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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일반/역사
야수
작가 : 유호
작품등록일 : 201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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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비상>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대중문학의 선두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유호 작가의 장편소설.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등 국가 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검은 세력과 한국 정계 고위층의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 차승호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각국 정보기관과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폭력 조직들 간의 대립을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돈과 권력, 정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역사와 국제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한 플롯과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묘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 개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스피디한 전개와 흡인력으로 찾아왔다.

공군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해양경찰, 차가운 이성과 날렵한 몸을 가진 미모의 필드요원, 스마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천재 해커,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여고생. 이들이 펼치는 보이지 않은 거대 권력과의 싸움.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 위조지폐 반입, 다국적 로비스트의 존재, 그들과 손잡은 정계 고위층의 비리 등 한국 사회 이면의 충격적인 치부가 드러난다.

 
제 4 화
작성일 : 16-07-11 15:42     조회 : 717     추천 : 1     분량 : 9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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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복은 언제나 지루함과 긴장감이 기묘하게 공존했다.

 어디가 됐든 지겹도록 한자리에 앉아 오가는 사람 전부를 뚫어져라 노려보노라면 눈꺼풀은 줄기차게 떨려오고 패스트푸드에 지친 뱃속은 종일 비명을 내지른다.

 물론 목표가 나타난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엉덩이를 붙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목표의 손짓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문자 그대로 스토커 노릇, 목표가 나타나기 전에는 자리라도 옮길 수 있지만 일단 목표가 나타나면 움직이는 건 잘해야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게 전부였다.

 언젠가 영화에서 본 뚱뚱한 경찰관의 대사가 제대로 실감이 났다.

 자신의 체중이 불어난 건 순전히 잠복근무 때문이며 따라서 경찰관의 비만은 산재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던 대사였다.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걸렸다.

 ‘말 돼. 후후.’

 커피 잔을 벤치에 내려놓은 그는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면서 다시 눈앞의 연인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의 위치는 연안부두 진입로 초입이고 마법사는 놀이공원 뒷골목, 오지연은 연안부두가 내려다보이는 커피숍 2층에 자리를 잡은 상태인데 벌써 여섯시간째 그림처럼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급기야 추워진다 싶어질 무렵이 되자 귀에 꽂은 무전기에서 오지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팩맨, 상황은?

 “전혀, 비슷한 놈도 없어.”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다. 이미 어두워지는 시간인 데다 사람도 너무 많아서 놈이 나타난다고 해도 알아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순간, 가라앉은 마법사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뒷골목 이면 도로로 대형 승용차 진입, 한 놈이 내려서 연안부두 매표소 쪽으로 간다. 갈색 양복에 짧은 머리, 키는 작다.

 “카피, 내가 간다.”

 천천히 자리를 털고 일어선 그는 남은 커피와 햄버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해안을 따라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하나둘 조명이 켜지기 시작한 상황, 목표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목표는 엉뚱하게도 매표소를 그대로 통과해서 선착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덩치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덩치가 선착장에 내려서자마자 유람선 뒤에서 갑자기 모터보트 한 척이 나타나 선착장에 접안했다.

 보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 덩치는 이어 보트 조타석에 앉은 사내와 몇 마디 주고받은 다음,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목표 육안 확인, 팩맨, 행선지 확인됐나?

 마법사의 질문, 그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받았다.

 “유람선을 타는 게 아니라 모터보트다. 따로 대기시킨 거 같다.”

 -제기랄, 돌발이네. 빌릴 만한 보트 없어?

 “여긴 모터보트 선착장이 아닙니다. 그냥 덮치면 안 됩니까?”

 -이 사람 많은 데서 뭘 덮쳐. 그리고 우린 체포 같은 거 안 해. 제기랄, 모터보트로 갈 만한 거리에 있는 섬이 어디어디지?

 “여긴 서햅니다. 무인도까지 세면 수백 개죠.”

 -젠장, 너 반지 끼고 있지?

 “네.”

 -기회 봐서 그거 그 새끼 주머니에다 넣어.

 “해보죠.”

 그는 전화를 거느라 돌아선 덩치를 슬쩍 확인하고 유람선을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내려오는 10여 명의 승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누구 주머니에 뭘 집어넣는 건 처음 해보지만 입대하기 전에 했던 황당한 짓들을 생각하면 이런 장난은 식은 죽 먹기였다.

