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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

'게르니카(Guernica)'는 독일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에스파냐 북부 도시의 이름이자, 그 도시의 참상을 묘사한 피카소의 작품 제목이기도 합니다.
괴기스러운 화풍으로 당시의 전란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은 그 피카소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전란. 즉, 전장의 혼란.
얼핏 종전이 선언된 지 오래인 현대사회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지만, 전란이란 단어는 사실 21세기의 도시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각자의 전장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여,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오고
답이랄 것 하나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가
차디찬 술병을 비운 다음
우울에 빠져, 침묵.

이 파란 유리빌딩의 숲 속에는 분명, 전장에 버금갈만한 묵직한 혼란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묘사한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수문학에서도 장르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작풍의 시~단편들을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들어오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심심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wingname'을 검색해 보세요. 규격이 맞지 않아 못 올린 소설의 프로필 그림을 포함하여 제가 그린 그림들을 몇 개 올려둘까 합니다.

 
마녀
작성일 : 19-08-25 14:58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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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닌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여태껏 보아온 마녀들은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니, 사뭇 다르달까

  같은 것을 보고서, 다르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빗자루와 함께 붉은 달을 가로지르는 것은 맞지만

  그들은 빗자루를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빗자루에 신체의 일부가 관통된 채, 대롱대롱 매달린 인형처럼 까맣게 그을려 붉은 달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이히히!』 ―그렇게 울면서.

  소름끼치는 목소리들이 밤의 숲속에 사방천지 퍼져났다.

  

  겨울, 달밤의 숲 속에서.

  흐릿한 눈발 속의 파노라마. 일렁이며 붉게 타오르는 과거를 영사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범상치 않은 일이었던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생각을 멈추라는 듯, 세차게 부는 바람을 따라 말라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전란인 양 혼비백산 흩어지고, 주변에 가득 들어찬 새까만 사람들은 하늘의 마녀들을 손가락질하며 숙덕대기 시작했다.

  “우와, 소름끼치게도 웃네.”

  “저 질 나쁜 녀석들. 우리는 어째서 저 녀석들 때문에 떨어야 하는 거야”

  “그니깐 그니깐.”

  초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들의 동공은 붉은 달과 닮아 있었다.

  달밤의 찬 공기 때문일까

  매끈한 각막에 습기가 맺혀, 붉은 달의 표면에 은근슬쩍 흐른다.

  피 칠갑한 이상을 바라보듯

  충혈 된 이성을 바라보듯

  눈동자 안에 까마귀라도 날아다닐 법한 눈이었다.

  하늘을 향해 내뻗은 손가락은 마녀보다도 더욱 흉측하게 메말라 있었다.

  여전히 시끌벅적 떠드는 그들을 속에서, 나는 문득 떠오른 의문에 앞에 있던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그런 눈으로 뭐가 보이긴 하나요?”

  나를 돌아본 그를 마주보며, 의아하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초점조차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야, 나는 주변이 일제히 정적에 휩싸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물었던 그 질문에, 그 넓은 숲에 있던 수백 개의 붉은 동그라미들이 일제히 나에게로 향했다. 까악까악. 하나로 이어진 화면인 듯, 까마귀 떼가 그들의 눈동자 뒤편을 날아다녔다.

  『마녀다.』

  “어....?”

  단 한 명. 그들 중 제대로 된 동공을 가진 그 한 명이, 나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곧이어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전염되듯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마녀야. 우리들의 눈이 붉다고 했어. 마녀가 확실해.』

  “아니, 붉다고는 한 마디도...”

  『죽여라!』 사방에서 그런 살벌한 외침들이 쏟아졌다. 『죽여라 죽여라!』 엄청난 양의 까마귀 울음소리.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나뭇잎들이 다시 한 번 혼비백산 흩어졌다. 그 너머로 엿보이는 마녀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한쪽 발목이 빗자루에 꽂힌 채 대롱대롱 날아가며, 아무 움직임도 없이 안타깝다는 듯 나를 주시했다.

  “으윽?!”

  등 뒤에서 누가 세차게 밀어 나는 군중의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반대편에도 군중이 서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군중이 울타리를 이룬 한 줄기 흙길에 나 혼자 덩그러니 주저앉아 있었다. 사방에서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빗자루를, 빗자루를 가져와라!』

  내가 몸을 한껏 움츠리고서 떨고 있을 무렵, 길의 저쪽 끝에서부터 무언가가 쇄도해오기 시작했다. 빗자루였다. 빗자루로 위장한 창이었다. 날카로운 금속을 구태여 나뭇빛으로 칠해놓았을 뿐인, 뾰족하기 그지없는 창날이었다.

  『꿰뚫어라 꿰뚫어!』 『우오오오오오오오!!!』

  순식간에 다가온 그것은 나의 명치를 정확히 관통한 채, 붉은 눈들을 지나치며 흙길을 쾌속으로 활강하더니, 하늘 높이 올랐다. 거대하고 붉은 달 속으로 나를 끌고 올랐다.

  아프다. 갈비뼈와 폐와 함께 가슴을 관통 당했다, 아프지 않을 리 없다. 소리를 질렀다. 귓속 깊숙이 파고드는 이 태풍의 소음을 넘어설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고래고래 목청을 울렸다. 지상이 멀어져간다. 울어도 보았다. 어쩌피 까맣게 탄 실루엣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지만, 혐오스럽게 웃는다며 조소만을 보낼 테지만.....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이히히!』

  그런 울음소리였다.

  뒤로 흐른 눈물이 별빛 되어 산란했다.

  

 

  

 

  내가 마녀로 내몰린 그날 이래로 시종일관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나는 생각해보았다.

  처음엔 ‘선동은 무서운 것이구나’ 정도의 평범한 푸념에 불과했었지만

  아무래도 그 많은 시간을 날다보니 뭐랄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녀사냥에 휘말려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은 어째서 자신의 눈이 붉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알고 있었음에도 어째서, 정상적인 눈으로 되돌리려 하지 않았던 걸까.

  어쩌면 달궈진 안구의 대가로 그들은 무엇인가를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기에 뜨거워 녹아버린 뇌를 수복하려들지 않았겠지. 자신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그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리라.

  ....역시.

  인간은 생각보다 사선과 가까이 살고 있다.

  간간히 일어나는 교통사고나, 전쟁 속의 총알보다도 몇 발자국 더 앞서

  자발적으로 사선의 끝에 발가락을 맞추는, 우리는 참으로 어리석은 동물이구나.

  빗자루에 꽂힌 채 밤하늘을 날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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