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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Guernica for the city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19.1.7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

'게르니카(Guernica)'는 독일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에스파냐 북부 도시의 이름이자, 그 도시의 참상을 묘사한 피카소의 작품 제목이기도 합니다.
괴기스러운 화풍으로 당시의 전란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Guernica for the city : 도시를 위한 전란'은 그 피카소의 작품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전란. 즉, 전장의 혼란.
얼핏 종전이 선언된 지 오래인 현대사회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지만, 전란이란 단어는 사실 21세기의 도시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각자의 전장으로 매일같이 출근하여, 망신창이가 되어 돌아오고
답이랄 것 하나 없이 제자리를 맴돌다가
차디찬 술병을 비운 다음
우울에 빠져, 침묵.

이 파란 유리빌딩의 숲 속에는 분명, 전장에 버금갈만한 묵직한 혼란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묘사한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수문학에서도 장르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작풍의 시~단편들을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들어오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심심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wingname'을 검색해 보세요. 규격이 맞지 않아 못 올린 소설의 프로필 그림을 포함하여 제가 그린 그림들을 몇 개 올려둘까 합니다.

 
전장
작성일 : 19-08-25 14:54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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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가 두 손에 쥔 총을 부서져라 꽉 누르자, 절대 부서질 리 없는 그 강인한 쇳덩이에 가냘픈 손가락만이 하염없이 떨려왔다.

  『저기 보이지? 저 새빨간 것들. 저걸 쏘는 거야.』

  무언가가 그렇게 말했다.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반대 손으로는 거미줄처럼 겹쌓인 잔해들의 너머를 가리키며.

  “하지만 저건, 내가 알던 것들이 아냐...”

  소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보여줬던 그것과, 하나도 닮아있지 않잖아....!”

  퀭하게 내려앉은 눈가가 희미하게 떨려왔다.

  『난 보여준 적 없어. 다만 네가 본 것뿐.』

  “그딴 무책임한 소리를!”

  『정말 무책임한 건 나와 너, 둘 중 누구지? 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의 선혈을 입에 한껏 머금고 있어. 그런데 네가 가지고 있는 건 뭐야? 아니, 오히려 버리고 있잖아. 네가 이곳에 온 탓에 이 전장 밖에서 무엇이 시름시름 앓고 있을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어깨에 올려둔 손마저 거두며,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투로 말했다.

  『애초부터 여기는 전쟁통이었어. 그런 연약한 소릴 할 거면 애초에 오질 말았어야지. 보고도  신경 한 번 쓰지 않았던 사체들에 대한 무례야, 네 그런 태도는 말이야.』

  어디선가 튀겨온 핏줄기가 소녀의 벌벌 떠는 눈을 가로지르며 핏빛 벚꽃을 피워냈다. 잔뜩 움츠러든 소녀는 등 뒤로 고개를 돌려 그것에게 매달리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것은 매정하게 소녀의 등을 떠밀었다.

  『여기는 너의 이상향이 아니란다.』

  “흐으읏?!” 얼떨결에 잔해 밖으로 떠밀린 소녀는 빛에 눈을 가리며 신음했다.

  『그저 방향이 다를 뿐인 또 하나의 전쟁통이지. 다만 그 방향이 네게 맞는가 아닌가 선택하는 것만이 너의 몫이야. 은신처로 향하는 피난민이 아닌, 총을 들고 전장에 나서는 한 명의 군인으로서 말이지. ...그럼 무운을 빌게.』

  그런 말만을 남긴 채 그것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홀로 남은 소녀는 온갖 함성과 비명이 뒤섞인 전장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물속에 퍼져나는 총성의 흔적

  태양을 가로지르며 빗발치는 총알과

  떨어대는 흙바닥의 울림.

  그리고 발바닥을 두드리는 그것에 다리를 타고 머리카락 끝자락까지 기어오르는

  소름끼치는 고양감.

  그런 감각에 취해있던 그녀의 뺨을 스치며 총알 하나가 지나쳤다.

