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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몬스터클럽
작가 : 쇼센
작품등록일 : 2019.9.5

대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뇌신경정신과학자 데이빗 한 박사는 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뇌스캔을 통한 잠정적 사이코패스 범죄용의자 테스트(몬스터 테스트)의 개발을 종용받는다. 마침 그때 한 프로파일러가 사이코패스테스트의 의무실시를 주장해 대중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야당 대선후보 이중필은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몬스터 감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표심을 얻기 시작한다.

한 편 데이빗 한의 장남이자 천재 사이코패스 고등학생인 한명석은 여당 대선후보와 결탁해 전략적으로 소년범죄를 저지르는 <몬스터 클럽>을 비밀리에 조직하고, 군중의 세뇌에 효과가 있는 약물 ‘마리오네트’를 은밀히 유포하는데, 사건성을 의심한 한수형 경위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2. 어린 몬스터들의 아지트-1
작성일 : 19-09-09 21:42     조회 : 271     추천 : 3     분량 : 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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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감별법.”

 “현대 사회에서는 유행처럼 번지는 각종 정신병으로부터 정상성을 보호하는 기준들이 필요하거든. 시시때때로 창궐하는 대중적 불안을 잠재우는 마법 같은 것이지. 미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니야. 일찍이 APA(미국 정신 의학 협회)에서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를 통해서 각종 정신질환들과 비정상인들을 구분해냈어.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자폐증과 ADHD(주의력 결핍 장애)가 유행병처럼 확산된 이유가 무엇일 것 같나. 악의 씨앗을 확실히 잡는 데는 조금 더 엄격한 심판관이 필요한 거야.”

  길 소장은 마치 자신이 그 심판관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한 박사는 길 소장이 하는 그 불쾌한 비유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정신병을 악에 비유하다니. 무식하고 무참한 비유였으나 한 박사는 단박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상당 부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을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본다면 예방도 가능하지 못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영역이라는 점이었다. 엄격한 심판관의 칼날이 죄 없는 생살을 가를 수도 있었다.

 

  APA에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를 편람으로 제작한 결과물인 DSM은 제작 초기인 1980년대에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DSM-3 버전이 대중에게까지 열풍을 일으키면서 마치 정신 의학의 성경이자, 문화적 아이콘처럼 떠오르게 됐다. 그 때부터 DSM은 정상인과 비정상 정실질환자를 구분 짓는 척도로서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위임받게 된 셈이다. 이를테면 누가 건강한 사람이고, 누가 아픈 사람인지, 누가 일자리를 얻고, 아이를 입양하고, 중요한 기계를 다룰 자격이 있는지, 누가 악랄한 범죄자이고, 무력한 정신병자인지 기타 등등 아주 많은 것들이 DSM에 따라 좌우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4년 발표한 DSM-4는 잔인했다. 그 이전 편람에 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더욱 엄격하고 보수적인 세 가지 질환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는데, 그것이 바로 자폐증, 주의력 결핍 장애, 소아 양극성 장애였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기준은 자연스럽게 정신병 진단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낳았다. 수많은 아이들이 그 기준에 따라 정신질환자 판정을 받았다. 미국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부 신경정신과 의자와 과학자들이 APA을 두고 ‘정신병을 만드는 곳’이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중필 의원이 말야. 아주 혈안이 됐어. 냄새를 아주 잘 맡는 양반이거든. 단번에 대선 승기를 잡을 이런 찬스를 놓칠 리가 있나. 거기에 베테랑 브로커 오 전무가 붙었어. 이번 선거 해 볼만한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 안 하나.”

  이중필 의원이라면 이번 선거에서 유력한 야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이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으나 그의 대중적 이미지는 보수정당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보수파에 가까웠다. 그를 평소에 특별히 지지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 전무나 길 소장과 같은 실리주의자를 아군으로 소집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의 원칙주의자는 아니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 교수는 그들의 변칙플레이가 정치적으로 노련한 한 수인지에 대한 확신은 도무지 들지 않았다.

 “소장님, 단지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테스트를 만드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전 국민 대상으로 의무화한다니요. 그런 법은 입법할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전례도 없을뿐더러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상대 진영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인권 침해? 자네 지금 인권이라고 했나? 하하하… 선거를 모르고, 대중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대선은 그야말로 대리전이야. 누가 민심을 대표하느냐, 그 싸움인 거거든. 요즘 민심이 어떤 줄 아나? 잡히지 않는 사이코패스의 연쇄살인으로 전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어. 무차별 살인을 하고, 사체를 토막내기까지 하는 괴물이 어디 인간인가? 인권? 이 나라 국민들이 같은 인간을 상대로 공포에 떨고 있는 것 같아?”

