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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잭 앤 블랑 Jack & Blanc
작가 : 힛쥐
작품등록일 : 2019.9.6

갈수록 부패해져만 가는 귀족사회. 상류층은 하류층을 억압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들의 재산이라고만 생각한다.
이런 세상속에서 태어난 두 명의 살인귀. 그들의 이름은 잭과 블랑이라고 한다.

 
2. 두 명의 살인귀 (下)
작성일 : 19-09-07 19:36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7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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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일 비가 내리는 비의 도시, 데일리 레인(Daily Rain).

  도시 외관만 보면 다른 도시들과는 크게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도시이다. 하지만 데일리 레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매일매일 거센 비가 내린다는 점이다.

  원인은 아직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하루종일 내리는 비 덕분에 도시의 지하 깊은 곳에는 엄청나게 큰 수로, 지상에는 비를 모은 후 정화를 시키는 정화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데일리 레인도 언뜻 보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폭우가 내리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결국 왕국마저도 관리를 포기한 곳이다. 덕분에 데일리 레인에는 수많은 범죄조직이 도사리고있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조그마한 건물 내부의 아래쪽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잠시 후, 바닥이 들썩들썩 거리더니 마치 상자의 뚜껑이 열리는 것 처럼 바닥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한 짧은 머리의 남자가 계단을 천천히 올라왔다.

  계단을 다 올라온 남성은 바닥에 놓여있는 '비밀 문'을 천천히 닫은 다음, 건물의 정문에 놓여있는 우산통에서 검은색의 우산을 대충 집어들고는 건물 밖으로 나섰다.

  "아, 젠장. 오늘 폭우가 내리는 날이었나."

  남성은 하늘에서 거세게 내리는 비를 보며 중얼거린 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찰박찰박 소리를 울리며 도시의 거리를 걸었다.

  폭우가 내리는 날은 바닥이 조금 잠기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를 않는다. 남성은 자신의 신발과 양말이 젖어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표정을 한껏 찡그렸다.

  남성은 욕을 내뱉으며 자신의 집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에는 별다른 건물들은 없었고 쓸데없이 높은 벽들만이 미로처럼 놓여있었다.

  왼쪽으로 꺾고, 어떤 곳에서는 오른쪽으로 꺾으며 묵묵히 걸어나갔다. 그렇게 하염없이 미로의 골목길을 나아가던 자신의 앞쪽에서 걸어오는 한 우비를 쓴 사람을 보며 남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걸어다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순간, '작업장'의 사람이라고 생각도 해 보았지만 현재 다른 사람들은 다가오는 납품일때문에 모두 정신없이 일을 하고있는 중이었다.

  그는 그냥 단순히 길을 잘못 들어온 사람이라고 판단하였다. 무시한 채 지나가려고 하는 순간, 남성의 몸이 옆으로 밀리더니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벽에 머리를 강하게 박았다.

  "크허억?!"

  고통이 담긴 소리를 내뱉으며 남성은 한 순간 자신이 당한 짓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자신의 머리를 움켜쥔 손이 자신의 머리를 힘껏 잡은 채 벽으로 힘껏 밀어넣고 있었다. 덕분에 머리에 계속해서 강한 고통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누··· 누구야?!"

  그는 고통속에서도 최대한 큰 소리로 소리쳤다. 눈을 오른쪽으로 모아 자신을 공격한 것이 누구인지 보려고했으나 살짝 뒤쪽에 있어서 상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를 맞는 소리로 누구인지 대강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우비를 쓴 사람이었다.

  "흐응~? 글쎄, 누구일까?"

  "크윽······ 뭐라는거야, 이 미친년이······"

  남성의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놀랍게도 여성의 목소리였다.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밀어넣고 있는 이 정신나간듯한 힘이 정녕 여자의 힘이라는 소리인가.

  남성은 자신을 공격한 정체불명의 여성의 손을 뿌리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몸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를 않았다.

  여성은 발버둥을 치는 남성의 모습을 보며 "흐흥~." 하며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남성은 이제서야 공포심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워······ 원하는 게 뭐야 그럼? 무언가 필요한게 있으니 날 공격한거겠지?"

  "정답. 너가 일하는 곳. '작업장'의 위치가 궁금해. 알려줄래?"

  "뭐?"

