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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영안(靈眼) - 숨겨진 역사
작가 : 리진
작품등록일 : 2019.9.4

세조를 암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무리에 맞서 그들의 계획을 파헤치는 영안(귀신을 보는 눈)의 주인공과 남이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대체역사
집안의 저주로 영안을 갖게 된 박윤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나서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운명의 상대인 귀신 명선을 만난다. 하지만 명선이 가진 극음의 기운을 탐내는 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위협하고, 위험에 빠진 그들 앞에 궐에서 파견나온 남이가 나타난다.

 
집을 나서다
작성일 : 19-09-05 00:12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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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박윤은 개운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이렇게 마음 편히 푹 자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기분 좋다.’

 박윤은 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자유로운 기분에 흐뭇한 반면, 자신이 겪고 있는 가혹한 일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가 뒤엉켜 마음이 복잡했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자 문득 울음이 복받쳤다.

 그가 한참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밖에서 하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기침하셨으면 사랑방으로 건너오시라는 대감마님의 분부가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박윤은 서둘러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방문을 나섰다.

 이렇게 제 발로 방문을 나서본 것도 꽤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님, 소자 윤입니다.”

 “어서 들어 오너라.”

 박윤이 사랑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버지와 함께 처음 보는 스님 한 분이 앉아 있었다.

 “이 분은 네 친척 할아버님 되시는 분이다. 인사 올리거라.”

 박윤이 스님을 향해 허리를 숙이자 박희룡이 재차 말을 이었다.

 “너는 조반을 마치는 대로 이분을 따라나서거라. 이분께서 네 병을 고치는 데에 도움을 주실 것이다.”

 “아버님, 그 말씀은… 집을 떠나라는 말씀이십니까?”

 박윤이 놀라 묻자 스님이 대신 대답했다.

 “너더러 출가하라는 것이 아니다. 네 몸에 깃든 병은 여기서는 치료할 수 없으니 당분간 내 암자로 가서 상태를 호전시킬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이후 몸 상태가 좋아진다면 곧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하지만… 정말 이 병이 고쳐질 수 있는 것입니까?”

 박윤의 물음에 두 사람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노력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날 아침, 박윤은 간단한 짐을 챙겨 스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어머니는 차마 그를 보낼 수가 없어 동구 밖까지 뒤를 따라왔다.

 “어머니, 소자 이제 정말 가보겠습니다. 반드시 병을 고치고 돌아올 테니 그동안 몸 건강히 지내셔야 합니다.”

 “아이고 윤아, 어쩌다 네가 이런 일을 겪는단 말이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좀처럼 그의 손을 놓지 못했다.

 이윽고 그녀는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그의 손에 꼭 쥐여주었다.

 “노자를 좀 챙겨 넣었으니 가지고 가거라. 절대 약한 마음을 가지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이 어미가 항상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알겠습니다, 어머니.”

 박윤은 그녀의 손을 놓고는 스님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어머니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

 

 길을 가는 내내 스님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주는 불편함을 이기지 못한 박윤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스님.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입니까?”

 “청계산에 있는 암자로 간다.”

 “그렇군요. 청계산의 어느 암자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곳은 나 홀로 기거하는 곳이라 특별한 이름도 없다. 사람의 발길 또 한 거의 닿지 않는 곳이니 당분간은 우리 두 사람 외에 다른 이와 마주칠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 예…”

 박윤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누군지도 잘 모르는 스님과 단둘이 지낼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해도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가 이 스님을 친척 할아버지라고 소개한 것이 생각났다.

 “스님, 제가 앞으로 스님을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저희 집안 어른이라고 하셨으니…”

 “난 출가한 몸이니 속세에서의 호칭을 따를 필요 없다. 그저 대현 스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알겠습니다, 대현 스님. 저 그런데…”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구나.”

 “예?”

 “산을 오른 후에 하나하나 설명해 줄 것이니 지금은 잠자코 따르거라.”

 “…”

 박윤은 머쓱해져 입을 다물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말없이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박윤은 잠자코 걷기만 하려니 자꾸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은 산으로 접어들고부터 더욱 심해졌다.

 스님은 계속해서 특별한 길도 없는 험한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 길이 맞기는 한 것인가? 별다른 표식도 없는데 스님은 어떻게 길을 찾으시는 거지?’

 박윤은 이미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주변은 온통 비슷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워낙에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어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는데도 사방이 어둑어둑할 지경이었다.

 ‘스님 발걸음은 또 왜 이렇게 빠른 것인가.’

 이 와중에 스님은 마치 평지를 걷는 듯 숨소리 한 번 거칠어지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험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박윤은 스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변을 살필 틈도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리를 움직여야 했다.

