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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6. 전야제(3)
작성일 : 19-08-28 22:43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8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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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군단 숙영지, 5군단 사령부 -

 

 

 “서류 작업은 싫어......”

 

 “이봐, 물자표 여기 있다.”

 

 “오늘 점심 뭔지 아는 사람?”

 

 참모진들과 단장들은 오늘도 따분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날 사건 이후 소규모 교전만 일어나고 있을 뿐 그 외의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았다. 덕분에, 모두들 각자 밀려있던 자신의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요즘 들어 군단장님이 많이 바뀌신 것 같아.”

 

 “맞아. 하만들이랑 자주 어울리시기도 하고.”

 

 “르뮘, 너도 하만들이나 다른 녀석들이랑 어울려 다니잖아. 뭐, 아는 거라도 있냐?”

 

 마침 서류 정리를 마친 르뮘이 일어서는 것을 본 다른 기사단 단장이 그를 보며 말을 했다. 그러자 르뮘은 서류 뭉치를 한손으로 들어 올리며, 일말의 고민도 하지도 않고 곧바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당연하지 않아? 힘이 센 자에게는 경의를. 그게 우리의 신념 아니었나?”

 

 “그렇더라도 신체적으로 하등 우리 같은 샤미드족보다 낮은 하만인 걸?”

 

 “그는 하만이 아니야. 괴물일 뿐이지.”

 

 그때 선착장에서 만났을 때는 그저 그런 기사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에서, 그 거대한 괴물을 쓰러뜨리고도, 괴수들과 망할 고대종들에게 쫓기면서도 그들을 여유(?)롭게 물리치는 모습은 그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샤미드 족에게 있어서는 힘이란 곧 권위고 명예다. 신체적 능력이 낮은 하만이 그 정도..... 아니 어쩌면 여기 있는 모든 군단장들을 상대해도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그에게 에락이 호감을 표시하는 것도 일이 아닐 것이었다.

 

 ‘진짜로 그 고대인들의 용사라는 것은 상상 이상의 실력자였어.’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잡담을 하고 있는 동료들을 뒤로 한 채 서류 보고를 위해 움직였다.

 

 

 펄럭. 천막을 걷어 올리며, 에락의 간이 집무실로 르뮘이 들어갔다. 에락은 들어오는 발소리만 듣고 그가 온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르뮘이냐?”

 

 “네, 군단장님.”

 

 “보고서는 여기에 올려두도록.”

 

 에락은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며 올라온 보고서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보고서를 보는 눈과 무기를 손질하느라 바쁜 손, 그리고 동시에 그의 꼬리와 다리는 어느새 데운 주전자를 이용해 차를 타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아니... 없습니다.”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눈은 마주보고 있지 않지만, 그는 마치 르뮘의 머릿속을 꿰뚫고 있다는 듯이 말을 했다. 실제로도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그였다. 르뮘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와 서류를 내려두고 입을 열었다.

 

 “최근에 그 하만.. 아니 하이앤더에게 자주 가지 않습니까? 동료들이나 부하들이 그 모습에 조금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도 보이는 건가?”

 

 샤미드족에게 있어서 하만들은 그렇게 좋은 인상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수인들과 귀무족, 그 외의 종족들보다도 신체적 능력이 약하다. 거기다 그들은 다른 족들과 비교 했을 때 하만은 거짓말과 배신을 잘하는 족속들로서,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동족도 파는 비열한 종족으로 보이니까.

 

 “저야 그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상관은 없지만, 다른 이들은 납득하지 않을 것입니다.”

 

 “흠, 그래서 나보고 환자와 싸우라는 건가?”

 

 “그.... 그건 아닙니다. 다만, 부하들의 불만은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아졌군. 좋은 현상이야, 르뮘.”

 

 그의 말에 에락은 피식 웃으며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부하들에게 있어서 그는 그저 한명의 하만일 뿐이니까 말이다. 물론 자신도 한 때 힘 밖에 모르는 전사였기 때문에 그런 시선으로 봤었다. 하지만 그의 무용도 그렇고 군단장의 위치에서 많은 것을 봐왔던 그에게는 전혀 다른 생각이 자리 잡혀있었다.

 

 “아직은 설명하긴 힘들지만, 너에게라면 말을 해도 되겠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예전과 다르게 나긋한 태도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르뮘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보며 에락은 손질하던 무기를 내려두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샤미드족 특유의 눈빛과 그의 인상이 합쳐지니, 르뮘은 그의 모습에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너는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 하냐?”