  그녀의 요구는 기껏해야 돈 같은걸 생각하고있던 남성의 생각을 걷어차버렸다.

  "으윽··· 다른 작업장의 식구인가······? 내가 함부로 말할 것 같······"

  "어머, 너 지금 사태파악이 잘 안되는 것 같은데······."

  여성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남성의 머리를 붙잡고있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그에 맞추어 남성이 처음 공격당했을 때보다 더 큰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소리가 도시에 울려퍼지는 일은 없었다. 그의 비명은 거세게 내리는 폭우에 묻혀 허공에서 금새 흩어져버렸다.

  "마······ 말할게! 그러니까 힘 좀 풀어줘!"

  "진작 그럴것이지. 힘을 쓰게 만든다니까. 그래서, 위치는 어디지?"

  여성은 오른손에 준 힘을 풀어 그를 고통에서 조금 해방시켜주었다. 남성은 거칠게 숨을 내쉬고는 위치를 말해주기 전 머릿속에서 마지막 갈등을 하였다.

  이 여자의 의도는 대체 뭘까. 납품을 재촉하러 온 사람인가. 아니, 그렇다면 이런 수는 쓰지 않을텐데.

  짧은 순간동안 떠올린 생각들을 한구석에 던져놓고 남성은 천천히 입을 열어 작업장의 위치를 말해주었다.

  "흐음······. 거짓말은 아니겠지?"

  "이 상황에 거짓말을 하겠냐!"

  "아니, 나는 항상 궁금했었거든. 대충 아무렇게나 둘러대고 내가 그쪽으로 갔을때 위치를 말해준 사람은 다른곳으로 도망치면 될 걸······ 굳이 제대로 말해줄 필요가 있나."

  뭐야 이거. 완전 미친녀석이잖아.

  남성은 이 생각을 입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최대한 억눌러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참아냈다. 어쨌든 위치를 말해주었으니 이 고통에서 해방될거라 생각하며 한시라도 빨리 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뭐. 길버트의 정보랑 일치하네. 사실 이미 알고있었어."

  "─?!"

  그는 한순간 자신이 들은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짧은 시간이 지난 후 여성이 한 말의 뜻을 이해한 남성은 다시 몸에 힘을 주어 자신의 분노를 무심코 표출하였다. 물론 몸에 힘을 준다고 해서 여성의 손아귀에서 탈출은 할 수 없었다.

  "알고······ 있었다고······? 뭐야, 그럼 대체 왜 이런짓을 한거야···!"

  "지금 작업장의 일원 중에서 너만 밖에 나와있잖아?"

  몰살해야 하는데.

  여성은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남성은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머리를 잡고있던 여성의 오른손에서 힘이 풀리고있음을 눈치 챈 남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몸에 힘을 주어 여성의 손을 뿌리치고는 허겁지겁 앞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성은 열심히 도망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크게 동요하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그림자만이 이상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자의 형태가 사람의 모습에서 세모모양으로 바뀌기 시작하더니, 반으로 갈라지고는 몸을 일으키듯 공중에 떠올랐다. 형태가 마치 칼날처럼 바뀐 그림자는 여성의 머리 양옆에 멈춰섰다.

  "죽여."

  조용히 내뱉은 그 말에 오른쪽의 그림자가 마치 자아를 가진 듯,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남성은 정신없이 도망치는 와중에 자신과 상대의 거리가 얼마만큼 벌어졌는지, 아니면 이대로 자신을 풀어준거라 쫓아오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그 순간,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웃는 얼굴의 가면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색의 칼날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의 모습이었다.

  그림자의 칼날은 도망치던 남성의 목을 꿰뚫은 후, 그를 향해 날아갈 때보다는 조금 느린 속도로 피를 뚝뚝 흘리면서 천천히 '블랑'의 곁으로 돌아왔다.

  블랑에게 돌아온 그림자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며 그와 동시에 남아있던 반쪽의 그림자와 합쳐진 후,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자, 그럼 가볼까."

  블랑은 저 멀리 쓰러져있는 남성의 시체를 뒤로한 채 골목을 걸어나갔다.

 

 * * *

 

  '작업장'이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한 블랑은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하였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블랑은 문을 열려고 하였지만 안에서 잠긴 문은 쉽게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님이 왔는데 이건 예의가 아니지않나?"