 ‘이젠 모르겠다. 산세가 이리 깊고 외지니, 혹여 스님이 귀신이나 호랑이가 둔갑한 것이라고 하면 난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먹히고 말겠구나.’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박윤이 스님의 정체마저 의심하기 시작할 때쯤, 저 멀리 작은 집 한 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작고 볼품없었다.

 ‘이런 곳에 웬 오두막인가? 사냥꾼들이 잠시 쉬어가려고 만들어 놓은 건가?’

 그런데 스님은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박윤은 설마 했으나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설마 이곳이 말씀하신 암자는 아니지요?”

 “왜 아니겠느냐.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었을 테니 어서 들어와 앉거라.”

 ‘아…’

 박윤은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하지만 애쓴 보람이 없었는지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꽤 실망한 모양이로구나. 나 혼자 지내는 곳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설마 이런 깊은 산 속에 기와집이라도 지어놓고 사는 줄 알았느냐?”

 “아닙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여긴 방도 하나뿐이다. 다행히 이불은 여분이 있으니 걱정 말거라.”

 “…”

 박윤은 자신의 처지가 하도 처량하게 생각되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

 곧 과거도 치를 생각에 학문도 열심히 익혔었다. 급제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난데없이 찾아온 빌어먹을 운명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박윤의 어깨에 스님이 가만히 손을 올렸다.

 흠칫하여 고개를 든 박윤은 스님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뜻밖에 스님의 표정은 따뜻했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병을 이겨낸다면 곧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 병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아버님은 숨기려 하셨지만, 집안 어른 중에서도 이런 증상을 보이신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귀신이 들려 제 명대로 살지 못하셨다지요.”

 “그럼 넌 네 아버지가 널 버렸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박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라고 했을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의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겨 멀리 안 보이는 곳으로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고개를 들이밀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수차례 마음을 다잡았지만, 의심은 뿌리 깊은 잡초처럼 자꾸만 솟아올랐다.

 그럴 때면 그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네 아버지는 절대로 널 포기할 수 없어서 나에게 보낸 것이다.”

 “…”

 “넌 내가 왜 출가했다고 생각하느냐?”

 다소 엉뚱한 스님의 물음에 박윤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스님의 붉은 입술과 기묘할 정도로 반짝이는 두 눈이 보였다.

 박윤은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혹시 스님께서도 저와 같은 증상을 앓으셨습니까?”

 “그래. 나 또한 너와 같았으나 지금은 이렇게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다.”

 스님의 말에 박윤은 희망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잠시나마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다 스님이 몸을 살펴준 덕분이었다.

 스님이라면 병을 이겨낼 방법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은 이 병을 고칠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난 네 증상이 발작하지 않도록 잠시 억눌러줄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은 너 스스로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방도를 일러 주십시오.”

 “우선은 잡귀가 쉽게 들러붙지 못하도록 몸과 마음을 굳세게 단련해야 한다. 그렇게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 네가 가진 업보를 풀어낼 기회가 생길 것이다.”

 “업보라니요? 그게 무엇인지요?”

 “그건 네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네가 업보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는 예전처럼 고통받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스님의 뜬구름 잡는 듯한 말에 박윤은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어떤 업보가 있다는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손을 이리 내 보아라.”

 박윤이 잠자코 오른손을 내밀자 스님은 그 손을 쥐고는 한참을 자세히 살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네 운명에는 한 명의 여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여인이 너를 구원해 줄지, 혹은 파멸시킬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네가 그녀를 만나게 되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인이라고요?”

 뜬금없는 스님의 말에 박윤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럼 그 여인을 만날 때까지 이곳에서 수련하고 있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는 이런 곳에 처박혀 있으면서 어떻게 여인을 만난단 말인가.’

 박윤은 황당한 생각이 들었으나 스님이 그렇다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날 밤, 스님과 함께 잠자리에 누운 박윤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였다.

 말똥말똥 눈을 뜨고 누워있자니 별별 잡생각이 다 들었다.

 ‘어머니는 어찌하고 계실까.’

 헤어진 그 자리에 서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났다.

 문득 가슴 속에서 어머니가 주신 주머니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박윤은 그제야 마음이 좀 진정되었다.

 ‘어머니께서 괜한 신경을 쓰셨구나. 이런 곳에서 돈 쓸 일이 뭐가 있을까?’

 박윤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스님이 보지 못하게 돌아누워 슬쩍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돈 꾸러미와 함께 작은 은장도가 하나 들어있었다.

 박윤도 익히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이것은 어머니께서 항상 몸에 지니고 계시던 은장도로구나. 처음 시집오셨을 때 할머님께서 주신 물건이라고 들었는데.’

 박윤은 그것이 어머니를 느낄 수 있는 부적처럼 생각되어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는 주머니를 다시 품속에 고이 간직한 후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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