 

 “어떻게 되다니요?”

 

 살짝 떨리는 몸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락을 바라보았다. 에락은 그런 그에게 인상을 최대한 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 싸움 이후에, 많은 것들이 바뀔 거야. 분명 우리들의 운명도 많이 바뀌겠지. 전쟁이 있는 세계에서는 우리가 필요로 할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우리들은 아마 도태되겠지.”

 

 싸움만을 추구하며 용병의 일만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괴수들이라는 것은 그들이 있을 이유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만약 괴수들이 사라져버린 세계라면 어떨까.

 

 “그런 걸 꿈꾸는 것이 가능한 것도 좋기는 하지만, 만약 녀석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우리식대로 살지 않겠습니까?”

 

 “아니, 생각해봐라. 우리는 우리를 제외한 남은 부족들에게 있어서, 랑아족이 받았던 것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아니! 우리들의 세력을 보고 제일 먼저 모든 종족이 연합해 우리를 압박할 거다.”

 

 수인들 중에서, 부족 전체가 전투원이고 군단이며 군사조직인 그들이다. 연합정부의 소속이 된 것은 최근이긴 하지만, 원래 그들이 연합정부에 들어올 수 있던 것도 이 거대한 군사 조직 때문이었다. 그들의 군사력을 써먹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감시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뭐, 그렇게도 볼 수 있다만, 반대로 녀석에게 밉보이면 그만큼 또 무서운 것이 없거든. 일단 알게 모르게 녀석에게는 사람이 모이는 힘이 있다고.”

 

 데미아나 다른 하만들인 경우에 그에 대해 호감이 있는 것이 보이고, 샤미드족을 제외한 수인들의 대표 격이라 보이는 아바르와도 사이가 좋다. 거기다 귀무족 수장인 다이에스터와도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본인은 모르더라도 벌써 3개...... 아니 그들 자체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세력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어느새 그는 4개의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니 그와 적대를 하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아는 녀석들이, 벌써부터 미리 밑 작업을 하고 있었다.

 

 “뭐, 나야 정치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아니지만, 딱히 그가 싫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럴수록 손을 잡아두는 게 좋잖나. 안 그러냐?”

 

 르뮘은 그의 말을 듣고는 얼추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내키진 않지만, 좋든 싫든 어떻게든 그와 손을 잡아야 한다. 괴수가 처음으로 나타나 세계를 위협했을 때의 시대처럼, 갑자기 변화하는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녀석한테서 재미있는 것을 배웠거든. 따분한 우리들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훌륭한 것 말이야. 자네도 해보겠나?”

 

 그는 탁자 위에 무엇인가 잔뜩 그려진 나무판을 올려두고, 그 위에 작은 말들을 올려두기 시작했다. 장기와는 달라 보이는 것인데, 꽤나 말들의 숫자도 많고 다양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 이게 무엇입니까?”

 

 “처음에는 나도 잘 몰랐는데, 이게 하다보니까 재밌더라고. 인간들이 쓰는 장기라는 것보다 더 복잡한 거라던데........ 규칙은 내가 가르쳐줄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게 모르게 그의 인상이 펴지면서 웃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다. 그에게도 이런 온화한 모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르뮘은 그의 모습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한 번 해보자고.”

 

 에락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은 판 위에 말들을 올렸다. 일반 장기보다도 말이 두 배나 많고, 주변에 잡다한 카드들이 섞여 있는 복잡한 게임을, 에락이 그에게 설명하면서 두기 시작했다.

 

 

 

 - 전진기지, 6군단 숙영지 내 토벌부대 막사 -

 

 

 “흠. 오늘은 안 오네.”

 

 고개를 돌려 잠시 천막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아델. 그리고 그 옆에서 꽁꽁 묶인 채로 서류들을 결재하는 리즌은 저린 팔을 붙잡으며 서류 산을 겨우겨우 해치우고 있었다.

 

 “안 온다니, 그게 무슨 소리...”

 

 “일하세요. 농땡이 피우지 말고.”

 

 “흑..... 왜 난 말도 못... 읍읍!”

