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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

'게르니카(Guernica)'는 독일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에스파냐 북부 도시의 이름이자, 그 도시의 참상을 묘사한 피카소의 작품 제목이기도 합니다.
괴기스러운 화풍으로 당시의 전란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은 그 피카소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전란. 즉, 전장의 혼란.
얼핏 종전이 선언된 지 오래인 현대사회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지만, 전란이란 단어는 사실 21세기의 도시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각자의 전장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여,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오고
답이랄 것 하나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가
차디찬 술병을 비운 다음
우울에 빠져, 침묵.

이 파란 유리빌딩의 숲 속에는 분명, 전장에 버금갈만한 묵직한 혼란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묘사한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수문학에서도 장르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작풍의 시~단편들을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들어오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심심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wingname'을 검색해 보세요. 규격이 맞지 않아 못 올린 소설의 프로필 그림을 포함하여 제가 그린 그림들을 몇 개 올려둘까 합니다.

 
의뢰
작성일 : 19-09-03 22:29     조회 : 298     추천 : 1     분량 : 6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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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2/21.

  의뢰인 : 날개이름.

  의뢰 내용 :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

  

  

  찰칵.

  take 1. 피해자 면담.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백색 밀실에, 피해자와 탐정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다.

  

  “자 그럼, 피해 상황에 대해 진술해주시죠.”

  원근감이 없는 그 방대한 밀실은 탐정의 목소리를 빨아들였다. 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소리를 먹어 삼키는 것처럼, 그렇게 담담하고 새하얗게 존재할 뿐이었다. 침묵이 감돌았다.

  “저기, 피해자님? 듣고 있어요?”

  자신의 목소리가 일부 먹혀버릴 것을 고려하여, 탐정은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저만치 떨어져 앉은 채 멍이나 때리고 있는 피해자를 향해 물었다.

  “아, 네. ......네?”

  모난 곳 하나 없이 매끄럽고 새하얀 벽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던 피해자는, 탐정이 재차 말을 걸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들었다.

  채도 변화 없이 탁하게 퍼진 그의 동공은 백색 벽면과 닮아 있었다.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당신만 손해에요. 당신을 그 꼴로 만든 사람들한테 복수해야죠.”

  피해자의 온몸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주먹 하나 크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구멍들. 송송 뚫린 구멍을 통해 뒤의 새하얀 벽면이 엿보였다. 마치 미술작품인 듯 깔끔한 원형으로 뚫려있는지라 그리 잔인해 보이지는 않았다. 피도 흐르지 않는다. 정말 상처가 맞긴 한 걸까.

  “그런데 저기....”

  누군가에게 야금야금 베어 먹힌 듯한 모양의 팔을 발표하듯 들고서, 그는 입을 열었다.

  “저는 타살이 아니라, 자살인데요....?”

  그리고는 들었던 팔을 관자놀이 부근에 난 구멍에 집어넣더니, 어떤 글씨가 적힌 종이쪼가리 하나를 꺼내 탐정에게 보라는 듯 그 양끝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가슴께에 자신의 사망사유가 적힌 종이를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그 모습은, 어쩐지 죄수가 죄수번호를 들고 찍는 머그샷(mugshot)과 닮아 있었다.

  찰칵. 또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탐정은 앉은 상태로 허리를 숙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종이에 있는 것을 따라 읽었다.

  “사망사유 판정서.... 본인의 자택에서 자살..... .....하?”

  창백한 피부 위에 난, 커다란 구멍들.

  그걸 본 순간 탐정은 한 점의 의심도 없이 타살이라 믿었건만, 누군가가 성의 없이 휘갈겨 쓴 듯한 종이 위의 문장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종이는 꼬깃꼬깃 구겨진 것이 마치 초등학생이 가져온 가정통신문 같았다.

  “.......진짜 자살 맞아요?”

  너무 예상에서 벗어난 사망사유에 탐정은 확인 차 물었지만,

  “아마 그럴걸요? 잘은 모르겠네요.”

  순식간에 돌아온 그 어이없는 대답에 그대로 말문이 막혀버린 탐정이었다.

  

  

  찰칵.

  take 2. 용의자 취조.

  

  청백색 취조실. 서리가 가득 낀 유리창 너머로, 뿌옇게 퍼진 그림자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다.

  

  마치 수족관 안의 물고기들 같았다.

  탐정은 추위에 벌겋게 부르튼 손으로 노트를 잡고서 유리창 너머의 이들에게 말했다.

