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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돌아온사람들2
작성일 : 19-09-09 10:24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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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5월25일 박찬혁이 연구팀에 들어온 지 1주일이 지났다.

 대정케미컬 빌딩은 판교 테크노벨리의 노른자위에 있었다.

 현대백화점 뒤편에서 유명 게임회사 빌딩과 어깨를 나란히 한 통유리 건물이었다.

 

 12층 소회의실은 전망이 좋았다.

 창가에 서면 테크노벨리의 네모반듯한 단지들과 십자형 도로망이 한 눈에 보였다.

 박찬혁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무들은 더 푸르러졌고 통유리 건물들은 뜨거운 햇살을 튕겨내고 있었다.

 

 “이제 시작해 볼까요?”

 

 박찬혁이 돌아서서 말했다.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거죠?”

 

 정은주가 물었다.

 그녀는 박찬혁이 분석해야 할 임사체험 대상자 중 한 명이었다.

 

 “별 거 없습니다. 제가 묻는 대로 여러분께서 체험하신 일을 얘기해주시면 됩니다. 두서없어도 좋아요. 그냥 기억이 떠오르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씀하세요.”

 

 대정 의료법인은 2년 전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외용 연구 주제는 ‘PTSD가 뇌구조 변화에 끼치는 영향’이었지만, 실제로는 ‘임사체험이 뇌에 끼치는 영향’이었다.

  연구원들은 ‘프시케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프시케는 고대 그리스에서 나비를 뜻하는데, 에로스의 연인이며 영혼을 상징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정그룹 회장이 구상했다.

 처음엔 이런 정신 나간 연구에 참가할 학자가 없었지만 회장의 뜻이라는 게 알려지자 참여 신청자가 구름처럼 늘어났다.

 대정그룹 회장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연구원들 사이에 퍼진 소문에 따르면 임사체험을 했다고 한다.

 

 회장은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그 경험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자, 임사체험을 한 사람의 뇌구조는 변한다고 믿었다.

 코마 상태에서 황홀감, 전생반추(살아온 모든 생을 영화처럼 보는 것), 몰아일체감(절대자와 내가 하나 되는 느낌), 터널로 빨려 들어가는 체험까지 복합적으로 경험한 사람의 삶은 예전과 달라진다.

 임사체험자는 영적인 사람으로 변한다.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매순간 삶의 의미를 생각하며,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간다.

 그는 현실의 재물과 권력에 집착하지 않는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죽음이 다가온 순간에 알려지지 않은 신경전달물질이 쏟아질 수도 있다.

 아니면 강력한 임펄스(전기자극)가 뇌의 특정 부분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회장은 임사체험 뒤의 뇌를 분석하면 우울증이나 각종 불안장애를 고치는 치료법이 개발될 거라고 믿었다.

 

 박찬혁은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임사체험 때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나온다 해도 극미량이다.

 고등동물의 뇌 수백 개를 으깨야 겨우 엔돌핀 몇 마이크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

 

 “저는 위에서 출혈이 터지면서 심정지가 왔어요. 위궤양 때문이죠.”

 

 정은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이었다.

 거물 정치인들이 인터뷰를 자처할 정도로 정치권에서 인기 있었다.

 특히 인터뷰 대상의 속 깊은 얘기를 끄집어내는 친화력으로 유명했다.

 시청자들은 때로는 울먹이고 때로는 책상을 치며 깔깔대는 정은주식 진행에 호응을 보냈다.

 지난겨울부터는 ‘정은주의 뉴스 콘서트’라는 케이블TV 시사 프로그램도 맡았다.

 정치가 요동치던 지난 1년 동안 정은주라는 이름은 웬만한 사람은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정은주의 출혈은 위궤양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음독자살을 기도했다가 위출혈로 입원했다고 연구팀 관계자가 박찬혁에게 귀띔했다.

 자살 이유는 비밀이었다.