 

 서류를 작성하면서 투덜대는 리즌의 모습이 보기 싫었던 그는 그대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붕대 위에 천으로 한 겹 더 감은 모습이 정말 이상해 보였지만, 잠깐 그 전에 얼굴을 칭칭 감고 있는데도 말을 하는데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싶었다.

 

 “이런다고 내가 말을 못할 것 같아?!”

 

 “적어도 얼굴 움직임 정도는 안보이니 낫긴 하지.”

 

 리즌의 붕대 위에 천을 둘둘 감아둔 채, 아델은 따뜻하게 데워놓은 차를 마시며 잠시 밖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황무지에 모래바람만 부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하얀 얼음조각..... 눈이라고 불리는 것이 내리는 곳이었다.

 

 “솔직히 서류는 핑계인 것 같고. 마저 얘기하고 싶은 거지?”

 

 리즌의 말에 아델은 말없이 밖을 계속 쳐다보았다. 침묵하는 그를 바라보며 리즌은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서류를 살짝 밀어두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얼마 없어. 단지, 난 네가 만든 그 방패처럼 하나의 파편일 뿐이라고.”

 

 “예전처럼 모이거나 할 수는 없어?”

 

 “그러기에는 본체는 완전히 박살나버렸거든. 너도 들었을 거 아니야. 12마리의 괴물들과 신들의 싸움에 대해.”

 

 마지막 남아있던 선주들이 모두 사라진 날이라고 해야 하나? 그때 당시 그들을 이끌고 있던 것이 아마 주신에 해당하는 녀석이었겠지. 그러니 아마 최전선에서 싸웠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남은 선주들은 거의 다 죽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고 했으니......

 

 “남은 파편들은 이렇게 각자의 목적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지, 마치 태엽시계의 부품처럼. 그나마 난 너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서 너를 대하는 게 조금 편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게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 가끔은 내가 네 친구였는지도 의문이 들 정도니까.”

 

 리즌은 마음 속 한 구석에 맺힌 응어리를 내뱉는 듯이, 평소와 다른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아델은 아직도 말을 하지 않은 채, 다른 곳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너와 얘기할 때는 즐거웠었어. 적어도 이 추억 한구석에 있는 것은 변함없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것으로 날 차별 없이 대해줬으니까.”

 

 아델은 차를 한 모금을 마시며 천천히 돌아보았다. 설탕을 조금 덜 넣었는지 차 맛이 쓰게 느껴졌다. 그런 그를 보면서 리즌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설탕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널 속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야. 단지, 내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말하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있어서 말이지.”

 

 “제약이라는 거야?”

 

 “어쩌면. 아마, 내 본체와 그녀가 걸어놓은 것일 수도 있고.”

 

 “그녀?”

 

 아델의 의아해하는 표정에, 리즌은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얼굴을 칭칭 감은 천을 풀어냈다. 언제 그가 걸어둔 속박을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델은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의 말이니까.

 

 “너와 얘기하면서 생각해보았어. 충격을 받을수록, 마치 흩어진 기억들이 돌아오는 느낌이었거든. 마치 봉인이 깨진 것 같이 말이야.”

 

 “응? 그렇게까지 해야 했었어?”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건 나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 망할 마정석만으로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는....... 그런 ‘마법’을 말이야.”

 

 그의 말에 아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른 세계로 오갈 수 있는 마법?

 

 “그... 그건.....”

 

 “그래. 네가 그냥 술김에 얘기했던 거를, 우린 완성했었지. 물론 완전한 것이 아니라 한명의 힘을 거의 다 써야 했지만 말이야.”

 

 예전에는 옅었던 기억이, 다시금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같았다. 놈들의 장치를 몇 개 훔쳐 와서 실험을 했었던 것도. 이것으로 녀석들의 전초기지를 날려버리려고 했었던 것도. 하지만 그것을 성공했을 때, 녀석들은 귀신 같이 그들이 숨어있던 곳을 발견해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것도.

 

 “아마 나는 녀석들을 상대하면서 두 사람을 지키려고 했었던 것 같았어. 동시에 그녀를 다른 세계로 보낼 준비를 했었지. 하지만 그러기에는 힘이 부족했고, 그녀 역시 녀석들을 상대하다보니 힘이 부족한 상태였어. 괴수들은 몰려오고 우리는 지쳐갔지.”