 덩치는 승객들에게서 등을 돌린 채, 다시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는 덩치를 스쳐 지나가면서 놈의 점퍼 주머니에다 어렵지 않게 반지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유람선 출입구 바로 앞까지 걸어갔다가 천천히 되짚어 나왔다. 그런데 생각 없이 바다 쪽에 던져놓은 눈길에 낯익은 장면이 잡혔다.

 어디서 많이 본 보트가 수평선 아래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입가에 히죽 웃음이 걸렸다.

 “대기, 따라갈 방법이 있을 것 같다.”

 -해경에 아는 사람 부르려는 거면 그만둬.

 “왜?”

 -이유가 있어. 나중에 설명할게.

 “아냐, 지나가는 보트에 아는 사람이 탄 거 같다. 기다려봐.”

 그는 자연스럽게 선착장 한쪽에 붙어 서서 평소 안면이 있는 해사고등학교 실습 교사 이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원지 바로 옆이 학교고 실습용 보트는 주로 그 친구가 끌고 다녔다.

 지금 눈앞을 가로지른 모터보트의 주인도 십중팔구 같은 사람, 그에게 몇 번 신세를 진 적이 있어서 잘하면 손을 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신호가 가자마자 밝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여! 차 형, 어디야?

 “오랜만이네. 지금 지나가는 보트 이 형이 타고 나온 거 맞지?”

 -어라? 여기 근무지 아니잖아. 월미도 놀러 오셨나?

 “도움이 필요한데 시간 좀 내줄래?”

 -차 형 부탁이면 뭐든 해야지. 무슨 일인데?

 “배 돌려서 유람선 선착장으로 좀 와줘. 사고 칠 것 같은 놈들 따라가는 중인데 이것들이 여기서 모터보트를 탈 거 같아. 해경 보트는 티가 나서 말이야.”

 -오호라, 그거 재밌겠네. 그런데 아이들 위험하지 않을까?

 “멀리서 따라가기만 할 거야. 위험할 일 없어.”

 -오케이, 그럼 잠깐 기다려, 배 돌리지.

 전화를 끊고 멀리 보이는 커피숍 2층에 시선을 던졌다.

 “마님, 들었지?”

 -카피, 내려간다.

 이미 자리를 뜬 오지연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어깨에 큼직한 노트북 가방을 멘 오지연이 길을 건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선착장을 벗어나자 먼저 도착한 오지연이 양손을 팔짱끼면서 씩 웃었다.

 “쓸데가 있긴 하네?”

 어깨를 으쓱해 보인 그는 골목에서 빠져나오는 리명철 일행을 슬쩍 훔쳐보고 돌아섰다.

 다부진 체격의 리명철은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두 놈을 경호원처럼 거느린 채 길을 건너고 있었다.

 10미터쯤 뒤로 느긋하게 핫바를 씹는 마법사가 보였다. 절묘하게 배경에 녹아들어 더도 덜도 아닌 딱 유원지의 취객, 170이 겨우 넘는 작은 키에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사나운 눈매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이는 대충 40대 말이나 50대 초반, 30대부터 현장에서 뛰었다고 가정하면 적게 잡아도 10년 이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마법사에게서는 보통 사람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피로파괴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저 양반 오래됐어?”

 “몰라, 마법사 파일은 내 등급으로도 접근 불가야. 노인네들도 실명을 모를 정도야. 나보다 오래된 건 확실하지.”

 “넌 얼마나 됐는데?”

 “4년. 넌 운이 좋은 거야. 마법사에게 맡겼다는 건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니까.”

 “그런가?”

 “이 바닥에선 전설 같은 사람이야. 잘 따라다니면 오래 살 수 있을 거야.”

 “기억해두지.”

 “농담 아냐.”

 두 사람이 잡담을 주고받는 사이, 선착장 사면을 내려간 리명철은 재빨리 보트에 올라타고 선착장을 빠져나갔다.

 일단 먼바다로 나가는 모양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 셋을 태운 중형 모터보트가 선착장으로 들어왔다.

 “어이! 차 형! 시간 맞췄어?”

 “대충!”

 조타석에서 고함을 지르는 이훈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학생이 던지는 히빙라인(배를 묶는 밧줄)을 앵커에 대충 돌려놓고 배로 뛰어올랐다.

 이어 뒤따라 올라오는 오지연의 손을 잡아주자 이훈이 짧게 휘파람을 불면서 새끼손가락을 펴서 까닥거렸다.

 “휘익!”

 “그런 거 아냐!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마지막으로 마법사가 올라오자 그는 즉시 페인터를 끌어당기면서 머리 위로 손가락을 돌렸다.