 “그건…!”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가 그 괴물의 잔인한 손에 당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나라 전체가 떨고 있는 거라고. 알아듣겠나? 한 박사, 인권이란 건 말이야. 같은 인간에게 주는 인간의 너그러움이거든. 인권은 성폭행당한 죄 없는 어린 아이나 무참히 살해당한 노인, 가족을 허망하게 잃은 피해자 가족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야.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불안에 떨었던 이 나라 국민들의 것이고.”

 “사이코패스도, 그리고 범죄자도 인간이고 국민입니다.”

 “허! 선량한 국민들이 6개월 새 일곱 명이 살해됐어! 이런 시기에 그 괴물의 인권을 들먹여서 일부러 자신의 지지율을 추락시킬 멍청한 대선후보가 있을 것 같나?”

  그의 말대로인지도 몰랐다. 수개월 째 이어지는 자극적인 보도에 이미 대중의 연쇄살인범에 대한 분노와 공포는 극에 달해 있었다.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해당 관할서에 연일 시민들이 몰려들어 불만을 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때를 맞춰 서점에는 사이코패스를 분석하는 심리서적과 이를 소재로 한 자극적인 범죄소설이 판매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보안업체나 가지고 있을 법한 보안용품을 각종 경로로 사 모으고 있었다. 학생들의 하교 시간과 직장인의 귀가 시간도 점점 앞당겨지는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이 사회 전체가 사이코패스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할 만한 시국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확한 정의조차 견해의 논란이 있습니다. 대중들은 쉽게 특정지어 말하고 있지만 정신병리학자들에게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실체가 없는 특정 성향에 불과합니다. 그걸 아는 제가 국민을 대상으로 그런 위험한 사기극 같은 일에 가담하면서까지 연구자로서의 신념을 잃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건 어불성설이고, 그런 정치는 포퓰리즘입니다! 그런 정치적 목적에 제 연구가 이용되게 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결국은 한 교수가 결정해야지, 내가 강요할 수 있나.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입장을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겠고. 하지만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이중필 의원이 어서 뜻을 같이할 연구팀을 꾸리고 싶어 하고, 선거도 코앞이니 말이야. 필요하다면 자네에게 생각할 시간을 조금 더 줄 수도 있어. 나는 당신이 적임자라고 믿고 있고, 어차피 APA(미국 정신 의학 협회)에도 줄을 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니까.”

 “이번 일에 APA까지 관여한다는 겁니까.”

 “그쪽 관계자가 이 의원 진영에 합류할 계획이야. 미국도 수월하게 정권이 바뀌길 원해. 그리고 이번 정책 추진은 애초에 그들의 DSM 개발 취지와도 일맥상통하거든. 어차피 의학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것에는 적극 찬성인 게 미국이니까. 이야기가 잘 돼서 DSM-5(DSM의 최신판) 작성에 참여한 사람이 고문이라도 맡아 준다면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사이코패스 테스트가 탄생할 거야.”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별 말이 없겠습니까. 의협 쪽에서도 민감한 사안이 될 텐데요.”

 “무슨 얼빠진 소릴 하는 거야. 미국에서 DSM 개발한 이후로 가장 재미를 본 게 의사들이고, 제약회사들이야. 지금 미국에서 항정신성 의약품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의사들은 진단과 처방으로 돈을 벌고, 제약회사는 그저 앉아서 매년 500억 이상 벌어들이는 꼴이야. 우리나라 의협에서 반응이 없겠냐고? 왜 없겠어, 두 손 들고 환호하겠지.”

  한 교수도 미국의 놀라운 항정신성 의약품 판매 수치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었다. 이미 미국 인구의 대부분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 항정신병약물에 의존하고 있는 실태다. 그 약들은 이미 미국인의 생활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다. 때문에 DSM 개발에 미 제약회사들의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내 장담하지. 이 정책만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이중필 의원은 선거 역사상 가장 큰 지지율로 당선되는 대선 후보가 될 거야. 그리고 자네와 나는! 이 나라의 새로운 주역이 되는 거야. 이 의미를 알아듣겠나?”

