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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영안(靈眼) - 숨겨진 역사
작가 : 리진
작품등록일 : 2019.9.4

세조를 암살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무리에 맞서 그들의 계획을 파헤치는 영안(귀신을 보는 눈)의 주인공과 남이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대체역사
집안의 저주로 영안을 갖게 된 박윤은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나서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운명의 상대인 귀신 명선을 만난다. 하지만 명선이 가진 극음의 기운을 탐내는 자들이 나타나 그들을 위협하고, 위험에 빠진 그들 앞에 궐에서 파견나온 남이가 나타난다.

 
영안(靈眼)의 발현
작성일 : 19-09-05 00:07     조회 : 486     추천 : 0     분량 : 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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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르르 쾅쾅!

 이미 삼경에 들어선 깊은 밤, 천둥 번개가 요란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지랄맞은 날씨 탓에 집집마다 일찌감치 하루를 마무리하고 불을 끈 지 오래였다.

 한 고래 등같이 크고 화려한 대갓집도 예외는 아니었으나, 그 집 사랑방에는 아직 가느다란 촛불이 실낱같이 희미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그래, 이제 자네가 알고 있다는 중대한 일이 무엇인지 말해 보게.”

 “…역모입니다.”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가 천지를 뒤엎을 기세로 울려 퍼진다.

 탁자에 팔꿈치를 올린 채 턱을 괴고 있던 주인 대감의 고개가 살짝 갸웃했다.

 “뭐라 했는가?”

 “역모입니다, 대감. 주상 전하를 시해하려는 역심을 품은 자들이 있습니다.”

 “쉽게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라는 건 잘 알고 있을 테지. 입을 잘못 놀리면 오히려 자네의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어찌 그 정도 각오도 없이 대감을 찾아뵈었겠습니까.”

 그 후로 사내는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주인 대감은 사내의 말을 들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사내는 이미 상대가 자신의 말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네도 지금 본인이 한 말이 허무맹랑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터, 내가 어찌 자네의 말을 믿을 수 있겠나.”

 “금년에 주상 전하의 옥체에 종기가 나기 시작하고, 부스럼 때문에 고생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

 사내의 말에 주인 대감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자네가 그걸 어찌 알았는가?”

 “…”

 “설마 자네가 말한 그 일 때문에 그렇게 되셨다는 말인가?”

 사내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주인 대감은 사내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역모를 고변하는 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대감께서도 쉽게 짐작하실 수 있으시겠지요. 대감의 선처를 바랄 뿐입니다.”

 “잘 알겠네. 하지만 아직 이 일은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니 자네가 좀 더 애써줘야겠네.”

 “이를 말씀이십니까, 대감.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사내는 주인 대감에게 절을 하고는 곧 장대비 속으로 사라져 갔다.

 주인 대감의 방에는 그 후로도 오래도록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

 

 ***

 

 “아직도 차도가 없소?”

 “대감…”

 형조정랑 박희룡은 퇴궐하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달려와 둘째 아들인 박윤의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박윤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누워 있었고, 그 앞에서는 부인 정씨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디 봅시다.”

 박희룡은 부인을 다독거린 후 황급히 박윤의 머리맡에 앉아 아들의 이마를 손으로 짚어보았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아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끊임없이 몸을 떨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박윤이 겨우 눈을 뜨고 박희룡을 바라보았다.

 “아… 아버님.”

 “가만히 누워있거라.”

 “아버님. 소자, 너무 두렵습니다.”

 박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박희룡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고 크게 호통을 쳤다.

 “못난 녀석 같으니! 그러고도 네가 박 씨 집안의 자손이라 할 수 있느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이한 기운을 몰아낼 생각을 해야지! 네 마음이 이리 여리고 심약하니 잡스러운 기운이 자꾸 스며들려 하는 게 아니냐!”

 “대감, 고정하세요. 윤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오히려 혼을 내시다니요.”

 박희룡은 부인이 통곡하며 박윤의 머리를 껴안자 더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 앉았다.

  왜 이런 일이 자신의 아들에게 일어나는지 한스러울 따름이었다.

 “대감,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습니다. 근처에 용한 무당이 있다 하니 대감께서 모른 채 해주신다면…”

 “어허 부인! 그 무슨 말씀이오! 명색이 사대부 집안에서 어찌 그런 자들을 집안에 들일 수 있단 말이오!”

 “그럼 이대로 윤이를 내버려 두시겠습니까? 이러다 윤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 또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대성통곡하며 매달리는 부인을 바라보며 박희룡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박윤은 박희룡에게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어릴 적부터 학문에 재능을 보여 7살 때 이미 글자를 깨우쳐 시를 지을 줄 알았고, 10살이 되던 해에는 벌써 중용과 대학을 공부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사려가 깊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으며, 항상 선비의 바른 몸가짐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던 박윤이 18세가 되던 해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흠칫흠칫 놀라는가 하면 무언가를 쫒아내려는 듯 손과 머리를 흔들어 대기도 하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 일도 있었다.

 이에 박희룡은 아들을 불러 앉히고 그 연유를 물었다. 아들이 한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소자의 눈에 자꾸만 헛것이 보이옵니다.”

