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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몬스터클럽
작가 : 쇼센
작품등록일 : 2019.9.5

대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뇌신경정신과학자 데이빗 한 박사는 연구소 소장으로부터 뇌스캔을 통한 잠정적 사이코패스 범죄용의자 테스트(몬스터 테스트)의 개발을 종용받는다. 마침 그때 한 프로파일러가 사이코패스테스트의 의무실시를 주장해 대중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야당 대선후보 이중필은 이러한 분위기를 활용해 ‘몬스터 감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표심을 얻기 시작한다.

한 편 데이빗 한의 장남이자 천재 사이코패스 고등학생인 한명석은 여당 대선후보와 결탁해 전략적으로 소년범죄를 저지르는 <몬스터 클럽>을 비밀리에 조직하고, 군중의 세뇌에 효과가 있는 약물 ‘마리오네트’를 은밀히 유포하는데, 사건성을 의심한 한수형 경위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프롤로그 - 어린 괴물과의 조우
작성일 : 19-09-05 18:46     조회 : 467     추천 : 4     분량 : 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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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서 교수는 오전부터 길게 이어진 예약 대기 상담 아동들의 목록을 눈으로 빠르게 훑었다. 한국에서 흔히 영재테스트라고 부르는 웩슬러 지능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나라에 이렇게 영재가 줄줄이 많을 리는 없었다. 대부분은 평범한 자신의 아이가 혹여 영재가 아닌지 하는 부모의 헛된 기대이거나, 영재가 되기 위해 무엇을 더 지원해줘야 하는지를 알고 싶은 부모들의 과도한 학구열이 그 배경이었다.

 서 교수는 KAGE 영재교육학술원에서 벌써 여러 해 근무하고 있었지만 ‘영재’니, ‘천재’니 하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런 말이 남발되는 현실이 유쾌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단순히 지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로 남다르게 탁월한 인간이 존재한다. 서 교수는 마치 인간 위에 군림하는 듯한 ‘또 다른 인간’이 매우 드물지만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 자신이 어린 아이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그날의 느낌은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것은 7년 전 영재교육학술원에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던 때의 일이었다. 만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누구와도 달랐고, 강렬했다. 처음으로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한 기이한 느낌이었고, 피할 수 없는 인력과 강력한 척력이 눈앞의 상대를 향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을 느꼈다. 놀람과 경탄, 두려움과 불안이 복잡하게 섞여들었다. 상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린 소년이었고, 당시 겨우 키가 성인의 허리께에 불과했다. 6살, 만 나이로는 고작 5살이었던 소년의 이름은 한명석이었다.

  그날도 영재교육학술원에는 어린 아이들이 로비부터 대기복도에 이르기까지 북적거렸다. 유아동 대상의 영재테스트로 잘 알려진 웩슬러 지능검사를 실시하면서 일찍이 이곳은 국내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대개 5~7살 무렵의 아이들이 엄마손을 잡고 이 곳을 방문했다. 그보다 머리가 큰 아이들이라고 해봤자 기껏 초등학교 2, 3학년 정도였다. 아이의 연령이나 분위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아이를 동반해 이곳을 방문한 부모들의 표정은 대부분 하나같았다. 알 수 없는 기대감과 자신감에 상기된 그 얼굴은 서 교수의 눈에는 마치 복권 한 장 들고 당첨을 기다리는 것처럼 한심해 보였다. 그런데 그날, 그 아이와 아버지만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에 서 교수는 그들을 상담 전부터 기억하고 있었다.

  종알거리는 아이들과 자녀를 단속하는 부모의 꾸지람으로 시끌벅적한 로비 복도에서 마치 홀로 정지화면처럼 고요한 사내아이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아이의 이름이 바로 한명석이었다. 아이는 6살 나이답지 않게 침착했고 제법 어른스러웠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아이의 아버지는 서 교수 눈에 어딘가 낯이 익었는데 독특한 것은 담임선생님의 호출을 받고 끌려온 학부모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보다 오히려 아버지인 그가 오고 싶지 않은 곳에 억지로 끌려와 있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해서 더욱 서 교수의 흥미를 끌었다.

 웩슬러검사는 정규 교육기관에서 요구하는 의무검사도 아니었고, 유료검사이기 때문에 굳이 부담이 된다면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였다. 적어도 그 아버지의 표정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하는 그 어떤 기대나 설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 교수는 뭔가에 이끌리듯 아이에게 다가갔다. 몇 걸음 다가서자 아이가 얌전히 무릎위에 세워서 읽고 있던 책의 표지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타이틀이 영어로 적힌 책 표지는 삽화가 화려한 걸로 보아 외국 동화책의 원서인 듯 했다. 아이는 영재교육을 받는 다른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거나, 중간 중간 알은 체를 하는 식으로 영문 글을 읽는 티를 굳이 내지 않았다. 하지만 서 교수는 멀찍이서도 그 아이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빠르게 자간을 훑어내리는 서늘한 눈초리. 책이 흥미로운지 따분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이의 책장은 일정한 속도로 넘어가고 있었다. 주변의 소음이나 서교수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은 채 내리꽂힌 소년의 시선은 인형처럼 단정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서늘하게 느껴졌다.

 아이는 자신의 차례가 되어 검사실에 들어왔을 때도, 서 교수와 상담을 진행할 때에도, 자신이 테스트를 당하고 있다는 감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검사에 임하는 태도는 성실했고, 답을 체크하는 손이 빠르고 정확했지만 어딘가 결과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였다. 아이는 버겁게 느껴질 만한 수많은 문항에 주저 없이 답했다. 그리고 서 교수는 그 무감각한 아이의 묘하게 이질적이었던 검사 태도의 성실함을 테스트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이가 서 교수를 향해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어왔던 것이다.