 보트는 부드럽게 후진했다가 방향을 바꿔 새카만 수평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라오자마자 조타석으로 올라간 오지연이 재빨리 노트북을 펴면서 방향을 지시했다.

 “11시 방향, 2.8킬로미터.”

 “해리로 말씀해주셔야 되는 거 아닌감요?”

 돌아앉은 오지연의 뒤통수를 훔쳐보며 이훈이 장난스럽게 반문했지만 오지연은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 키보드만 두드렸다.

 이훈의 표정이 뚱해지자 차승호가 조타석 뒤로 다가가 이훈의 어깨를 툭 쳤다.

 “소개는 생략하자고. 이분들 언더커버 경찰관들이야.”

 “어, 그래?”

 이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오지연의 뒤통수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쩝…… 에이, 재미없네. 알았어. 그나저나 그 또라이 제대로 팼다면서? 괜찮아?”

 “젠장, 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갔냐?”

 “괜찮은겨?”

 “괜찮기는, 직서 던질 거야.”

 “헐, 지랄이네.”

 “당분간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이 양반들이 며칠 도와달라고 해서 잠깐 알바하는 거야. 그러니 이 형은 그냥 한쪽 눈 질끈 감아.”

 “흠, 그거야 뭐, 어쨌든 나한테 함 빚진 거야.”

 “알았어. 그만하고 저것들 눈치 못 채게 따라가기나 해.”

 “그건 맡겨두셔, 후후.”

 지루한 달리기는 30분 가까이 이어지다가 작은 섬들이 몰려 있는 승봉도 서쪽 해역에서 끝이 났다.

 오지연이 화면을 확대하며 손을 흔들었다.

 “멈춘 거 같아. 지명 없는 섬이야.”

 “이쪽으로 돌려봐요.”

 오지연이 노트북 화면을 돌려놓자 이훈이 지도를 힐끗 보고는 차승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공경도 같은데? 공경도하고 나란히 있는 바위섬인데 무인도야. 공경도에는 낚시꾼들이 가끔 있지만 하공경도는 그나마도 거의 없어.”

 마법사가 조타석 아래에서 소리를 질렀다.

 “섬 반대쪽으로 접근할 수 있겠소?”

 “저놈들 몰라야겠죠?”

 “그렇습니다.”

 “노트북 덮으라고 하십쇼. 섬이 작아서 빛을 볼 수도 있습니다.”

 오지연이 노트북을 덮자 이훈은 섬을 멀리 우회해서 놈들의 위치를 확인한 뒤, 조용히 섬 반대편으로 배를 댔다.

 놈들의 배가 접안한 지역은 약간의 백사장이 보였지만 반대편은 대부분 절벽이라 접안 자체가 쉽지 않은데도 이훈은 달빛에 의지해서 절묘하게 접안이 가능한 자리를 찾아냈다.

 이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달인급 묘기, 그가 바위 위로 뛰어오르자 먼저 섬에 발을 올린 마법사가 이훈에게 손짓을 했다.

 “위험할지도 모르니 연락할 때까지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하쇼. 잠깐이면 될 거요.”

 “그러죠. 차 형, 조심해.”

 “걱정 마. 연락할게.”

 배가 해안에서 조금 떨어져 나가자 마법사는 눈을 의심할 만큼 날렵한 동작으로 앞장서서 섬을 가로질렀다.

 오로지 달빛에 의지해 위험한 산지를 이동하는데도 놈들이 접안한 백사장까지 300미터가 넘는 거리를 불과 5분 남짓한 시간에 간단하게 주파해버렸다.

 

 ***

 

 리명철은 백사장 끝에 있는 돌 더미에 걸터앉아 멀리 수평선 위로 번지는 빛무리를 노려보았다.

 한국 땅에 발을 디딘 지 만 4년, 만감이 교차했다. 한국으로 건너온 건 확실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자를 손에 넣기 위해 무려 5만 위안 가까운 거금을 허공에 날려버렸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험한 일을 도맡아 불과 2년 만에 흑사회에서 가장 세력이 큰 옌벤파 행동대장 장명신의 오른팔 자리를 꿰어 차고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흑룡강파가 구로동과 가리봉동, 안산 차이나타운을 장악했고 흑사회는 인천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형편이었다.

 다들 중앙 진출을 원하긴 했지만 흑사회는 막강한 세력을 가진 흑룡강파와의 전면전을 감수할 만한 능력도, 배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장명신과 의기투합한 그는 흑사회 7개 파 보스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비밀리에 옌벤에서 데리고 있던 아이들을 대대적으로 밀입국시켰다.