 

 파도처럼 밀려드는 와중에 보였던 것은 망할 그 끔찍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갈색 로브를 입은 여자.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날리면서 그 모습을 즐겁다는 듯이 쳐다보는 녀석의 모습은 지금 본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싫었다. 다시 마주치면 면상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움직이려던 나를, 그녀가 붙잡았었지. 오히려 힘이 약한 자신보다, 후에 다른 이들을 이끌라고 나를 다른 곳으로 날려버렸지. 당황한 나는 급하게 돌아오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 그녀의 거의 모든 힘을 사용한 것이니까. 그 상태에서, 그녀는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어. 그녀 스스로 자신의 힘을 모조리 써서, 그녀를 다른 세계로 보내고 그곳을 집어 삼켜버렸었거든.”

 

 영원의 틈새 속으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밀어 넣었다. 동시에 그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보호용 정지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상자... 안에 넣어졌다는 건.......”

 

 “그때 훔쳤던 관을 이용했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견딜 줄은 몰랐었지만.”

 

 그가 찾았었던 것은 아마 기억 한편에 있던 조각을 쫓아 움직였던 모양이었다.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던 것은, 혹시라도 그 아이의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들도 바보는 아니기에 그와 그녀가 숨긴 존재에 대해서 찾으러 돌아다녔을 것이다.

 

 “어느 날 쌍둥이들과 돌아다니던 중에, 그 기운을 느꼈지. 그건 아마 그녀의 마지막 신호였던 것 같았어.”

 

 그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했다. 마치 무엇인가에 이끌려 간 곳. 비슷한 파장을 느끼고 갔던 그곳에 있던 것은 어느 흐릿한 모습의 누군가. 쌍둥이들은 조금 뒤틀려있는 공간을 보며, 그곳을 열었었다. 쌍둥이가 열었던 그 곳은 이곳과 다른 환경을 가진 곳이었다.

 

 

 

 ‘황무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공간........ 이곳은 어디인거지?’

 

 작은 집과 옆에 푸른 숲이 우거진 곳. 쌍둥이들은 그곳을 바라보며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었다. 그 사이에 그는 낯익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이건.. 크윽......’

 

 데리고 나가줘.

 

 ‘응? 뭐라고?’

 

 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그곳도 위험하겠지만, 조금은 나아졌을 거라 생각해.

 

 ‘무슨 소리야? 당신은 누군데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부탁할게, 나의 오랜 친구.

 

 머릿속에서 울리는 말과 함께 눈앞에 보이는 작은 관 안의 소녀. 그 아이를 바라봤을 때,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수많은 기억의 파편이 마구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 ‘괜찮아?’

 

 쌍둥이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꿇었던 무릎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 이젠 괜찮아. 대신 한 가지 부탁 좀 할 수 있을까?’

 

 ‘뭔가요?’ / ‘뭔데요?’

 

 ‘이곳에 대해 조사해줘. 탐사대가 파견되어 있을 거니까 그들에게 도움을 구하면 될 거야.’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관 안에서 소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기억을 조금만 바꿔둘게. 그게 너에게도, 나에게도 좋으니까.’

 

 조금은 슬픈 얘기지만, 이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갑자기 부모가 사라지고, 이상한 황무지에 덩그러니 버려졌다는 것을 어린 소녀가 받아드리기 힘들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다.

 

 ‘미안하다, 너희 두 사람에게........’

 

 그는 조용히 그의 품에 안겨있는 작은 소녀를 보며 고개를 떨궜다. 그저 말없이 그 아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된 거야. 그렇게........”

 

 그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에게 아델은 그저 빈 찻잔에 차를 부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의 말에는 거짓 하나 없었으니까.

 

 “더 없는 거지?”

 

 “그래, 모두 다....... 더는 숨길 이야기가 없어.”

 

 리즌의 말을 들은 그는 가볍게 찻잔을 들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부탁 같은 걸 했었어?”

 

 왜인지 그녀라면....... 무엇인가를 전해주려고 했을 것 같았다. 리즌은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작은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응. 어딘가에 있을 너에게 전해달라고 했었어. 그리고..... 아멜을 잘 부탁한다고.”

 

 아델은 작은 목걸이를 받아들고, 그 안의 포켓에 담긴 작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어릴 적 웃고 있는 아멜의 모습과 함께 같이 있는 그녀의 모습이........ 동시에 반대편에 자신과 함께 있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들어가 있었다.

 

 “미안해.......”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이 반대인 그의 모습에, 그는 그것을 손으로 꽉 잡고,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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