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그렇게 됐다는 말이지?”
“그렇게 되었다.”
“포포도 도와줄 것이야.”
“저는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을게요.”
“좋아, 나도 기도를 올리겠어.”
“넌 기도를 올릴 사람이 없잖아!”
“미니 씨도 함께 기도를 올려보아요. 플레아님께서 전부 해결해 주실 거에요.”
“그러니까 플레아는 여기 있대도?”
여관 1층 식당에 둘러앉은 우리는 플레아와 내가 어떻게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 근방에서 도둑질한 범인을 붙잡으라는 소리지?”
“그렇다.”
“못 잡으면 어떻게 되는데?”
“사형이야.”“에에? 도둑을 못 잡는다고 사형을 당한다고? 나는 죽기 싫어! 빨리 도둑을 잡으러 가자, 미니.”
“잠깐 기다려봐. 그런데 뭘 믿고 우리한테 그런 걸 맡기는 거야?”
“드라이어드를 잡은 실력 있는 파티를 사형시켰다가는 큰 인재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다.”
“드라이어드랑 도둑 잡는 거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
“흠흠…… 자세한 건 묻지 말거라. 어찌 되었건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나갈 준비를 하거라.”
“그런데 어디로 가는 것이야?”
“이런 일의 시작은 탐문 수사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좋아! 나의 탐정 본능이 꿈틀대고 있어!”
“너 거기서도 이의 있소 같은 걸 외쳤다가는 감옥에 버리고 온다.”
“자, 이렇게 손가락을 앞으로 뻗으면서 하는 거야.”
“이의 있는 것이야!”
“이의가 있다!”
“하지마! 넌 또 애들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말라고!”
“이……이의 있어요.”
후우…… 앞날이 깜깜해.
플레아가 뭘 하던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아.
나를 제외한 파티 멤버들은 어디에 써먹을지 모르겠지만 ‘이의 있소’를 계속 연습한 끝에 탐문 수사를 나섰다.
“무엇을 훔쳐갔냐고? 그야 나의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지. 그 다이아몬드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막 린 왕국에 도착했을 때로 돌아가지. 그때 나는 처음 이곳에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길을 돌아다니다……”
“흠냐흠냐……”
“쿨쿨……”
“핵심만 말해! 너무 길어서 애들이 다 잠들었잖아!”
“말을 끊으면 어떻게 미니! 이제 막 재밌어지려고 하고 있는데.”
“나의 엘레강스한 티파니를 그 녀석이…… 그 당시에 충격으로 쓰러져서 이렇게 살이 빠진 것 봐. 며칠째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나 이러다 곧 죽는 거야?”
“어떻게 음식을 먹지 못할 수 있어.”
“참 심각한 사안이야.”
“범인을 잡는 것보다 이 일을 해결해야 할 것 같구나.”“어이, 지금 울면서 뭐 먹고 있는 거 아니야?”
“디저트는 입에 들어가는데 밥은 도통……”
“플레아님의 이름을 걸고 꼭 도둑을 잡을게요.”
“그래, 내 이름을 걸고 꼭 도둑을 잡아줄게!”
“디저트는 밥이 아니지…… 그것만 먹다가는 곧 죽을지도 모르겠구나.”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야!”
“저거 케이크 아니야? 저것만 먹어도 안 죽거든?”
“글쎄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 1호를 훔쳐갔지 뭐야.”
“어떻게 보물 1호를 훔쳐갈 수 있는 것이야.”
“그치그치? 정말 질이 나쁜 도둑이라니까.”
“우리가 꼭 그 도둑을 잡아주겠다.”
“어머머 고마워라. 도둑을 잡는데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만큼 도와줄게.”
“그럼 맛있는 음식을 부탁해!”
“플레아 교단에 입교를 부탁드려요!”
“음식도 필요 없고 포교 행위는 다른 곳에 가서 하란 말이야!”
“괜찮아 괜찮아. 그건 그렇고 너 혹시 남자 친구 있어? 딱 내 스타일인데~”
“아, 저는 괜찮아요. 남자 친구 같은 건 필요 없거든요?”
“어머~ 딱딱하게 나오네. 귀여운걸?”
바지에 윗옷은 걸치지 않고 멜빵을 걸친 남성이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저기……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은데요.”
“후후, 튕기는 것도 매력 있어.”
남성은 내 앞에 접근해 손으로 턱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가까이……
“사람 살려!”
다가오기 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잽싸게 밖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다시 여관 1층 식당.
“왜 도둑은 죄다 이상한 녀석들의 물건만 훔쳐가는 거야!”
“이상한 녀석들이라니, 그렇게 말하는 건 실례다 미니.”
“어디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는걸?”
“포포도 동의하는 것이야.”
“네, 저의 플레아 교단에 입교해주시겠다고 하신 정말 좋은 분도 계셨는걸요.”
“그런 게 이상한 거라고!”
“일단 진정하거라. 지금까지 들어본 상황을 정리해보자꾸나.”
“흠, 일단 피해자들은 전부 똑같은 물건을 도둑맞은 것이야.”
“전부 속옷이었지?”
“속옷을 지금 다이아몬드랑 티파니랑 보물 1호라고 이름을 붙인 거지? 딱 봐도 이상한 사람들만 노린 범죄 내.”
“그분들은 전부 린 왕국의 귀족들이다. 한 번만 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가 감옥으로 다시 돌려보내 버리겠다!”
“도둑의 취향이 참 특이한 것이야. 왜 그런 걸 훔쳐가는지 모르겠어.”
“아마 되팔려고 그런 것 아닐까요?”
“왜 그렇게 생각한 것이냐?”“아……그야……”“예전에 훔쳐서 되팔아 봤는데 돈이 짭짤해서 그런 거겠지.”
“……”
“너 왜 우리 신도를 모욕하는 거야!”
“난 사실만 말했을 뿐이거든?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면 되잖아.”
“저…… 속이 안 좋아서 먼저 올라가서 쉴게요.”
프리파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너 도대체 신도들한테 뭘 가르치는 거야?”
“플레아 교단에 입교하면 알려줄게.”
“평생 모른 채로 살아갈게.”
“자, 진정하거라. 프리파가 속이 안 좋다고 했으니 이 사건은 우리끼리 해결해야겠구나.”
“난 하고 싶지 않아. 내가 왜 속옷을 훔쳐간 도둑을 잡아야 하는 거야? 다른 사람은 그렇다고 쳐도 마지막은 남자 속옷이잖아!”
“남성의 속옷까지 훔쳐가는 도둑이라…… 이것 참 잡기가 어렵겠군.”
“흠흠, 내가 나서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아!”
“드디어 플레아가 나서는 것이야?”
플레아와 리아와 포포는 나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했다.
나는 이제 필요 없는 건가?
그럼 올라가서 쉬어볼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플레아와 리아와 포포는 이야기를 끝내고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귀찮으니까 무시해야지.
나는 그녀들의 눈빛을 무시하고 뒤를 돌았다.
내가 뒤로 도는 순간 그녀들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었다.
“너희들 뭐하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게 해주마.”
“그래, 잠깐만 발버둥 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야.”
“으으 잘 안 내려가!”
“왜 갑자기 바지를 벗기려고 하는 거야! 말로 해! 말로 하자고!”
여관 1층에서 바지를 벗기려는 자와 사수하려는 자의 작은 다툼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다툼은 시끄럽다고 우리를 발로 차버린 여관 주인에 의해 막을 내렸다.