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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 프로젝트
작가 : 히타히타
작품등록일 : 2019.9.2

죽음 너머의 세계에 다가가려는 사람들

 
이상한 죽음4
작성일 : 19-09-05 10:18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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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만에 편성혜가 대답했다.

 이 형사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유리벽 너머 뿌연 형광등과 흰 벽에 달린 CCTV가 보였다.

 

 청소년기 내내 이 형사는 근본 없는 인생이니까 되는대로 살자고 스스로를 유혹했다.

 담임의 연락을 받은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박카스 상자를 들고 교무실을 찾아왔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돌아갔다.

 할머니가 죽은 뒤에야 이 형사는 마음을 잡았다.

 할머니의 영정을 혼자 지킬 때 온몸을 저미던 외로움과 후회를 이 형사는 잊지 못했다.

 

 “근본 없는 인생이면 죽어도 되나?”

 “죽는 게 별 건가요? 그냥 육체를 버리는 거죠.”

 “죽는 건 별 거야.”

 

 편성혜는 한숨을 쉬었다.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형사님은 이해 못 하실 거예요.”

 

 이 형사는 등받이에서 어깨를 떼고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혹시 친구를 죽인 게 태양 레지던스 사건과 관련이 있나?”

 

 편성혜가 눈을 치켜떴다. 비 오던 그날 밤처럼 편성혜는 어깨와 손을 떨었다.

 

 “그렇지? 관련이 있지?”

 

 편성혜가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지?”

 “대학 심리상담 연구소에서 알바를 했어요. 상담자들 자료를 정리하는 일인데 거기 연구원님이랑 친해졌어요. 그날이 제 생일날인데 축하해줄 친구가 없다고 하니까 연구원님이 여자친구가 사는 레지던스로 데려가서 생일 파티를 해줬어요. 케이크도 먹고 샴페인도 마시고 재밌었어요. 셋 다 샴페인을 많이 마셔서 잠이 들었죠. 그 이후부턴 기억이 잘 안나요. 연기에 숨이 막혀 깼다가 다시 정신을 잃었어요. 깨어나 보니 병원에서 호흡기를 쓰고 있었어요. 우리 방이 복도 제일 끝에 있어서 구조가 늦었대요. 소방관들이 심폐소생술을 해줬다고 들었어요.”

 “그게 다야?”

 “네.”

 

 편성혜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 형사는 편성혜를 노려보며 마이크에 입을 대고 천천히 말했다.

 

 “편성혜씨. 잘 들어. 당신은 아주 오래 여기 있어야 돼. 그 고운 피부에 주름이 지고 뱃살이 늘어질 때까지 여기 박혀 있을 거야. 생각이 점점 단순해지다가 결국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고 저 천장에 붙어 있는 거미처럼 살게 돼. 그때쯤엔 죽음이 육체를 버리는 거라는 둥 하는 흰소리도 못할 거야. 그게 운명이겠지. 근데 할머니는? 할머니는 무슨 죄가 있어서 동네 사람들 손가락질 받으며 괴로워하다 죽어야 하지? 할머니를 위해서 대답해.”

 “무슨 대답이요?”“그날 사건에 대해 얘기하지 않은 다른 게 있지?”

 

 편성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날 사건 때문에 죽음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예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기도 하고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성혜씨는 친구를 그렇게 잔인하게 찌를 사람이 아닌 것 같아.”

 

 편성혜가 눈을 감았다.

 

 “죽음은 육체를 버리는 거예요. 종교가 있다면 그게 제 종교에요. 저만의 종교.”

 “쓸데없는 소리.”

 “산다는 건 망망대해에서 뗏목을 타고 떠도는 것과 같아요. 언제 풍랑이 닥쳐 빠져죽을지 몰라요.”

 “그런 건 모르겠고 사람은 살아야 돼.”

 “형사님. 만약 죽음 뒤에 아무 것도 없다면 말이에요. 영겁의 세월동안 그냥 아무 것도 아니라면, 이 짧은 인생을 더 짧게 살든 길게 살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무튼 살아야 돼.”

 “어릴 때부터 그게 궁금했어요. 그 질문이 저를 괴롭혔어요.”

 “죽음 이후가?”“뭐 그런 거죠.”

 “할머니 말로는 혼자 방에서 주문을 외고 그랬다던데.”

 “그냥 저 혼자 수련을 해본 것뿐이에요. 책에 나온 대로 요가 수련도 해보고 명상법도 훈련해보고. 제 육체와 영혼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결론은 모르겠다였죠.”

 “혼자 죽으면 되지 집단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뭐야?”

 “육체를 버린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예를 들어... 한 달 뒤에 관광버스가 벼랑에서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세요. 미친 사람이 운전대를 잡아 돌려서 그렇게 됐다고 해 보자고요. 그럼 그 안에 탄 사람들은 뭘까요? 그냥 다 사라진 걸까요? 아니에요. 인연 한 자락 얽히지 않던 사람들이 한 날 한 시에 죽었어요. 함께 육체를 버린 뒤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 거예요.”

 “새로운 인연? 죽은 뒤엔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영혼의 교감이 있어요.”

 

 이 형사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친 소리 좀 그만 해! 넌 뭔가를 감추려고 엉뚱한 소리만 있어. 털어놓을 게 있으면 털어 놔. 그래야 도와줄 수 있어.”

 

 편성혜는 고개를 저었다.

 

 “전 다 털어놨어요.”

 

 이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끝이군.”

 

 찌르르, 면회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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