  “저기요.” 하지만 목소리가 닿지 않았는지 가해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수군대고 있을 뿐이었다. 탐정은 큰 소리로 외쳤다.

  “저기요!”

  그가 한층 소리를 높여 외치니, 몇몇 이들이 옆에 있던 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탐정 쪽을 가리켰다. 그렇게 한동안 동작을 멈춘 채 탐정을 빤히 바라보던 그들은,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소녀처럼 다리를 모으고 주저앉더니....

  “뭐, 뭐하는 거야?”

  가슴 위에 손을 얹고는 어필하듯 가여운 포즈를 짓기 시작했다. 차라리 무너져 내리는 시늉이라도 하지, 정해진 자신의 자리를 찾듯이 걸어가서 느긋하게 자세를 잡고는 다들 흐느적흐느적 몸을 흔들어댄다.

  연기할 생각이 있긴 한 걸까.

  뿌연 그림자들이 해초처럼 여기저기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태연자약한 모습에, 피해자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온 탐정은 화가 차오른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들 지금 살인 혐의로 취조하러 온 거야! 알어?!”

  유리로 이루어진 터널같은 공간에 탐정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역정을 내는 그의 모습을 역시나 멀뚱히 바라보던 그림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려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내리감고 흐느적흐느적 몸을 흔들 뿐이었다.

  “뭐지....?”

  이쯤 되면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순수한 의문이 자아낸 동작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탐정은 의심스러운 말투로 독백했다.

  “정말 가해자가 맞는 건가?”

  그리고, 그와 동시에―.

  『#!@%$#^@&%^@#$&!! $^$@#^!!!!』

  유리창 너머에 있던 그림자들이 좀비 떼처럼 창에 들러붙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잡아먹기라도 할 듯 쾅쾅대며 유리창을 두드려댄다.

  살인자라 불렸을 때는 잠잠하더니, 가해자라는 말에는 발악하며 난리도 아닌 이유는 뭘까.

  그들의 행동을 보고 불쑥 화가 치밀어 오른 탐정은 발바닥으로 그들 앞의 유리창을 걷어찼지만.....

  『오류 :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짤막한 효과음과 함께 그런 문구가 쓰인 창 하나가 맺힐 뿐, 유리와 그 너머의 존재들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작은 기포가 부르르 일어나는 것이 고작이었다.

  베이지색 코트자락이 흔들거리며 울분의 여운을 털어내었다.

  탐정은 아직도 난리가 한창인 그들의 앞에서 조용히 발을 내리고는....

  “후....”

  하얀 입김과 함께 한숨을 내쉬며, 유리터널과도 같은 그 공간을 터벅터벅 걸어서 빠져나갔다.

  

  

  찰칵.

  take 3. 목격자 증언.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사막, 그 한복판. 유난히 높게 쌓인 모래언덕 위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방금 용의자들을 만나고 온 참입니다! 확실한 검거를 위해 목격 증언을 해주십쇼!”

  맞은편 모래언덕의 정상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탐정은 모래바람의 소음에 지지 않게 소리 높여 물었다. 두 손에는 역시 노트와 펜을 들고 있었다.

  “제가 또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습죠. 샤아악―.” 눈부신 태양을 등지고서, 노란 뱀은 그렇게 말했다.

  “그럼 우선 본인이 목격한 사건의 정황에 대해 서술해주십시오.”

  “샤아악―.”

  뱀은 대가리를 끄덕이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얼마 전 그 피해자가 총을 치켜들고는 은행을 털려는 시도를 했다는 가짜 소문이 인터넷에 나돈 적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압박감에 자살을 했다?”

  “그런 셈이죠. 샤아악―. 분명 엄청난 심리적 상처를 입었을 테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진술해주시죠.”

  탐정은 모래바람을 뺨으로 맞받으며 이어지는 뱀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범인의 계략으로 정전이 되는 바람에 CCTV영상으로 그 증거가 남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랬다는 것이, 샤아악―,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증언입니다.”

  “본인은 그것이 왜 거짓증언이라고 생각하시죠?”

  탐정이 펜을 잠시 멈추고 묻자, 뱀은 몸통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그 때 은행 안에 있던 저는 그의 행동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지요. 샤아악―, 저는 그가 치켜들었던 것이 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총이 아니다?”

  탐정이 손을 바삐 놀리며 묻자, 뱀은 답했다.

  “예. 총이 아니라, 샤아악―. 손가락이었습니다.”

  “손가락...? 그게 무슨 소리죠?”