 한 박사는 길 소장의 탐욕스럽게 그러쥔 주먹이 책상을 탕탕 치는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 박사는 마치 철창 안에서 약을 투여당한 모르모트 생쥐처럼 간헐적으로 떨리는 몸을 멈추지 못한 채 힘없이 감싸 안을 수밖에 없었다.

 

 

 #2. 어린 몬스터들의 아지트

 

 “또 뭘 입에 처넣고 있는 거야?”

 “생명.”

 “임산부도 너만큼은 안 먹을 거야.”

 “다가오지 마! 안 줄 거야!”

 지킬의 말에 바비는 자신의 음식에 관심을 보이는 줄 알고 날을 세우며 햄버거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햄버거의 절반이 뭉텅 사라진다. 폭식을 주로 하는 바비는 먹는 방식도 매우 터프해서 도구를 쓰지 않고 손으로 먹는 것을 좋아했다. 인형처럼 예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덕지덕지 음식물이 묻은 지저분한 입가를 닦지도 않고 피자와 햄버거를 흡입하는 모습은 실로 기괴했다. 지킬은 얼굴을 찡그리며 보스가 처음으로 바비를 소개했을 때를 떠올렸다.

  ‘바비’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지킬이 떠올린 것은 몸집이 좋은 흑인 남자애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름이 주는 느낌이 그랬다. 그러나 ‘바비’라는 이름이 전혀 다른 의미에서 잘 어울린다는 것을 처음 그 애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작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가늘고 긴 팔다리, 허리가 유독 부러질 듯 가늘어서 지킬은 그것이 ‘바비’ 인형에서 따온 것임을 그녀를 보자마자 알았다. 정말로 바비 인형이 실제 살아 움직인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바비는 먹는 것에 좀 예민하니까 지킬이 조심해 줘.

 이곳 아이들이 통칭 보스라고 부르는 ‘오림’은 여느 때처럼 신입 몬스터의 주의사항을 가장 먼저 알렸다.

 -뭘 먹을 수 있는데요.

 지킬은 당연히 잘 먹지 않거나 식성이 까다롭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물었던 것인데 오림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뭐든 먹어치우니까 문제야. 한 번 먹을 것에 손대면 말리질 못 하니까.

 -네?

 -그렇게는 안 보이지? 하지만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지킬 네가 더 잘 알잖아?

 지킬은 그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또한 거울에 비친 모습은 온화하고 왜소한 십 대 소년일 뿐이었다. 그 누가 자신의 외양을 보고 몸 안에 있는 괴물의 존재를 눈치 챌 것인가. 오림이 아니었다면. 우리들의 보스가 아니었다면.

 -신입, 잘 지내보자. 난 지킬이라고 부르면 돼.

 -<지킬 앤 하이드>?

 -너, 책을 많이 읽는구나.

 -<지킬 앤 하이드>를 모르는 녀석도 있어?

 사실 지킬은 자신의 이름의 유래가 된 소설을 그 이름이 붙고 난 뒤에야 알았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아마 이 여자애는 꽤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학교생활도 꽤 잘했는지도 모른다. 오림은 평소 늘 교양과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고 멤버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지킬은 그런 것에는 흥미가 없었다. 오림은 이 아이를 처음 보고도 자신에게 보여줬던 그 표정을 했을까. 지킬은 문득 희미한 질투 같은 걸 느꼈다. 과거 오림과의 첫 대면에서 자신이 괴물이 된 상태를 본 오림은 마치 귀한 보석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찬탄하며 이렇게 말했더랬다. “아 과연, 넌 그러니까 지킬이구나.” 하고.

 -지킬. 카드를 따로 한 장 줄 테니 적당히 폭주할 정도로만 식사를 챙겨줘.

 -응, 보스.

 지킬은 식사에 있어서 ‘적당히’라는 것과 ‘폭주’와의 간극을 얼핏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일단 수긍했다.

 -그리고 바비의 옷 취향도 존중해 줘. 바비 여기서는 입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입어도 되니까.

 -그래도 돼? 그럼 지금 당장 갈아입고 올래.

 평범한 티셔츠에 가는 몸매가 드러나는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바비가 옷가방을 들고 안쪽 방으로 사라졌다.

 -좀 화려하거나 노출이 있는 옷을 좋아해.

 -아, 네.

 지킬은 패션에 관심이 없었지만 또 다른 멤버인 ‘메리’도 지독한 패션 센스이니 특별히 신경쓰일 것은 없었다. 기괴한 패션이 하나에서 둘로 늘었을 뿐. 처음에는 꽤 구경거리라고 생각했지만 메리와 알고 지낸지 한 달이 지나자 익숙해져서 그 어떤 파격적인 패션에도 관심을 끄게 되었다.