 “헛것이 보인다니, 대체 뭐가 보인다는 말이냐?”

 “그것이… 말씀드리기 송구하오나 다른 세상의 존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설마 귀신이라도 보인다는 것이냐?”

 박희룡의 다그침에 박윤은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박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이 너무 학문에 열중한 나머지 헛것이 보이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존재들은 갈수록 더욱 또렷하게 그의 눈에 비쳤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져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저리 가! 사라지란 말이야!”

 아버지에게 사정을 털어놓은 이후에도 증세는 점점 더 심해져, 급기야 정신 나간 사람처럼 눈이 멍하니 풀리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희룡 내외는 용하다는 의원들을 불러 아들의 상태를 살피게 했지만 하나같이 원인을 찾지 못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주변에서는 박윤에게 귀신이씌었다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 일을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박희룡은 무언가 결심이 섰는지 하인을 불렀다.

 “아범 있는가.”

 “예, 대감마님.”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청계산으로 가서 당숙 어른을 모셔오게.”

 “하지만 대감마님, 그분께서는…”

 박희룡과 평생을 함께하며 집안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아범인지라 명을 받고는 망설이는 기색을 비쳤다.

 하지만 박희룡은 명을 거둘 생각이 없었다.

 “다른 말 말고 따라주게.”

 “… 알겠습니다요, 대감마님.”

 

 다음 날, 박희룡의 집으로 스님 한 분이 들어섰다.

 스님은 커다란 삿갓을 써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삿갓 밑으로 언뜻 보이는 입술이 마치 피라도 묻힌 듯 매우 붉었다.

 스님은 아범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박희룡의 방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연락을 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아미타불.”

 스님은 합장한 후 자리에 앉으며 삿갓을 벗었다.

 스님의 얼굴은 기묘한 데가 있어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피부가 백옥같이 희고 입술이 붉었으며, 두 눈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났다.

 “자네가 날 부른 연유는 이미 짐작하고 있네.”

 박희룡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스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박희룡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숙께서 이미 짐작하고 계신다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제 둘째 아들에게 ‘그 증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박희룡의 말에 스님은 가만히 눈을 감고 한동안 염불을 외었다.

 이윽고 눈을 뜬 스님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박희룡을 바라보았다.

 “자네 아들이 총명하고 학문에 재능을 보인다고 들었는데, 상심이 매우 크겠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운명이라 생각하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더 말을 이어가려던 박희룡은 스님의 입장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스님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담담히 대꾸했다.

 “자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네. 할 수 있는데 까지는 노력해 봐야겠지.”

 “어찌 우리 집안에 이런 저주스러운 일이 자꾸만 이어져 내려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박희룡의 두 눈에 살짝 이슬이 맻혔다.

 사실 이 일은 아들 윤이 처음 겪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집안에는 차마 남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존재했다.

 집안사람 중에 가끔 신병을 앓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이었는데, 이, 삼대에 걸쳐 한 사람 정도는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

 대대로 이름 높은 사대부 명문가였던 그의 집안에서는 이 일을 수치로 여기고 그들의 존재를 부끄러워했다.

 심지어는 같은 가문 사람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추방해버리는 일도 많아서, 이들 대부분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다 객사하곤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힘으로 이 저주받은 운명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박희룡 앞에 앉아있는 스님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곧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는 그 길로 집을 나와 깊은 산 속의 암자로 들어갔다.

 운좋게도 그곳에서 덕이 높은 고승을 만나 불법을 수련하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고, 급기야 사이한 기운을 제어하고 정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자네 아들을 한 번 살펴봐도 되겠나?”

 스님의 말에 박희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박희룡은 이미 박윤에게 신기의 증상이 나타났으니 고칠 방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들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스님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스님마저 별다른 수가 없다면 사실상 박윤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박윤은 여전히 앓아누운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스님은 가만히 그의 곁에 앉아 손목을 잡아보더니, 곧 그의 몸 몇 군데의 혈 자리를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박윤의 증세가 눈에 띄게 수그러들며 안정되어갔다.

 박윤은 어지간히 지쳐 있었는지 증상이 가라앉자마자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당숙께서는 이 아이를 치료할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희룡이 희색을 띠며 물었다.

 여지껏 수많은 의원들이 다녀갔지만 조금의 차도도 볼 수 없었는데, 스님이 손을 쓰자 금방 상태가 좋아진 것이다.

  박희룡의 가슴에 희망이 샘솟았다.

 “지금은 그저 임시방편으로 조치한 것일 뿐, 자네도 알다시피 이 병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자네만 괜찮다면 내가 이 아이를 잠시 맡아 데리고 있는 것이 어떨까 싶네만.”

 박희룡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부탁해야 할 판에 스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 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당숙께서 이렇게 신경을 써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야 당숙께서 그렇게 해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알겠네. 그럼 내일 이 아이가 깨어나는 대로 떠날 채비를 하지.”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영안-숨겨진 역사'라는 작품으로 인사 드리게 된 KJin입니다.

 

 연재는 목요일과 토요일 12시 전후로 올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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