  “그니까 그, 피해자가 그때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던 건지 가위 모양 손을 위로 치켜들었는데요, 샤아악―, 전등의 빛에 의해 벽면에 맺힌 그 가위 모양 손의 그림자를 보고 권총의 그림자일 거라고 오해를 한 한 명의 손님이 ‘강도다!!’라고 외치며 은행을 빠져나갔고, 샤아악―, 그 탓에 똑같이 오해를 한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은행을 빠져나갔다는 거죠.”

  탐정은 뱀의 말을 읊어가며 펜을 잡은 손을 빠르게 놀리고 있었다.

  “가위바위보를....하다가....그 그림자를 보고....음?”

  그리다 갑자기 펜을 멈추더니 미심쩍은 얼굴로 뱀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뭐, 뭐라고요? 가위바위보?”

  뱀은 태연하게 대가리를 끄덕였다.

  “가위바위보?”

  “(끄덕)”

  “............”

  “............샤아악―.”

  모래바람이 한차례 사막을 횡단할 동안 똥 씹은 표정 그대로 얼어있던 탐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뱀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정전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럼 그림자는 어떻게 맺힐 수 있었던 거죠?”

  “..........네?”

  “손가락을 든 다음 정전이 된 거라면 피해자가 결백하다는 것이 증거로 남았을 텐데요.”

  “..........아.”

  “............”

  찾아온 침묵 속, ―‘찰칵’.

  그런 익숙한 소리와 함께 뱀의 눈동자가 카메라 셔터와 같이 한 차례 닫혔다 뜨였다.

  그 모습을 본 탐정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 가짜 정보 유포한 거, 너지?”

  “아닌데욥.”

  “그놈의 샤아악은 어따 갔다 버렸어?”

  “.........샤아악.”

  조금 작아진 신음을 내뱉으며 뱀의 눈동자가 옆으로 스르륵 미끄러졌다.

  침묵만이 감돌기를 한동안. 한층 강해진 바람이 사막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쓸린 모래언덕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탐정이 앉아있던 언덕 또한 고도가 내려가 골이 되었지만.....

  뱀이 앉아있던 언덕만은 줄지 않고, 그저 걷혀 날아간 모래에 그 아래 숨겨져 있던 황금색 더미가 드러날 뿐이었다. 금색 동전이나, 지폐들. 그것들이 수북이 쌓인 언덕 위에는 아직도 뱀이 시치미를 떼며 앉아있었다. 동전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났다.

  모래를 툭툭 털고 일어난 탐정은 뱀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남은 거 뱉어. 그러면 봐줄게.”

  뱀은 말없이 입을 벌리고, 금화를 우수수 떨어뜨렸다.

  마지막 커다란 동전을 뽁하고 뱉어낸 뱀은 탐정을 한 번 흘깃 바라보더니 다시 눈동자를 스르르 미끄러뜨렸다.

  “......”

  “......”

  둘 사이 조용히 오가던 긴장 끝에, 기습적으로 발을 박찬 탐정이 금색 동산을 올라 뱀을 잡아채려 했지만.....

  『삐빅―!』

  그 중턱에서 사람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 뜀박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속도가 멎어버린 탐정이 금화들과 함께 언덕 아래로 쓸려 내려가는 동안, 그 사람은 금화의 더미 속에 하반신을 파묻은 채, 탐정이 미끄러져내려 모래바닥에 안착할 때까지 삑삑 휘슬을 불며 빨간 형광봉을 휘둘러대고 있었다.

  “..........”

  모래바닥에 안면을 박은 채로 가만히 누워있던 탐정의 뒤통수를, 굴러 떨어진 동전 하나가 딱 때린 뒤 다시 저 멀리로 굴러갈 무렵.

  그 사람과 뱀은 금화더미 속으로 조용히 숨어 들어갔다.

  

  

  찰칵.

  take 4. 원점회귀.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백색 밀실에, 피해자와 탐정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다.

  

  ‘뭔가 좀 바뀌었네...’

  탐정은 그렇게 생각하며 의자에 늘어진 채 피해자의 등 뒤로 높게 솟은 하얀 벽을 바라보았다. 전에는 없던 커다란 원형 구멍 하나가 뚫려 있었다. 그 뒤로는 구름이 세찬 바람을 맞아 모양을 바꿔가며 흐르고 있었다. 피해자와 탐정을 포함하여 그 어느 것도 움직이지 않는 실내의 공간과는 대조되는, 역동적인 풍경이었다.

  “하아....”