 -그리고 바비가 없을 때이니 말해두는데.

 -네.

 -바비 앞에서 ‘화타’ 얘기는 자제하는 게 좋아.

 -그와 사이가 안 좋나요?

 -‘화타’는 바비의 친오빠야. 아버지는 다르지만 일단은 엄마가 같으니까.

 -그런데 왜.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 바비는 아무튼 화타가 오빠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니까 말이야. 되도록 화타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일에는 지장이 없을까요?

 -아니 오히려 좋아. 내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이야.

 그의 입장이라는 게 뭔지, 오히려 좋은 조건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지킬은 알지 못했지만 어차피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지킬은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오림이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지킬은 내가 없을 때 조직을 이끌 리더나 마찬가지니까. 메리와 바비를 잘 돌봐주도록 해.

 -네. 아, 그럼 화타를 아지트로 부르는 건 괜찮나요?

 -응. 부르지 않아도 화타는 여기를 자주 찾을 거야. 바비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면 말이지.

 -화타는 바비를 좋아하는군요.

 -그래. 바비는 화타에게 중요하지. 덕분에 화타가 몬스터가 될 수 있었고.

 거기까지 말한 오림은 자신의 용무는 끝났다는 듯이 몇 가지 서류를 챙기고는 아지트를 떠났다. 곧 이어 방으로 사라졌던 바비가 어마어마하게 밑단이 짧고 눈이 부시도록 새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순간, 지킬은 패션이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혼자만 피해자라는 것이 억울해 지킬이 메리가 누워 있던 소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 엄청난 소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메리는 평온한 얼굴을 한 채 몸을 둥글게 만 여우처럼 잠들어 있었다.

 

 메리가 구해진 것은 한 대기업 본사 건물의 계단 난간에서 ‘그 일’을 저지른 후 순찰을 돌던 건물 경비원에게 발견된 직후였다. 제일 처음 경비원이 어둠 속에서 본 것은 계단을 타고 흐르는 끈적하고 비릿한 핏물이었다. 그 흔적을 따라 손전등의 불빛을 비추자 손과 가슴, 얼굴에 온통 피칠갑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 손에는 장도리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것은 이미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곤죽이 된 고깃덩어리였다. 그것은 운 나쁘게도 메리의 발작기에 때마침 주변을 킁킁대며 떠돌고 있던 강아지였다. 메리는 결국 경비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갔지만 도로 시설로 끌려들어가기 전에 경찰서에서 도망쳤고, 잘 곳을 찾아 sns를 검색하던 중 오림을 만날 수 있었다. 메리의 그 특이한 경력은 오림을 꽤나 흡족하게 했다. 무엇보다 메리는 지킬보다도 훨씬 나이가 어렸다. 고작 열 넷이었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학교는 안 다녀요. 그런 게 중요한가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는 것에 조금이라도 눈살을 찌푸린다면 메리는 당장 오림에게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학교를 강요하는 어른은 누구든 딱 질색이었다. 학교에서 배울 만한 것은 조금도 없다는 것이 메리의 생각이었다.

 -아니, 전혀 중요하지 않아.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지.

 오림은 그렇게 말하고는 빙긋이 웃어보였는데 메리는 그의 눈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중요한 게 뭔데요?

 -너의 특별함. 너는 아직 어린데도 아주 특별하니까.

 이상하다거나 기분나쁘다거나 하는 말은 곧잘 들었는데. 저렇게 칭찬하는 얼굴과 ‘특별하다’는 찬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특별한가요?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하던데요?

 -평범한 인간들은 네 특별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거야. 때때로 ‘우리’ 같은 특별함은 약한 존재를 삼켜버리거든. 삼켜지고 싶지 않다는 본능? 약한 존재들의 유일한 생존본능이 그거니까.

 - … ….

 -서서히 이해하면 돼. 우리 쪽으로 오렴. 우리는 너와 같은 ‘몬스터’들을 모집하고 있어.

 -몬스터.

 -응 그래, 몬스터. 이제 너의 특별함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될 거야. 어서 와. 몬스터 클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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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좋은개살구 19-11-08 23:24
 
오~~ 몬스터 클럽의 첫 등장이 아주 흥미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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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센 19-11-12 15:10
 
제가 애정하는 멤버들입니다. 흥미롭게 봐주셔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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