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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짧은 필름 기억의 현미경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8

한편 한편 짧은 이야기

 
바다 거북이
작성일 : 19-09-08 16:35     조회 : 449     추천 : 0     분량 : 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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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를 구하는 바다 거북이가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었지만 가능하면 육지 짐승들이 적은 곳이 더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추가하자면 급여가 좋고 복지가 좋고 회사 직원들이 정신이 멀쩡한 회사를 다니고 싶었다. 바다 거북은 하루종일 동물원 등지를 돌아다녔지만 생각만큼 그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았다.

 사실 이럴바엔 자연의 바다로 가서 일 자리를 찾는 게 현실적일 지도 몰랐다.

 주변에서는 향수병에 걸린 거 같다고도 했고 배가 불러서 그런 거라고도 했다. 바다 거북은 둘 다 맞는 말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향수병에 걸렸을 지언정 현실이 즐거웠고 배가 불렀다고 해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바다 거북은 늘상 그렇듯이 바다 해변 모래사장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고 있었다.

 [야. 일어나]

 바다 거북은 누군가가 자신의 등껍질을 새차게 걷어차는 충격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 순간 그는 그만 놀라 뒤집어 질 뻔 했다. 자신과 너무나 똑같은 얼굴을 한 바다 거북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바다 거북은 자신이 꿈 속에 있다고 생각해 다시 잠을 청하는 게 나은건지 잠시 망설였다.

 [동물원이 어딘지 알아?]

 그런데 가만히 보니 상대는 입술이 조금 부풀어 있고 한 쪽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얼굴을 그대로 누군가에게 엄청 두둘겨 맞은 거 같았다.

 바다 거북은 가만히 고개를 틀어 모래 사장 끝을 가리켰다. 과연 그곳에는 [동물 주식회사]라는 간판이 큼지막하게

 보였다. 바다 거북은 그가 설마하니 취업준비생인가 싶어 그의 몸통을 재빨리 스캔했다. 얼굴은 그렇다쳐도 껍질이며 앞 다리 뒷 다리가 제대로 있는지 없는지도 살폈다. 그런데 얼굴만이 아니라 몸도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껍질은 누가 낙서를 해놔서 [내 꺼! 건드리지 마]뭐 이런 글씨가 삐툴빼툴 적혀 있고 상처 투성이 앞 다리에는 장신구

 같은 게 감겨 있었다.

 그는 육지 거북이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틀더니 빠른 걸음으로 간판을 향해 움직였다. 그런데 걸음 걸이 역시

 절뚝 절뚝 하고 있었다.

 [잠깐만!]

 바다 거북은 그의 뒷통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가 뒤를 돌아봤다.

 [너 설마 그 상태로 취직 하려는 거야?]

 [왜? 불만있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뭐야? 내 상태가 어때서?]

 [안 좋아 보이는데. 더군다나 지금은 거북이는 더 필요 없을 거야]

 [내 걱정 해주는 거야? 훗. 신경끄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바다 거북은 그의 거친 말투에 기가 차기도 했지만 스스로 가서 깨닫는 게 낫겠다 싶어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사라지는 동안 바다 거북은 모래 사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멍하니 바다만 감상했다.

 

 언제쯤 잠들었는지 몰라도 바다 거북이 눈을 떴을 땐 경마말들이 저녁 운동을 한 뒤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 몇 몇은 심심풀이로 육지 거북을 모래에 파묻고 있었다. 육지 거북은 능숙하게 모래에서 튀어 나와 그들에게 모래를 날렸다. 말들은 놀라기는켜녕 발 짧은 바다 거북의 행동에 그저 귀엽다며 이를 드러내 히히히힝할 뿐이었다.

 [오늘은 어땠어?]

 바다 거북의 말에 크고 검은 말이 고개를 돌리며 갈퀴를 멋있게 흩날렸다.