 “이런 문제들로 저에 대해서 뭘 알게 되는 건가요?”

 서 교수는 순간 놀라서 아이를 쳐다봤다. 아이는 궁금하다기보다는 흥미롭다는 얼굴이었다. 시험당하는 자의 얼굴이 아니라 시험하는 자의 얼굴이었다.

 “네가 무엇에 뛰어나고,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되지.”

 서 교수의 대답에 아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아저씬 재미있는 일을 하시네요.”

 “그래 보여?”

 “하지만 저라면 문제는 이렇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그럼 어떻게 만들 건데?”

 “답이 없게 만들어야죠. 답이 없는 문제를 주면 그 누구도 답을 모르니까 각자 답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잖아요? 정해진 답은 가짜에요. 답이 정해져 있는 이상 누군가는 일부러 답을 알고서 틀리게 쓸 가능성이 있으니까.”

 “너는…… 똑똑하구나.”

 서 교수는 ‘너는 그럼 방금 일부러 틀린 답을 한 거니?’하고 물으려다가 말았다. 서 교수가 한 감탄의 말에 아이는 기쁘다기보다는 왜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 교수는 방금 자신이 내뱉은 ‘똑똑하다’는 말에 이질감을 느꼈다. 이게 단지 ‘똑똑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일까. 영민하다? 영특하다? 교활하다? 어떤 말도 눈앞의 아이에겐 들어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때 퍼뜩 떠오르는 단어는 ‘괴물’. 이 아이의 영민함은 어딘가 정상적 범주를 초월해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섬뜩함이 있었다. 어른스럽지만 어른도 아니고 순진한 어린애는 더더욱 아닌 것 같은 느낌. 애초에 이 아이는 인간다운 감정이 결여된 듯한 서늘함이 있었다. 수많은 어린아이들을 보아온 서 교수는 이 처음 느낀 섬뜻한 이물감에 자연스레 ‘괴물’이란 말을 떠올렸다.

 “……끝났나요?”

 서 교수는 그제야 조용히 뒤쪽에서 테스트가 끝나기를 기다린 아버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소년의 아버지는 역시 어딘가 낯이 익었다.

 “저 혹시 전에 어디선가 뵌 적이 있던가요?”

 소년의 아버지가 미간을 모으며 서 교수를 응시하다가 자신의 상의 안쪽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그랬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죄송하지만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요. 데이빗 한입니다.”

 그의 명함을 받아든 서 교수는 그제야 왜 그가 낯이 익었는지 깨달았다. 데이빗 한. 그는 국내에서 잘 알려진 뇌과학자였고, 서 교수는 그의 책을 몇 권 가지고 있었다.

 “데이빗 한 박사님이시군요. 박사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 뵙지만 뉴스나 잡지에서 박사님 사진을 여러 번 봐서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아드님이 아주 똑똑하더군요.”

 아들을 칭찬하자 데이빗 한 박사는 별 말을 안 했으나 처음으로 얼굴에 환한 웃음기가 어렸다. 아마 아들을 퍽 아끼는 모양이었다.

 “자랑스러우시겠어요.”

 “네. 이런 검사는 그다지 신용하지 않지만 본인이 꼭 와 보고 싶다고 해서요.”

 “이 아이가 말입니까?”

 “네. 그렇지 않으면 저는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아이가 궁금증이 풀렸다면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왜 테스트를 받아보고 싶어 했을까요?”

 “글쎄요. 그냥 이 곳에 와보고 싶다고 했으니까요.”

 서 교수는 아이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지만 아이는 이미 멀찍이 떨어진 의자에 앉아 아까 읽던 책을 펴고 독서에 빠져들어 있었다.

 “명석아, 가자.”

 이름이 불리자 아이는 얌전히 읽던 책을 덮고 일어났다. 역시 다시 봐도 단정하게 잘 생긴 평범한 소년이었다. 왜 이 소년을 두고 ‘괴물’같다고 느꼈던 걸까. 서 교수는 아이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아이는 나지막이 무슨 말을 내뱉고는 돌아섰다. 서 교수는 아이가 한 말을 잘 못 들은 건가 순간 생각했다. 그건 여섯 살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고도, 또 어린 아이가 교수인 자신에게 했다고도 믿기 힘든 한 단어였다.

 - 머저리.

 아이는 분명 돌아서기 직전 자신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머저리.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말한 걸까. 누군가 이 어린 아이에게 나쁜 말을 알려준 걸까. 그런데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소름이 끼쳤다. 그 아이는 정말 ‘괴물’일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그 엄청난 일이 과연 좋은 일일까. 아버지를 닮았다면 해당 분야에 이름을 남길 만한 저명한 학자가 될 수 있겠지만, 만약 그 반대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서 교수는 식어버린 머그잔의 커피를 홀짝이며 가슴속에 퍼져가는 기분 나쁜 술렁거림을 애써 잠재웠다. 그리고 이 때의 서 교수는 이 ‘괴물’을 만났을 때의 그 강렬했던 이질감을 그냥 일상 속에 흘려버리고 만 것을 나중에 크게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작가의 말
 

 첫 연재를 시작한 쇼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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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박사 19-10-05 13:51
 
오... 잼있겠어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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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센 19-10-08 23:11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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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좋은개살구 19-10-06 23:50
 
설정이 재미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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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센 19-10-08 23:12
 
재미있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ㅠ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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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e808 19-11-16 18:46
 
쇼센님~ 마이붐 11회듣고 읽어보려왔는데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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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센 19-11-17 00:08
 
앗, 이분은!!!ㅠㅠ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ㅠ 부끄럽지만 열심히 쓴 글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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