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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율의 법칙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평범한 소녀인 '율'이 자신의 수호천사라고 믿던 어린 날 환영의 정체 '미카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정통 판타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 뉴드에서의 또 다른 삶.

 
- 수호천사 미카엘
작성일 : 19-09-04 12:38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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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결과적으로 꿈이 아니었다. 아픈 살과 작은 불안이 담긴 그의 낮은 음성이 함께 찾아오며 꿈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안녕.”

 

  내가 말했다. 조금 떨린 목소리가 그에게 겁먹은 것처럼 들릴까 걱정했지만, 살풋 웃는 소리에 안심했다. 그가 이젠 팔짱을 끼고, 나를 향해 몸을 틀었다. 여전히 벽에 기댄 채 어둠을 가운데 두고 마주 한 우리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러나 그에게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긴 싫어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여전히 서로의 얼굴도 알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모습을 감춘 채 마주 본 우리는 다시 한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인사를 받아줄 줄은 몰랐어.”

 

  처음보다는 조금 부드러워진 그의 음성에 내 긴장도 조금씩 덜어졌다. 나는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예의가 아니니까.”

 

  원래 말수가 그리 적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에게 있어선 나도 꽤 신비로운 존재가 되고 싶었다.

 

 “기다린 순간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를 잡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앞선 것 같다. 말이 없는 그에 애써 가라앉은 불안감이 다시 그 크기를 키우고 있었다. 어둠보다도 어두운 침묵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입 안에 침이 잔뜩 고였다. 삼키고 싶은 욕구가 강렬했지만, 그 소리를 그에게 들키기 싫었다.

 

 “나도 그랬어.”

 “응?”

 “오래 기다려야 했거든.”

 

  지금 그가 나만큼이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고 하는 것인가? 나는 내 귀가 잘못 된 줄 알았다. 반갑게도 달빛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달빛을 가려줄 구름도 없이 달이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알리는 날인지 그의 말에 당황한 내 모습을 보고 그의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너 지금 웃었니?”

 

  나무라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그가 날 보고 웃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워서 한 말이었다. 다행히 그도 그 뜻을 이해한 건지 사과를 하거나 기분 나빠하진 않았다.

 

 “네 반응이 꽤 재밌거든.”

 

  벽에 기대있던 몸을 바로 세운 그는 몇 걸음 앞으로 나와 마주본 채 다시 등을 벽에 대었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어쩌면 내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게 어둠에서 나와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짙은 에메랄드빛에 약간의 보랏빛이 가미된 신비로운 색의 눈을 가진 어두운 금발 머리의 외국 아이였다. 그의 얼굴은 완벽한 조각이었다. 달빛 때문인지 창백하게 보이는 피부색까지 그는 너무나 완벽한 남자였다.

 

 “잘생겼구나.”

 

  숨길 수 없는 감탄이 그대로 입을 타고 나왔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자각했을 땐 이미 넋이 빠진 내 감상이 그의 귀에 들어가고 한참 뒤에 입을 틀어막은 뒤였다. 그는 내 반응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웃음을 뱉어냈다. 다시 고개를 든 그는 그 치명적인 눈길을 내게 주며 말했다.

 

 “너도 예뻐.”

 “빈말이라도 고마워.”

 “빈말 아니야.”

 “넌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이 생겼어.”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노력보단 진짜 감탄에 젖은 칭찬이었다.

 

 “넌 종종 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뭐라고? 천사?”

 “응.”

 

  그는 민망한 미소를 띠웠다.

 

 “엄마가 그랬거든. 네가 내 수호천사라고.”

 “알아. 들었어.”

 “들었다고?”

 “귀가 좋거든. 그때 저기 앉아서 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뒷산의 나무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넌 누구니?”

 

  3년간의 내 궁금증이었다. 먼 뒷산의 꼭대기에 앉아 집에서 하는 내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어림잡을 수 있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가 고민하는 듯 내 눈을 피해 창밖을 보았다. 나는 그의 마음이 내게 등을 보이기 전에 먼저 다가갔다.

 

 “내 이름은 율이야. 소율.”

 “알아.”

 

  그가 내 이름정도는 알고 있을 거란 상상을 언제 했었던가. 그의 말에 난 당황보다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열여덟 살이야.”

 “그것도 알아.”

 “그 밖에도 넌 나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은 것 같은데 맞니?”

 

  끝에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아 힘을 조금 주었다. 문득 생각난 건 그의 능숙한 한국말이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차차 해결해 가기로 했다. 오늘이 가면 기약 없는 그와의 만남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맞아.”

 “불공평하다. 넌 나에 대해 알면서 너에 대해 아는 건 불편해 하는 구나?”