 유명 방송인의 자살 기도는 대단한 스캔들이 될 수 있으니 깊이 알 필요 없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수술실에서 체외이탈을 경험했어요. 몸에서 빠져나올 때 갑자기 고통이 사라지며 한없이 행복해졌죠. 저는 수술실 천장으로 붕 떴어요. 형광등 전구 사이에 낀 하루살이 시체까지 선명히 보였죠. 아래에선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의사들이 메스로 내 배속을 헤집었어요. 전 짜증났어요. 다시는 저 빈약한 몸속으로 돌아가기 싫었죠. 그런데 한 의사가 투덜거리는 거예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이 여자는 뭘 한 거야? 하고 말이죠. 전 심한 모욕감을 느껴서 의사를 때리고 싶었어요.”

 

 박찬혁은 정은주의 이야기를 녹음했다.

 박찬혁이 연구팀에서 맡은 일은 그룹이 모아준 임사체험자의 사연을 듣고 분석하는 일이었다.

 한국에도 임사체험자는 예상외로 많았다.

 대정병원 중환자실에서 심정지를 경험한 환자 중 약 40%가 임사체험자로 분류될 수 있었다.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박찬혁은 케네스 링의 주요체험비중 지수와 그레이스 박사의 체험지수를 조합해 점수를 매겼다.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갔는지, 공중에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는지, 황홀한 기분이 들었는지,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갔는지 등을 묻고 체크했다.

 조사 대상 대부분 임사체험자 기준을 넘었다.

 

 “갑자기 별거 중인 남편이 보고 싶었어요. 그 생각을 하자마자 순간 이동을 해서 남편의 원룸으로 갔어요. 남편은 제 어머니와 통화를 끝낸 뒤 핸드폰을 집어 던졌어요. 핸드폰이 벽이 부딪치면서 액정이 박살났죠. 그 장면 이후 저는 사라졌어요. 정확히 말하면 사라진 게 아니라 몸으로 돌아간 거였죠.”

 

 박찬혁이 물었다.

 

 “꿈인가요? 실제 일어난 일인지 확인해 보셨어요?”

 “네. 병실로 찾아온 남편한테 물어봤죠. 깜작 놀라면서 진짜 그렇게 했다더군요.”

 

 정은주는 박찬혁에게 되물었다.

 

 “제가 한 체험은 어떤 의미일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능성이 있죠. 코마 상태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의식이 깨어나기 전에 남편의 이야기를 들었을 지도 모르죠.”

 “아뇨. 남편은 그런 얘기를 한 적 없어요.”

 “저는 듣고 기록할 뿐입니다. 원인을 가려내는 건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박찬혁은 둥근 탁자에 둘러앉은 다른 체험자들을 보았다.

 한 명은 박성훈이라는 40대 중반의 더벅머리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김지현이라는 통통한 고등학생이었다.

 

 “다른 분들도 체험을 얘기해주세요.”

 

 김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학교에서 5층 창문 청소 하다가 발을 헛디뎌서 떨어졌어요. 다행히 나뭇가지에 걸려서 죽진 않았는데 충격 때문에 정신을 잃었어요.”

 

 김지현의 프로필엔 사고 원인이 다르게 기록돼 있었다.

 김지현은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했다.

 화단에 솟아 있는 울창한 은행나무 가지가 그녀를 살렸다.

 

 “나무에 부딪쳐서 정신을 잃은 게 아니라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었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공중에서 바닥이 날 빨아들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위가 깜깜해졌어요. 그러곤 목소리가 들렸어요.”

 “어떤 목소리죠?”

 “친구 목소리였어요. 어서와, 빨리 와 하고 속삭였어요.”

 “같은 반 친구였나요?”

 “아뇨. 다른 반인데 작년에 자살한 친구예요.”

 “왜 자살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왕따를 당했어요. 원래 걔가 친한 그룹이 있었는데 한 애랑 싸웠거든요. 그러곤 내가 친한 애들과 어울렸는데 싸운 애가 자꾸 모함을 했어요. 우리 뒷담화를 막 깠다고요. 저는 아닌 걸 알았지만 다른 애들은 화를 냈어요. 그러곤 두 그룹에서 모두 걔를 따돌렸어요.”