 무슨 짓을 해서든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흔해터졌고 그들에게 살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6개월 가까운 준비 끝에 철저히 훈련된 30명의 특공대를 구성한 두 사람은 쌍십절 밤 흑룡강파 보스들의 모임을 기습적으로 공격, 일거에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이어진 잔당들과의 싸움은 당연히 일방적으로 끝났고 전면전을 승리로 이끈 장명신은 단숨에 전국을 장악한 흑사회의 황태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옌벤파 보스 홍인철과 7개 파 수장들의 합의체 형태로 이루어지는 형편, 주도권은 분명히 장명신과 그에게 있지만 코리안드림의 마지막 단계는 아직 남아 있었다.

 “왔군.”

 껄끄러운 목소리가 그의 상념을 깨뜨렸다. 갈색 머리의 백인, 한국어는 유창했지만 어색한 억양은 확실히 구분이 됐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러시아인이 머리 위로 손가락을 튕기며 다시 말했다.

 “물건은 전부 있을 거야.”

 체격이 큰 러시아인 둘이 허리 높이의 플라스틱 박스를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무게가 상당한 듯 살짝 내려놓는데도 모래가 푹 눌렸다.

 “확인하겠어?”

 러시아인은 박스 뚜껑을 열고 양손으로 박스 안을 가리켰다.

 박스 안에는 러시아 군용 권총 MP-443 그라치 10정과 특수부대용 신형 자동소총 비샤츠 1정이 탄창과 함께 나란히 누워 있었다.

 공장에서 바로 나온 새 물건은 아니지만 상태는 새것이나 다름없었다.

 리명철은 흐릿하게 웃으면서 비샤츠를 꺼내 해변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철걱 소리가 들렸으나 총탄은 발사되지 않았다.

 러시아인이 다시 말했다.

 “실탄은 그라치 열 박스, 비샤츠 다섯 박스, 서비스로 그라치용 소음기 몇 개 같이 넣었어.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고맙군.”“돈은?”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뒤로 내밀었다.

 뒤에 있던 덩치가 들고 있던 가방을 그의 손에 넘기자 가방을 박스 위에 올려놓고 연 다음, 러시아인 앞으로 돌려놓으며 말했다.

 “세어보겠나?”

 “그럴 필요까지야, 돈 때문에 넘기는 물건도 아닌데 맞겠지. 거래 즐거웠어.”

 가방을 챙긴 러시아인이 돌아서자 리명철은 총기들을 박스에 원위치시키고 덩치들에게 손짓을 했다.

 덩치들이 박스를 가져다 보트에 올리는 동안, 러시아인들의 보트는 이미 백사장을 떠나 새카만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밤바람이 매서웠지만 느낌은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지개를 켜려는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응?’

 흠칫 놀라 급히 고개를 돌렸다. 순간, 눈앞에서 번쩍 불똥이 튀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타격, 잇단 명치의 통증에 허리를 굽히다가 안면에 꽂히는 강력한 니킥에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렸다.

 

 널브러진 리명철의 팔다리를 재빨리 케이블 타이로 묶은 차승호는 일어서려다 말고 그냥 놈의 등판 위에 앉아버렸다.

 백사장 끝의 마법사는 이미 나머지 넷을 전부 쓰러뜨리고 손을 털고 있었다.

 그가 본 건 보트에서 뛰어내린 마법사가 마지막으로 남은 한 놈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목을 꺾는 장면이 전부였다.

 문자 그대로 전광석화,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머지 세 놈은 이미 백사장에 처박혀 있었다.

 그가 멍하니 앉아 일어서지 않자 마법사가 고함을 질렀다.

 “이 무거운 똥 덩어리들을 나 혼자 옮기라는 거냐?”

 피식 웃은 그는 재빨리 백사장 끝으로 뛰어가 우선 보트 위에 널브러진 놈을 끌어냈다.

 이어 케이블 타이를 꺼내자 마법사가 목 아래를 긋는 시늉을 했다.

 “필요 없어. 몇십 분은 깨어나지 않을 거다. 일단 그냥 엎어놔.”

 “그러죠.”

 그가 무거운 덩치들을 하나하나 끌어다 리명철 옆에다 엎어놓을 때까지 마법사는 줄기차게 리명철의 뺨을 때렸다.

 그러나 수십 대를 맞을 때까지도 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그가 바닷물을 퍼다 얼굴에 뿌리고 나서야 신음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끄으…….”