  아까 골목에서처럼 그림자의 형태가 칼날로 변하더니 그대로 철로 만들어진 문을 쉽게 관통하였다. 문에 꽂힌 그림자가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문 안쪽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블랑은 그림자를 회수한 후, 다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손쉽게 문이 열리며 블랑을 맞이하였다.

  "음······ 이건 작업장보다는 그냥 가게잖아."

  블랑의 말대로 건물 안은 그야말로 작업장이라고 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놓여있는 가구는 기껏해야 긴 책상, 소파와 의자, 진열대, 서랍 정도였다.

  우비를 대충 벗어던지자 블랑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순백색 머리와 셔츠, 맨다리가 드러났다. 다만 저번과 다른 점이라면 양쪽으로 묶었던 머리가 이번에는 뒤로 한쪽만 묶은 포니테일의 형태였다. 블랑은 셔츠와 머리를 정리하면서 건물의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무언가 비밀문이 있을 것 같은데······"

  잠시 생각에 잠긴 블랑은 문득 혼자 구분선이 다른 바닥을 발견하였다. 그 바닥의 위로 가 바닥을 두드렸더니 무언가 텅 빈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양편에 손잡이처럼 바닥이 살짝 패어있는 것을 본 블랑은 뒤로 살짝 물러서더니 그림자 칼날을 이용해 바닥을 들춰냈다. 그러자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빙고.

  계단은 생각보다 아래까지 길게 이어져있어 블랑의 위치에서는 곧바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정도였다. 양 옆 벽쪽에는 램프가 벽에 걸려있었는데 이것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해주었다.

  그런 곳을 블랑은 그림자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은 다음에 거리낌없이 곧바로 내려갔다. 블랑의 걸음걸이에는 두려움이나 주저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계단을 다 내려오자 이번에는 짧은 길이의 복도가 블랑을 맞이했다. 복도의 끝쪽에는 나무로 된 문이 있었다. 블랑은 아까와 같은 당당한 걸음으로 문에 다가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문 안에 나타난 풍경은──

  "대단한데? 지하에 이정도의 시설을 다 갖춰놓고."

  "──?!"

  갑자기 들려온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블랑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은 거대한 사각형의 광장을 기준으로 여러개의 방들이 있는 복층 구조였다. 그 광장의 중심에는 여러개의 책상이 놓여있었고 그 책상 위에는 이름모를 풀들, 하얀 가루와 플라스크들이 여럿 놓여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광장을 가로질러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난데없이 나타난, 웃는 얼굴의 가면에 발걸음을 멈추고 집중하였다.

  "누······ 누구···"

  멍하니 블랑을 쳐다보던 사람중 한 명이 순간 찾아온 적막을 깨트렸다. 주변을 둘러보던 블랑은 그 말이 나온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나는······ 뭐라고할까······ 그래, 이런 사람이다."

  블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아를 가진 그림자가 한쌍으로 나뉘어 앞쪽으로 날아가 두명의 목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그림자는 그대로 블랑에게 돌아가지 않고 또다른 목표를 찾아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렇게 시작된 난도질. 그림자 칼날이 정신없이 춤추고 그에 맞춰 사람들의 목이 잠시 하늘에 떴다가 그대로 몸뚱아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뒤늦게 상황파악을 한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하였다.

  "이······ 이능력자!!"

  이능력자.

  이 세계에는 드물게 '이능력'이라는 평범한 인간이 행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태어나고는 한다.

  현재 미친듯이 날라다니며 사람들의 목을 베고있는 블랑의 그림자. 그것이 블랑의 '이능력'이다. 자신의 그림자를 한쌍의 칼로 바꾸어 조종하는 능력.

  블랑은 천천히 발을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사람들의 비명도 더욱 커졌다.

  그 와중에 여섯명의 용감한 사람이 어디선가 챙겨온 검을 들고 블랑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블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빠르게 그림자를 회수한 후, 마구잡이로 난도질을 하였다. 그러자 블랑에게 달려들던 사람들의 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 바닥으로 내팽겨쳐졌다. 한순간 자신의 팔이 떨어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팔쪽에서 피가 솟구치는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소리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 난 이 소리가 너무 좋아. 쓰레기들의 비명소리."