 

  또 침묵이다. 그와 이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다는 건 알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자꾸만 커져갔다. 그러나 난 더 이상 그에게 부담을 주었다간 그를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그 불안감에 내 손이 안절부절했다. 나는 그제야 느릿하게 침대에서 나왔다.

 

 “미안. 추궁할 생각은 없었어. 너도 알다시피 우린 3년 만이고, 난 꽤 오랫동안 너라는 아이에 대해 생각해왔거든. 그래서 내 마음이 급해서.”

 “쉿.”

 

  그의 큰 손이 내 입을 막았다. 가까워진 거리에 어떤 감정이 고개를 내미는지 가늠하기도 전에 그도 놀란 듯 내 입에서 손을 땠다. 그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항상 늦게까지 TV를 보는 아빠가 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누워.”

 “어디 가지 않을 거지?”

 “어서.”

 “제발.”

 

  내가 움직이지 않자 그는 다급해졌는지 날 안아 침대에 눕혔다. 멀어지는 그의 옷깃을 잡자 그는 괜찮다는 듯 내 손을 어루만지며 이불을 덮어 주었다.

 

 “옆에 있을게. 약속해.”

 “정말이야?”

 “응.”

 

  가까워지는 아빠의 발소리에 그가 문을 보더니 내게서 물러났다. 그는 젠틀하게 눈을 찡그리며 끊어진 우리 대화를 몹시 아쉬워하는 듯 했다. 그가 자신의 눈을 가리켰고, 투박하게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내가 눈을 감자 곧바로 문이 열렸다. 불빛이 들어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눈동자가 굴러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고개를 틀었다. 아빠는 슬쩍 나를 보곤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내 목소리가 컸나 보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빠가 다시 거실로 가는 소리가 들려서야 난 눈을 떴다. 고개를 홱 돌린 채 적막한 내 방안을 살폈다. 그 어디에도 그의 흔적이 없었다. 그를 부르려다 문득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에 답답해졌다. 그를 뭐라 부르며 찾아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으나, 아무도 없는 방안에 겁이 나 저절로 입이 열렸다.

 

 “수호천사야. 수호천사야... !”

 

  아빠가 다시 올까 크게 부르지도 못하는 내 이 답답함을 그는 알고 있을까. 안다면 모습을 보여야지 그는 거짓말쟁이였다.

 

 “거짓말쟁이.”

 

  그가 기대있던 벽을 어루만지다 뒤를 돌자 그가 내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놀란 마음에 헉하고 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났다.

 

 “거짓말쟁이라고?”

 “미안해. 하지만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깜짝 이벤트였어.”

 “그래. 고맙다.”

 

  내 침대를 차지한 그 덕에 나는 그가 기대있던 벽에 기대앉았다.

 

 “너희 아버지가 또 오실 걸 대비해 자리를 바꿔야겠어.”

 “괜찮아. 이제 안 오실 거야. 그냥 잠시만 이렇게 있자.”

 

  확신은 없었지만, 나는 그를 지금 상태로 두고 싶었다. 왠지 그가 내 침대에 있는 모습이 가까워진 우리 사이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도 내 말에 별 다른 반응 없이 앉아있었다. 우린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서로의 정체도 모르는 아니 그의 정체를 모르는 사이였지만, 꽤 오랜 친구 사이처럼 편안했다.

 

 “내 이름은 미카엘이야.”

 “그렇구나.”

 “수호천사라고 불리기엔 내가 너무 나약한 존재라 좀 불편해.”

 “미카엘이란 이름도 천사에서 따왔어.”

 “알아. 우린 종종 마음에 드는 신화적 인물이나, 유명한 위인들의 이름을 따서 짓거든.”

 

  그에 대해 묻고 싶은 건 많았다. 그가 사는 세상, 그의 존재 그러나 그가 불편해할 걸 알기에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질문이나 답을 하기 전에 생긴 망설임은 정적이 되었고, 그 아니 이젠 미카엘의 세상과 그 아이에 대한 궁금증을 그대로 표출해 불편하게 만들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그래서 우리 대화는 조금 느릿하게 흘러갔고 흐름이 끊겼다.

 

 “피곤하지 않니?”

 “괜찮아.”

 

  고작 하는 말이라고는 중요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도 그와 눈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이 순간이 꿈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것. 그리고 나의 수호천사 미카엘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난 그것으로 충분히 감사해야 했고, 더 바라는 것은 그저 내 욕심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이 내 궁금증이라면 참아볼 것이다. 아니, 참아 내리라.

 

 “나가자.”

 “응?”

 

  미카엘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너와 더 얘기하고 싶어. 적절한 장소가 있으니 거기로 가자.”

 

  그의 말에 내가 조심히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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