 시커먼 스키 모자가 눈앞에 있는데도 팔다리부터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겁을 먹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마법사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양성민이 누가 죽였어?”

 그러나 놈은 눈을 뜨자마자 대뜸 욕설부터 토해냈다.

 “씨발, 너 이 개새끼들 지금 누굴 건드린 건지 알기나 알아? 마누라, 자식새끼까지 모조리 창녀로 만들어주마! 씨발놈아!”

 역시나 뒷골목 쓰레기들의 전매특허인 협박부터 시작이었다.

 마법사는 무표정한 눈빛으로 놈의 독설이 다 끝날 때까지 빤히 놈을 내려다보더니 뒷주머니에서 덩치들이 가지고 있던 칼을 꺼내 놈의 눈앞에 들이댔다.

 “그걸로 찌르시게? 함 찔러봐, 씨발. 그거 뒤집어쓰고 있으면 모를 거 같아? 니들 경찰이야. 사람 못 죽여.”

 마법사는 히죽 웃더니 느닷없이 놈의 허벅지를 푹 찔렀다.

 “크아아아! 이 개자식! 너 미쳤어!?”

 놈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마법사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칼을 뽑아 반대쪽 허벅지를 다시 찍었다.

 “크어…… 왜! 왜 이래! 그만해! 씨발! 그만! 크악!”

 차승호는 마법사의 살벌한 행동에 놀라 한 발 물러서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이건 고문, 거부감이 심했다. 그런데 등 뒤로 다가온 오지연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귓가에다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리도 이런 식은 선호하지 않아. 평소 같으면 이런저런 장난을 쳐서 제풀에 불게 만들겠지만 이번엔 달라. 시간도 없고.”

 “그래도 이건 좀…….”

 “살인을 밥 먹듯 하고 인신매매에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까지 적출하는 놈들이야. 이것들은 인간이 아니라 쓰레기들이라고.”

 “법은 어디 간 거지?”

 “법? 웃기고 있네. 헛소리 치워, 내 친구가 죽었어.”

 그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꿀꺽 말을 삼켰다.

 솔직히 자신도 친구나 동료가 당했다면 무슨 짓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마법사는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더니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칼을 놈의 팔뚝에다 올려놓고 다시 으르렁거렸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꿈치, 무릎관절 순서로 도려내주겠다. 다음은 눈알이야.”

 “씨발, 죽여봐. 흐흐흐.”

 놈은 음산하게 웃었다. 확실히 독종은 독종, 그러나 상대를 보는 눈은 최악이었다.

 마법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놈의 팔에다 퍽 소리가 나게 칼을 박아 넣었다.

 이번엔 팔뚝 아래로 칼끝이 살짝 보일 정도로 깊었다. 거의 관통한 상태, 그런데 다른 상처와 마찬가지로 출혈은 심하지 않았다.

 절묘하게 혈관을 건드리지 않고 찌른 모양이었다.

 “으아아악! 니미! 난 그 새끼 누군지도 몰라! 모른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면서 악을 썼지만 마법사는 칼 손잡이를 누른 채, 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다.

 “양성민이 누가 죽였어.”

 “나…… 난 모르는 일이야. 내가 한 거 아냐.”

 마법사는 사정없이 칼을 비틀었다. 칼을 비틀 때마다 놈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이 연신 터져 나왔지만 대답은 같았다.

 몇 번 더 칼을 비튼 마법사가 음산하게 웃었다.

 “한 번만 더 틀면 동맥이다. 이제 죽는 거야.”

 슬쩍 입꼬리를 올린 마법사가 손잡이에 힘을 주려 하자 놈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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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 13 화 2016 / 7 / 13 705 0 9275   
12 제 12 화 2016 / 7 / 13 870 0 8608   
11 제 11 화 2016 / 7 / 13 767 0 8007   
10 제 10 화 2016 / 7 / 11 759 0 8495   
9 제 9 화 2016 / 7 / 11 684 0 7686   
8 제 8 화 2016 / 7 / 11 655 0 7510   
7 제 7 화 2016 / 7 / 11 619 0 8149   
6 제 6 화 (1) 2016 / 7 / 11 672 0 7843   
5 제 5 화 2016 / 7 / 11 612 0 6927   
4 제 4 화 2016 / 7 / 11 718 1 9106   
3 제 3 화 2016 / 7 / 11 595 0 8241   
2 제 2 화 2016 / 7 / 11 641 1 7929   
1 제 1 화 (1) 2016 / 7 / 11 1189 2 7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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