  “흐악!”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소녀의 앞으로, 그 총알을 발포했던 이가 잔해더미 위로 발을 딛고서 그녀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외친 소녀의 애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상대방은 방아쇠를 당겼지만, 철컥. 철컥철컥철컥철컥.

  “크윽...! 젠장!”

  울리는 것은 총성이 아니라 연신 철컥대는 방아쇠의 마찰음뿐이었다.

  ‘초, 총알이 없어...?’

  당황해 마구 방아쇠를 당기는 상대방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린 소녀는, 떨리는 손을 더듬어 떨어뜨렸던 장총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했던 것을 따라 장전을 하고서 성급히 그 사람을 조준하고는―

  “자, 잠시만!” “으아아아아아―!!”

  타앙. 비명과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하아.... 하아.....”

  상황이 일단락되어 조용해지자 소녀는 있는 힘껏 감았던 눈을 서서히 열었고

  “하아.....!”

  자신이 피로 범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비탄에 찬 눈을 한껏 치떴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단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았지만, 소녀는 그런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어슴푸레한 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여러 존재들의 말로가 쌓여 형성된 언덕의 꼭대기.

  그곳에 오르자, 잠수해 있던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 때와 같이, 먹먹했던 전란과 함성이 점차 실감나게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피어나고

  어질러져 있는 건물의 잔해에 바닥은 보이지 않았으며

  만연한 안개에 시야가 멀리 뻗치지 못했다.

  “.....”

  내가 퍼진 동공으로 그런 전장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 때, 발밑에서 무언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내려보니 암벽을 등반하듯 잔해를 부여잡은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피와 땀에 쫄딱 젖은 머리카락, 부어올라 반쯤 감긴 눈은 나에게 증오의 눈빛을 쏘아 보낸다.

  참으로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그는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 듯한 팔을 부들부들 떨며 들어올려―

  나에게 새까만 총구를 들이밀었다.

  “죽어어어어어어어어어!!!!!!!!!!”

  하지만 그가 발포하기보다 한 발 앞서, 나는 한손으로 내려든 장총의 총구를 그의 이마에 가져다댄 채, 무심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이마에 핏빛 구멍이 뚫린 남자는, 힘이 모두 풀려버린 채 안개만이 자욱한 허공에 서서히 드러누웠다.

  “어째서...”

  굴러 떨어져 저 안개 밑으로 사라지는 와중에도, 그는 피눈물을 휘날리는 두 동공을 나한테 꼿꼿이 박아 넣은 채 덧없는 목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너만을 바라보고, 이곳까지 왔는데에....”

  그의 자취를 그었던 핏방울들마저 허연 안개 속으로 떨어져 사라지고

  피비린내와 차갑게 식은 탄피들을 싣고서 칼바람이 전장을 횡단했다.

  이윽고 바닥과 충돌한 남자의 온몸이 터지는 소리는

  귓속 깊숙이 들어찬 바람 탓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찰칵. 찰칵.

  아직 채 땀을 닦지도 못했는데, 여기저기서 플래시들이 터져댔다. 바로 앞에서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조용히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따금씩 나의 팬이라는 이들이 화려한 판넬을 들고서 작은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경을 낀 한 학생이 노트에 받아 적을 준비를 하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한동안 고심하다가, 어째서인지,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려는 핏줄기를 손등으로 은근슬쩍 훔쳐냈다.

  “.......별 거 없어요.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핏방울을 포함한 전쟁의 흔적은 그녀에게 보여주어선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 가면에 배신당해, 떨었던 나의 모습을 선명히 기억하면서도.

  소녀는 정말 별 것 없는 나의 대답을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세상의 도전하는 많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같은 것은 있으세요?”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나는 전쟁의 여운이 남아 떨리는 숨을 한 번 작게 들이마신 뒤, 다음 말을 이었다.

  “부디 꿈을 도피처와 헷갈리지 마시길 바라요. 꿈속이라고 해서, 아프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예. ...수고하셨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이들을 내버려둔 채, 나는 허리를 한 번 숙이고선

  여전히 울리는 플래쉬들을 등지고

  그 찰칵거리는 소리들과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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