학생이었다. ‘지킬’이라는 활동명은 오림이 그를 보고 첫눈에 내뱉은 말 한 마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작 지킬은 그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오림은 지킬을 보고 그 현격히 다른 이중적 인격의 갭에 감탄했다. 지킬은 정확히 말해 해리성인격장애는 아니었다. 다만 감정조절을 하지 못해서 극도의 분노나 공격성을 갑자기 나타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의 지킬은 정말 다른 사람 같이 변했다. 그의 분노에는 스위치가 있었다. 바로 성인남자의 폭력과 고성, 그리고 웃음소리였다. 지킬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오랫동안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를 받았는데 그 공포에 못 이겨 극단적인 행동을 한 전적도 여러 번 있었다. 지킬의 아버지는 매일같이 가족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하며 아내와 아들을 때리고 걷어찼다. 10시간 넘게 구타를 하고서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아버지의 손에 그대로 죽임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바탕 폭력이 지나간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하게 아버지는 거실에 누워 TV를 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런 날 밤이면 그 웃음소리가 이명처럼 밤새 귀에 울려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지킬은 결국 초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의 집이 있는 5층 건물 옥상에서 몸을 날렸다. 다행히 1층 입구 화단에 떨어져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경상에 그쳤지만, 지킬은 아직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높은 곳에 있으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뒤에서 뛰어내리라고 끊임없이 부추기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는 분노에 찬 아버지의 목소리 같기도 했고, 가느다랗고 새된 어머니의 비명 같기도 했다. 나중에는 높은 곳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자석에 끌리듯이 몸이 이끌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얼마 전도 오림이 붙잡지 않았다면 13층 아지트 베란다에서 추락했을 것이었다.

 “그건 자살충동이랑 다른 거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메리가 그렇게 물었을 때 지킬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메리의 직설화법에 기분이 상해서가 아니었다. 정말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르겠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죽을 수 있는 자리에 가면 누군가 죽으라고 자꾸 떠미는 느낌이야. 그때마다 죽으라고 부추기는 아빠나 엄마 목소리가 들려.”

 “뭐야 그게 비겁하게.”

 “비겁하다고?”

 “자기 스스로는 죽지 못하니 자기를 괴롭혔던 부모 탓을 하고싶은 거 아니냐고. 그거 자살이 아니라 촉탁살인?”

 “메리, 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책에서 봤어.”

 대체 무슨 책을 읽길래 그런 말이 적혀 있는 건지 의문이었지만 지킬은 그런 구차한 것을 묻기 전에 그가 한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은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저 과거 엄마, 아빠의 잔인했던 모습과 공포의 감각이 자신에게 문신처럼 각인되어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환청이라고 할까 마음의 소리라고 할까 그 기묘한 부추김에 마음을 뺏길 때마다 지킬은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공포에 질렸었다. 그런데 그것이 내 자신이 만들어낸 목소리일지도 모른다니. 그렇다면 정확히는 촉탁살인이 아니다. 엄마, 아빠에게 누명을 씌우고 싶은 것이다. 나를 죽게 하는 것이 당신이라고 죽으면서도 자신은 부모를 탓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웃음이 났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든 자신이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든 상관없었다. 자신이 과거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허탈할 뿐이었다.

 “그런 게 아냐. 메리. 그렇게 순진한 발상을 한 게 아니라고 난.”

 “그럼 안심이야. 몬스터 중에 그런 겁쟁이 쫄보가 있으면 곤란하니까.”

 지킬은 어느새 거들먹거리는 표정이 된 메리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몬스터 클럽. 이 곳에서는 정상적인 행동 패턴이나 감정 반응은 필요 없다. 몬스터이기에 몬스터를 이해할 수 있다. 공감은 필요 없다. 그저 서로의 살아가는 방식을 직감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그래 너도 같은 부류구나. 너도 세상을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지킬은 메리와 죽이 잘 맞았다. 그리고 늘 지저분한 뒤처리는 화타가 했다. 바비는 몸집이 작고 예쁜 외모 때문에 상대의 경계심을 약화시키기 위해 투입되곤 했다. 같은 여자아이였지만 메리와 바비는 같이 있으면 그 이질감과 위화감이 도리어 시선을 끌었기 때문에 둘만 현장에 나가는 일은 드물었다. 지킬은 중재자이자 리더였고, 화타는 정리자이자 지원책이었다. 그리고 정신적인 지주이자 책사가 오림인 셈이었다. 오림은 무리의 리더인 지킬을 존중해주었다. 지킬 역시 오림이 가진 강력한 카리스마에 경외심을 품고 있었기에 오림을 누구보다도 믿고 따랐다.

 바비와 화타가 친남매라는 사실은 곧 메리도 알게 되었고, 오림은 그 사실을 되도록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줬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메리가 곧잘 그 사실을 끄집어내어 바비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바비가 왜 그렇게 화타를 오빠로 부르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지는 오림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사실을 알고도 오림이나 화타가 침묵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모두가 짐작할 뿐이었다.