  가만히 멈춰서서 정신없는 비명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블랑은 팔이 떨어진 사내들의 목을 그림자 칼날을 이용해 단숨에 잘라내었다. 그 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블랑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돌아보더니 그림자를 공중에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그에 맞춰 작업장에서 총소리가 울려퍼지고 하나의 총알이 블랑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것을 먼저 눈치챈 블랑은 그야말로 신기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총알의 엄청난 속도와 그것보다는 느리지만 미리 타이밍을 맞춰 휘두른 칼날이 서로 같은 지점에서 만나 총알을 반으로 갈라내었다. 그것을 본, 2층에서 총을 쏜 사람은 그 상황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대드는건가? 이런 발버둥, 싫어하지는 않아. 자, 그럼── 간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유롭게 걷던 블랑이 작업장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학살의 시작이었다.

 

  작업장 안에 있던 인물들을 모두 처리하는데에는 별로 긴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다. 방의 수는 1층과 2층에 있는 방들의 수를 합했을 때 꽤 많은 수의 방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블랑이 들어온 입구 말고는 출구가 없기 때문에 작업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독안에 든 쥐 신세가 되어버렸다.

  피를 뚝뚝 흘리며 블랑에게 천천히 돌아온 한 쌍의 그림자가 서로 합쳐지더니 다시 블랑의 모습을 한 그림자로 바뀌었다. 그림자에 묻어있었던 피는 블랑의 그림자로 돌아가면서 그대로 고스란히 바닥에 스며들었다.

  블랑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죽인 사람의 수는 총합 41명. 작업장에 오기 전에 골목에서 만났던 남성까지 합하면 42명이 되는 셈이다.

  수를 모두 센 블랑은 출입구의 정면에 있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방에 관심을 가졌다. 자신에게서 도망치던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이 방만은 피해서 숨었던 것을 떠올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 앞에 도착한 블랑은 문의 손잡이를 잡기 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 건물 안에 들어오기 전에 문이 잠겨있었던 것을 떠올린 것이리라. 하지만 이 문은 입구의 문과는 다르게 손잡이를 돌리자 손쉽게 문이 열렸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거창한 문구가 적힌것과는 다르게 방 안은 생각보다 별 볼게 없었다. 우선 곧바로 눈에 들어온 것은 하나의 테이블과 그 위에 올려져있는 여러장의 서류. 그것이 전부였다.

  "……이건가?"

  블랑은 고개를 갸웃하며 방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서류들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서류에 쓰여있는 내용을 읽어 내려간다.

  서류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한참을 쳐다보던 블랑은 이내 그 종이가 자신이 찾던것임을 깨닫고 눈빛을 바꾸었다.

  "이게 길버트가 말했던······ 명단, 그건가보네. 이 사람들이 이 작업장에서 마약을 사간 사람들이란거지······."

  작업장이라 불리우던 이곳의 실체는 다름아닌 '마약을 만드는 곳'이었다. 최근 귀족들 사이에서 한 마약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 마약의 판매처가 바로 이곳이다.

  블랑은 '길버트'라는 사내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아주 뭐같은 약이지. 그 약을 먹거나 주입되면 그 사람은 '광전사'라도 된 것 마냥 미친듯이 싸우기 시작해. 귀족녀석들은 '투기장'이란 곳을 만들어놓고는 이 약을 자신들의 노예에게 써서 싸움을 붙여 누가 이기는지 배팅을 한다고 하더군.』

  그 말을 떠올린 블랑은 웃는 얼굴의 가면 안에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 얼굴에 담긴 블랑의 감정은 분노, 혐오감이었다.

  "역겨운 녀석들."

  블랑은 서류를 근처에 놓여있던 화일에 대충 꽂아넣고는 방에서 나왔다.

  정적과 비릿한 피냄새가 맴도는 광장을 뒤로한 채 작업장의 출입문을 굳게 닫았다.

  작업장을 초토화시켜버린 블랑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길버트가 언급한 '투기장'이란 곳과 이 서류에 적힌 귀족놈들의 처리. 하지만 블랑은 쓰레기들의 청소라면 아랑곳하지않고 기꺼이 이 일을 행할것이다.

  그렇게 블랑은 홀로 데일리 레인의 비를 맞으며 자신이 살고있는 도시, '문 라이트'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첨벙첨벙, 빗물때문에 조금 잠긴 도시의 바닥을 강하게 밟으며 길을 걸었지만, 거세게 내리는 폭우 소리에 금방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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