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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아홉-4
작성일 : 19-09-02 20:3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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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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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문이 닫혔다. 그 소리가 내 생각을 깨웠다.

 트리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갔다. 이젠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엄마가 고개를 돌리자 난간 앞에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는 내게 MP3 플레이어가 들린 손을 흔들었다.

 

 “트리스한테 나중에 고맙다고 해.”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내려갔다.

 

 엄마는 내게 MP3 플레이어를 건네주었고,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화장실에서 보였던 내 미친 행동 때문에 내가 어디가 아픈지 확인하는 행동이었다.

 나는 아픈 건 없었다.

 그래서 이마에 열 따위는 전혀 없다. 엄마는 내가 괜찮은지 확인을 했다. 나는 괜찮았고,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어 엄마에게 잘 자라는 말을 하곤 빠른 걸음으로 계단 위를 올랐다.

 나는 몸이 아프지 않았다. 정신이 아플 뿐이었다. 몸이 아프면 약이 있지만 정신이 아프면 약이 없다. 치료법도 없다. 관심을 주는 것도 소용이 없다. 나는 그냥 미친 사람일뿐이다.

 

 문이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닫혔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내 기도도 닫혀버린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어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고, 두 팔로 내 몸을 지탱했다. 팔에 힘이 빠지고, 두 무릎에서 몸 전체가 바닥에 닿아버렸다. 손가락을 움직였다. 고통스러움 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문 앞까지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손가락들은 문을 열지 못했고, MP3 플레이어 버튼을 눌러버렸다. MP3 플레이어에서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고, 음악 소리에 내 모든 신경들이 나를 고통스럽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바늘을 들고 있었고 소리는 불을 들고 있었다.

 손가락을 다시 움직여 MP3 플레이어를 끄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고 내게 고통을 주는 모든 세포들이 서서히 죽어가게끔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들이 죽어버렸다.

 

 “여기서 잔거야?

 

 목소리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손짓. 분명 엄마였다.

 햇살이 내 방을 환하게 비췄다. 내 눈알을 파고드는 햇살의 따뜻한 고통에 나는 힘들게 눈을 떴다. 엄마가 맞았다. 나는 일곱 살의 어린 아이가 된 것 마냥 엄마의 품에 안겼다. 아주 무서운 일을 당했고, 아주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처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엄마의 품에 안겼다.

 엄마는 따뜻한 손길로 내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엄마의 손길이 등에 닫자 숨을 쉬지 못했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 고통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지?”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나를 어린 아이 달래듯이 말했다. 엄마는 나를 일곱 살짜리 아이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일곱 살짜리 아이가 아니었고, 혼자 있는 걸 두려워하는 겁쟁이는 더욱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엄마의 품에서 먼저 빠져나왔다. 엄마의 품은 따뜻했는데 이젠 냉기가 가득 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검정색 펠트 가방을 들고 나가버렸다. 엄마의 발걸음은 무겁고, 갈색 눈동자는 더욱 어두웠다. 엄마의 발걸음처럼 내 마음도 무겁고 이 방안도 점점 더 암흑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나는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그래봤자 내가 갈 곳은 집 안 어딘가 뿐이다.

 주방 테이블 위에는 펌킨파이와 샌드위치가 올려 진 트레이가 있었고 그 위에는 엄마의 글씨가 적힌 메모지 하나가 붙여있었다. 나는 그 메모지를 집어 들어 눈으로 조용히 읽기 시작했다.

 애플파이랑 샌드위치야. 냉장고에 콜라가 있어.

 먹고 나서도 배가 고프면 위드 타코에 가서 먹어.

 트리스에게 말해 놓을 게.

 

 엄마는 글재주가 없었다. 아주 볼품없었다. 그 정도로 아주 딱딱했다. 차라리 말로 하는 게 나을 정도였다. 아니면 음성 메시지를 남겨 놓거나.

 메모지를 쓰레기통 안으로 넣었다. 어차피 이 종이는 버려질 게 뻔한 쓰레기일 뿐이다. 난 그 쓰레기가 구겨지고 허물어지기 전에 미리 갈 곳을 찾아 주는 것뿐이다.

 엄마가 만든 샌드위치를 집어 들었다. 테이블 의자에 앉지 않고 서서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한 입 두 입 먹었을 때 즈음 목이 막혀왔고, 나는 어제 그 끔찍했던 일들이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는 하고 싶지 않았다. 토를 하면 목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 정말 당연한 일 때문에 토를 하고 싶지 않아졌다. 나는 엄마가 적어 둔 메모지가 떠올랐다. ‘냉장고에 콜라가 있어.’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냈다. 콜라는 나의 모든 신경을 곤두서게 할 정도로 차가웠다.

 나는 그 냉기를 무시한 채 뚜껑을 열어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 탄산이 목구멍 안으로 들어오자 토를 하는 것 보다 목이 더 아팠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토를 해서 샌드위치를 꺼내버릴걸. 그 전에 쓰레기통 안에 메모지랑 같이 샌드위치를 버려버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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