  의자 등받이 뒤로 젖힌 탐정의 목을 타고 그런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숨과 바람. 그것들이 이 방대한 공간에 존재하는 유일한 소리였다.

  정적을 깨고 피해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어떻게 됐나요...?”

  “...진심으로 묻는 겁니까?”

  “네?!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탐정의 추궁하는 듯한 대답에 피해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얼버무리자, 탐정을 여전히 등받이에 목을 기댄 채로 눈동자만을 내려 그를 흘긋 바라보았다.

  “아니 저야 말로 그런 뜻으로 물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하신 게 맞나 해서요.”

  “네...? 그게 무슨....”

  “.......아닙니다. 하긴 혼자 가위바위보나 하다가 뜬금없이 그 지경이 돼서 죽었는데, 관심이 있을 리가 없겠지요.”

  거기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탐정 또한 관심 없다는 듯 피해자를 시야에 담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보다 한참 위에 뚫려 있는 구멍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저번에 보았던 그림자들이 구멍에 걸터앉아 탐정과 피해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그리 좋은지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라보더니, 옆에 있던 친구의 등을 두드리며 이쪽을 가리킨다.

  의자에 늘어지듯 누운 탐정이 어디까지 하는지 한 번 지켜나 보자는 셈으로 그들을 주시하자, 곧이어 영화관용 선글라스를 어디선가 꺼내 끼고서, 품에 안은 팝콘을 아작아작 주워 먹거나 친구의 콜라를 쪽쪽 빨아 재끼는 그들이었다.

  “..........”

  탐정이 자신들을 보지 못한다고 확신이라도 하는 듯, 그들은 조금의 거부감도 없이 탐정의 풀린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영화라도 보는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아까, 어떻게 됐냐고 물으셨죠?”

  그는 독백이라도 하듯 피해자에게 넌지시 말을 던졌다.

  “미안합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런가요....”

  “다만 확실한 것 한 가지가 있긴 한데, 들어보시렵니까?”

  “네 뭐, 들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꽤 나쁠 텐데요.”

  “....괜찮아요.”

  허락이 떨어지자 탐정은 말했다.

  “저것들 까먹었어요.”

  탐정이 턱짓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긴 피해자는 꺄르륵 좋아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까먹었다기보다도.... 우르르 몰려가 인파 사이로 아무렇게나 휘젓고선, 팔에 묻어나온 피가 당신 건지도 모를겁니다 아마.”

  “그런가요....”

  “설령 안다고 해도 자신이 한 살인이 가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 안 할 걸요? 외면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순수하게 몰라요.”

  “..........”

  “..........”

  다시금 침묵이 감도는 공간

  세찬 바람이 전깃줄을 새액새액 흔드는 소리가 들려오고

  걸터앉은 그림자들 뒤로

  하늘과 구름 대신 거대한 뱀의 눈 하나가 가득 들어찼다.

  노란 눈동자에, 세로로 찢어진 동공.

  이윽고 그 동공이 구멍 가득 둥글게 퍼지더니―

  『찰칵』, 하고.

  셔터 닫히듯 닫히고는

  또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비늘이 지하철처럼 쉴 새 없이 지나치고, 뱀이 자리를 떠나자

  다시 등장한 새하얀 구름은

  영문도 모른 채 세차게 휘날리고 있었다.

  

  

  2018/12/21

  의뢰 결과.

  가해자 : 없음

  피해자 : 없음

  살해자 : 여러 명. 신원 파악은 실패.

  피살자 : 한 명

  

 
작가의 말
 

 요즘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자신의 사망 사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피해자와

 

 자신을 정의라 믿어 의심치 않는 멍청한 가해자

 

 그리고 투쟁의 과정에서 떨어지는 동전들을 주워 삼키는 뱀들

 

 이 되도 않는 셋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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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공장] 2019 / 2 / 1 299 0 1002   
10 [까악] 2019 / 2 / 1 299 0 3068   
9 [교육] 2019 / 1 / 29 291 0 1055   
8 에피타이저_ [Jazz] 2019 / 1 / 29 289 0 708   
7 [위선] 2019 / 1 / 26 289 0 240   
6 [호텔] 2019 / 1 / 22 279 0 2613   
5 [파도, 도시] 2019 / 1 / 15 282 0 1461   
4 [무인도] 2019 / 1 / 13 276 0 2306   
3 [~2010~] 2019 / 1 / 11 565 0 491   
2 [가뭄] 2019 / 1 / 9 294 0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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