 [좋았지. 내가 일등이었어. 축하 파티하고 오는 길이야]

 [축하해. 너라면 될 줄 알았어]

 [고마워. 남은 짚풀이 있으니까. 이따 와서 먹고 가]

 [뭐 나한테까지]

 [아냐. 우린 어차피 배불러서 남긴거야. 내일 아침에 청소하느라 없어지기 전에 와서 먹어]

 [그래. 바다에는 가봤어?]

 말이 묻자 바다 거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그렇구나]

 말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부드럽게 제 머리로 바다 거북의 등을 툭툭쳤다.

 [괜찮아. 괜찮아. 우린 네가 이 모래 사장에 있어서 즐거워. 우리는 네가 여기 있어서 좋은 걸]

 바다 거북은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애들은 이 말들 뿐이다. 간혹 산양들도 잘 대해주지만

 산양들은 이렇게 멋있고 늠름한 모양이 아니니까. 말들은 늠름하기가 그지 없고 여유롭다. 육지 거북은 그들 사이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그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눴다.

 

 말들을 따라 그들이 남긴 짚풀을 배터지게 먹고 바다 사장에 돌아오자 바다 거북은 다시금 혼자가 됐다. 바다 거북은 문득 낯에 봤던 그 친구가 떠올랐다. 바다 거북은 할 일도 마땅히 없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해 동물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솔직히 그런 몰꼴로 일을 구하기는 힘들었겠지만 정말 아무거라도 할 의향이 있다면 제 입으로 물어 날라야 한다지만 쓰레기 수거라던지 그런 일도 있긴 있었다. 그러나 입 안에 쓰레기를 물어야 한다는 건 더할나위없이 비 윗생적이고 끔찍한 일이지 않은가. 바다 거북은 그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몰꼴이 딱 그런 일을 하기에 적합해 보일 지라도 말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체라면 누구라도 동감할 것이다. 육지 거북이 그런 생각을 하며

 걷는 사이 간판 앞까지 다다라있었다.

 

 그 곳에는 산양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 거북이 오자 그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줬다. 바다 거북은 왔던 이유도 잠시 잊고 그들 틈에 끼어 앉았다. 동물원에 정문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돈을 내지 않고도 간판 밑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가 있었다.

 산양들은 동물원에 취업을 하는 동물들을 경멸했다. 스스로 감옥에 갇히길 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양들은 그곳에서 얻어터지는 동물들이 있으면 솔선수범해서 그들을 구출해 내기도 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돌맹이를 물어 던지거나 들이 받을 것마냥 제 뿔을 격하게 흔들어댔다.

 그들 중 누군가가 산양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옳은 일은 쉬운 일이 아냐.

 쉬운 일은 음메메메메메.

 동물원에 걸어 들어가는 거야

 음메메메메. 동물원 따위.

 음메메메에. 산양들아 멈추지 말자]

 바다 거북은 그들의 말에 완전히 찬성하지는 않았다.

 바다 거북은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산양들이 동물원을 지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과연 동물원이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저 많은 동물들은 산양들의 말에 동조할까. 동물들이 치욕과 불만을 꾹꾹 눌러 참으며 그 속에 있는 이유는 결국 자신들의 입에 들어가는 당근이며 닭고기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

 단지 바다 거북은 그에 더해 자신은 좀 더 깨어있기 때문에 복지도 생각하고 자신은 돈만을 위해서 일을 하는 낡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시스템은 완전히 바꿀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동물원 내에서 남들이 존경하는 그런 일이었다. 자기 이기주의 적이지만 확실하고 현실적이고 솔직한 생각이라고

 스스로 자위했다. 물론 산양들에게 그런 말은 일절 내뱉지 않았다. 괜히 그들의 뿔에 공격 당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이 간혹 동물원 식량 창고를 습격해 얻어낸 전리품을 나눠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노래를 너무 잘해

 듣고 있기만해도 꽤 힐링이 됐다. 만약 그들이 동물원의 자본주의에 조금만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면 그들은 동물원