 

 ‘그날’도 바비는 폭식을 하고 있었고, 늘 그렇듯 지킬은 옆에서 멀거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몫으로 사온 햄버거마저 바비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파에 길게 엎드린 메리는 휴대폰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시간만 나면 어김없이 플레이하고 있는 잔인한 전투 게임이었다. 타격할 때의 소리나 피가 흩뿌려지는 그래픽이 꽤 마음에 든다며 요 근래 계속 같은 게임이었다. 지킬은 평소의 평온한 모드에서는 불필요한 폭력을 싫어했기 때문에 메리의 그런 취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 무자비한 타격음과 함께 우적우적 닥치는 대로 음식을 해치우는 바비의 비주얼이 결합되니 그 조합이 그로테스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네 오빤 어디 갔어, 바비.”

 “오빠라고 하지 말랬지!”

 바비가 고양이 같은 눈을 사납게 치켜뜨며 눈꼬리를 늘렸다.

 “화타는 오늘 라이브가 있대.”

 바비 대신 메리가 답을 했다. 심드렁한 표정인 걸 보니 화타와 함께 게임을 하지 못해 아쉬운 듯했다. 화타는 그 잔인한 게임을 메리와 함께 즐겨주는 유일한 상대였다.

 “보스가 새 멤버가 올 거라던데 들었어?”

 메리가 피가 낭자한 게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애도 네 과인지도 모르겠어.”

 “왜, 진득하고 걸쭉한 게 좋대?”

 “기사에는 안 나왔다던데 보스가 그랬어. 녀석이‘니퍼로 이빨을 뽑았다’고.”

 “오호... 그건 또 신기술인데? 잇몸은 피가 잘 멎지 않아 꽤 볼 만한 얼굴을 만들 수 있지. 맘에 드는데?”

 “살인은 기술일 뿐이야. 죽이는 것 이상으로 왜 그리 쓸 데 없는 힘을 들이는지 이해가 안 가.”

 대화에 불쑥 끼어든 바비는 어느새 흡입을 마쳤는지 화장실로 직행했다. 본인 몫으로 3인분을 사왔는데 메리의 것까지 먹어치웠으니 4인분을 먹은 셈이었다. 게워낼 양도 엄청나겠군. 그런 생각에 지킬이 미간을 찌푸리자 메리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는 빈 껍질만 남은 음식물의 잔재들을 허겁지겁 뒤졌다.

 “젠장! 저 식신 년이!”

 “바비가 언제 네 지독한 패션센스나 게임중독을 지적한 적 있어? 너도 얌전히 봐주라고. 바비가 음식에 손댈 때는 각자 자기 음식을 챙겨야한다는 것쯤은 이제 상식이잖아.”

 “흥...”

 “나중에 화타가 보상해 줄 거야. 화타 오면 뜯어 먹어.”

 “근데 지킬, 발작할 때 되지 않았어?”

 “보스가 준 약을 먹었더니 아직 버틸만 해.”

 “우엑. 그 약 몸이 막 축축 쳐지는 게 기분 더럽잖아. 난 절대 안 먹을 거야.”

 “넌 길고양이가 있으니까. 몇 마리 죽인다고 아무도 신경 안 쓰니. 그래도 작작해. 나중에 사체 처리하는 내 생각도 좀 하라고.”

 “그까짓 거 뭐. 위안도 안 돼.”

 메리가 마치 고양이 사체를 눈앞에 둔 것처럼 킁킁거렸다. 피 냄새가 안 나니 상상으론 재미가 없는지 다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아, 화타오면 더 시원한 게임 없는지 찾아봐야겠어. 그런 것들은 귀찮게 성인인증이 필요하니까.”

 “보스에게 말하지. 그 정도는 해 줄텐데.”

 “싫어, 보스는. 보스는 기브앤테이크가 철칙이니까. 매번 시시껄렁한 부탁은 못 한다고.”

 “화타는 괜찮고?”

 “화타는 괜찮아. 바비가 있으니까.”

 “내가 있으니까 뭐가 괜찮다고?”

 때마침 먹은 것을 한바탕 게워내고 얼굴빛이 하얗게 질린 바비가 언제 욕실을 나왔는지 메리 뒤에 서 있었다.

 “화타 말이야. 화타가 너라면 죽는 체도 하니까. 좋은 봉 잡았다 그런 얘기야.”

 “흥. 머리 나쁜 남자들 같으니. 내 눈치만 보면서 뭐든 비위를 맞춰주면 그만인 줄 알지. 그 놈한테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라고 해. 그래봤자 난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니까.”

 “화타는 널 꼭 집으로 데려가겠다는 게 아냐. 그냥 네가 걱정되는 거지.”

 이 자리에 없는 화타가 비난받자 지킬은 한 마디를 거들었다.

 “집어치워! 누가 누굴 걱정해? 그 죽은 여자애가 마지막에 ‘샐러맨더’를 지껄였다는데 제 걱정이나 하라고 해!”

 “그건 보스가 알아서 하겠지 뭐.”

 “그나저나 바비. 새 몬스터가 올 거래.”

 “어떤 녀석인데?”

 “그건 아직 몰라. 근데 이번엔 더 어린 애를 데려올지도 몰라. 오림은 어릴수록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까. 우리 중에 막내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래봤자 하는 짓은 전혀 귀엽지 않겠지만.”

 “괴물이 귀여워서 뭐 해. 난 오싹할수록 좋아. 웰컴 투 몬스터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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