 “친구가 자살할 때 충격을 많이 받았겠네요.”

 “네 제 마음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애였으니까요.”

 “목소리가 들린 뒤 어떻게 됐나요?”

 “그게 끝이에요.”

 “끝이라고요?”

 “네. 그냥 날 간절하게 부르더니 사라져버렸어요. 그러곤 눈을 떴어요.”

 

 김정화는 임사체험으로 분류하기 어려웠다.

 확실한 유체이탈의 느낌도 없고 터널 같은 환영을 보지도 못했다.

 박찬혁은 박성훈을 보았다.

 

 “박성훈씨는 어떤 경험을 했나요?”

 

 박성훈은 뭉툭한 손으로 더벅머리를 쓸어 넘겼다.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보였고 볼이 움푹 팰 정도로 말랐다.

 그는 쌍꺼풀진 큰 눈으로 박찬혁을 노려보았다.

 

 “저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해 두죠.”

 “말씀하고 싶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명상센터 선생님이 가라고 해서요.”

 

 명상센터를 말하며 박성훈은 눈을 깔았다.

 양옆에 앉아 있는 정은주와 김정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혁이 모두에게 물었다.

 

 “다들 똑같은 명상센터를 다니시나 보죠?”

 “네.”

 

 정은주가 짧게 대답했다.

 대정그룹은 임사체험자를 명상센터와 병원 중환자실에서 찾아낼 거라고 박찬혁은 생각했다.

 박찬혁은 체크리스트를 거두고 창밖을 보았다.

 뭉게구름이 유리건물에 비쳐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이 일은 쉬웠지만 지겨웠다.

 똑같은 질문을 하고 퉁명스러운 답변을 받아 점수를 매기는 것 외엔 할 게 없었다.

 대정그룹은 이 단순한 일에 과한 연봉을 약속했다.

 박찬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만 하시죠.”

 

 **

 임사체험자 면담이 끝난 뒤 박찬혁은 건물을 나섰다.

 주차장에 다 왔을 때 누군가 박찬혁을 불렀다.

 정은주였다.

 

 “소꼬리 찜 좋아하세요?”

 “없어서 못 먹습니다.”

 

 정은주가 깔깔 웃었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저 카랑카랑한 웃음소리를 좋아하는 거라고 박찬혁은 생각했다.

 

 “제가 자주 가는 데가 있어요. 괜찮으시면 같이 가죠. 할 얘기도 있고.”

 

 박찬혁은 정은주를 따라 걸어갔다.

 대정케미컬 빌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들의 정원’이라는 음식점이 있었다.

 외부는 한옥 느낌으로 꾸몄지만 내부는 깔끔한 파스타집 같은 분위기였다.

 

 소꼬리찜은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입에 넣기 무섭게 구수한 간장소스의 향을 남기고 목구멍으로 미끄러졌다.

 

 “맛있습니다. 제 주식인 라면보다 훨씬 낫네요.”

 

 정은주가 또 깔깔 웃었다.

 마흔 넘은 나이에도 정은주는 몸짓이 풍부하고 웃음소리가 컸다.

 그녀는 별 것 아닌 농담에도 반응을 크게 하며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려 했다.

 오랜 방송진행자 경험에서 나온 습관이라고 박찬혁은 생각했다.

 

 “정 선생님의 임사체험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정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사체험 뒤의 얘기는 더 재밌을 거예요.”

 “그 뒤에도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상한 게 보여요.”

 “식스 센스 같은 건가요?”

 

 정은주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얘기를 하다가 가끔 상대방의 기억 같은 게 보여요. 어떤 느낌이 쳐들어오는 것 같아요. 텔레파시처럼 상대의 생각이 들려오거나 영상이 떠오르죠. 때로는 냄새나 촉각을 느끼기도 해요. 아까 회의실에서도 연구원님의 기억을 봤어요. 뿔테안경을 쓰고 눈이 큰 여자 대학생이요. 연구원님한테 굉장히 소중한 사람인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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