 내에서 꽤 좋은 콘서트를 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노래가 끝날 즈음 바다 거북의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쓰레기를 입으로 나르는 무리들 중 조금 전 본 바다 거북이 나타난 것이다. 그 바다 거북은 다른 누구보다 더 큰 쓰레기를 입에 물고 힘겹게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바다 거북은 그만 시선을 돌려 버리고 말았다. 쓰레기를 나르는 일은 바다 거북으로서는 너무나 끔찍한 직업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산양들이 돌아가고 나자 육지 거북은 조용히 언덕을 내려와 동물원 뒷문으로 향했다. 그곳을 향해 출퇴근하는 동물들이 오가는게 보였다. 그 사이로 바다 거북이 터덜터덜 걸어나오고 있었다. 입 언저리가 많이 상했는지 연신 제

 입을 불편한 앞다리로 훔쳐내곤 했다.

 [이봐]

 바다 거북이 그를 불렀다.

 [그 상태로 어딜 가려는 거야?]

 [흣. 씻으러 가야지]

 그는 모래 거북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조금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둘은 한동안 아무말도 없이 나란히 걸었다. 모래 사장에 도착하자 그가 모래 위를 뒹굴기 시작했다. 그러자 제 몸에

 붙은 오물이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바다 거북은 그가 한참동안 모래 목욕을 하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넌 안 해?]

 [난 지저분한 게 없어]

 [그래? 엄청 시원한데]

 [그래. 시원해 보이네]

 바다 거북은 그가 개운해하는 걸 그저 보고만 있었다. 땀을 흘린 것도 없으니 할 필요도 없었고 거의 하루종일 모래

 사장에 뒹굴고 있었어서 별 감흥도 없었다.

 [아! 오랜만에 일을 했어]

 [여기 모래가 피로를 풀기엔 좋지]

 [그런 거 같아. 이제 매일 일 끝나면 여기서 모래 목욕을 해야겠어]

 [그럼 계속 저 일 일을 할 생각이야?]

 [응]

 [저 일이 뭐가 좋아서?]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더라고. 나 같은 거한테는 감사한 일이지. 난 어떤 어선에 잡혀 겨우 죽다 살아났어. 몇 개월을 바다에도 못 돌아가고 어선에 묶여 있었어. 그러다 결국 어선이 난파했고 다시 바다에 돌아갔을 때 내 몰꼴을 보고 동료들이 날 따돌렸어. 내가 너무 눈에 띄고 빨리 헤엄치지도 못했으니 당연한 거지만. 난 바다에 살지만 더이상 바다에선 일하지 못하게 된 거야. 오늘 처음 이 일을 하기 전까지 난 육지에 올라오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어. 난 어선에 잡힌 경험이 그대로 트라우마가 됐어. 그런데 동물원 이야기를 듣게 됐어. 바다에 모두들 동물원을 비아냥 거리고 비난했어. 도대체 누가 그런 자유도 없는 일을 하러 기어 들어가느냐고 말이야. 그때 난 오히려 그게 내 길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혹시라도 거기라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 그리고 결국 난 일을 하게 됐어. 더할나위없는 하루야. 이제 더이상 주변의 무시도 무섭지 않고 어선에 잡힌 것도 끔찍한 기억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하는 그 일은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야. 여기서는 다들 그 일을 무시해]

 바다 거북은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꼈다. 상대와 대화중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제 목을 등껍질 속으로 깊숙히 집어 넣고 안정을 취했을 것이다.

 [그래? 고마워]

 [...뭘 말야?]

 [그건 네가 더 잘 아는 거 아냐? 난 이제 졸려서 가야겠어. 그럼 이만]

 그는 바다 거북의 질문에는 대답없이 바다로 향했다. 바다 거북은 그가 바다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모래 사장은 밤이 되자 기온이 내려가 추워지기 시작했다. 바다 거북은 찬공기에 부랴부랴 모래 속으로 기어 들어가기 사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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